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호 「여러분, 여러분은 프란츠 카프카를 아시나요?」
하나마루 「프란츠 카프카는 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난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입니다.」
카호 「그의 대표작으로는 《변신》, 《시골의사》, 《단식광대》 등이 있습니다.」
하나마루 「카프카의 문학은 실존주의의 발화점이라 평가될만큼 인간과 삶, 존재에 대한 심오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카호 「특히, 《변신》은 어느날 딱정벌레가 되어버린 인간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현대에도 이를 모티프로 한 수많은 창작물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나마루 「너무 더워서 잠들기 힘든 여름 밤, 서늘함이 느껴질만큼 고독하고 심오한 카프카의 책은 어떠신가요?」
"히노시타 카호・쿠니키다 하나마루의 문학 나들이 ♬"
카호 「꽃 피는~」
하나마루 「도서관~」
【꽃 피는 도서관 #02】
카호 「여러분~ 플라워~」
하나마루 「플라워~」
카호 「넵! 토요일 오후 3시!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꽃 피는 도서관의 히노시타 카호입니다! 그리고~?」
하나마루 「여러분~ 오하나~?」
카호 「마루-!!」
하나마루 「청취자 여러분 다시 만나, 그리고 처음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꽃 피는 도서관의 쿠니키다 하나마루입니다.」
카호 「채널 Kahomaru, 현대인의 포근한 독서 공간, 저희는 꽃 피는 도서관입니다.」
하나마루 「2025년 7월 12일의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카호 「오오- 여러분, 저희 오늘 2회입니다! 예-이!」
하나마루 「예-이」
카호 「지난 주에 추천드린 책, 《밤의 피크닉》 다들 읽어보셨을까요?」
하나마루 「모두 재밌게 읽으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독서와 함께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호 「감사합니다! 에- 저희는 오늘도 지난주와 같은 코너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청취, 재밌는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하나마루 「오프닝에서 소개드린 카프카의 《변신》도 꼭 읽어주세요.」
카호 「하나마루 쨩은 카프카 좋아해?」
하나마루 「솔직히 음울한 편이라 엄청 좋아하진 않아유. 중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충격이었지만유. 짧아서 심심하면 읽고, 또 읽고 그랬쥬.」
카호 「그렇지~ 은근히 짧아서 금방 읽게 되지? 몰입감도 강하고. 또, 약간 사춘기 때 그런 책 찾게 되지 않아? 나는 누굴까, 인간은 뭘까.」
하나마루 「보통 사춘기 때는 독서를 하게 되면 갈래가 두 가지라고 해유. 자아찾기에 관한 심오한 내용이거나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이거나.」
카호 「헤에- 아, 뭔가 공감되는 것 같기도.」
하나마루 「카호 씨는 중학생 때 뭐 읽었슈?」
카호 「나아느은- 《창룡전》이었지?」
하나마루 「헤에- 이미지랑 엄청 다르네유.」
카호 「그, 그런가? 내가 독서에 꽂힌 게 《해리포터 시리즈》라 그럴지도?」
하나마루 「판타지 장르 말이쥬. 그렇게 따지면 《변신》도 판타지 소설이네유. 잠에서 깨니까 버러지가 되어있고.」
카호 「장르적으로는 음, 그러게. 판타지네. 아, 그러고보니 나 《변신》 처음 읽고 나도 벌레가 되면 어떡하지? 그랬거든.」
하나마루 「아마 다들 한 번씩은 그랬을 것 같아유. 마루도 그래유.」
카호 「그치! 내가 그때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거든. 나 벌레되면 어떻게 할 거야?」
하나마루 「뭐라 대답해주셨슈?」
카호 「수분하게 하우스에 풀어버리겠다고 그랬어.」
하나마루 「…아, 꽃가루받이유?」
카호 「응. 우리 본가 화훼 농가거든.」
하나마루 「어유, 평생직장 얻고 좋네유. 가업도 잇고.」
카호 「으에에- 벌레가 된 내 걱정은 안 하는 거야?」
하나마루 「분명 나비나 꿀벌일 테니까유. 이미지상.」
카호 「아, 나비면 나쁘지 않을지도. 하나마루 쨩, 하나마루 쨩은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하나마루 「부처님께 빌어야쥬.」
카호 「독실하구나.」
하나마루 「독실하달까, 그냥 그래유. 이번 생의 여생은 버러지인가- 이것도 윤회인가- 그런 거쥬.」
카호 「심오하네.」
하나마루 「카프카 만할까유~ 자, 이만 노래 틀고 코너 시작하쥬.」
카호 「응, 그러자. 에- 저희의 오늘 첫 번째 곡! 보내드릴게요! 카프카 이야기를 오래 했는데, 이 《변신》이 모티프가 되어준 곡입니다!」
하나마루 「들어주세요. 25시, 나이트 코드에서.의 《잠자》」
▶ 첫 번째 코너
하나마루 「꽃 피는 도서관, 저희가 준비한 첫 번째 코너는 신착도서 읽어보기 코너입니다.」
카호 「예이, 예이-!」
하나마루 「신착도서 읽어보기 코너는 청취자분들께서 보내주신 사연으로 진행되는 코너입니다. 여러분들의 독서 사연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카호 「부탁드립니다!」
하나마루 「저희가 첫 회 방송이 나가고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 딱 한 분을 선정하여 오늘의 코너로 모셨습니다. 그럼 카호 씨~」
카호 「네! 라디오네임, 멜론빙수 한 그릇 더 님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마루 「감사합니다.」
카호 『하나마루 쨩, 카호 쨩, 플라워~ 아! 플라워~』
하나마루 「플라워즈라~」
카호 『두 분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유쾌하고 코믹한 단편들부터 날카로운 사회비판 장편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작가입니다.』
하나마루 「아유, 유명하쥬.」
카호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라디오 체조(원제 코멘테이터)》 입니다. 작가 특유의 막무가내 좌충우돌 돌격 스타일이 매력적인 단편집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가 재밌게 읽었던 건 《피아노 레슨》입니다.』
하나마루 「《피아노 레슨》. 네.」
카호 『피아노 연주에 어려움을 겪게된 프로 피아니스트가 문제를 극복하는 돌파구로 ‘락’이 선택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묘사는 정말이지 ‘락 앤 롤!’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마루 「유쾌하구먼유.」
카호 『락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두 분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얼마 전에 락페 나갔다 왔는데요!」
하나마루 「너무 최근이니까 몰랐을 수도 있쥬.」
카호 「네, 화낸 건 장난이고요. 신곡도 나왔으니 들어주세요.」
하나마루 「《아이 두 미》 말이쥬.」
카호 「에- 다시 사연으로 돌아와서, “나락도 락이다.” 라는 말에서 시작해 허무할만큼 일상적인 모든 게 락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돌파구가 없는 것 같은 각양각색의 답답한 일상을 뻥 뚫어버릴 락과 같은 소설, 《라디오 체조》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마루 「오오- 사연 감사합니다.」
카호 「감사합니다.」
하나마루 「카호 씨는 읽어봤어유?」
카호 「아- 나는 아직. 이제 읽어봐야지.」
하나마루 「그러면 스포일러 안 되는 선에서 얘기할게유. 일단 주인공은 작가의 전작인 《공중그네》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예유.」
카호 「아! 그건 알아! 그러면 《라디오 체조》도… 비상식적인 치료가 메인?」
하나마루 「무대공포증을 가진 사람에게 락을 하라고 하는 것만큼 비상식적인 진단은 없쥬.」
카호 「하긴, 그렇네.」
하나마루 「정확히 따지면, 《피아노 레슨》의 피아니스트는 광장공포증이에유. 탈출할 수 없는 공간에 놓였을 때 불안을 느끼는 거쥬.」
카호 「폐소공포증? 그거랑 비슷하네?」
하나마루 「그렇쥬. 물론 마루는 그 공포증 자체보단 발병 원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유, 피아니스트가 그런 공포를 갖게 된 배경이 있어유.」
카호 「뭔데? 스포일런가?」
하나마루 「음- 차피 책 자체가 5개의 단편이니까, 얘기할게유. 피아니스트가 너무 성실해서 병에 걸렸어유.」
카호 「성실? 아, 알겠다! 완벽주의자 그런 거구나!」
하나마루 「맞아유.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유.」
카호 「아- 그 마음 알지. 너무 잘 알지. 특히 우리는.」
하나마루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떨어서 무대를 망치는 그런 게 있쥬. 그래서 이라부 의사가 얘기하는 거쥬. 실수해도 된다.」
카호 「그리고 그 해결책이 음악 중에 가-장 기분대로 해도 되는 락이다! 이거고.」
하나마루 「그런 셈이쥬. 우당탕탕 하는 사운드가 메인인데다, 듣는 사람들도 무아지경인 장르니까유. 다른 4개의 단편도 비슷해유. 언제나의 이라부 시리즈쥬.」
카호 「이라부 얘기면 진작에 읽어봤을 텐데.」
하나마루 「괜히 서평이나 광고도 보라는 게 아니긴 해유. 어쨌든 피아니스트에게 내린 진단과 치료가 일상의 불안에도 똑같이 적용되쥬. 실수해도 되고, 완벽할 필요 없다.」
카호 「응, 응! 그래 사람이 실수도 하고 좀 엉성할 수도 있지! 공부도 좀 못 하고! 그래도 돼!」
하나마루 「그래도 숙제는 하세유.」
카호 「항상 사야카 쨩이랑 루리노 쨩이 도와주고 있어! 고마워! 둘 다!」
하나마루 「허허, 사이 좋네유. 《라디오 체조》의 다른 4명의 이야기는 우리 각자 읽어보고 나중에 얘기해보기로 할게유.」
카호 「넵! 에-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라디오 체조》!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연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나마루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코너로 넘어가기 전에 오늘의 두 번째 곡 보내드릴게요.」
카호 「역시 락인가요!」
하나마루 「이왕 피아니스트 얘기도 나왔으니까, 피아노락으로 준비해봤습니다. 화려한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들어주세요. Ben Folds Five의 《One Angry Dwarf And 200 Solemn Faces》.」
▶ 두 번째 코너
― 카호 「매일매일이 독서 DAY~」
카호 「두 번째 코너는 저 히노시타 카호의 매일매일이~♪ 독서 DAY~♬ 입니다! 제가 준비한 책을 청취자분들께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하나마루 「오늘의 책은 무엇인가유?」
카호 「제가 준비한 책은 두구두구두구두구~ 쨘! 바로바로 오가와 요코 작가님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입니다!」
하나마루 「오, 이번에도 명작이네유.」
카호 「아, 역시 하나마루 쨩은 이미 읽어봤구나.」
하나마루 「수학 선생님들이 한 번씩은 이야기하는 책이니까유.」
카호 「크아아아-!! 이유도 나랑 똑같애! 망했어!」
하나마루 「망할 것까지 있나유. 둘 다 읽어봤으면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좋쥬.」
카호 「그치만 아직 하나마루 쨩이 모르는 책을 가져와서 우으…」
하나마루 「잘난 척?」
카호 「그-으게 아니라! 아무튼! 나도 하나마루 쨩 입에서 “오, 읽어봐야겠슈” 라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싶다고!」
하나마루 「꿈도 야무지구먼유. 자, 이제 그 책을 고른 이유를 설명해주슈.」
카호 「그게 말이지, 지난주에 이 코너하고나서 뭐가 좋을까~ 하고 고민을 엄청 했는데, 그때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이랑 눈이 딱 마주쳤거든.」
하나마루 「그럴 때 있쥬. 책이 나를 볼 때.」
카호 「그래서 홀린 듯이 그 자리에서 다시 읽었는데 똑같이 재밌더라고.」
하나마루 「뭐가 제일 좋았슈?」
카호 「나는- 마지막 결말이라고 해야겠지? 박사님이랑 루트의 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상징적으로 드러나니까 그 여운이 정말 길게 남더라고.」
하나마루 「화자는 파출부지만, 역시 주인공은 박사와 루트니까유. 개인적으로 괴팍한 노인처럼 보이던 박사가 루트에게만큼은 인자하고 유쾌한 게 참 좋단 말이쥬.」
카호 「박사도 본래 인품이 훌륭한 어른이란 암시같은 느낌이지. 박사의 젊은 시절- 이라기 보다는 사고 이전의 언급도 있긴 한데 시점이 완전히 돌아가서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하나마루 「파출부가 듣고 상상하는 쪽에 가깝쥬. 그래서 독자도 약간 자기 편견대로 생각하게 되고.」
카호 「수학박사라는 이미지만 봐도 좀 꼬장꼬장할 것 같지 않아?」
하나마루 「대체로 그렇쥬. 약간 수와 수학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도 “우와, 괴짜다” 싶어지고유.」
카호 「그래도 수학 이야기를 할 때의 박사는 되게 순수하고 상냥한 느낌도 있어서 뭐랄까 낭만? 그랬던 것 같애. 옆에서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두 사람도 좋고.」
하나마루 「세 사람 다 순수한 게 아름답쥬. 수학은 세 사람의 관계를 엮어주는 장치이고, 실제로 하고싶은 말은 그들의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해유.」
카호 「하나마루 쨩의 해석 좋네~ 아, 나 그것도 있어. 왜 숫자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 이렇게 개념이 확장되지만, 결국 무한하고 연속적인 존재잖아.」
하나마루 「그렇쥬.」
카호 「그 무한한 연속성이 박사와 루트의 우정이 아닐까 생각해. 기억을 잃어도 이어지고, 또 루트가 박사의 의지를 잇는 거지.」
하나마루 「멋진 해석이네유.」
카호 「하나마루 쨩은 이 책의 어디가 제일 좋았어?」
하나마루 「평범한 감상이지만, 숫자를 재밌게 풀어내는게 좋았슈. 초반부에 우애수 이야기부터 되게 흥미롭게 봤슈.」
카호 「확실히 그 타이밍에 몰입이 확! 하고 되는 게 있지~」
하나마루 「신기한 이야기라 그런 것 같슈.」
카호 「역시 다들 비슷비슷하구나~」
하나마루 「이과가 보는 관점은 또 다르겠지만유.」
카호 「그것도 그렇겠지? 앗, 시간이. 에- 네! 이상! 히노시타 카호가 추천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었습니다!」
하나마루 「다음 코너로 넘어가기 전에 오늘의 세 번째 곡 듣고 가실게요. 카호 씨.」
카호 「오늘의 세 번째 곡입니다. 원래는 수학과 관련된 노래를 찾아보려 했는데요, 음, 네!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마루 「솔직하네유.」
카호 「대신! 책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기억에 관한 노래를 보내드리려 합니다. 들어주세요. 스핏츠의 《단풍(楓, 카에데)》」
▶ 세 번째 코너
― 하나마루 「란라란 펜클럽~」
하나마루 「세 번째 코너는 쿠니키다 하나마루의 란라란 펜클럽입니다.」
카호 「와아-!」
하나마루 「이 코너는 독서에서 그치지 않는, 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독서경험과 독후활동, 그리고 글쓰기 요령을 소개하는 코너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호 「네! 하나마루 선생님! 오늘의 활동은 무엇인가요!」
하나마루 「오늘은 독후감 잘 쓰는 법을 얘기해볼게유.」
카호 「오, 숙제하기 편한 그런 이야기!」
하나마루 「비단 학생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후감 쓰는 걸 어려워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독후감을 잘 쓰기 위한 사고의 전환부터 시작해볼까 해유.」
카호 「사고의 전환?」
하나마루 「카호 씨는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보통 어떤 내용으로 써유? 글의 구성, 형식이랑 같이 얘기해봐유.」
카호 「음- 일단 줄글이지? 처음에 어떤 책을 읽었다, 읽은 이유를 쓰고-」
하나마루 「후무후무.」
카호 「줄거리가 있으면 줄거리를 요약해서 쓰고, 과학책이나 시사책이면 주제?를 쓰지. 철학이다, 생물학이다, 이렇게?」
하나마루 「그 다음에는유?」
카호 「그리고- 인상 깊었던 부분이나, 재밌던 부분이나, 새로 알게된 부분이나- 교훈? 느낀점? 그런 걸 쓰고- 다음에는 뭐를 읽고 싶다, 이렇게 끝내지?」
하나마루 「평범하네유.」
카호 「보통 다 이렇지 않아?」
하나마루 「그렇긴 해유. 마루도 보통 그런 편이고. 그런데 카호 씨처럼 쓰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슈.」
카호 「정답이 아니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돼?」
하나마루 「정답은 말여유, 없슈.」
카호 「엥?」
하나마루 「독후감을 쓰는 데에는 형식이나 방법이 정해진 게 없슈. 마음가는대로 쓰는 게 맞아유.」
카호 「아, 그런 의미구나.」
하나마루 「굳이 줄글일 필요도 없고, 카호 씨가 이야기한 내용이 꼭 다 들어가야 될 필요도 없슈. 물론 그렇게 쓰는 게 재밌고 편하다면 상관없지만.」
카호 「솔직히 형식 맞춰 쓰는게 재밌지는 않지. 재미없지. 응.」
하나마루 「독후감의 형식은 원래 다양해유. 뒷이야기 상상해서 이어쓰기, ‘그때 이랬다면’ 하면서 이야기 비틀기,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등등 많쥬.」
카호 「초등학교 때 한 번씩 해본 것들이네.」
하나마루 「그리고 문학이 아닐 때는, 작가의 의견에 반대하기, 책을 비판하기, 이런 것도 돼유.」
카호 「에, 그래도 돼?」
하나마루 「독후감이라고 꼭 바르고 착하고 수용적일 필요는 없슈. 틀린 부분이 있거나, 반대되는 의견이 있다면 그것도 써낼 수 있어야쥬. 카호 씨는 《엔트로피》라는 책을 알아유?」
카호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과학책 코너에서 봤어.」
하나마루 「그거 자연과학 책이 아녜유. 사회학 책이에유.」
카호 「에, 진짜?」
하나마루 「지구의 에너지 고갈과 환경파괴에 대해 다룬 사회학 책이고, 그 개념으로 엔트로피를 가져다 쓴 거예유.」
카호 「아항. 비유구나.」
하나마루 「근데 카호 씨의 생각처럼, 이 책이 사회학의 관점, 그러니까 가치평가의 문제를 자연과학의 법칙으로 비유해서 마치 작가의 생각이 과학적 참인 것마냥 쓴 게 비판점이에유.」
카호 「어- 그러니까 작가 개인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썼다는 얘기지?」
하나마루 「맞아유. 그 과정에서 오류도 있어유. 그래서 지금은 이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읽는 게 보통이쥬.」
카호 「아- 그런 내용을 독후감에 쓰라는 거구나. 이건 이렇게 잘못 됐어! 하면서.」
하나마루 「그렇쥬. 잘 아네유.」
카호 「근데 그러면 그것도 다른 책을 읽어보거나, 아니면 원래 내가 그 분야를 잘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보통 책은 내가 모르는 걸 알려고 읽잖아.」
하나마루 「이번에 예시를 《엔트로피》로 들어서 그렇지, 사회학과 철학에는 내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쓸 수 있슈. 예를 하나 더 들어서, 데카르트의 책을 읽었다고 해볼게유.」
카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아저씨?」
하나마루 「오, 알고 있네유?」
카호 「루리노 쨩이 자주 하는 말이거든. 루리 생각 안 한다, 고로 루리 없다. 라고.」
하나마루 「신랄하네유. 돌아와서, 데카르트의 철학은 인간이 진리를 인식하는 건 이성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유. 이걸 대륙합리주의라고 해유.」
카호 「…응.」
하나마루 「동시기에 영국에서는 경험주의 철학이 발전해유. 진리는 교육과 경험을 통해 습득된다. 이걸 영국경험주의라고 해유.」
카호 「대륙합리주의, 영국경험주의. 응.」
하나마루 「둘은 서로 상반된 관점이 적용되니까, 둘 중에 누가 맞고 틀린지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겠쥬? 여기서 내가 더 끌리는 쪽은 수용하고, 아닌 쪽은 반박하는 거쥬.」
카호 「아- 그러면 내가 데카르트의- 어- 팬?이면 경험주의 책들은 반박하는 내용으로 독후감을 쓸 수 있겠구나.」
하나마루 「그렇쥬.」
카호 「…원래 쓰던 방법보다 훨씬 어려운데.」
하나마루 「예시가 그런 것 뿐이쥬. 그냥 독후감의 내용과 형식은 항상 긍정으로 갈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니까유.」
카호 「그렇구낭.」
하나마루 「솔직히 재밌게 읽었어도 교훈이 없는 책들도 있잖아유. B급 무협지 같은 거.」
카호 「아, 있지, 있지. 그래서 나 어릴 때 억지로 억지로 교훈 찾아 쓰고 그랬어.」
하나마루 「그럴 필요가 없단 거쥬. 없으면 없는대로,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드는대로 써도 돼유. 괜히 읽었다, 시간 아깝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게 독후감이에유.」
카호 「근데 그렇게 쓰면 선생님한테 혼날 것 같은데.」
하나마루 「그럴 때는 말이에유, “재밌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라고 쓰면 돼유.」
카호 「오, 잔머리 좋은데.」
하나마루 「마루는 이렇게 넘긴 책이 후지산을 덮을 걸유.」
카호 「너무 많은 거 아니야?」
하나마루 「많이 읽다보면 그만큼 종이뭉치도 읽게 되고 그런 거쥬. 그리고 얘기가 나와서지만, 숙제로 독후감을 쓰게 된다면, 평가는 좀 너그럽게 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슈,」
카호 「응, 그건 나도 공감해. 괜히 긴장도 되고.」
하나마루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니까, 좀 더 자유롭고 편한 독후활동이 되었으면 해유. 마치 댓글 막아둔 블로그에 글 쓰듯이 말이에유.」
카호 「비유가 꽤 디테일하네.」
하나마루 「오늘의 강의는 여기까지. 그럼 노래 듣고 마무리로 갈게유.」
카호 「오늘은 어떤 노래를 준비하셨습니까!」
하나마루 「철학적인 이야기도 했고, 자유에 대한 찬양도 했으니, 이에 어울리는 곡으로 준비했슈. 들어주세요. amazarashi의 《자유를 향해 도망쳐라(自由に向かって逃げろ)》」
▶ 클로징 코너
카호 「채널 Kahomaru, 나른한 오후의 책 이야기, 꽃 피는 도서관의 히노시타 카호입니다.」
하나마루 「쿠니키다 하나마루입니다.」
카호 「오늘은 저희의 두 번째 라디오였습니다! 즐거우셨나요?」
하나마루 「마루는 즐거웠슈. 카호 씨는유?」
카호 「헤헤, 나도. 청취자 여러분들도 즐거우셨길! 바라고 있습니다! 예-예이! 」
하나마루 「다음 회차인 3회차는 7월 19일, 이 시간에 똑같이 송출될 예정입니다.」
카호 「라디오를 향한 응원코멘트, 그리고 신착도서 읽어보기 코너의 사연 모집! 모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하나마루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클로징 코너와 마무리 인사 이전에, 오늘 저희가 준비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카호 「꽃 피는 도서관, 마지막 코너 『카호마루 문학상』입니다.」
하나마루 「카호마루 문학상,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나카가미 겐지(中上健次)입니다.」
카호 「나카가미 겐지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활동했던 소설가입니다.」
하나마루 「1976년, 로지(路地)를 배경으로 한 소설 《곶》으로 전후 세대 소설가 중 최초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카호 「《고목여울》, 《천년의 쾌락》, 《기적》 등, 그의 대표작들은 혈족과 차별을 정면으로 응시하였고, 일본에서 외면하던 부라쿠민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문단에 내던진 부락문학의 정점이었습니다.」
하나마루 「생전 그가 직접 부라쿠민 출신이라 선언하진 않았지만, 그의 출신지와 신주쿠에서의 부랑생활, 독학으로 완성해낸 문장력과 사실적인 서사 등 일본문학계는 그를 부라쿠민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카호 「차별이 만연하고, 대학조차 나오지 못한 그의 이야기는 가장 일본답지만 일본이어선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여전히 전후의 일본 문학을 역설적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나마루 「46세의 젊은 나이에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던진 소외와 차별의 사실성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통찰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카호 「근대 일본 문학이 닿지 못한 공간에서 피의 씨앗을 심어 키워낸 작가, 나카가미 겐지에 대해서 였습니다.」
하나마루 「어우, 대단하네유.」
카호 「그러게. 독학으로 등단한 것도 그렇고. 응.」
하나마루 「책이란 이런 것 같아유. 이 모든 것이 역사로서 이어지고,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앞으로도 많이 읽어유.」
카호 「응! 그러면- 네, 이것으로 마지막 코너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하나마루 「저희 꽃 피는 도서관은 이만 여기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곡을 들어주시면서, 이번주도 즐거운 독서생활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카호 「채널 Kahomaru, 꽃 피는 도서관! 퍼스널리티 히노시타 카호!」
하나마루 「쿠니키다 하나마루였습니다!」
카호마루 「플라워~」
하나마루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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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히노시타 카호와 쿠니키다 하나마루의 꽃 피는 도서관 (0) | 2025.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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