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후,
― 조용한 분위기의 홀
― 평소처럼 불이 켜진 프론트바
메이 「〔프론트바 자리에 앉아 빈 술잔만 만지작〕」 기웃기웃
― 잠시 후, 프론트바로 들어오는 바텐더 복장의 시키
메이 「아, 안녕.」 어색
시키 「응. 와줘서 고마워.」
메이 「고마울 것까지야…」
― 나츠미 『그건요, 부탁이 아니라 『약속』이랍니다~?』
메이 「와카나 씨랑… 약속했으니까. 비오면, 온다고.」
시키 「그랬구나. 몰랐어.」
메이 「뭔 소리야! 목요일에 네가 먼저…! 아니다, 됐어.」
시키 「농담이야. 한 잔 더?」
메이 「응.」 끄덕
시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줘」 찰칵, 샤칵
― 블루베리 상그리아를 만들어 건네는 시키
―『〔홀 무대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디리링~
메이 「?」 홀 힐끔
시키 「자, 여기.」 달칵
메이 「아, 고마워.」 찰그랑-
― 홀 무대, 기타를 치는 어느 웨이터
― 박수와 환호로 호응하는 몇몇 손님들
메이 「…….」 빤히-
시키 「보고 싶으면 홀에서 봐도 돼.」
메이 「아, 괜찮아. 그냥 이런 느낌의 가게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조용히 술만 마시고 가는 곳인 줄 알았어서. 신기하다고 할까?」
시키 「오픈 했을 때는 그랬어. 그 뒤에 점장이 바뀌면서, 지금 보는 것처럼. 두 달에 한 번이지만. 오히려 행사 때마다 할 일만 많을 뿐.」
메이 「일 많은 건 조금 별로네.」
시키 「그래도 재밌어. 손님 모으기도 좋고. 다들 잘 들어주고, 호응도 잘 해주니까.」
메이 「그, 보기보다 노래하는 거 좋아하나 봐?」
시키 「아니.」
메이 「에, 그럼 왜…?」 흠칫
시키 「월급 많이 주니까.」 브이-
메이 「얼마나 받길래?」
시키 「Secret.」
메이 「…그래, 나보단 많이 받겠지.」 피식
시키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이 일만 해도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정도. 어려운 일도 아니고.」
메이 「(딱 봐도 어려워 보이는데…)」 꼴깍꼴깍-
시키 「…어땠어?」
메이 「응? 아, 맛있어. 평소처럼.」
시키 「…응. 다행이네.」
메이 「저기, 있잖아.」
시키 「응?」
메이 「얘기 듣다보니까 궁금해진 건데, 와카나 씨는 왜 바텐더가 된 거야?」
시키 「…그러게.」
메이 「혹시 민감한 얘기는 아니지?」 눈치눈치
시키 「그런 건 아니야. 대학생 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느낌이라서.」
메이 「아, 역시 대학 다녔었구나. 어디야?」
시키 「공대.」
메이 「공대?」
시키 「이것저것 만들고 관찰하고 실험하는 거 좋아했거든. 자세한 건 여기까지.」
메이 「헤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어? 꽤 적성에 맞는 거 아니야?」
시키 「?」 갸웃
메이 「바텐더 말이야. 손님들 관찰하고, 칵테일도 만들고. 안 그래?」
시키 「아- 그런 의미. 이해했어.」 끄덕
메이 「적성 잘 찾아갔네.」 피식
시키 「요네메 씨는?」
메이 「에? 나?」
시키 「응.」
메이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거라…」
시키 「그럼 공무원은 어떤 이유로 시작한 거야?」
메이 「뭐- 남들이랑 비슷해. 졸업은 했는데, 돈은 벌고 싶고… 막연하게 살다보니까 이렇게 됐어.」
시키 「나는,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요네메 씨랑 지금 일.」
메이 「그런가? 하긴, 아직도 안 그만두고 있으니까. 진짜 싫었으면 금방 관뒀겠지.」
시키 「…술 말고」
메이 「?」
시키 「노래는 어땠어?」
메이 「어? …아! 그럼 아까 물은 게…」 민망
시키 「보기보다 요네메 씨는 둔하구나?」
메이 「둔하다고 할 것까지는…」 삐쭉
― 시키 『…♪』 싱긋
메이 「잘… 하더라. 응, 잘 들었어.」
시키 「그래? 그럼 됐어. 고마워.」 후훗
메이 「얘기 나와서 말인데, 그 옷 있잖아. 까만 옷.」
시키 「노래할 때 입었던 옷?」
메이 「응. 그 옷. 어울리던데, 평소에도 그 옷 입고 일하는 게 낫지 않아?」
시키 「그건 안 돼.」
메이 「에. 그, 그렇구나.」 뻘쭘
시키 「동료들도 자주 얘기했던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와카나는 어깨랑 목선이 예뻐서 셔츠로 가리고 있기 아깝다 그랬거든.」
메이 「이유가 구체적이네.」 흠칫
시키 「참견하는 것 같아도, 다들 열정이 있어서 이것저것 건의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아. 화도 점장이 화냈고.」
메이 「점장이 왜?」
시키 「가게 이미지랑 안 어울린대. 우린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라면서.」
메이 「얘기 듣고 보니까, 역시 지금 그 옷이 낫다.」 끄덕
시키 「…후훗.」 피식
메이 「뭐야, 왜 웃어?」
시키 「요네메 씨가 처음이라서.」
메이 「처음? 뭐가?」
시키 「바텐더복이 더 좋다고 말한 사람. 지금까지 다른 손님들은 전부 블라우스가 더 좋다 그랬거든.」
메이 「그, 그래?」
시키 「아무래도 섹시한 옷이 더 예뻐보이긴 하니까.」
메이 「(…솔직히 나도 그쪽이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긁적
시키 「꼭 여자친구 미니스커트 못 입게 하는 것 같았어.」
메이 「이상한 소리하지 마!」 쾅- 덜컹!
―『거기, 두 사람!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요?』 마이크 On
― 무대 위, 마이크를 들고 선 나츠미
메이 「!」 깜짝
시키 「Sorry~ 손님이 조금 취하셔서.」 기웃-
나츠미 『정말이지, 모처럼 노래하려는데.』 뿌뿌-
― ♬, ♬, ♩~
― 나츠미 『그럼 시작할게요~!!』 냐하!
시키 「오늘은 조금만 더 조용히.」 쉿
메이 「미, 미안.」
시키 「나야말로. 조금 놀리고 싶어서 괜한 말을 했어.」
메이 「소란 피운 건 난데 왜 와카나 씨가…」 머쓱
― 나츠미 『Eye Eye Eye를 주세요~ 너의 미소를 더욱 더~』
― 노래하는 나츠미를 바라보는 두 사람
메이 「그런데 행사는 아까 끝난 거 아니었어?」
시키 「그건 오늘 가게에서 준비한 본 공연. 그 뒤로는 아무나 노래할 수 있어. 악기만 잠깐 만져도 되고. 요네메 씨도 나가 볼래?」
메이 「하아-?」
시키 「오늘 옷도 귀엽고, 머리도 풀고 왔으니까. 인기 많을 거야.」
메이 「됐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안 좋아하고… 너처럼 스타일 좋은 편도 아닌데.」 벌컥벌컥, 쨍-
시키 「요네메 씨도 귀여운데?」 후훗
메이 「싫다고.」 째릿
시키 「…빈 잔, 치워줄게.」 달그락
메이 「응. 고마워.」
시키 「한 잔 더 할래?」
메이 「…아니.」
시키 「화난 거야?」
메이 「화가 나긴 왜 화가 나. 평범한 지갑 걱정이야.」
시키 「그럼 이건 서비스.」 찰칵, 샤카샤카
메이 「갑자기?」
시키 「응. 모처럼이니까. 조금만 더 즐기다 가. 다른 손님들한테는 비밀.」 달그락-
― 메이 앞에 놓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칵테일
시키 「신 메뉴야.」
메이 「신 메뉴?」
시키 「감상 부탁할게. 꽤 독하니까, 조심해.」
메이 「…? 독하다더니, 과일주스 같은데?」 달칵-
시키 「그래서 조심하란 거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하기 쉬우니까.」
메이 「그런 위험한 걸 이렇게 줘도 돼?」
시키 「내가 보고 있잖아. 걱정하지 마.」 싱긋
메이 「뭔 소리야, 진짜… 맛있긴 맛있네.」 꼴깍꼴깍
시키 「맛있다니 다행이네.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이 냈거든.」
메이 「다른 사람? 누군데?」
― 나츠미 『감사합니다~!!』 바이바이-
시키 「방금 노래 부른 저 사람.」
메이 「저 사람이랑은 이래저래 얽히는 게 많네.」 떨떠름
시키 「요네메 씨를 가게에 데려온 것도 오니츠카였으니까.」
메이 「…와카나 씨는, 저 사람이랑 친해?」
시키 「아마도 직원들 중에 가장. 같이 일한지 오래 됐거든.」
메이 「서로… 이름으로 부르거나 해?」
시키 「둘만 있을 때는. 사람들 앞에서는 평범하게 부르고. 와카나, 오니츠카. 이렇게.」
메이 「그래? 흐응-」 싱숭생숭
시키 「신경 쓰여?」
메이 「어? 그게…」
시키 「오니츠카 씨.」
메이 「에이, 저런 꼬맹이를 누가 신경 쓰인다고…」 흥칫
시키 「그럼, 신경쓰인다는 건 내 얘기야?」
메이 「읏-!! 신경 쓰인다고 말한 적 없어!」
시키 「지금 말했네?」 후훗
메이 「적당히 해!」
시키 「알았어, 알았어.」
메이 「…….」
시키 「…….」
메이 「…있잖아.」
시키 「응.」
메이 「와카나 씨는… 있어?」
시키 「…있어.」
메이 「그래? 그렇구나.」
시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거야.」
메이 「…다 알면서.」 중얼
시키 「…요네메 씨가 신경 쓰는 그 사람은, 정확히 어떤 사람이야?」
메이 「?!」 움찔
시키 「항상 그 사람 얘기는 하는데,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 건 없어서. 자세하게 얘기하면, 어드바이스, 해줄게.」
메이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
시키 「이틀 전에도 얘기했어.」
메이 「아닌데…」
시키 「구청에 후배 씨, 아니야?」
메이 「하? 에이, 걔는 그냥 애야, 애.」 (키나코 : 너무 함다!)
시키 「그래? 올 때마다 얘기해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어.」
메이 「일하는 게 서투니까 챙겨주고 그런 거 뿐이라고. 할 얘기도 딱히 없어서 그랬던 거고.」
시키 「혼자 착각했네.」
메이 「…그래도.」
시키 「응?」
메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야.」
시키 「어떤 사람이야?」
메이 「…나도 몰라.」
―『Bar는 처음?』
메이 「알게 된지도 얼마 안 됐고…」
―『오늘, 힘든 일은 없었어?』
―『당신처럼 멋진 사람이 자리에 있다면, 난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해. 믿을 수 있으니까.』
메이 「상냥한 것 같긴 한데…」
―『눈매가 사나워서 조금 무섭지만.』
메이 「약간… 짓궂은 면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사람들 있어. 타인을 칭찬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진지하게 어떤 칭찬을 해줄까, 고민하잖아. 서툴어도 역시 요네메 씨는 사려깊고 좋은 사람이야.』
메이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엄청 잘 아는 것 같고… 나도 나를 모르는데…」
―『처음으로 싹튼 마음을 바라보고 있어-』
―『Glass Ball Rejection.』
메이 「그리고… 멋있어. 진짜.」
―『직원들의 풀네임은 비밀. 가게에서 쓸 수 있는 호칭은 여기.』
메이 「…근데 아직 이름도 몰라.」
시키 「…귀찮은 사랑이네. 그런 사람한테 빠지면 피곤할 텐데.」
메이 「…그러게.」
시키 「…….」
메이 「저기… 해줄 말, 없어? 알려주면 어드바이스 해준다며.」
시키 「없을지도.」
메이 「그래… 아쉽네.」
시키 「…생일은 6월 17일.」
메이 「?!」 깜짝
시키 「혈액형은 B형. 혼자 캠핑 다니는 게 취미. 좋아하는 건 사슴벌레. 이름은-」 스윽
― 몸을 내밀어 메이의 귓가에 닿는 시키
시키 「…와카나 시키.」 속닥
메이 「와카나, 시ㅋ…『쉿.』
― 오른손 검지 끝으로 메이의 입술을 누르는 시키
시키 「지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 톡, 살짝-
메이 「…으, 응.」 끄덕
시키 「요네메 씨의 이름은, 오늘이 지나면 알려줘.」
메이 「오늘?」
시키 「응. 열두 시에 가게를 닫으니까.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 다음에. 」 달그락
― 빈 유리잔에 탄산수를 채워 메이를 향해 기울이는 시키
시키 「지금은, 조용히. 가볍게.」 스윽-
메이 「…알았어.」 째앵-
시키 「받아줘서 고마워, 요네메 씨.」 싱긋
'리에라 장편 > Bar.비타서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나코「첫사랑을 주세요。」-1- (0) | 2023.10.02 |
---|---|
[해설편] 【그대 눈동자에 건배。】 : 메이킹 필름 (0) | 2023.05.14 |
시키「그대 눈동자에 건배。」-4- (0) | 2023.04.11 |
시키「그대 눈동자에 건배。」-3- (0) | 2023.04.07 |
시키「그대 눈동자에 건배。」-2- (0) | 2023.04.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