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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라 장편/Bar.비타서머

시키「그대 눈동자에 건배。」-3-

by 양털책갈피 2023. 4. 7.

나츠미 「펑키 코코넛? 무슨 뜻이에요?」

 

시키 「나도 몰라.」

 

나츠미 「좀 더 강한 이름은 어때요? 크레이지 코코넛, 이런 거?」

 

시키 「레이디 킬러 같은 이름이라 별로.」

※ 레이디 킬러 :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해 취하기 쉬운 술.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스크류 드라이버 등등

 

나츠미 「컨셉을 그렇게 잡으면 나쁘지 않은데요? 도수 세게 해서 만들어 봐요.」 꼴깍꼴깍

 

시키 「생각해볼게.」

 

나츠미 「♪~♬」 꼴깍꼴깍

 

시키 「…나츠미 쨩. 아까 얘기한 손님 말인데.」

 

나츠미 「냐하?」

 

시키 「힘든 일이 있거나 피곤할 때마다 여기 와준다면, 나는 그 사람이 고생하길 바라는 나쁜 사람인 걸까.」

 

나츠미 「갑자기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 하지 말아줄래요?」

 

시키 「그래. 알았어.」

 

나츠미 「…뭐, 시키도 알겠지만. 아니, 바텐더니까 저보다 잘 알겠지만.」

 

시키 「?」

 

나츠미 「바에 처음 한두 번 오는 사람들은 다 지치고 답답한 사람들일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기분 좋은 날에도,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건-」 스윽

 

― 잔을 들어올리고 시키를 바라보는 나츠미

 

시키 「…?」

 

나츠미 「에이, 눈치없긴. 쨘!」

 

시키 「…아.」

 

― 유리잔에 탄산수를 채우고 건배를 받아주는 시키

―『달그락, 째앵-』

 

나츠미 「바텐더와 맛있는 술 덕분 아니겠어요? 손님을 부르는 마지막 몫은 시키의 몫이란 거죠.」 엣헴

 

시키 「…….」

 

나츠미 「읏차, 이건 점장한테 얘기해서 메뉴판에 추가하라 할게요~」 폴짝

 

시키 「응. 고마워.」

 

나츠미 「그럼 다시 홍보하러… 아, 계산. 얼마예요?」

 

시키 「29,800 엔.」

 

나츠미 「묘하게 현실감 있는 액수 부르지 마요!」 식겁했네

 

 

― 메이의 집. 잠들기 전, 고양이 유튜브를 보고 있는 메이

―『띠로링~♪』

 

메이 「(아, 사쿠라코지다)」 Line

 

― 키나코 『요네메 씨!! 무사히 잘 들어가셨슴까 ㅇㅅㅇ ???』

 

메이 「〔답장 중〕」 터치터치

 

― 메이 『응.』

― 키나코 『다행임다!! >ヮ<』

― 키나코 『중간에 가다 쓰러진 건 아닌가 걱정했슴다!』

 

메이 「…….」

 

―「입꼬리, 올라갔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좋은 사람, 아니야?」

―「그쪽이 인정하는 동료라면 똑같이 괜찮은 사람일 테니까.」

 

메이 「…그래, 일이야 배우면 되는 건데.」 피식

 

― 메이 『사쿠라코지도 잘 들어갔어?』

― 키나코 『네!!』 하이슷!

― 키나코 『그럼 “내일” 뵙겠슴다!!』

 

메이 「…응?」 싱긋..?

 

― 메이 『내일 토요일인데?』

― 키나코 『내일 요네메 씨랑 저 당직임다. 설마 했는데 진짜 잊고 계셨슴까?』

 

메이 「…….」

 

 

▶ 다음날(토요일) 점심시간,

 

― 당직 근무 중인 메이키나

 

키나코 「오전에 아무도 안 왔고, 별 일 없을 것 같슴다.」

 

메이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키나코 「저, 당직은 처음이라 오히려 재밌슴다! 당직이면 보통 어떤 일 있슴까?」

 

메이 「…그러게. 생각해보니 별 일 없네. 오는 사람들도 어디 기업에서 온다거나, 법원이라거나, 그런 일이라 막 대하는 사람도 없고.」

 

키나코 「헤에- 매일매일 이랬으면 좋겠슴다.」

 

메이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난 주말 출근 싫다고.」

 

키나코 「에헤헤- 그건 그렇슴다.」

 

메이 「됐고, 사쿠라코지 먼저 밥 먹고 와. 둘이 같이 자리 비우면 안 되니까.」

 

키나코 「아, 저 빵 가져왔슴다! 여기서 먹어도 되는검다!」 부스럭

 

메이 「아. 진짜?」

 

― 가방에서 커다란 바게트빵과 생크림을 꺼내는 키나코

 

키나코 「그, 저기, 요네메 씨? 괜찮다면 같이 어떻슴까? 칼이랑 포크랑 다 있는데…」 헤헤

 

메이 「…그래도 돼?」

 

키나코 「완전- 완전 그래도 됨다! 아니면 다 드셔도 됨다!」 활-짝

 

메이 「너도 먹어야지, 뭔 소리야.」

 

키나코 「에헤헤-」 뒷머리 긁적긁적

 

메이 「혹시 모르니까, 데스크 말고 안쪽에서 먹자.」 드르륵

 

키나코 「네!」 하이슷!

 

― 민원데스크 뒤, 간이 휴게실에서 바게트빵을 먹는 메이키나

 

메이 「직접 만든거야?」 오물오물

 

키나코 「아침에 사온검다.」 슥슥-

 

메이 「헤에- 맛있네.」

 

키나코 「후후-」 왠지 뿌듯

 

― 한 조각 크게 잘라 먹는 키나코

― 스틱커피 마시는 메이

 

키나코 「…그보다 요네메 씨.」

 

메이 「응?」

 

키나코 「혹시 어제 술 약속 있었슴까?」

 

메이 「어? 아, 티 많이 나?」 머쓱

 

키나코 「그냥 찔러 본 검다. 티는 안 남다.」 헤헷

 

메이 「…그렇냐.」

 

키나코 「뭐랄까, 어제 퇴근할 때 좋은 일 있나 싶었슴다.」

 

메이 「그 정도였어?」

 

키나코 「네!」 하이슷!

 

메이 「…자중해야겠네.」

 

키나코 「그래서 누구랑 마신 검까?」

 

메이 「누구랑 마신 건 아니고, 그냥…」 멈칫

 

키나코 「?」 갸웃

 

메이 「…그러게. 굳이 따지면 혼자 마신 거네.」

 

키나코 「아, 집에서 혼술하는 것도 재밌으니까 저는 이해함다.」

 

메이 「그, 그렇게 궁상 맞은 거 아니야!」

 

키나코 「그러면 멈까?」 갸웃

 

메이 「…있어. 아무튼.」

 

키나코 「에이, 재미없슴다.」

 

메이 「사쿠라코지, 어째 점점 말 편하게 한다?」

 

키나코 「죄, 죄송함다!!」

 

 

▶ 다음주 금요일

 

― Bar.비타서머

― 블루베리 상그리아를 마시는 메이, 메이를 응대하는 시키

 

메이 「-라는 일이 있었어. 걔도 참 웃기지?」

 

시키 「응. 귀여운 후배 씨네. 그리고 역시 좋은 사람이란 느낌. 그 뒤에는?」

 

메이 「그냥 장난이라고 말했지. 그래도 풀죽어 있길래 과자도 좀 주고.」

 

시키 「먹을 걸로 길들이는구나?」

 

메이 「길들인다니… 적당히 챙겨주는 거야. 혼을 더 많이 내긴 하지만…」

 

시키 「가끔은 칭찬도 해줘. 요네메 씨 잘 따르는 것 같으니까.」

 

메이 「칭찬은 딱히…」 떨떠름

 

시키 「칭찬해주면 좋아할 거야.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고 싶어하고, 게다가 직속 선배의 칭찬은 더 그렇고.」

 

메이 「그건 그런데, 내가 칭찬을 잘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아니, 말이 좀 이상한데, 칭찬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횡설수설

 

시키 「…어렵구나?」

 

메이 「어?」 깜짝

 

시키 「그런 사람들 있어. 타인을 칭찬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나도 처음에 그랬거든.」

 

메이 「진짜…?」

 

시키 「응. 옛날에는 손님들이 자주 말했어. 와카나 씨는 대답이 건성이다. 그래서 그 뒤로 연습했어. 어떤 얘기를 해줄까. 어떤 말을 들으면 좋아할까.」

 

― 언더바에서 메모지 한 장과 볼펜을 꺼내는 시키

 

시키 「그때 내린 결론이 칭찬이었어. 손님의 장점을 찾아서, 당신의 그런 점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거야.」 스윽-

 

메이 「…? 이건 왜?」 메모지와 볼펜을 받는 메이

 

시키 「오늘의 숙제. 거기에 요네메 씨 후배의 칭찬할 점 하나를 적어줘.」

 

메이 「에에…」

 

시키 「어서.」

 

메이 「이런 거 잘 못한다니까 그러네…」 끄응

 

― 볼펜을 들고 고민하는 메이

 

메이 「으음… 나쁜 애는 아닌데 칭찬할 게…」 메모지 톡톡-

 

시키 「…….」 빤히-

 

메이 「(내가 이렇게 매정한 사람이었나…)」 괜히 의기소침

 

시키 「…역시 요네메 씨는 상냥하구나?」

 

메이 「가, 갑자기 뭔 소리야?」 흠칫

 

시키 「진지하게 어떤 칭찬을 해줄까, 고민하잖아. 서툴어도 역시 요네메 씨는 사려깊고 좋은 사람이야.」 싱긋

 

메이 「뭐야, 그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화끈

 

시키 「어때? 칭찬, 이렇게 하면 돼.」

 

메이 「…뭐래.」 벌컥벌컥

 

시키 「사소한 것도 좋고, 요네메 씨가 없는 말을 꾸며도 괜찮아. 하면서 늘면 되니까.」

 

메이 「…그, 아무리 생각해도.」

 

시키 「?」

 

메이 「밥… 잘 먹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시키 「…편식 안 하네?」

 

메이 「아, 그렇구나.」 끄적끄적

 

시키 「다음주에 만나면 꼭 해줘.」

 

 

― 월요일

― 구내식당, 점심 먹는 메이키나

 

메이 「…사쿠라코지는.」

 

키나코 「?」 오물오물

 

메이 「편식, 안 하네?」

 

키나코 「뭐든 안 가리고 잘 먹긴 함다.」

 

메이 「어, 으, 응. 그, 보기 좋네. 어.」

 

키나코 「에헤헤- 그렇슴까?」

 

 

― 화요일

 

메이 「사쿠라코지.」

 

키나코 「네!」

 

메이 「대답, 기운차네. 응.」

 

키나코 「네?」 ㅇㅅㅇ?

 

 

― 수요일

 

메이 「그- 사쿠라코지?」

 

키나코 「네?」

 

메이 「자리 정리했어?」

 

키나코 「아, 네! 아침에 물티슈로 모니터랑 책상이랑 닦았슴다!」

 

메이 「으, 응. 잘… 했네. 응.」

 

키나코 「…….」 눈 깜빡깜빡

 

 

― 목요일, 퇴근 준비 중인 메이키나

 

키나코 「요네메 씨.」

 

메이 「응? 왜?」 주섬주섬

 

키나코 「요즘에 좋은 일 있으심까?」

 

메이 「좋은 일? 아니, 없는데?」

 

키나코 「그렇슴까.」 후무후무

 

메이 「그건 왜?」

 

키나코 「아, 그냥 좋은 일 있으신 것 같아서 물어봤슴다. 오늘도 수고하셨슴다.」 꾸벅-

 

메이 「응, 너도. …아, 맞다. 사쿠라코지.」

 

키나코 「네?」 멈칫

 

메이 「나 내일 대체휴무라서 안 나온다.」

 

키나코 「아, 얘기 들었슴다. 알겠슴다!」

 

메이 「나 없어도 할 수 있지? 이제 일 잘하잖아.」

 

키나코 「아, 네!!」

 

메이 「그럼 다음주에 보자. 수고하고-」

 

키나코 「네!!」 하이슷~

 

― 퇴근길의 메이

 

메이 「(…아. 아까 그게 그거구나. 사쿠라코지한테 일 잘한다고 말한 건 처음인가?)」

 

메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나왔네.」

 

메이 「…….」 곰곰

 

― 잠시후, Bar.비타서머 앞

 

메이 「자랑이라 해야 하나, 보고라고 해야 하나…」 끄응

 

메이 「…에이, 신경 쓰면 더 이상한 거야! 그냥 올 수도 있지!!」 성큼성큼

 

 

시키 「다행이네.」 히죽

 

메이 「뭐야, 그 표정? 놀리는 거야?」

 

시키 「아니. 진짜로 할 줄은 몰랐거든.」

 

메이 「네가 하라며!」 버럭

 

시키 「쉿.」

 

메이 「아, 미안…」 쭈굴

 

시키 「소감은 어때? 후배 씨 반응 말고, 요네메 씨의 소감.」

 

메이 「…낯간지러웠어.」

 

시키 「연습하면 오늘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앞으로도 열심히 해줘.」

 

메이 「생각해보고…」 홀짝-

 

시키 「…내일, 출근 안 하면 뭐해?」

 

메이 「내일? 아마- 그냥 집에 있을 걸?」

 

시키 「그렇구나.」

 

메이 「그건… 왜?」 슬쩍

 

시키 「내일 가게 쉬거든. 준비할 게 있어서.」

 

메이 「그, 그래? 난 또 뭐라고…」 멋쩍

 

시키 「…요네메 씨.」

 

메이 「응?」

 

시키 「이번 토요일에, 가게에 행사가 있어. 나도 그날은 출근하고. 괜찮으면 와 줘.」

 

메이 「아… 그, 미안.」

 

시키 「에?」 깜짝

 

메이 「나 토요일에 산불예방 근무라…」

 

시키 「…그렇구나.」

 

메이 「…그, 혹시라도.」

 

시키 「?」

 

메이 「비 오면…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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