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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7일차 - 비와 존망의 이야기

by 양털책갈피 2024. 2. 29.

1. 강해지는 라디오 (도쿄 2일차 / 도쿄 호텔 ~ 시부야)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않어. 당장 어제 비가 몰아치는 걸 봤는데, 저 하늘과 공기와 땅이 누가 봐도 비가 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나가긴 해야지, 우산을 챙겨 시부야로 향했다. 오늘의 목표는 함바그 오픈런과 하라주쿠 게마즈, 선샤인 수족관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긴자식스와 돈키호테로 가서 선물을 살 것이다.

 

함바그에게 가는 길, 리에라의 육교를 발견. 날씨가 맑았다면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겠지만, 그러기엔 하늘의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리고 길 건너에 등장한 쿠쿠의 자취방. 저런 곳에서 원거리 도둑잡기를 하다니, 얘들 경찰한테 검문 안 당한 게 신기하다. 와중에 거리에 전부 명품매장들 뿐이던데, 쿠쿠 진짜 돈 많고 좋은 곳에서 사는구먼.


2. Nice to MEAT you & YOU (도쿄 2일차 / 시부야 요시)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그래도 일찍 온 덕분에 순번으로는 2번, 손님으로는 3번이었다. 대기하면서 나기가 얘기한 가게도 검색해보고, 메뉴판 넘겨보며 뭐가 좋을지 살펴보고 그랬다. 주문은 그냥 평범한 녀석으로 골랐다.

 

비쥬얼이 다소 기묘한 그 함바그가 등장, 맛있었다. 그런데 막 필수 맛집이란 느낌은 아니었다. 음료수는 레몬진저에일이었는데, 진저에일은 진저에일이라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았다. 술 마셔도 되는 상황이라면, 술을 주문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다 먹고 나오려니, 밖에 비가 온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3. 혼자 하고 있습니다 (도쿄 2일차 / 게마즈 하라주쿠점 & 온덴 신사)

우산을 쓰고 도착한 게마즈 하라주쿠점. 이번 여행의 주요 퀘스트 중 하나였던 하라주쿠 선행발매 리에라 아크스타를 샀다. 안타깝게도 스미레는 품절이라 이번에도 컬렉팅엔 실패했다. 그리고 누마즈에서 샀던 겨울의상 데포르메 아크스타도 또 낫쮸만 없었다. 아니, 낫쮸가 왜 없냐고.

 

게마즈에서 코너를 돌면 나오는 스미레 신사. 비가 오는 바람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혼자 전세낸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으나,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서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진짜 뭘 할 수 있는 게, 실내에서 돈 쓰기 뿐이다.


4. Bears be Ambitious (도쿄 2일차 / 하라주쿠 파리쟝 & 긴자식스)

그리고 정말 우연찮게 발견하여 방문한 티셔츠 가게 파리쟝. 미유땅의 비즈니스 그룹 i☆Ris의 동료 아카네야 히미카 씨가 유튜브 컨텐츠로 온 적 있는 곳이다. 누마즈 명물 azidesu에 꽂혀서 여기도 가볼까 했는데, 진짜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습격했다. 위 영상에 나오는 괴이한 티셔츠들을 팔고 있으며, 적절한 걸로 하나 샀다. 사진은 못 찍었는데, 일단 비가 오는게 컸고, 사장님 중 한 분이 입구까지 나와서 정찰하듯이(...) 호객하시던 터라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사장님 두 분과 적당히 떠들면서 (한국인임다~ 히미씨 유튜브 보고 왔어요~ 등등) 놀다가 나왔다. 근데 나오니까 비가 점점 슬러시가 되어 떨어졌다. 추워서 얼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진짜 추워서 그냥 호텔로 들어갈까 했는데, 일단 날씨가 더 심해지기 전에 선물을 사두자해서 긴자식스로 향했다.

 

+ 참고로 저기는 우파루파슈퍼카와 관계가 없다.

 

선물은 전날 봐뒀던 양갱을 샀고, 이왕 들어온 거 논쨩이 와보려다 긴자식스의 고급스러움에 겁먹어 제대로 못 봤다는 츠타야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와서 책을 보다니, 이런 게 직업병인가 허허허... 근데 일본어를 문헌독해가 될만큼 잘하는 게 아니다보니 구경이라곤 그림책과 표지가 전부였다. 그리고 서점 밖 다른 상점들도 봤는데, 일본도를 파는 곳이 있었다. 환율 따져보니 대충 8천만원 정도 하던데, 그런 걸 누가 사는겨.

 

긴자식스를 나오니 진짜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킷캣 녹차맛 사오라고 부탁을 받아서 그걸 사러 돈키호테를 들렀고, 도저히 선샤인 수족관을 갈 상황이 안 된다 봐서 호텔로 돌아갔다.


5. 내일 뭐한디야? (도쿄 2일차 / 긴자식스 ~ 도쿄 호텔)

호텔에서 한참 쉬다가 저녁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호텔 근처에 파는 부타동을 포장해왔다. 근데 진짜 날씨가 이게 맞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사히 건져온 부타동, 그리고 마츠우라 주점에서 산 뒤 여기까지 가지고 온 매실주. 든든하게 잘 먹었다. 아니 근데 진짜 이제 어떡하지, 내일도 이러면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나.

 

스타벅스 신메뉴(루쥬 오페라 프라페)를 먹으면서 일단 신발을 말렸다. 별 건 아니지만, 여행만 가면 비가 오는 존망한 체질이라 신발 말리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마침 공기청정기도 있고, 아주 완벽하다. 근데 이거 뭔 맛인지 모르겠다. 싴엥아 너 먹어라.

 

그리고 뉴스에 올라오는 하네다 공항 결항 소식... 이미 어제부터 ANA로부터 결항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기에, 이거 잘못하면 진짜 큰일이란 생각뿐이었다.

 

내일은 귀국, 그러나 비행편은 20시. 내일 뭐하다 귀국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귀국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