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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 2기] 스토리 작법에 따른 니지 2기 1~3화 리뷰

by 양털책갈피 2022. 4. 30.

※ PC가 가독성이 더 좋습니다.


#0. 개요

 

스토리 작법은 굵은 줄기로 보면 두 가지로 구분된다. ① 인물이 중심이 되어 서사를 만들어간다, ② 서사가 중심이 되어 인물을 결말로 유도한다, 이렇게 두 가지이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건 인물 중심, 작품성을 인정받는 건 서사 중심이다.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 9명 또는 그 이상을 앞세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인물 중심 작법"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법에 따라 각 시리즈를 해체해보면 뮤즈(무인편)아쿠아(선샤인)"서사 중심 작법"에 더 가깝다. 두 시리즈는 1화부터 "러브라이브에서 우승해 폐교를 저지한다" 라는 명확한 목표가 드러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멤버들이 노력하고 무대에 서는 것을 보여준다.[각주:1] 

 

반면에 니지가사키리에라(슈퍼스타)는 1기 기준으론 철저하게 "인물 중심 작법"을 보여준다. 뮤즈와 아쿠아의 제1 목표였던 폐교 저지는 그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러브라이브 우승 역시, 니지가사키는 러브라이브에 참가조차 하지 않으며, 리에라는 외부적인 이유 없이 "캐릭터들 스스로가 목표를 우승으로 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철저하게 인물이 중심이 되어 서사를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니지애니 1기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최고의 시리즈로 불릴만 하며, 개인적으로 뮤즈 2기 5화[각주:2] 와 함께 아이돌 애니메이션 중 가장 교과서적인 인물 중심 작법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니지애니 2기는 인물 중심 작법에서 살짝 벗어나, 서사 중심에 가까워졌다. 1화부터 제1 목표[각주:3]가 전면에 드러나며, 주인공이자 1기 주역들의 대변인인 유우의 안티테제 란쥬가 등장해 서사를 만든다. 캐릭터들의 언행과 가치관으로 서사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인물 중심 작법이긴 하지만, 1기보다 서사의 비중이 더 커지긴 했다. 특히, 1화에서의 동호회-란쥬 대립, 쿼츠의 결성은 오히려 서사를 만들어두고 캐릭터를 배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1. 새로운 두근거림 & 란쥬

1화 요약

학교 설명회에서 스쿨 아이돌 동호회 및 페스2를 홍보하려던 상황에, 영상을 잘못 틀어버리고, 이것을 홍콩에서 (아이돌 하려고) 유학 온 란쥬가 《Eutopia》로 수습, 이후 란쥬가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고 솔로로 활동하겠다 선언, 대표자 유우와 대립각을 세운다. 

 

핵심은 역시 란쥬의 등장, 그리고 대립이다. 1화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쇼우 란쥬이고, 1화의 핵심인 갈등도 란쥬가 원인이다. 란쥬는 "아이돌은 말그대로 우상(idol, 偶像)이 되어야 하며, 팬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라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캐릭터다. 반면에, 유우는 팬으로서 아이돌 동호회에 소속되어 "아이돌은 팬이 있기에 존재하고, 서로가 의지하고 응원하는 관계" 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동호회의 멤버들 역시 유우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른 후기와 분석글에서도 말하다시피, 둘 다 맞는 말이다. 오히려 한국 아이돌 팬덤과 현장은 란쥬의 생각이 주류이다. "성장하는 아이돌은 보고 싶지 않다. 성장하는 거 보려면 화초를 키웠다", "데뷔할 준비도 안 된 애들이 무대에 선다" 이런 말들이 K-pop 팬덤에서 나온다고 하니, 란쥬의 생각이 틀린 요소는 없다.

 

그렇다고 유우와 동호회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다. 당장 1기에 유우 덕분에 깨어난 아유무도 있고, 각 캐릭터 모두가 라이벌이자 동료인 멤버들에게 격려받고 빚진 부분이 있다. 스스로 완벽하진 않아도, 누군가를 통해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3개월 13화 동안 대가리 깨져가며 본 니지애니 팬덤 입장에서는 란쥬보다 동호회의 생각이 더 설득력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아유무를 대뜸 껴안고, 동호회 찾아가서 이런 표정으로 도키메키 꺄악꺄악 하던 애가

 

동호회의 상황을 알고 구심점인 유우에게 직설적인 말을 할 정도로 둘의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묘사를 보면 알겠지만, 란쥬가 동호회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굿즈 풀매수하고, 쿼츠를 초대하고, 무대를 보고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럼 팬일 뿐인 유우만 싫어하는가, 그런 것도 아니다. 어딘가의 아나타처럼 벙쪄서 말 못하는 캐릭터였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유우는 란쥬의 물음에 몇 프레임만에 대답을 하고, 란쥬 역시 유우의 뜻을 인정하고 페스에서 증명하겠다 선언한다. 이렇게 란쥬-유우 두 주인공의 대립과 갈등해소까지 1화에 모두 보여주고, 서사가 끝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더 이상 란쥬와의 대립으로 서사를 만들 것이 없다. 모든 것은 2nd 페스 때 마무리 될 테니 말이다. 그날까지 동호회는 동호회대로, 란쥬는 란쥬대로 연습하고 음악 작업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는 우리들은 서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란쥬가 동호회에 가입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란쥬는 어떻게 동호회에 들어갈까?" 하는 기대가 남아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서사가 필요하다. 즉, 유우-란쥬의 대립과 갈등은 1화에 뿌리고 1화에 다 마무리 되었을지라도, 2기 전체의 서사에서 보면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다.

 

만약, 시청자들이 란쥬를 A-RISE, Saint Snow, 서니파 같은 동호회 밖의 라이벌 포지션 캐릭터로 보고 있다면 이 뒤는 1기처럼 단일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해도 상관 없다. 그러나 란쥬가 동호회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를 자극할 인물서사가 마련되어야 한다. 

 

서사를 마련하는 것은 익숙하다. 이미 1기에서 세츠나, 아이, 리나, 카린이 들어올 때 비슷한 구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보고 감동한다거나(아이, 리나), 정말 친한 친구가 진심을 말해달라 청하거나(카린), 혹은 소중한 팬이 위로를 해주거나(세츠나) 하면 된다. 문제는 란쥬라는 캐릭터에게는 이 세 가지 모두 애매하다는 것이다.

 

일단 란쥬는 동호회의 페스티벌 영상을 보고 여기 왔다. 즉, 아이와 리나와 같은 사유로 동호회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동기가 유우의 존재로 무너진 상황이라, 진짜진짜 개쩌는 무대가 아니면 란쥬는 동호회에 가입할 명분이 없다. 친구가 진심을 다해 부탁하려 해도 (동호회 안에는) 친구가 없어서 불가능하다. 그럼 유우-세츠나 때처럼 어떤 팬이 "그렇게 필사적이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팬에게 우상이 되고 싶은 란쥬가 그런 말을 듣고 변심하는 것도, 그런 말을 들을 상황을 만드는 것도 어딘가 이상하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라면, 란쥬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마음을 쏟고 있는 캐릭터, 동시에 소중한 친구이자 팬으로 두고 싶은 시오리코가 1기에서의 엠마&유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오리코가 동호회에 가입해야 하는 서사가 또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란쥬라는 캐릭터가 꽤 오랜 시간 붕 뜨게 된다.

 

같은 신 멤버 시오리코와 미아는 학생회와 음악과(+한펜)를 통해 조연으로 등장할 여지가 있지만, 라이벌리를 형성한 란쥬는 2nd 페스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는 친구다와!" 하면서 동호회와 엮일 명분이 없다. 게다가 마지막화가 유력한 페스에서 "내가 인정하겠다와!" 하면서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때문에 란쥬의 가입은 몇 화에 걸쳐서 꾸준히 빌드업이 필요하다.

 

그럼 그 빌드업을 할 수 있는 멤버가 누구일까. 가장 쉬운 건 시오리코지만, 시오리코를 쓸 경우의 문제점은 상술했다. 적어도 시오리코가 들어오기 전까지 동호회에서 누군가가 란쥬와 엮여 프로페셔널한 란쥬에게 빈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역할은 스토리 작법에 따라 엠마 말고는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 

 


#2. 겹쳐지는 색 & 엠마

2화 요약

YG 국제학원과의 합동 라이브를 하게 된 동호회. 란쥬도 유학생이라 제의하지만 거절 당하고, 란쥬의 게릴라 라이브 소식을 들은 엠마, 카나타, 카스미, 리나가 란쥬를 미행, 란쥬와 만나 란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이터에서 란쥬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 사람, 그리고 엠마는 넷이서 함께 무대에 설 것을 제안한다.

 

2화의 핵심은 엠마, 그리고 쿼츠의 결성이다. 2화는 엠마가 서사를 이끌고, 멤버들이 이에 따르는 연출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다른 매체들에서 서포터 역할을 담당하던 엠마가, 2기 2화에서는 전면에 나온 것이다. 이는 다른 캐릭터들의 팬들에게는 이례적이고 색다른 재미로, 엠마 팬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갔을 것이라 짐작한다.

 

2기 2화는 다른 니지애니 에피소드들과 비교했을 때, 서사 중심 작법으로 쓰였다 봐도 무방하다. "란쥬가 동호회에 가입한다" 를 이루기 위한 빌드업이 2화의 주 내용이고, 란쥬가 외부의 라이벌 캐릭터가 아니라, 내부의 라이벌 캐릭터가 되기 위한 충분한 묘사를 2화에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쿼츠의 결성이란 역사가 쓰임에도 란쥬의 비중이 꽤 큰 편이었다.

 

우선 란쥬는 1화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신념을 쿼츠에게 전한다. 같은 이야기를 1화와 2화에 걸쳐 반복하는 것은 란쥬의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한편, 동시에 대립하는 캐릭터들(유우, 쿼츠)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주:4] 여기서 란쥬는 스쿨아이돌이면 스쿨아이돌답게 라이브로 자신들의 생각을 증명하고 설득하라 말한다.

 

란쥬와 헤어진 뒤, 놀이터에 앉아 란쥬의 진심에 대해 얘기하던 네 사람은 란쥬가 말한 설득을 위해 다음 라이브에 대해 의논한다. 그러던 중 1기 13화, 페스티벌에서 동호회 다같이 노래한 것으로 흘러가게 되고, 여기서 엠마가 카스미, 카나타, 리나에게 함께 무대에 서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무튼, 2화는 필요한 서사가 던져진 상황에서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인 엠마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리고 엠마가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합인 쿼츠를 주조연급 위치에 두면서 서사와 라이브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잡았다. 여기서 왜 엠마가 2화의 주인공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이것은 서사 중심 작법의 특성 때문이다.

 

서사 중심 작법에서 인물들은 도구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이야기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위해 인물들은 매우 작위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작가가 의도한 대로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인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굳이 A가 아니라 B나 C였어도 전개에 무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서사가 중심이 될 때에는 주인공에게 "왜 이 인물만이 이 서사에 녹아들고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흔히 인물의 설정, 즉 "배경" 요소로 주어지는데, 배경을 독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면 개연성을 확보하며 인물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당위성 부여", "서사와 캐릭터의 필연관계" 라고 부르는데, 쉽게 얘기해서 일종의 "운명"이라 보면 된다. 

 

란쥬의 배경에는 "1st 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을 보고 스쿨 아이돌을 하고 싶어서 홍콩에서 단기 유학을 온 유학생" 이란 설정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프로정신, 시오리코와 소꿉친구 등의 설정이 붙어 1화의 서사를 란쥬가 만들어낸 것이다. 주목할 것은 "유학생"이란 부분으로, 현 동호회의 멤버들 중 "유학생"이란 배경을 공유하는 것은 엠마 뿐이다. 즉, 란쥬에게 당장 공감하고 다가갈 운명은 엠마에게 있는 것이다.

 

이 요소를 1화의 첫 만남, 그리고 2화에서 란쥬와 대담한 후,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재차 언급하며 시청자에게 배경을 제공한다. 다만, 첫 만남의 대사는 금방 지나가버리고, 놀이터에서의 언급은 이후에 쿼츠 결성에 묻어가며 대사 하나하나를 다 복기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흘려버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텍스트만 제공하는 책과 비교하여 애니메이션은 시각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사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무언가가 바로 YG 국제학원이다. 왜 하고 많은 학교들 중 YG 국제학원일까, 세이란이나 시온은 안 되는 걸까, 상술한 "굳이 A가 아니라 B나 C였어도 전개에 무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유학생"이란 배경 설정을 가지고 와서 그 당위성과 필연관계를 보충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YG 국제학원을 통해 우르르 등장하는 유학생을 보며 란쥬와 엠마 사이의 연결고리를 직관적으로 발견하고, 이를 통해 서포트 성격이 짙은 엠마가 전면에 나서도 의문을 품지 않게 된다.

 

란쥬-엠마의 관계성이 해결되었으나,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쿼츠이다. 작품 외적으로 보면, 단순히 엠마가 소속된 유닛이니까, 2기는 유닛 스토리로 연출할 거니까 등의 말로 배경을 보충할 수 있다. 그런데 유닛에 대한 배경이 없는 상태로 2기 2화를 보게 되면 어떨까?

 

유닛에 대한 정보는 유학생과 그 결이 다르다. 엠마는 이름부터 외국인(非일본인)이고, 1기에서 스위스에서 왔다는 배경이 직접 언급되며, 2기에서 란쥬에게 "나랑 마찬가지야!" 라며 확인사살을 한다. 반면에 쿼츠에 대한 묘사는 1기와 2기 1화 전체를 통틀어도 1기 13화의 컷씬 하나가 전부였다.

 

란쥬-엠마처럼 공통점을 찾아보면, 1학년인 카스미와 리나, 3학년인 엠마와 카나타 정도가 끝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동호회의 원년 멤버인 카스미, 카나타, 엠마에 신규 멤버 리나 이렇게도 볼 수 있다. 솔직히 쿼츠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보면 이 넷의 조합은 캐릭터 요소에서 이질적인 면이 강하다. 

 

그런데 만약, 진짜 아무 이유 없이 엠마가 쿼츠라는 작품 외적인 요소 하나로 쿼츠를 구성하고 라이브를 했다면, 사람들이 2화와 3화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쿼츠가 란쥬와 엮이는 것이 작품 외적인 요소 때문이기는 하나, 단순히 엠마-란쥬의 당위성 때문에 끌려나온 부산물은 아니다. 

 

쿼츠는 엠마와 달리 란쥬와 대립하는 주인공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는 3화에서 연출과 라이브로 해설된다. 

 


#3. Sing! Song! Smile! & QU4RTZ

3화 요약

리나의 제안으로 쿼츠 네 사람의 합숙이 시작되고, 이상하리만큼 서로의 성향이 달라 합동 라이브의 고난이 예상되었다. 그러다 유우의 고민에 공감하며 서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각자의 매력을 아우르는 무대, 《ENJOY IT!》을 완성해낸다.

 

3화는 쿼츠 입장에서 라이브에만 집중하면 충분했던 화로, 특별히 쿼츠에게 서사가 부여되지 않았다.[각주:5] 다만, 2화에 걸쳐 에피소드를 분배받은 터라, 3화에서 녹여내야 할 서사가 적었던 것 뿐이지, 완전히 메인 서사(란쥬 설득하기)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쿼츠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는데, 개성 강한 네 사람이 모인 터라 조화가 애매한 모습을 계속 비춰준다. 무대 연출, 의상, 합숙 특훈의 일환으로 실행한 미니게임 등 꾸준히 합이 맞질 않는다. 그러던 중 유우의 고민에 대해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본인들 역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발견한다.

 

이후 성공적으로 무대를 성공하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유닛으로의 자극을 주며 DD, 아즈나의 결성에 약간의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쿼츠는 마무리 된다.

 

쿼츠는 란쥬와 직접적으로 상반되는 유닛으로, 작품 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시청자가 품을 수 있는 의문[각주:6] 을 3화에서 풀어냈다. 엠마-란쥬처럼 직관적인 대사와 추가 인물이 쓰이진 않았지만, 쿼츠의 유닛 특성과 3화에서 쓰인 연출들을 보면 란쥬와 대척점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당장 란쥬 스스로가 쿼츠의 무대를 보고 "나는 따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무대" 임을 인정한다. 동호회에 가입하겠다고 뜻을 굽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 뒤에 따라 붙는 "하지만..."의 의미는 아마 "(실력은 인정)하지만 동호회에 들어가지는 않겠다." 인 것으로 보인다. 즉, 란쥬는 쿼츠와 달리 개성이 강한 혼자로 남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똑같이 개성 강한 쿼츠(카스미, 리나, 카나타, 엠마)와 란쥬가 상반된 선택을 하고, 전혀 다른 무대를 꾸미는 것이 쿼츠가 란쥬와 엮이는 이유이다.

  

2화에서 란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동호회와는 다른 "솔로 활동"을 하겠다고 쿼츠에게 말했다. 반면에 쿼츠는 사소한 질문 하나 일치하지 않을 만큼 개성 강한 솔로였던 네 사람이 "유닛"이 되었다. 리나의 대사에서 드러나듯, 쿼츠에게 강조되는 신념은 "함께" 이다.

 

2화에서 란쥬의 신념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은 대립하는 캐릭터들을 강조하는 것도 있다 말했는데, 란쥬-엠마의 필연관계에 이어서 란쥬-쿼츠 역시 상반된 요소로 필연관계를 맺고 있다. 바로 "혼자"와 "함께"이다. 엠마가 란쥬를 설득할 때도 중심이 된 말은 "함께하면 더 좋을 것이다"로, 홀로 외롭게 있는 란쥬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였다.[각주:7]  

 

여기서 "함께"가 갖는 특성을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핵심, 음악으로 갖고 오면 "화음"이다. "개성 강한 솔로들이 모여서 홀로 활동하려는 란쥬를 설득한다" 라는 서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DD나 아즈나보다 쿼츠에게 어울린다. 작품 외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적어도 "엠마가 쿼츠니까" 라는 단편적인 배경이 아니라, "음악 매체로써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유닛은 쿼츠이다" 라는 좀 더 강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런 작품외적 특성을 최대한 작품 안에 녹인 장면이 라이브다. 노래 시작부터 화음을 쌓고, 후렴 전에 박수로 관중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홀로 고고히 무대를 꾸미는 란쥬에게 "멤버, 유닛, 그리고 팬들까지 함께 만드는 무대"를 보여준 것이다.

 

요약하면, 쿼츠가 란쥬와 엮이는 것은 솔로를 고집하는 란쥬와 대척점에 세우기 가장 좋은 유닛이 쿼츠이기 때문이다. 화음이 노래의 정체성이라는 작품 외적인 특성, 엠마와 란쥬의 필연적 관계, 그리고 그것을 라이브 연출로 보여줄 수 있는 여건까지, 이 3박자가 맞물리며 역대급 3화이자 유닛 에피소드가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있는 것은 쿼츠 네 사람이 처음 만날 때이다. 과정과 결과가 다른 모든 요소를 씹어먹을 만큼 훌륭했기에 팬의 입장에서는 아무렴 어떤가 하지만, 서사를 해체해보면 이 네 사람이 만나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서사가 중심에 있을 때 인물들은 "당위성, 필연적 관계, 운명" 으로 엮인다고 했는데, 이것이 쿼츠의 음악적 본질이라는 작품 외적인 요소에서 떨어뜨리고 보면, 작품 내적으로는 "우연"으로 치부하는 게 빈틈이 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사건과 연출이 정확히 맞물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건 어디까지나 우연의 영역에 의존하는 게 옳다.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었다면, 카스미가 정찰 목적으로 란쥬의 라이브를 스토킹한다거나, 엠마가 마침 시간이 비는 셋에게 함께 보러가자고 부탁하거나 하는 등의 연출이 있어야겠지만, 그거나 지금의 우연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비슷비슷하다.

 

다만, 러브라이브의 오랜 팬으로서, 그리고 니지가사키의 발표와 결성 등 그 역사를 모두 봐왔던 입장에서 쿼츠가 "우연"으로 만난 것도 연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진짜 억측이겠지만, 쿼츠가 현실에서 결성될 때도 사실상 우연이었다. 당시에 나온 유닛 후보 목록인데, 카나타엠마는 모든 후보에 서로 붙어있다. 즉, 공식 입장에서 카나엠마 조합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 것이다. 공식이 배정을 이렇게 한 것이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겹쳐서 카나엠마는 뭐가 뽑혀도 같이 한다는 게 시작부터 정해졌다.

 

이 뒤에 겹친 우연은 D의 조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뽑히기는 E가 뽑혔는데, 9위를 D가 했다. 즉, 아이카린 조합을 원하는 사람 거의 대다수가 E를 뽑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투표결과를 보면 카린세츠의 FG는 5, 6위를, 카나엠마 HI는 4, 7위를 하면서 표가 좀 갈렸다. 

 

그리고 2등한 조합은 B였는데, 그때 반응은 "B가 더 좋다" 였다. 캐릭터성이 짙은 카스리나, 멋있는 이미지의 카린아이세츠, 온화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뽀무시즈카나엠마, 이렇게 세 유닛이 캐릭터 조화가 잘 된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실제로 뽑힌 E는 멋있는 이미지의 DD, 정통파 아이돌 이미지의 아즈나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개성파들에게 고통받는 엠마라는 느낌이 강한 쿼츠였다. 당시에 미디어믹스가 몇 없어서 리나는 도키피포, 카스미는 하라구로, 카나타는 잠탱이 이미지만 있던 때였고, 엠마는 캐릭터성 자체가 약했다.

 

그래서 당시에 쿼츠는 전파곡이 나올 거란 얘기가 많았고, 듀오-트리오 뽑고 나니까 남는 게 쿼츠였다는 투표 후기글도 많았다. 사실 지금의 쿼츠를 기대하고 투표한 사람이 거의 없던 게 니지 유닛 투표였다.

 

이런 뇌피셜 과거 얘기까지 꺼내면서 쿼츠의 만남이 우연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의 쿼츠가 있어서 러브라이브의 음악 장르가 넓어지고, 동시에 니지애니 2기 1~3화가 역대급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D. NEO SKY, NEO MAP! & 유우

울었다.


▶ 작성 : 양털책갈피

▶ 자문 : 연극작가 Y씨 / 아이돌팬 P씨 / 직장동료 R씨

 


 

  1. 물론 극의 후반에 가면 단순히 "아이돌이 좋아서"라는 동기가 전면에 나오면서 목표 설정이 인물 중심으로 바뀌긴 한다. [본문으로]
  2. 럽윙벨 에피소드 [본문으로]
  3. 스쿨아이돌 페스티벌 2nd 개최 [본문으로]
  4. 이 상반된 강조 연출은 3화에서 풀리게 된다. [본문으로]
  5. 대신 서사는 유우에게 부여되었다. [본문으로]
  6. 왜 쿼츠가 란쥬와 엮이는가 [본문으로]
  7. 이것은 진심을 보이지 않고 혼자 동떨어져 있던 카린과의 에피소드와도 같은 맥락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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