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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10

엠마「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에필로그~ ※ 검수와 분량조정을 거치며 삭제되었던 내용들과 에필로그 입니다. 평범한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게스트 정하기(0화) 란쥬란쥬 란란쥬(4화 B파트 中) 메이크업(5화 B파트 中) 카나타는 뭐든지 알고 있어(6화 B파트 中) 전격! 고백실행 위원회 with.뽀무(7화 A파트中) 미아는 잠 못 이루고(삭제된 9화 A파트) 에필로그 ~ 만약 당신의 마음을 이 노래로 ~ 1. 게스트 정하기 ▶ 연극부 부실 시즈쿠 「게스트요? 연극부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연극부 부장 「그렇긴 한데, 공식적으로 올해… 이번 학기 마지막 공연이잖아? 그래서 조금 특별한 무대로 꾸미고 싶거든. 보는 사람들도 학교의 유명인들이 나오면 좋아하지 않겠어?」 시즈쿠 「헤에- 개그프로에 아이돌 나오는 느낌이네요.」 끄덕 연극.. 2022. 7. 31.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9화(完)~ ― 카린 쨩에게 카린 쨩의 그 마음을 눈치챈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너무 티가 나서 모르는 척하기도 힘들었어. 나랑 얘기도 잘 안 하려하고, 눈도 잘 안 마주치고, 그러면서 다른 애들이랑은 평소처럼 지내고. 질투는 아니지만, 차라리 카린 쨩이 날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도 들었다는 거 알아? 그래도 카린 쨩이 나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힘내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행복했어. 지난 내 생일에 맞춰서 둘이서만 여행 가자고 했을 때,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고백하는 날이 그날이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씻고 나오니까 혼자 쿨쿨 자고 있더라? 나도 나름 용기내서 말했던 건데 그것도 몰라주고… 혹시 키스하려던 걸 피해서 토라진 걸까 싶었어. 하지만 카린 쨩, 나는 솔직히 고백이.. 2022. 7. 29.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8화~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려던 걸 겨우 말렸다. 스위스의 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만만하지만, 젖은 발로 신발을 신을 거냐 물으니 발길을 돌렸다. ― 저기, 아사카 카린 님 맞으세요? 근처 상점가를 걷다보니 행인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들어 열댓명 정도 사진을 찍어줬다. “역시 카린 쨩은 인기 많네.” 잠깐 쉴 겸 들어간 카페에서 엠마가 말했다. 살짝, 엠마의 아랫입술이 움찔댄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할 때, 심각하진 않지만 기분이 상했을 때 보이는 엠마의 버릇이다. 함께 있는데 나를 먼저 찾던 모습에 토라진 것 같다. 엠마가 인기같은 걸로 속상해할 아이는 아닌데. “엠마도 같이 싸인하고 사진 찍었잖아. 딱히 질투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 아마.. 2022. 7. 24.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7화~ … 도시를 벗어나, 파란 하늘과 약간의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풍경이 2월의 햇살을 타고 차창으로 들어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엠마의 눈동자가 파란 바다를 담는다. 짙은 청록색에 섞인 푸른빛. 창문에 비친 모습으로 힐끗 봤을 뿐이지만, 지금 엠마의 눈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는 것만 같다. 세츠나가 봤으면 지구라든가, 생명이라든가, 조금 더 섬세한 사춘기 소녀다운 말을 했겠지? “카린 쨩! 저기 봐!” 갈매기 한 무리가 쭉 뻗은 해안도로의 실루엣을 따라 날아간다. 고향에서, 그리고 학교 근처에서 지겹도록 본 새인데, 어쩐지 시즈오카의 이름 모를 바다를 날고 있는 이 애들은 신선하고 또 낯설다. “엠마, 빵이나 과자 먹다가 갈매기한테 뺏기지 마.” “카린 쨩,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여행 후기 보니.. 2022. 7. 22.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6화~ “카린 쨩도 멀다면 멀잖아.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카린 쨩이 보고 싶으실 거야.” “그러려나…” “응, 응!” 엠마가 방으로 돌아가고 다시 집에 전화를… 하려다 그만뒀다. 시간도 늦어서 지금 한다고 받을 것 같지도 않고. 또 이미 안 간다고 말했는데, 굳이 마음이 바뀌었다며 연락하기가 껄끄럽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하다 내가 내린 결정도 아니고, 엠마 말에 따르는 느낌이라 집에 가도 투덜댈 것 같았다. “엠마가 알면 한 소리 하겠지.” 나중에 엠마가 화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겠다. 엠마와 했던 바다를 보러 가자는 약속을 위해서, 이번 겨울방학의 귀향은 포기하기로 했다. 약속을 마치 변명거리로 쓰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지만, 엠마는 몰라도 우리집은 이해해줄 것 같다. 내가.. 2022. 7. 17.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5화~ 걱정어린 눈빛. 역시, 나랑 엄마랑 싸운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싸운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왜 굳이 싸운 게 아니라고 엠마를 안심시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은 싸운 게 맞으니까 변명을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엠마는 누군가가 잘못했을 때 풀죽은 강아지같은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 사람을 대신해서 죄책감을 느끼듯. “카린 쨩, 가족은 소중한 거야.” “그렇게 무거운 얘기 안 해도 돼. 엠마네처럼 화목한 집도 있고, 우리집처럼…” 말을 이으려니 생각이 안 난다. 우리집도 화목…한 지는 몰라도, 나쁜 가족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할지, 엠마 앞에서는 어떤 말도 꺼내기가 어렵다. “나는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미안.” “나는 엠마를 좋아한다.”.. 2022. 7. 15.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4화~ “엠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아까 전에. 노크해도 답이 없어서 그냥 들어왔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도 1학기 때는 내가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러다 나중에는 다른 애들까지 벌컥 벌컥 들어오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스럽다. 엠마는 어떨지 몰라도, 아침에 자는 모습이나 지저분한 방은 보여주기 싫으니까. “…삐진 건 아니야. 아무튼, 엠마. 우리 집에 가는 건 힘들 것 같아.” “그렇구나… 미안, 카린 쨩. 괜히 무리한 부탁해서…” “미안하긴 뭘. 집에 연락할 때도 됐고 겸사겸사 물어본 거니까. 그리고 우리 집은 원래 이래.” 엠마는 서로에게 무뚝뚝한 우리 집을 이해하기 힘든지 눈만 깜빡인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다고 꼭 변명이라도 해야할 것처럼 바라본다. 사실 나랑 우리 집이 평범한 건.. 2022. 7. 10.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3화~ ‘알아는 볼게’, 그래도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아서 잠들기 직전 집에 연락을 했다. 시작부터 전화 좀 자주 하라는 잔소리였지만, 그 말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저기, 엄마. 방학 때 친구랑 같이 집에 가도 돼?” “안 돼.” 단칼에 거절당했다. 집에 손님을 몇날며칠 두기엔 힘들다고 그런다. 그럼 일주일 정도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조금 있을 거면 돈 아깝게 집에 오지 말란다. 우리 집이 가까운 거리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꼭 이런다. 돈도 벌고 있어서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데 말이다. 전화는 자주하라더니, 내 얼굴은 안 보고 싶은가 보다. “알았어, 그럼 나 이번 겨울에는 안 간다?” 삑- 전화를 끊었다.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쩌면, 처음 생.. 2022. 7. 8.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2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빵을 베어 문 입을 오물거리다 꼴깍, 빵 조각을 삼킨다. “바다는 이미 봤는데?” “어? 아까는 본 적 없다 그러지 않았어?” “일본에 오고 나서는 당연히 봤지! 그리고 학교 바로 앞이 바다잖아.” 아, 맞다. 그랬지. 나름 분위기 잡고 꺼낸 말인데, 또 나만 바보가 됐다. 뻘쭘하게 커피 빨대를 입에 가져갔다. 갸우뚱하던 눈동자는 눈웃음에 닫히고, 엠마는 마냥 헤실헤실 웃는다. 그렇게 내가 우스운 걸까, 싶기도 하지만 엠마는 원래도 잘 웃었다. “그럼 그냥 바다 대신에, 카린 쨩 고향은 어때?” 딱히 볼 건 없을 텐데……. 라는 말이 나오려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말을 고른다. 엄마가 괜히 이상한 소리라도 할까 봐 겁도 나고, 내 어릴 때를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 2022. 7. 3.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1화~ 평생을 섬에서 살아온 나와 달리, 그 아이는 열여덟 살까지 바다를 본 적이 없다 말했다. “그래도 집 앞에 엄청 큰 호수가 있어서 물은 익숙해. 동생들 수영도 내가 가르쳤다구?” 우쭐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모습이 꼭 개구쟁이 같다. 나긋나긋한 성격의 이 아이가 맘껏 신이 나는 건, 역시 이곳의 친구들이나 고향의 가족들을 얘기할 때뿐이겠지? 아,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도 포함해야겠다. 지금도 동아리 후배가 만들어준 크림빵을 먹고 있으니까. “근데 호수에도 파도가 치나?” “바람이 세게 불면 가끔?” 호수는 산비탈에서 내려온 바람을 그대로 맞기 때문에 조각배를 띄울 정도로 잠잠하지는 않다 그런다. 휘잉- 찰싹,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물결을 얘기하며 이쪽저쪽 손짓을 한다. 동생들한테 수영 가르칠 때도 이렇게 가.. 2022.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