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오후 1시
― 요요기 공원 앞,
― 앞머리를 매만지는 나츠미
나츠미 「후웅- 미용실이라도 갈 걸 그랬나요-」 사라락
키나코 「…슷.」 찰박-
나츠미 「으갹-!!」 파르르
― 나츠미의 등 뒤, 나츠미의 팔뚝에 닿는 차가운 무언가
― 피크닉 가방을 들고 선 키나코 + 수상한 음료팩 두 개
키나코 「저 왔슴다!」
나츠미 「놀랐잖아요!」 벌렁벌렁
키나코 「에헤헤- 대성공임다!」
나츠미 「대성공은 뭐가 대성공이에요? 화장이라도 고치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키나코 「아. 그, 그게… 바에서 봤던 오니츠카 씨를 따라해본 것 뿐임다…」
나츠미 「…….」
― 나츠미 『자요, 아이스크림!』 히죽
― 메이 『좀 평범하게 줘요!』
키나코 「오니츠카 씨는 이런 장난 좋아하는 줄 알았슴다…」 힝구
나츠미 「처, 첫 데이트부터! 이럴 줄 몰랐던 거 뿐이에요! 다짜고짜 큰 소리내서 미안해요…」 눈치, 힐끔-
키나코 「후훙~ 그런 거였슴까?」 히죽
나츠미 「뭐예요? 바로 의기양양해선?」 흠칫
키나코 「역시 오니츠카 씨는 시무룩한 표정에 약한 검다.」 슷
나츠미 「그런 건 누구나 다 그렇다구요! 이젠 안 속아요! 지금도 히죽히죽 웃고만 있고!」
키나코 「그건 데이트라고 말해준 게 기뻐서 그렇슴다!」
나츠미 「…근데 그래서, 이거 뭐예요? 워터젤리?」 물렁-
키나코 「고향에서 보내준 사과즙임다. 뚜껑 열고 쭈욱- 마시면 됨다.」 끼릭, 쮸압-
나츠미 「…아. 그래서 말투가.」 깨달음
키나코 「웅? 뭐라고 하셨슴까?」 꼴깍-
나츠미 「아뇨, 잘 마시겠다고요.」 끄덕
…
― 천천히 공원을 걷는 키나코와 나츠미
나츠미 「그나저나, 오늘 옷은 좀 얌전하네요?」
키나코 「오니츠카 씨가 어젯밤에 얘기해서 평범하게 입고 왔슴다.」
나츠미 「그때 옷이 평범하지 않은 건 아네요?」 피식
키나코 「당연한 검다. 그 옷은 중요할 때 입는 특별한 옷임다.」 엣헴
나츠미 「…뭐, 다음에 한 번쯤 입고 나와봐요.」
키나코 「에? 나중이면 언제가 좋슴까? 아직 다음은 계획에 없었는데…」 헤헤
나츠미 「아, 아니! 꼭 데이트가 아니더라도 하는 소리죠! 바에서 볼 수도 있고!」
키나코 「그럼 오니츠카 씨가 노래할 때 입고 가겠슴다.」
나츠미 「대신에 아는 척은 하지 마요.」
키나코 「와카나 씨한테 들어서 알고 있슴다. 주의하겠슴다.」
나츠미 「…그래요. 아, 도시락은 저기서 먹을래요?」
키나코 「아, 네!」 하잇스!
― 연못 분수대 앞 벤치
― 옆으로 나란히 앉아 도시락 먹는 둘
나츠미 「소풍 나와서, 벤치에 앉아 먹는 건 처음이네요.」 김밥 냠
키나코 「돗자리가 익숙하긴 함다.」 와앙-
나츠미 「…사쿠라코지 씨는 어디 출신이에요?」
키나코 「아, 홋카이도임다.」
나츠미 「후웅-」 냠
키나코 「오니츠카 씨는 도쿄에서 자랐슴까?」
나츠미 「음- 그렇네요.」
키나코 「헤에- 굉장함다.」
나츠미 「굉장할 게 있나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도 상경한 사람 반, 도쿄 토박이 반, 그럴 걸요?」
키나코 「훙훙, 그럴지도 모르겠슴다. …그런데 확실히 뭐랄까.」
나츠미 「?」 오물오물
키나코 「키나코도 오니츠카 씨도,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슴다.」
나츠미 「…그러게요.」
키나코 「그래서 어제, 천천히 알아가자고 했을 때 엄청 기뻤슴다.」 헤실헤실
나츠미 「…김밥 맛있네요.」 냠
키나코 「키나코만의 비법 재료가 들어갔으니 당연한 검다. 팔아도 될 것 같지 않슴까?」
나츠미 「김밥집은 할 생각이 없어요.」
키나코 「아, 그렇슴까.」
나츠미 「그런데 왜 사쿠라코지 씨랑 같이 영업하는 것처럼 말해요?」 흠칫
키나코 「미래는 모르는 검다~」 헤헤
나츠미 「말하는 것만 보면 이미 결혼이라도 한 줄 알겠네요.」
키나코 「키나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했슴다- 헤헤…」 발그레
나츠미 「…처음에 대뜸 좋아한다 들었을 때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키나코 「슷?」
나츠미 「키나코는 이름이에요?」
키나코 「에? 키나코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슴까? 설마 지금까지 키나코, 키나코라고 말하고 있던 검까?!」
나츠미 「그걸 이제 알았어요?! 당연히 귀여워보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구요!」
키나코 「부끄럽습니다! 잊어주세요!」 화악-
나츠미 「잊으라고 해도… 사쿠라코지보다 발음하기도 쉽고, 게다가 사람 이름이 어떻게 콩고물이에요?」
키나코 「아, 한자는 다름다. 히라가나로 키나에 子를 붙여서 키나코임다.」
나츠미 「그게 중요한가요?」
키나코 「다르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슴다.」 끄덕
나츠미 「어렸을 때 놀림받기 쉬운 이름이었겠네요.」
키나코 「그래도 키나코는 좋은 이름임다.」
나츠미 「좋은 이름을 잊어달라고 그렇게 유난이었어요?」 피식
키나코 「이름이 아니라 키나코가 키나코를 키나코라고 부른 걸 잊어달란 검다.」 슷
나츠미 「…알았어요. 이러면 이름을 알게 되는 계기를 새로 만들어야겠네요. 사쿠라코지 씨, 이름은 뭐예요?」
키나코 「키나코임다! 히라가나로 키나에 코는…」
나츠미 「그건 됐어요.」 피식
키나코 「헤헤… 오니츠카 씨는 이름이 뭠까?」 슬쩍-
나츠미 「…안 알려줄 거예요.」
키나코 「저, 요네메 씨랑 와카나 씨 이름은 다 알고 있슴다.」
나츠미 「질투유발 작전이에요?」
키나코 「앗, 들켰슴다-」 헤헤
나츠미 「시키는 언제 또 자기 이름을 술술 말했대…」 떨떠름
키나코 「어쩌다보니 요네메 씨 통해서 알게 됐슴다. 전화번호 저장해둔 걸 우연히 봐서… 시키(四季)라는 이름, 멋있지 않슴까?」
나츠미 「그런가요?」
키나코 「시골에 살았어서 계절감? 그런 게 느껴지는 이름이 좋슴다.」
나츠미 「…저는 나츠미에요. 오니츠카 나츠미. 여름(夏)에 아름답다(美 うつくしい).」
키나코 「헤에- 여름에 태어났슴까? 생일 언제임까?」
나츠미 「좋은 이름 어쩌고 하더니 그 얘긴 어디로 간 거예요?」
키나코 「좋은 이름이란 칭찬이 그렇게 듣고 싶었슴까?」 히죽
나츠미 「읏… 됐어요! 이름 얘기는 끝!」 흥
키나코 「에이, 삐지지 마는 검다. 그보다 이제 나츠미 쨩이라 불러도 되는 검까?」 초롱초롱
나츠미 「안 돼요!」
키나코 「에에… 그래도 연인 사이인데 이름으로 부르고 싶슴다…」 힝구
나츠미 「시무룩한 표정 안 통한다고 했죠? 그리고 우리는 오늘 만나보고 사귈지 어쩔지 정하기로 했잖아요.」
키나코 「그러니까! 마지막 데이트일지도 모르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슴다!」
나츠미 「…저녁쯤엔 고려해볼게요.」
키나코 「네-! 그럼 그 전까지는 애칭으로 부르겠슴다. 오니낫츠로 괜찮슴까?」
나츠미 「오니낫츠는 인사말이거든요? 다른 사람을 “좋은 아침~” 이라 부르진 않죠?」
키나코 「훙훙, 다른 거 생각해보겠슴다! 으음-」 꼴똘
나츠미 「그냥 지금은 오니츠카라고 불러요.」
키나코 「아! CEO는 어떻슴까! 언젠가 오니츠카 나츠미의 사업이 크게크게 성장하면-」
나츠미 「나츠미라고 불러도 돼요.」
…
― 공원 데이트 이후, 카페-영화-저녁 식사까지 이어진 하루
― 오후 7시, 번화가 변두리를 따라걷는 둘
키나코 「오늘 재밌었…나요?」 슬쩍
나츠미 「네? 아, 재밌었어요.」
키나코 「그, 그렇슴까?」 휴우-
나츠미 「…….」 꼴똘-
키나코 「무슨 생각하심까?」
나츠미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정말 오랜만에 일 없이 놀았구나, 해서요.」 싱긋
키나코 「헤에- 하긴, 캐셔에 웨이터에 많이 바쁘니까 말임다.」 헤헤
나츠미 「예전에는 더 많았어요. 짬 나면 엘버이츠도 하루이틀 하고.」
키나코 「배달일까지… 역시 CEO는 대단함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함다.」
나츠미 「연애하면, 더 많이 일해야 할지도 몰라요. 오늘만 해도 식당이나 영화관이나, 지출이 있었잖아요.」
키나코 「그럼 앞으로 데이트 비용은 키나코가 내겠슴다.」
나츠미 「그런 뜻이 아니거든요! 나도 돈 많이 벌어요!」 발끈
키나코 「그, 그게! 제가 좋아서 만나는 거니까… 연애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나츠미 쨩에게 그 정도는…」
나츠미 「그런 건 애초에 연애가 아니에요. 사랑에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만, 둘이서 같이 해야 사랑도 의미가 있는 거예요.」
키나코 「네에…」 힝구
나츠미 「통장에 1억엔 있어봐야 뭐해요? 나 좋다는 사람한테 한 푼도 안 쓰는데.」
키나코 「에, 1억엔이나 갖고 있슴까?」 흠칫
나츠미 「말이 그렇단 거죠. 그리고 제가 야망 때문에 연인한테 빌붙는 사람으로 보여요?」
키나코 「아, 아임다! 절대 그렇게 안 보임다!」
나츠미 「정말이지, 키나코는 저를 너무 과대평가한다구요. 창업이 거창한 일도 아니고, 저는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요…」
키나코 「…나쁜 방법도 아니고, 성실하면 멋있는 거 아님까?」
나츠미 「네?」 깜짝
키나코 「가만보면 CEO는 자기를 너무 과소평가함다. 좀 더 자신감 가져도 됨다~」 헤헤
나츠미 「…….」 멋쩍, 긁적긁적
키나코 「이 정도면 처자식은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슴다.」
나츠미 「이상형 조건이 무슨 쇼와시대예요? 그런 점 때문에 사귀자는 거 아니죠?」
키나코 「키나코는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슴다.」
나츠미 「그게 전부는 아닐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멘트는 그때 상황이 그랬어서 적당히 만든 말일 거고…」
키나코 「아- 그런 얘기였음까? 후훙~」 히죽
나츠미 「왜 그렇게 웃어요?」 흠칫
키나코 「첫눈에 반한 거 맞슴다. 그 날 노래하는 거 보고 반했슴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은 처음 봤슴다.」
나츠미 「…그래요?」
키나코 「사람들 앞에 서는 건 긴장되고 무섭지 않슴까. 키나코는 겁쟁이라… 나츠미 쨩이 정말 멋있었슴다.」
나츠미 「학예회랑 다를 것도 없는데… 추켜세울 거 없어요.」 머쓱
키나코 「어렸을 때부터 쉽지가 않았슴다. 키나코는 나무 역할만 했슴다.」
나츠미 「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피식
키나코 「헤헤, 솔직히 키나코도 그렇게 생각함다.」
나츠미 「…그런데 말인데요, 겁쟁이는 키나코 보다는 저랑 어울려요.」
키나코 「네?」 슷?
나츠미 「키나코는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쭉. 저한테 좋다고 쉽게 말하잖아요? 좋아한다, 기쁘다…」
키나코 「그, 그건 나츠미 쨩이 그런 사람이 좋다고… 물론! 키나코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기쁘니까 말할 수 있던 건 맞지만!」 우물쭈물
나츠미 「지금도 봐요. 순수하게 말할 수 있는 모습. 저는 물어봐야 겨우 대답할까 말까인데… 지금도 제가 사귀자거나, 좋아한다 말하면, 영악해 보이겠죠?」 긁적
키나코 「전혀 그렇지 않을 검다! 나츠미 쨩의 진심을 모를리 없슴다!」
나츠미 「…고마워요. 오늘 즐거웠어요. 정말로. 다음에 또… 만나기까지 기다리는게, 아쉬울만큼.」 발그레
키나코 「지금 그 말은…」 화악-
나츠미 「약속했잖아요. 하루 만나보고 결정하기로. 사귀어요, 우리. 기왕이면 오래.」 새침
키나코 「…!」 털썩
나츠미 「으아아! 왜 갑자기 주저 앉아요!」 깜짝
키나코 「너무 기뻐서 그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귀까지 빨개져서 부끄럽슴다!!」
나츠미 「정말… 내가 그렇게나 좋아요?」
키나코 「지금 헤어지기 싫을만큼 좋슴다. 우리 데이트하러 갈 곳 더 없슴까?」 고개 빼꼼
나츠미 「이제 없지 않아요? 밥도 먹었고, 술은 내일 출근이라 안 될 테고.」
키나코 「그럼 나츠미 쨩만 좋다면… 키나코네 집은 어떻슴까?」
나츠미 「…뭐예요, 쭉 순진한 척하더니. 사귀자마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냐~하! 아쉽네요, 그런 삼류 연애소설 작업멘트는 안 통한다구요?」
키나코 「키나코가 나츠미 쨩 집에 가는 건 안 됨까?」
나츠미 「…네?」
…
▶ 다음날, 오후 6시
― 구청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키나코 「수고하셨슴다, 요네메 씨.」 꾸벅
메이 「그래- 조심해서 가고.」 키보드 타닥타닥
키나코 「혹시라도 당직 중에 무슨 일 있으면 꼭 경찰 부르는 검다.」
메이 「그럴 일 없길 비는 게 아니라?」
키나코 「아, 그렇슴다.」 끄덕끄덕
메이 「됐고. 옆에서 자꾸 알짱댈 거면, 이거 파쇄하고 집에 가.」 서류 툭
키나코 「웅-? 왜 3년 전 공문이 남아있슴까?」 샤라락-
메이 「나도 오늘 서랍 열었다가 알았다. 부탁 좀 한다?」
키나코 「알겠슴다-」 슥슥, 쫄래쫄래
― 문서 파쇄하러 간 키나코, 책상 위에 두고간 가방과 휴대폰
― 키나코의 휴대폰 『♬~♪♩』 위이이잉~
메이 「어? 야, 전화 왔… 오기는 금방 오겠지만, 좀 가지고 갈 것이지.」 슬쩍-
― 전화: CEO♥
메이 「」 뚝-
키나코 「파쇄하고 왔슴다~」 쫄래쫄래
메이 「」
키나코 「그럼 가보겠슴다. 당직 조심하시는 검다.」 주섬주섬
메이 「ㅇ, 야, 야-! 사쿠라코지! 잠깐만!」 벌떡
키나코 「ㄴ, 네?」 깜짝
메이 「너 뭔 짓 하고 다니냐…?!」 덜덜
키나코 「네? 뭔 소림까?」 ????
메이 「아니, 그게 그… 미안, 보려고 한 건 아닌데 너 ㅎ『♬~♪♩』 위이잉~
키나코 「에? 당황하지 말고 정리해서 천천히 얘기… 그보다 전화가…」 힐끔
― 그 사이 다시 끊어진 전화
― 부재 중 : CEO♥ (2)
키나코 「…아. 그런 거였슴까? 걱정 안 하셔도 됨다!」 헤헷
메이 「야, 걱정을 안 하긴…! 너 이상한 사람이랑 엮이고 그런 거 아니지?」
키나코 「성실하고 겁 많은 사람임다. 엄청엄청 좋은 사람이니까, 나중에 요네메 씨한테도 소개하겠슴다! 이미 알고는 있지만…」 머쓱
메이 「하아? 뭔 소리야?」 어이X
키나코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슴다! 지금 전화 안 걸어주면 CEO가 화낼지도 모름다.」 꾸벅, 빙글
메이 「잠깐만! 그래서 CEO가 누군데?」
키나코 「제 첫사랑임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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