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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라 장편/Bar.비타서머

키나코「첫사랑을 주세요。」-4-

by 양털책갈피 2023. 10. 19.

▶ 근처 편의점

 

― 주차방지턱에 앉은 키나코와 시키

― 캔커피 하나씩 마시는 중

 

키나코 「마땅히 갈 곳이 없을 줄은 몰랐슴다.」

 

시키 「그러게.」

 

키나코 「그래도 5월이라 막 춥진 않슴다.」 헤헤

 

시키 「응.」

 

키나코 「암튼 늦은 시간에 죄송함다.」 꾸벅-

 

시키 「아니야, 나야말로. 내가 낮에 깨어있으면 편했을 일인데.」

 

키나코 「낮에는 제가 출근함다.」

 

시키 「아, 그렇구나.」

 

키나코 「그래도 내일… 아, 오늘은 토요일이라 안 함다.」

 

시키 「…그렇네.」

 

키나코 「…뭔가 말임다. 둘 다 피곤해서 생각이랑 말이랑 따로 노는 것 같슴다. 와카나 씨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괜히 나온게 아임다.」

 

시키 「칭찬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키나코 「칭찬임다.」 하잇스

 

시키 「고마워. 사쿠라코지 씨는 말재간이 좋네?」

 

키나코 「후후- 요네메 씨도 살살 꼬신 사람이 바로 키나… 저임다.」 슷슷

 

시키 「…….」 흐음

 

키나코 「아, 요네메 씨 꼬신 적 없슴다! 그냥 옆자리라 친해졌다는 뜻임다!!!」 슷들짝

 

시키 「알아. 내가 요네메 씨한테 듣던 거랑 달라서 그래.」 피식

 

키나코 「슷?」 갸웃

 

시키 「항상 얼어 있다고 그랬거든. 표정도 딱딱하고, 뜬금 없는 말도 자주 하고, 말투도 특이하고.」

 

키나코 「에이, 그것도 다 옛날 일임다~」 헤헤

 

시키 「…살살 기어오르는 구석도 있다고 했고.」

 

키나코 「요네메 씨 키나코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검까?!」 충격

 

시키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전반적으로 서툴긴 해도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랬어.」

 

키나코 「후웅-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슴다.」 뿌꾸

 

시키 「그보다 요네메 씨 얘기만 해도 괜찮아? 오니츠카가 궁금한 거 아니었어?」

 

키나코 「아, 그건 맞는데… 막상 입을 떼려니 잘 안 됨다. 또 와카나 씨한테 물어봤다고 하면 기분 나빠할 것도 같고…」 긁적

 

시키 「괜찮아. 관심 있는 사람과 친한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일은 흔하거든. 너무 사적인 얘기면, 내가 사양하면 되고. 편하게 얘기해.」 싱긋

 

키나코 「네!」 하잇스

 

시키 「아, 잠깐 한 가지 더. 미리 얘기해줄 게 있어.」

 

키나코 「에, 뭠까?」

 

시키 「가게 안에서는, 사쿠라코지 씨가 오니츠카에게 다가가면 안 돼. 지난번은 사고였지만, 이제는 아니란 걸 다들 알잖아?」

 

키나코 「??」 갸웃

 

시키 「가끔 취한 분들이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어. 그래서 직원에게 그런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바로 제재를 받게 돼.」

 

키나코 「아- 그러니까 와카나 씨 말은 오니츠카 씨에게 말을 걸거나, 전화번호를 주거나, 그럼 안 된다는 검까?」

 

시키 「응.」 끄덕

 

키나코 「에에…」

 

시키 「물론 퇴근할 때까지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건 괜찮아.」

 

키나코 「새벽 늦게 퇴근하지 않슴까?」

 

시키 「응. 다른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열두 시 쯤에 나올 수도 있지만.」

 

키나코 「설마 그때까지 기다린 사람이 있었슴까?」

 

시키 「그건 Secret.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가능한, 도울 수 있는 선까지는 도와줄게.」

 

키나코 「아, 네. 흠흠… 그럼 시작하겠슴다. 아, 둘이 같이 일한 시간이 길다 해서 물어보는검다. 부담 안 가져도 됨다.」 헤헤

 

시키 「응.」

 

키나코 「일단- 오니츠카 씨는 뭐 좋아함까?」

 

시키 「…돈?」 곰곰

 

키나코 「…슷?」 돈?

 

시키 「오니츠카 꿈이 그거거든.」

 

키나코 「설마… 억만장자? 그런검까?」 비장-

 

시키 「후훗, 그럴지도.」

 

키나코 「에에… 끄응… 지금 적금이… 생활비가…」 우왕좌왕

 

시키 「너무 걱정하지 마.」

 

키나코 「아! 그래도 고향에 땅을 좀 팔면…!」 번뜩

 

시키 「…부자였구나.」

 

키나코 「그냥 부모님께서 농장이랑 펜션을 좀…」 머쓱

 

시키 「농장이랑 펜션이면 충분히… 농장에서 뭐 키워?」

 

키나코 「어- 감자랑 염소 키움다.」 음메-

 

시키 「잘 어울리네.」

 

키나코 「그렇슴까? 아, 아무튼! 제 이야기는 이만하면 됐슴다! 그래서 오니츠카 씨는 부자가 좋은 검까?」

 

시키 「부자를 싫어할 사람은 잘 없지만. 오니츠카는 상류층과 결혼하고 싶다거나, 진짜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키나코 「그럼 뭠까?」

 

시키 「가게 차리는 거야. 오니츠카가 사장으로 있는 가게.」

 

키나코 「헤에- 멋있슴다! 어떤 가게임까?」

 

시키 「업종은 몰라. 거기까지는 얘기 안 해줬거든.」

 

키나코 「아, 그렇슴까.」 끄덕

 

시키 「이상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만 봐도, 자기만의 꿈이 있구나. 싶었거든. 의외지?」

 

키나코 「의외랄까… 누구나 꿈은 갖고 있다고 생각함다.」

 

시키 「…낭만적이네.」 후훗

 

키나코 「후웅- 와카나 씨의 말대로라면, 아이돌을 하고 싶은 걸까 싶슴다.」

 

시키 「노래하던 것 때문에?」

 

키나코 「대충대충 엄청 뭉뚱그려 설명하면 비슷함다.」

 

시키 「자세하게 설명하면?」

 

키나코 「그건 부끄러워서 아무한테나 말 못함다~」 헤헤

 

시키 「…후훗, 그래.」

 

키나코 「읏차, 이거면 충분함다!」 벌떡

 

시키 「어? 끝이야?」 깜짝

 

키나코 「네! 그 한 마디면 됐슴다. 나머지는 혼자서 해보겠슴다!」

 

시키 「응. 기대할게. 이제 돌아갈까?」 싱긋

 

키나코 「네!」 하잇스!

 

 

▶ 같은 날(토요일), 오후 8시

 

― Bar.비타서머

― 프론트바의 메이와 시키

 

메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시키 「바는 금요일에 오려는 것 같아.」

 

메이 「그래? 금요일이면… 그 날은 오면 안 되겠네.」 끄덕끄덕

 

시키 「서로 눈치 볼까 봐?」

 

메이 「아무래도 그렇지. 뭐, 잘 안 되면 위로해주러 늦게라도 오겠지만.」

 

시키 「그럼 나는 잘 안 되길 바라야겠네.」

 

메이 「야이… 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쯧

 

시키 「그럴 일 없으니까 하는 말이야.」

 

메이 「어? 뭐야? 아는 거 있어? 오니츠카 그 사람도 생각 있대?」 눈빛 반짝

 

시키 「글쎄?」 후훗

 

메이 「뭐야, 진짜… 대충 얼버무리고. 꼭 뭐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시키 「서로 같은 마음이면, 우리가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메이 「스읍- 분명 뭔가 아는 것 같은데…」 흐음

 

시키 「잘 될 거야.」 싱긋

 

메이 「아- 진짜. 너 말고 그 사람한테 대놓고 물어보고 싶은데, 아까부터 보이지도 않고.」

 

시키 「아, 오니츠카는 오늘 비번.」

 

메이 「뭐? 여기 행사 전날 말고는 휴일 없다며?」

 

시키 「그건 바텐더만. 웨이터는 시프트제. 사쿠라코지 씨가 다녀간 뒤로, 오니츠카는 주중에만 나와.」

 

메이 「…아주 대놓고 피하고 있구만.」

 

시키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오니츠카도, 마음은 이미 정했을 거고.」

 

메이 「정했다는 사람이 이러기냐… 하긴 그래. 고백을 그따위로 했는데. 아직 안 차인 것도 용하다, 진짜.」 피식

 

시키 「미숙하긴 해도, 사쿠라코지 씨는 귀여우니까 고민이 되는 거겠지.」 후훗

 

메이 「…뭐야, 내 앞에서 딴 여자 얼굴 칭찬하는 거야?」

 

시키 「요네메 씨가 그랬잖아. 사쿠라코지 씨는 아이로밖에 안 보인다고. 같은 거야. 내 눈에도 그래 보여. 호감은 있어도 설렘은 zero.」

 

메이 「…….」 떨떠름

 

시키 「그리고 나는 감정표현 확실한 강아지 같은 사람보단, 날 잡아먹을 눈빛에 사나운 고양이 같은 사람이 취향이라서.」

 

메이 「…변태 새끼.」

 

시키 「그건 좀 상처인데.」 멋쩍

 

 

― 같은 시각, 어느 슈퍼마켓

― 카운터의 나츠미, 그리고…

 

나츠미 「…….」 당황

 

키나코 「…….」 싱숭생숭

 

나츠미 「ㅇ, 왜 여기 있는 거예요?!」

 

키나코 「자, 장보러 왔슴다!」

 

나츠미 「그, 그게 말이 돼요?」

 

키나코 「그, 그러게 말임다…?」

 

나츠미 「몰래 따라다닌 거 아니죠?」

 

키나코 「키나코 그런 사람 아임다!」

 

―『〔크흠!〕』 웅성웅성

― 키나코 뒤로 길게 늘어선 줄

 

나츠미 「아, 죄송합니다! 계산… 해드릴게요.」 삑-

 

키나코 「아, 네.」 주섬주섬

 

― 10분 후, 줄어든 줄에 음료수 두 병을 들고 다시 나타난 키나코

 

나츠미 「…….」 뚜웅-

 

키나코 「♬♪~♩」 방긋방긋

 

나츠미 「손님? 방금 계산하지 않으셨나요?」 영업미소

 

키나코 「아, 깜빡한 게 있었슴다!」 헤헤

 

나츠미 「그, 그래요? 계산해드릴게요. 두 개 해서 340엔입니다.」 삑삑-

 

키나코 「여깄슴다.」 짤랑

 

나츠미 「340엔 받았습니다-」

 

키나코 「하나는 오니츠카 씨 검다!」 스윽-

 

나츠미 「…….」

 

키나코 「받아도 됨다~」

 

나츠미 「…잠깐만 가게 뒤에서 기다려 줄래요?」

 

키나코 「네?」 슷?

 

― 잠시 후, 슈퍼마켓 뒤편 샛길

― 긴장한 키나코와 불편한 기색의 나츠미

 

나츠미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 몰라요?」

 

키나코 「아, 슈퍼마켓에서도 안 되는 검까…」 움찔

 

나츠미 「영업에 문제 생기잖아요! 카운터에서 말 걸고,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고!」 틱틱

 

키나코 「죄송했슴다! 폐 끼치지 않게 조심하겠슴다…」 힝구

 

나츠미 「…….」 뚜웅-

 

키나코 「…….」 시무룩

 

나츠미 「…아니에요. 저야말로, 대뜸 화내서 미안해요.」 꿍얼

 

키나코 「아임다! 전부 제 잘못임다! 오니츠카 씨랑 만난 게 기뻐서 그만…」

 

나츠미 「…근처 살아요?」

 

키나코 「아, 네! 저-기 앞에 멘션 2층에 삼다.」

 

나츠미 「하아, 어떻게 우연도 이런 우연이…」

 

키나코 「오니츠카 씨는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던 검까?」

 

나츠미 「…이번주부터요.」

 

키나코 「헤에- 어쩐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다 했슴다.」

 

나츠미 「…그렇게 기뻐요?」

 

키나코 「네?」 슷?

 

나츠미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고. 속상해하다가도 금방 웃고. 솔직히 무서울 정도라구요.」

 

키나코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나면 기쁜 게 보통임다.」 에헤헤

 

나츠미 「읏… 진짜…! 전부터 자꾸 사람 곤란하게 하는 말만 하냐고요!」 버럭

 

키나코 「…! 그, 그건! 바로 큥! 하는 타입이 되려고 노력하는검다!」 똑같이 버럭

 

나츠미 「왜 그런 노력을 하는 건데요!」

 

키나코 「이게 오니츠카 씨 취향이라 하지 않았슴까!」

 

나츠미 「그건 맞는데요!」

 

키나코 「……!」 훙! 훙!

 

나츠미 「…후우, 그래요. 제가 졌어요」

 

키나코 「…네?」 쫑긋

 

나츠미 「그냥 깔끔하게 말하면 끝날 일인데…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네요. 지난 번에 생각해본다고 했던 말, 여기서 솔직히 말할게요.」

 

키나코 「에? 아, 네!」 긴장

 

나츠미 「저도… 사쿠라코지 씨가 싫지 않아요.」

 

키나코 「저, 정말임까…?」 휘둥그레

 

나츠미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와카나도 말했고,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키나코 「…….」 두근두근

 

나츠미 「서로 잘 모르는 건…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고…」 머뭇

 

키나코 「저, 저도…!」 주춤

 

나츠미 「아, 안… 아니, 아직! 다가오지 마요! 스탑!」 멈춰!

 

키나코 「앗, 네!」 멈칫

 

나츠미 「아무튼! 분명 사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제가, 준비가 덜 됐어요.」

 

키나코 「에.」 움찔

 

나츠미 「제 현실에 여유가 없달까… 그래서… 미안하지만 그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어요. 제 조급함에 사쿠라코지 씨가 상처받을 테니까.」

 

키나코 「…….」

 

나츠미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루하루 지쳐 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구질구질하게 변명으로 거절해서 미안해요…」

 

키나코 「…괜찮슴다!」

 

나츠미 「…고마워요, 저랑 다르게 한 번에 이해해줘서.」 생긋

 

키나코 「상처 안 받고 오니츠카 씨의 꿈을 같이 꿀 검다!」

 

나츠미 「네? 지금 거절한 걸 이해해주는 게…」

 

키나코 「그 변명을 다 알아줄만큼 좋아하니까! 오니츠카 씨가 아무리 귀찮게 굴어도, 다 이해할 거고, 붙잡을 검니다!」

 

나츠미 「…제 사정이 뭔지는 알고 그런 소리하는 거예요?」

 

키나코 「오니츠카 씨만의 가게를 꾸리는 거 다 알고 있슴다!」

 

나츠미 「네? 어떻게 그걸…」 철렁-

 

키나코 「실은… 제가 우겨서, 와카나 씨가 얘기해줬슴다. 제 멋대로인 거 알지만, 그 꿈을 같이 꾸고 싶다고… 진심임다.」 부릅

 

나츠미 「…하아, 진짜 제멋대로네요. 제 얘기는 기다려 주지도 않고.」

 

키나코 「…죄송합니다.」 입 꾹-

 

나츠미 「이렇게까지 말하면, 먼저 할 말 다 하면! 제가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봐요?」

 

키나코 「아, 그게…」 움찔

 

나츠미 「이제 됐어요. 눈치 안 보고 말하라고 한 건 나니까. 잠깐만요.」

 

― 갑자기 옷과 앞치마의 주머니를 더듬는 나츠미

― 앞치마에서 나오는 볼펜 한 자루

 

나츠미 「에이, 없네. 아까 영수증 받았죠!」

 

키나코 「네? 아, 네!」

 

나츠미 「줘 봐요!」

 

키나코 「아- 잠시, 아. 여깄슴다!」 팔랑-

 

― 담장 벽에 대고 영수증에 무언가를 적는 나츠미

 

나츠미 「자요.」 팔랑-

 

키나코 「…?」 바스락

 

나츠미 「내… 전화번호예요.」 머뭇

 

키나코 「에.」

 

나츠미 「귀찮은 여자라 미안하네요. 내일 일요일이니까, 시간 있죠?」

 

키나코 「…아!」 화악-

 

나츠미 「데이트… 한 번 해보고 결정해요, 우리.」 발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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