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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모음/기타 후기 모음

[스쿠페스] 스쿠페스 관련 썰 풀이

by 양털책갈피 2023. 3. 31.

Ⅰ. 14년 한쿠페스 입럽

한쿠페스 토끼우미 이벤트 때 입럽했다. 입럽 계기가 한쿠페스는 아니지만, 러브라이브 컨텐츠를 내 의지로 처음 접한 건 한쿠페스였다. 원래 리듬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2014년이 (당시엔) 학생으로서 빈둥빈둥 재밌게 놀 수 있던 마지막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슼페를 하지 않았다면 인생이 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좀 더 잘 먹고 잘 사는 번듯한 인상의 아저씨가 되었을 것이고, 나쁜 방향이라면 인생에 재미가 없어졌을 것이다. 원조 물순이 미나미가 그랬다. 덕질은 못 끊는다고, 너무 재밌다고.

 

그리고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럽라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무언가에 빠졌을 것 같긴 하다. SS 대신 웹 소설을 썼을 수도 있고, 러브라이브가 아니라 다른 2D 컨텐츠에 빠졌을 수도 있다. 내 본성은 어디 안 간다. 그 본성이 우주의 기운과 합하여 럽라와 만났을 뿐이다.


. 한쿠페스의 기억들

우미 이벤트는 인터페이스도 모르고 방식도 몰라서 토끼우미를 얻지도 못 하고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서야 SR을 쉽게 구하는 방법이 이벤트였다는 걸 알았고, 그 다음 이벤트부터는 LP 손실 줄여가면서 뛰었던 것 같다. 판다니코였나, 곰노카였나, 아무튼 토끼우미 이후로는 모든 이벤트를 명함작까지 했다.

 

기억나는 한쿠페스 초창기 이벤트는 강시 노조미, 메이드 마키다. 강시 노조미는 당시 이벤트곡이었던 あ・の・ね・が・ん・ば・れ! 의 난이도 때문에, 메이드 마키는 첫 스코어매치였기에 기억하고 있다.

 

내가 무인편 애니를 언제 봤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진 않지만, 적어도 강시 노조미 이벤트 때는 애니를 보기 전이었다. 그래서 "뭐지 이 괴악한 곡은…" 이란 생각을 매우 많이 했었다. 지금이야 늙고 병든 물붕이가 되어 릴화 노래에 덩실거린다만, 저 때의 나는 아직 어렸다.

 

아무튼, 그 이외의 초기 이벤트 기억은 딱히 없다. 메이드 마키 이벤트 전에 얻었던 3속성 UR가 니코-니코-하나요였다는 것 정도만 기억한다.

 

처음 얻었던 Cool 속성 하나요는 캡쳐가 남아있다.


. 스쿠페스의 목표와 권태

한쿠페스 입럽이라 (나에게 있어) 스쿠페스가 특별한 컨텐츠이긴 해도, 2020년 기점으로 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어서 섭종한다 했을 때 아쉽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냥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던 게 더 신기한데" 라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별 생각이 없다. 컨텐츠 추가가 많지도 않았고, 이벤트는 매번 똑같았고, 어째서인지 이벤트 배포 카드의 커트라인은 점점 올라갔고. 지루하고 지치기 쉬운 상태였다.

 

그리고 리듬게임의 가장 큰 약점은 어쨌든 『플레이의 정점』 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론상 만들 수 있는 하이스코어라든가, 랭킹 1위 라든가. 그 중에서 스쿠페스의 정점은 당연히 일부 괴악한 곡들의 풀콤보올퍼펙일 것이다. 내가 스쿠페스에 흥미를 잃은 가장 큰 원인이 이거다.

 

수록곡 전곡을 풀콤낸 시점에서 이 게임의 목표가 사라졌다. 무인편-선샤인-니지애니-별애니 다 보고, 라이브도 보고, 뭐 이것저것 덕질을 다 하면서 알게 된 건, 나는 스쿠페스를 『리듬게임』 으로 즐긴 게 가장 컸다는 사실이었다. 리듬게임으로서 바라보던 목표를 찍고나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물론, 내가 피지컬이 멀쩡했다면 올퍼펙을 노리고 계속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세 곡 이상 연달아 마스터 곡을 치기 어려워지니까 올퍼펙 도전은 정말 무리였다. 언제부턴가 한 곡 치고나면 엄지손가락이 떨렸고, (지병 때문에) 오른쪽 눈이 아프니까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쿠페스의 도전은 풀콤에서 멈췄다. 와중에 니코프리, 소녀식, 꿈꿈꿈, 솔겜 등등 슼페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보스곡들을 풀콤으로 마친 건 참 다행이다.


. 남는 건 사진

 

가장 오래된 스쿠페스 기록물이 뭘까 찾아봤다. 첫 SR, UR, 풀콤 이런 거 캡쳐했을 줄 알았는데, 정말 뜬금 없게도, 友情ノーチェンジ EASY 올퍼펙 결과창이었다. 날짜 보니까 14년 11월 13일이던데, 아마 그것보다 전일 것이다.

 

가장 최근 기록은 이거다. 리에라 ALL UR 덱은 완성하고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섭종 공지 이후로 로그인을 안 해서 이게 마지막이다.


. 하나요 오시

 

하나요 오시라서 하나요 이벤트 때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제일 처음 마주했던 사슴 이벤트는 랭크의 한계로 뛸 수 없다 판단했고, 그 다음 하나요 이벤트부터는 돌을 미친듯이 씹어가면서 달렸다.

 

순위가 남아 있는 자료는 아이스링크 하나요 이벤트와

 

탐정 하나요 집계 결과다.

 

내 기억이 맞으면 아이스링크 하나요는 100위 안으로 마쳤다. 81위였던 걸로 기억한다. 저 사진이 종료 100분 전에 캡쳐한 건데, 이후에 100분 동안 쉬지 않고 쳤다. 메들리 페스티벌이라 덱 파워와 상관 없이 많이 치면 그만이었고, 익스곡을 20LP에 칠 수 있어서 꽤 수월했다.

 

반면에 탐정 하나요는 스코어 매치라서 초반에 in100으로 치고 올라가긴 했는데, 덱 파워에 밀려서 상승세가 매우 더뎌졌고, 후반에 현생 때문에 못해서 in500에 만족해야 했다.

 

 

덧붙여 내 럽생에서 하나요와 스쿠페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하나요 오시가 된 이유가 Cool R 일러스트 때문이다. 단발머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다, 스쿠페스를 시작했을 당시엔 오타쿠 캐릭터 특유의 화려한 머리스타일을 꺼려했기에 (비교적) 현실적인 외모였던 하나요에게 빠져들었다. 목소리도 허스키한듯 수줍은 색깔이라 뇌에 바로 꽂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각 일러에서 각성 일러로 넘어갈 때 "누구세요?" 수준으로 바뀌어서 충격받은 게 컸다. 작화가 다르니 당연한 말이지만, 미각 일러가 흔한 캐릭터였다면, 각성 일러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존예여신이다. 어쨌든, 하나요 오시로 시작하여 하스클까지 쭉 덕질을 하고, 여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하나요와 싴쨩에게 매우 감사하다.

 

말그대로, 하나요가 있어준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싶다.


. 스쿠페스 초기화 될 뻔했던 썰

2015년 11월 14일, 한쿠페스 업데이트로 사고가 생겼다.

 

 

당시 휴대폰 기종이 LG 옵티머스 뭐였나 300 뭐였나, 정확한 모델명은 기억이 안 나는데, 기기호환이 안 돼서 설치가 안 됐다. 이 뒤에 오류로 판명나서 슼페쪽에서 고쳐줬는지, 내가 폰을 바꿨는지 이것도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잘 풀려서 위의 하나요 이벤트를 뛸 수 있었다.

 

물론 바로 해결된 문제는 아니어서 그동안에는 패드로 플레이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검지 플레이를 했던 시기가 이때였다. 사족으로 저 패드는 몇 해 전에 바닥에 떨궈서 액정이 분리되었고, 그대로 버려졌다.


. 스쿠페스 입럽의 장단점

스쿠페스 입럽의 장점은 2D 컨텐츠 소모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매일매일 할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덕질할 맛이 났다. 뮤즈 때는 딱히 성우 라이브에 관심도 없었고, 애니도 정주행 한 번 하고 재밌던 편들만 골라서 다시 보는 정도였다. 17년 이전의 나는 거의 대부분의 덕질을 스쿠페스로 소화했다.

 

단점은 노래에 첫인상이 심어진다는 거다. 이 단점 최대 피해자가 스노하레다. 나는 럽라곡 GOAT 로 꼽히는 스노하레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 이유가 스쿠페스 때문이다. 스노하레를 처음 접한게 슼페였고, 그때 당시에 스노하레는 초반에 나오는 발라드 곡이자 이상하게 어렵던 곡이었다. 이 때의 인상이 너무 크게 남아버려서 페스, 도쿄돔, 애니 등등 어디에서 스노하레를 봐도 럽뽕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긴 한데, 안티라고 욕 먹어도 할 말이 없긴 하다. 나도 제발 죽기 전에 스노하레 뽕맛 좀 제대로 보고 싶어 미치겠다.

 

그리고 상기한 단점에서 파생된 다른 영향이, 인 게임에서 굉장히 재밌는 곡들은 또 인상이 좋다. 미열미스, 솔져게임 이런 곡들 말이다. 아쿠아 때부터는 타 컨텐츠와 슼페를 병행해서 『리듬게임 수록곡』 으로의 인상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뮤즈의 14~15년도 곡 대부분은 나한테 스쿠페스 때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 그 시절 슼페 친구들

2014년은 이른바 대-니코니코니 시대로, 오타쿠고 일반인이고 다들 "니코니코니"는 알던 때라 생각한다. 당장 나도 그게 뭔데 하다가 리듬게임인 거 알고 입럽했고, 주변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럽라를 알고 있거나 봤었다. 누구 하나가 페북에 니코니코니 챌린지를 올리면 다 따라하던 게 내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예능/예술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다.

 

물론 하루의 오락으로 그치는 애들이 대부분이었고, 럽라에 빠져 들어서 덕질했던 사람들은 극소수였는데, 그 극소수의 사람들은 다들 스쿠페스를 했었다. 서로서로 UR 누구를 뽑았다느니, 이벤트를 몇 위 했다느니, 이번 일러가 예쁘다느니, 스쿠페스와 뮤즈(이후에 아쿠아까지) 얘기도 스스럼 없이 했다.

 

2023년 현재, 그때 럽라 파던 사람들 중 아직도 럽라를 파고 있는 건 나와 (前)룸메놈 둘 뿐이다. J군은 오케스트라 단원 겸 기타리스트로 살고 있고, B군은 생활체육을, K군은 얼마 전까지 학원 강사를 하다가 관두고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을, J양은 디자인 회사를 다니고 있고, S양은 대학원 가서 아직 못 나왔다. 말고도 더 있긴 할 텐데 연락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내가 아직도 럽라를 파고 있으며, 동시에 아쿠아와 니지가사키 이후에도 후배 그룹이 우수수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직도 럽라가 안 망했냐고 말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며, 그 시절에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의문이라 말하는 애들도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내가 제일 호들갑 덜 떨면서 덕질했다. 길고 얇게 가느냐, 짧고 굵게 갔냐, 이 차이인 것 같다.


. 노말부원

스쿠페스만의 매력을 말하라면, 당연히 다채로운 노말 부원들이다. 대부분 관심 밖의 캐릭터들이지만, 예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노말부원 오시를 갖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내 노말부원 오시는 토오학원 시도 미사키다.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어느 순간 미사키 오시가 되어있었다. 솔직히 눈물점+당구+갭모에 취미 등 매력 요소가 넘치기 때문에 오시를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그런데 전페스 선거 때 한 번도 입상을 못해서 아쉽다. 니지애니에 나온 것만으로 만족하긴 한다만, 한 번 쯤은 순위권에 들었으면 했다.

 

제발 슼페2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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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에 또 보자.

이래저래 탈도 많았고, 말년에는 이미지도 크게 떨어졌지만, 스쿠페스에게 고맙다는 말은 해주고싶다. 입럽계기가 니코니코니 신드롬이라면, 입럽 작품은 스쿠페스니까, 적어도 "러브라이버" 인 "나" 를 써내려가는데 있어 스쿠페스의 공로가 없다고는 말 못 하니 말이다.

 

솔직히 스쿠페스2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기대도 적지만, 우리가 정이 있지, 오픈하고 몇 달은 플레이할 것 같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계단 내려가면서 마스터 풀콤 내던 피지컬이 모두 닳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익스 풀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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