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ly into the sky (김포 ~ 하네다 공항)
7년. 다시 비행기를 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 조차 간 적이 없던 터라 그렇게 됐다. 7년만의 비행기, 그곳의 목적지가 누마즈다. 이륙은 정오, 원활한 수속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태양이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심야를 배회하는 좀비같은 인간이라 아침에 매우 약함에도 이 날은 아침피로가 없었다.
공항철도의 목적지 김포공항. 통로쪽 자리라 창문에서 찍을 수 없어 이륙 전 탑승교에서 한 장. 가방에는 치엥이와 츄엥이도 있다.
예상 못한 기내식.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해결하게 되었다. 내용물은 닭고기 스튜와 밥. 위의 샐러드는 보기보다 맛이 없어서 남겼다.
2. HAPPY PARTY TRAIN (케이큐 공항선 ~ 누마즈)
하네다 공항에서 산리오 파스모 카드를 발급한 뒤, 케이큐 공항선을 타고 요코하마 역으로 향했다. 말도 안 되게 맑은 하늘, 전철 창밖의 풍경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이 일본이란 실감은 아직이었다.
환승을 위해 하차한 요코하마역. 아타미에서 환승할지, 누마즈까지 직통으로 가는 차를 탈지 시간표를 보던 중 겨우 5분 간격임을 확인하고 누마즈 직통 열차에 탑승했다. 물론 중간에 차량을 앞쪽으로 옮겨 타야 하는 기묘한 절차가 필요했으나, 이것도 여행의 맛 아니겠나.
해가 떨어져 어두운 플랫폼. 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자 보이는 누마즈라는 실감. 전철에서 몰려온 피로가 사라졌다. 이제야 뭔가 일본에 왔다, 누마즈에 왔다는 느낌이었다.
3. Private Wars (누마즈 1일차 / 야스다야)
호텔 체크인 후 방에 짐만 놔두고 바로 저녁 먹으러 나왔다. 저녁은 야스다야 카레우동. 7시에 폐점이라 시간이 간당간당 했는데, 오도짜세 식판 흡입으로 금방 해치웠다. 그리고 이때 아침부터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움직여서 꼴이 말이 아니었던 건지, 사장님께서 폐점 직전 남는 밥으로 주먹밥을 주셨다.
사진 찍을 생각을 못 해서 빈 비닐껍데기만 남았다. 이때 받으면서 든 생각이, "⑴ 어 이거 받아도 되나" / "⑵ 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 "⑶ 내가 얼마나 거지꼴이었음 이걸 주셨을까" 였다. 암튼 감사인사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이거 부제목이 A-RISE 곡인데, 이유를 알면 올드비 인정이다. Can I do, I take it, baby~
4. ガラスボールリジェクション (누마즈 1일차 / 고양이와 백조)
누마즈에 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겠다고 정한 Bar.고양이와 백조. 메이시키 SS를 그렇게 썼는데, 여기를 안 오면 사문난적이다.
첫 잔으로 시킨 건 마루 음료수. 알콜을 못 받는 체질이라 논알콜로 시켰다. 목넘김은 망고주스 느낌이고 맛은 오렌지 맛이다. 안에 든 건 얼린 귤인데 역시 누마즈라 맛있었다. 근데 귤인데 왜 치카가 아니라 마루일까.
두번째는 다이아. 체리와 딸기가 섞인, 의외로 달달한 맛. 붉은빛의 칵테일 중에 은근히 매운맛이 있는 녀석들이 있어 다이아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체리에 좀 더 가깝고, 베리류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베리맛이 강했던 건 이 다음 녀석이다.
베리맛이 강했던 그것, 온 김에 케이크도 먹어보자 해서 주문한 가토쇼콜라. 그리고 옆에 음료는 치카맛. 귤맛이다. 근데 사실 가토쇼콜라 맛밖에 기억이 안 난다. 엄청 단 케이크랑 먹으니, 오히려 술맛이 덜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가토쇼콜라는 평범한 초코케이크+단싱단싱라즈베리. 평범하다면서 왜 치카 맛을 잊었냐. 원래 가토쇼콜라는 그런 것이다.
치카와 함께 시켰던 요우맛. 사진 찍고 있으니 (드디어) 치프께서 조명을 주셨다. 현대문물이 좋긴 좋다. 맛은 생긴 거랑 아예 다르다. 뭔가 청량한 소다맛일 줄 알았는데, 씁쓸하고 떫은 느낌이었다. 라임? 레몬? 자몽? 신맛과 쓴맛 사이의 기묘한 맛에 무게도 묵직했다.
이 뒤에는 대충 매장 사진 좀 찍고, 방명록을 겸하는 코스터 더미에 메세지 쓰고 나왔다. 덤으로 산 오리지널 캔뱃지는 이후 캔뱃지 대장정의 시발점이 되었다.
5. 眩耀夜行 (누마즈 1일차 / 나카미세 상점가 ~ 리버사이드 호텔)
이때가 10시쯤 되었던가, 누마즈가 사람 적은 도시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차도 적고, 길도 어둡고, 한국이면 여전히 시끄러웠을 거리가 고요했다. 그래, 원래 인류는 해떨어지면 집에 들어가 잤다. 6시에 칼같이 퇴근해야지.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고, 현금을 좀 뽑아뒀다. 내일은 돈 쓸 일이 더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