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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6일차 - 아아, 잊을 수 없는 누마즈의 추억과 오다이바여!

by 양털책갈피 2024. 2. 28.

1. 沼津여 안녕! (누마즈 6일차 / 누마즈 ~ 코다마)

때는 바야흐로 거센 비바람에 물붕이들이 휩쓸려 물붕육수가 온땅을 적시던 서기 2024년 2월 4일 일요우일! 입럽 2+2+2+2+2년이 지나서야 기어코 누마즈를 찾았던 양털털 물붕은 누마즈를 떠나 도쿄 오도이바로 향했던 것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흙과 보도블록을 지나 누마즈역에 도착하니, 이미 굿즈로 무장해 기합찬 무게를 자랑하는 캐리어와 누마즈 바닷바람에 뒤집혀 수줍게 우산살을 드러내는 앙증맞은 크기의 우산은 이 날의 참상을 혁혁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심신이 지친 물붕이는 자기 몸 하나를 짐과 함께 열악한 전철로 도쿄까지 옮길 여력이 없는 것이었다!

 

'아! 마음의 고향에서 육체의 고향을 잃게 생겼구나!'

 

또한 비가 오는 상황에 개니기리썅갈내가 진동하는 나마우칫치 몸뚱이를 열차에 밀어넣는다면, 신성한 역사의 수호자에게 구타를 당할 것은 자명하고 확실하고 분명한 사실이었다! 고향을 떠나기도 전에 슦까덮밥의 물붕텐푸라가 되어버릴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 눈에 보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JR도카이 안내소가 아니겠는가!

 

"악!!!! 오 도카이 안내원 님께 누마즈시에서 도쿄까지 가는 신칸센 표를 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요청할 수 있음을 접수할 수 있을지를 청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심에 있어 어떠한 찐빠가 없을지 검토해주실 수 있음을 질문해도 가능한 상황인지 문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닝기미우칫치부랄발광 같은 사태에 양털털 물붕은 돈으로 시간과 컨디션을 아끼는 기합찬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네. 코다마 역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아아, 고향이 어디인지조차 까먹는 기초학력지능 물붕이에게도 친절한 오 도카이! 누마즈에서의 직통이 없다면 환승을 하면 되는 것임을 설명하는 안내원 님의 직업정신은 사나이 양털털의 남심을 울리고도 남았다! 부라보 도카이! 이 얼마나 자비롭고 따뜻한 문화인가! 란쥬란쥬파파파!!


2. 신칸센 전갱이 난사 대소동 (도쿄 1일차 / 도쿄행 신칸센)

누마즈역에서 코다마까지의 일반표와 코다마에서 도쿄까지의 신칸센 표를 발권하고 도착한 코다마역. 신칸센은 탑승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혹여나 놓칠까봐 긴장을 잔뜩하고 걸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KTX보다 쾌적한 듯한 신칸센. 진짜 이때 아니면 언제 타보겠나. 

 

점심은 누마즈역에서 산 아지에키벤. 이번 여행에서 전갱이에 빠진 덕에 마지막까지 전갱이다. 되게 맛있게 먹었는데, 세리자와 코지로 기념관에서 받은 팜플렛을 읽어보니 지금이 제일 맛없을 때란다. 그럼 제철일 때는 얼마나 맛있다는 얘기지.


3. 당신은, 겨울 바람이 부는 오다이바를 본 적 있는가? (도쿄 1일차 / 유리카모메선)

신칸센을 타고 40여분만에 도쿄에 도착, 열심히 환승하고 환승하고 환승하여 호텔이 위치한 역까지 왔는데 너무 광활한 지하광장에 한참을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찾아 짐을 맡겨두고, 바로 앞 유리카모메선 시오도메역으로 갔다. 이제는 오다이바다.

 

우선 쿠아아이나부터 가야겠다. 에키벤 양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데다, 걷기를 오지게 걸어서 뭐라도 좀 먹어야 했다.

 

개쩌는 풍경을 기대했지만, 날씨가 흐린 바람에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니지가사키 성지순례의 그 벅차오름은 남아있으니, 흐린 날씨에 맞춰 네오네오를 틀었다.


4. 발 로걸어다니는건뭐든지잘해 (도쿄 1일차 / 오다이바)

도착과 동시에 쿠아아이나 공략. 토마토는 먹지 못하는 관계로 빼고 주문했다. 맛은... 음... 어... 그냥 햄버거 맛이었다. 이게 막 맛있다 명물이다 할 맛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면 당장 전날 누마즈 버거를 다녀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쿠아아이나 흡입 후 빅사이트를 보기 위해 다시 유리카모메 탑승, 하차하고 조금 걸으니 보이는 뽀엥이 톱. 상상한 것 이상으로 거대했다. 근데 그래서 저거는 정체가 뭘까. 현대미술인가.

 

니지가사키는 진짜 부자 학교구만. 뭐 이런 곳을 학교로 쓴디야. 진짜 날씨만 좋았다면 그림이 누마즈급으로 잘 나왔을 텐데. 날씨 맑을 때 다시 와야겠다.

 

천천히 걸어서 오다이바를 둘러보기 시작. 어디서 본 듯한 공원을 통과하니 보이는 엠마 PV의 미래과학관. 엠마카린 성지라 들어가볼까도 했는데, 내부 컨텐츠가 애기들 대상인데다 그런 것 치고는 입장료가 좀 세게 느껴져서 패스했다. 그리고 다른 것 보다도 날씨가 이래서 폭풍우 몰아치기 전에 일정을 끝마치고 싶었다.

 

그리고 뭔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들린다 싶더니 모습을 드러낸 유니콘 건담. 이때가 오후 3시쯤이었는데 저 투구 뚜껑이 열린다나 뭐라나, 구경할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 세츠나 계단에서는 어떤 남돌이 촬영회 하고 있고, 후다닥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솜사탕 가게와 판넬가사키. 워낙 번화한 동네인데다 니지쨩 성지라고는 해도 누마즈처럼 곳곳에 니지쨩이 걸린 게 아니다보니 성지 느낌이 좀 덜했는데, 이걸 보니 성지라는 느낌이 팍 살았다. 물론 이 안에 다른 니지쨩 요소는 없었다. 마인크래프트 굿즈샵, 지브리 굿즈샵, 산리오 굿즈샵 등등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그런 신기한 매장들 좀 보다가 나왔다.

 

게마즈 오다이바점을 찾다가 발견한 조이폴리스.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들어가진 않았다. 그리고 오다이바점에 가긴 했는데, 내가 찾던 낫쮸는 없었다. 아니 누마즈보다 굿즈가 적은 느낌이다. 딱히 산 건 없이 퇴각.

 

다시 올라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늘 상태를 보니 오히려 비구름은 적어진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거, 좀 더 시간을 태우다가 레인보우 브릿지 야경까지 보고 가기로 했다. 다시 쇼핑몰 곳곳을 돌고 쉬고를 반복하다 해가 다질 때 다시 나왔다.

 

굿. 작전 성공. 오늘은 초록색이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니 떠오르는 무적급 MV. 진짜 무적급 처음 나올 때 니지애니에 대한 모든 걱정이 사라졌었는데, 니지애니 처음 봤던 그 충격을 다시 느껴보고싶다.

 

흐린 낮에 봤던 아쿠아시티와는 전혀 다른 이 멋있음. 좋아 아주 기합차군. 이제 저녁을 먹기 위해 긴자식스로 향했다.


5. 물붕푸드와 물붕성수 (도쿄 1일차 / 긴자식스 ~ 도쿄 호텔)

원래는 긴자식스 옆에 있는 라멘집에 갈려고 했거든요. 근데요, 줄이 너무 길었어요. 진짜 엄청 길었어요. 와중에 빗방울도 떨어지고,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긴자식스에서 먹을까도 했는데, 역시 백화점은 부담스럽단 말이죠.

 

결국 편의점에서 대충 이것저것 사서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이온음료 사마셨는데 진짜 맛있었다.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원소기호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O2인가 H2O인가, 근데 H2O면 물인데 설마 이온음료 이름이 물이겠나...

 

근데 찾아보니까 있다. 이렇게 생겼던 것 같진 않은데, 이거 맞는 것 같다.

 

저녁은 야끼소바 컵라면과 커피우유. 맛은 평범하다. 앞에 얘기한 이온음료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가.

 

엥엥이들은 푸딩 먹었다. 반쯤 먹으니 물려서 결국 남겼다. 대충 해치우고 욕조에 물 받아서 몸 좀 담궜다가 바로 잤다. 내일의 날씨를 기대하며... 이제 역대 최악의 여행을 맞이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