1. 迷宮讃歌 (리버사이드 호텔 ~ 누마즈항)
오전 9시, 실컷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깼다. 아침 먹기에는 애매해서 아점으로, 행선지는 마루텐으로 정했다.
테이블에 모셔둔 엥엥이들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누마즈항 가는 길을 걸어서 가게 되었다. 원래 잘 걷는 뚜벅이라 상관 없었다만, 버스비 아까웠다.
2. after school NAVIGATORS (누마즈 2일차 / 마루텐)
마루텐에서 주문한 것은 아지텐동(전갱이튀김덮밥). 이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갱이를 먹어봤다. 그전에 먹어봤을 수도 있는데, 전갱이란 걸 알고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누마즈 여행 때 전갱이에 꽂혔 있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맛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데, 전갱이를 처음 먹어봐서 비교할 대상이 없다. 당연히 맛있었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쌀도 맛있었고, 간장도 맛있었고, 기본으로 나오는 차도 맛있었다. 기회가 되면 다른 메뉴도 먹어봤을텐데, 그것은 다음 기회로.
+ 아지텐동 관련해서 한 가지 썰이 더 나올 텐데, 그건 이틀 뒤의 이야기다. 그때 가서 풀 거다.
3. Deep Sea Cocoon (누마즈 2일차 / 심해수족관)
갈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들어간 심해수족관. 이 녀석은 심해수족관의 상징 중 하나인 실라칸스. 당연하게도 살아있는 녀석은 없다. 벽에 붙인 모형, 냉동 실라칸스, 레고 실라칸스 등등 RPG 잡몹 팔레트스왑마냥 곳곳에 실라칸스가 있었다.
또 다른 마스코트 구소쿠무시. 심해수족관은 전체적으로 학술적인 분위기다. 이번 여행에 수족관만 4곳을 갔는데, 심해수족관이 가장 머리 쓰는 장소였다. 입장객들의 분위기도, 연령대도, 애들이 노는 곳보다는 물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공부하고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점보쿠무시를 하나 샀어야 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해파리 수족관. 이제 앞으로 해파리는 오지게 많이 보게 된다. 아 토망이 언제 발매되냐고. 싴엥아, 너라도 즐거우면 그래도 된 게 아닐까.
4. Identity (누마즈 2일차 / 뷰오 수문)
누마즈항의 상징 뷰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했다. 호텔에서 누마즈항으로 가는 길에 저 덩치가 슬쩍 보였는데, 그때 알았어야 했다. 이 구조물은 건축과가 아니라 토목과의 영역이었다는 걸. 입장료는 단돈 100엔.
엄청 높다. 말도 안 되게 높다. 엘리베이터 탔을 때만 해도 층이 1층-2층 둘 밖에 없길래 보기보다 낮구나 했더니 아니었다. 2층 가는데 뭔 끝도 없이 올라가더니만 족히 8층은 되어보였다.
고소공포증 개쫄보에 수영도 못 해서 연결부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둘러보며 구경하다가 잠깐 다음 일정 계획을 위해 비치된 의자에 앉았다. 츄엥이는 겁이 없다.
내려와서 다시 보니 ㅈㄴ 무섭다.
5. Kakushiaji! (누마즈 2일차 / 누마즈 버거 & 오란다관 & 마리루)
뷰오에서 나오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일기예보에서 오늘부터 비가 올 거란 말이 많았는데, 진짜 그래 보였다. 일단 급하게 기념품점에서 azidesu 티셔츠를 사고, 바로 맞은편의 누마즈 버거로 들어갔다.
밥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해 아이스크림과 음료만 먹었다. 비 예보에 정신이 없어서 사진이 매우 이상하게 찍혔다. 그런고로 사진은 없다. 가게는 물애니에서 요시코 잡으러 뛰던 배경에 나와서 그런가, 기랑이 천국이다. 테라기랑이 위에 노란 머리는 누마즈버거 직원인가 점장인가, 가게 관계자 네소베리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중간 지점에 위치한 푸딩가게에서 시오푸딩과 심해푸딩을 사고 오란다관에 들렀다. 누마즈 버거가 기랑이 천국이라면, 오란다관은 요엥이 천국이다. 앞서 이것저것 먹어둔 터라, 간단하게 커피 한 잔만 시켰다. 쓴 커피를 못 마셔서 시럽 한 통과 설탕 한 스틱을 그대로 들이부었다. 색깔은 우유 타서 그렇다. 원래는 좀 더 진하다.
오란다관의 분위기는 진짜 동네 카페였다. 아주머니들의 사랑방, 청년의 작업장, 그리고 SNS의 명소. 나에게 있어, 러브라이버에게 있어 성지순례이자 SNS의 명소로 기능하는 곳이지만, 내가 누마즈의 주민이어도 자주 이용할 것 같았다. 누마즈라는 지역이 관광지에 성지가 아니라, 편안한 우리동네처럼 느껴진 장소였다.
그리고 오란다관 사모님께서 한국인인 걸 알아보시고 말을 거셨다.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나온 본론은, "また来てくれてありがとう(마타 키테쿠레테 아리가토-)" 가 한국어로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있냐는 것. 그래서 "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발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하셨다. 역시 접객업은 다르다.
이 뒤로는 날씨가 날씨인지라 저녁 때까지 호텔에서 휴식했다.
저녁은 마리루. 한국인임을 알아보시고 바로 투입된 방명록 교류노트. 뭔 한글밖에 없다. 주문을 기다리며 천천히 읽어보는데, 익숙한 그림체도 있고, 어디선가 본 닉네임도 있고, 드문드문 일본어도 보였다.
계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스파게티를 오방 좋아해서 주문한 나폴리탄. 맛은 무난한 스파게티 맛이었다. 특징이 있다면, 아래에 깔린 계란이 엄청 맛있었다는 것. 계란을 피해 나폴리탄을 시킨 건데, 역으로 계란이 기억에 남았다.
계산하며 사장님과 대화 타임. 한국인인데 나폴리탄을 시키는 건 희귀한(珍しい) 일이라는 것. 갤에서 마리루 후기를 보면 오므라이스만 시켜서 내심 섭섭한 눈치라는 말이 있던데, 대충 어떤 느낌인지 이때 알았다. 나폴리탄 시킨 이유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고, 스파게티 좋아해서 그랬다고만 했다.
사장님의 추천은 카츠카레. 기회가 되면 누마즈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들러 카츠카레를 먹어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다른 가게들도 들러야 해서 이것 역시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저녁 먹고 호텔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편의점에 들러 빵과 음료를 샀다. 현금 인출은 덤. 내일은 아와시마와 우치우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