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에라 장편/Bar.비타서머

키나코「첫사랑을 주세요。」-3-

by 양털책갈피 2023. 10. 14.

▶ 이틀 뒤, 월요일

 

― 근무 전,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앉아 있는 키나코

― 이때, 자리로 들어오는 메이

 

메이 「좋은 아침입니ㄷ…」 흠칫

 

키나코 「…….」 뻐끔뻐끔

 

메이 「…야, 사쿠라코지.」

 

키나코 「잊어주세요…」 눈두덩 꾸욱-

 

메이 「…….」

 

키나코 「그건 잊어주세요…」

 

메이 「…첫눈에 반했습니다.」

 

키나코 「한냐-!!!!!」 덜컹

 

메이 「조용히 해, 사람들 쳐다본다.」

 

키나코 「요네메 씨 때문입니다!」 뿌애앵

 

메이 「그게 왜 내 탓이냐. 출근하자마자 남탓부터 들어야 돼?」

 

키나코 「요네메 씨가 놀리니까 제가 큰소리 낸 겁니다…!」 억울

 

메이 「놀린 거 아니거든? 그리고 사적인 일로 직장에서 그러는 거 아니야. 할 얘기 있으면, 이따가 오전 업무 끝나고 들어줄 테니까. 알았지?」

 

키나코 「알겠습니다…」 힝구

 

 

― 점심시간, 구내식당

 

메이 「뭐야, 그거밖에 안 받았어? 평소의 반도 안 되겠다.」

 

키나코 「입맛없슴다.」 드르륵, 털썩

 

메이 「큰일이네. 하루 다섯 끼씩 먹던 애가.」

 

키나코 「그렇게 안 먹습니다!」 어흥

 

메이 「농담이다, 농담-」

 

키나코 「…와카나 씨랑 똑같슴다.」

 

메이 「여기서 걔 이름이 왜 나와…」 움찔

 

키나코 「다 요네메 씨의 탓임다.」

 

메이 「…그래, 그렇다고 해줄게.」

 

키나코 「잘 먹겠습니다…」

 

메이 「잘 먹겠습니다-」

 

 

키나코 「…….」 깨작깨작

 

메이 「…사쿠라코지.」

 

키나코 「네.」

 

메이 「너 일요일에는 뭐 좀 먹었냐?」

 

키나코 「대충… 이것저것 먹긴 했슴다.」

 

메이 「그럼 다행이고. 지금 가져온 건 다 먹어라?」

 

키나코 「네.」 냠-

 

메이 「…내가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 불편하면 그냥 듣기만 해도 된다?」

 

키나코 「…….」

 

메이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차여도 보고 하는 거야.」

 

키나코 「차인 거 아임다!」 발끈

 

메이 「아, 깜짝이야-!」 화들짝

 

키나코 「차인 적 없슴다! 그때 요네메 씨도 같이 있지 않았슴까? 못 들었슴까?」

 

메이 「아니, 나도 듣긴 했지만…」

 

키나코 「거절당한 거 아임다!」 훙훙

 

메이 「아니, 뭐, 그런데, 그… 그래, 차인 건 아니지.」 끄덕

 

키나코 「키나코는 그때부터 단 한 번도 차였다고 생각한 적 없슴다.」

 

메이 「…그러면 너 왜 풀 죽어 있냐?」

 

키나코 「네?」

 

메이 「아침부터 이상한 짓만 하고, 일요일엔 연락도 안 받고, 밥도 대충 먹고. 누가 봐도 차여서 그러는 줄 알았잖아.」

 

키나코 「아-…」

 

메이 「?」

 

키나코 「…그건 말하기 부끄럽슴다.」 발그레

 

메이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술 마시고 집에 가다가 계단에서 굴렀다거나.」

 

키나코 「그런 적 없슴다.」

 

메이 「그럼 뭔데? 나는 토요일 밤부터 쭉 걱정했다고. 난 너 오늘 출근도 안 할 줄 알았어.」

 

키나코 「에에…」

 

메이 「하여튼. 선배가 걱정하는데, 이제 아주 머리에 그 꼬맹ㅇ, 웨이터밖에 없네.」 귀찮네-

 

키나코 「그, 그건… 그러니까…」 우물쭈물

 

메이 「…뭐야, 왜 부정을 안 해. 설마 상사병 같은 거냐?」

 

키나코 「상사병은 아니지만… 아니! 이건 키나코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 것 뿐임다!」 부릅

 

메이 「…너 설마 고백한 거 후회하냐?」 섬찟

 

키나코 「솔직히 그렇슴다.」 끄덕

 

메이 「에.」 충격

 

키나코 「그렇게 남들 다 보는 곳에서 하다니… 오니츠카 씨도 난처했을 검다. 그건 키나코가 취기에 실수했슴다.」

 

메이 「아, 그런 의미였냐.」 안심

 

키나코 「그리고 키나코는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조용히 고백하는 쪽이 더 로맨틱하다고 생각함다.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힝구

 

메이 「같은 여잔데 나는 왜 이해가 안 되냐.」

 

키나코 「이해 안 해주셔도 됨다. 이건 키나코가 스스로 감내할 일임다.」

 

메이 「…그래, 알았다. 너 알아서 해라.」

 

키나코 「그리고 꼬맹이 웨이터가 아니라, 오니츠카 씨 입니다.」

 

 

▶ 같은날, 비타서머

 

― 손님 없는 월요일 밤

― 프론트바의 시키와 의자에 앉아 엎어진 나츠미

 

나츠미 「…….」 철퍼덕

 

시키 「손님 자리에 엎드려 있지 마.」

 

나츠미 「아직 문 안 열었잖아요.」 꿍얼꿍얼

 

시키 「열었어.」

 

나츠미 「헤에- 그렇구나-」 영혼X

 

시키 「화장품 묻어. 테이블 다시 닦아야 돼.」

 

나츠미 「알았어요.」 꾸물렁

 

시키 「…….」 바 테이블 슥삭슥삭

 

나츠미 「…….」 구부정-

 

시키 「생각은, 어때?」

 

나츠미 「…뭐가요?」

 

시키 「그 날, 고백받고 생각해본다면서.」

 

 

키나코 「첫눈에 반했습니다. 키나코랑 사귀어주세요.」 또렷

 

나츠미 「…어, 어머~ 정말! 손님, 장난도 지나치셔라~ 순간 설렜잖아요? 이건 마음만 받을게요?」 찡긋

 

키나코 「…….」

 

나츠미 「와카나도 차암~ 손님이랑 짓궂은 내기 게임이나 하고~」

 

시키 「그런 적 없,「키나코는!」

 

키나코 「내기도, 술게임도, 그냥 취해서 하는 소리도 아니라구요!」

 

나츠미 「!」 깜짝

 

메이 「야…!」 당황

 

키나코 「취하지 않아도, 오니츠카 씨를 좋아합니다. 진심입니다.」

 

나츠미 「에, 아, 그, 저…」 어버버

 

키나코 「진심은, 받아줄 수 없는 건가요…」 훌쩍

 

나츠미 「새, 생각해볼게요…」

 

 

나츠미 「…몰라요.」

 

시키 「말만 그렇게 한 거야? 상대는 생각도 안 하고?」

 

나츠미 「하아-? 그러는 시키는요? 시키도 그런 말할 입장은 아니잖아요.」

 

시키 「난 적어도, 고백 비슷한 말을 승낙 비슷하게 했어.」

 

나츠미 「…자랑이에요, 뭐에요.」

 

시키 「자랑도 뭣도 아니야. 사실만 나열.」

 

나츠미 「…그래요. 시키는 사실대로 술술 말할 수 있어서 좋겠네요.」

 

시키 「나츠미 쨩은 나츠미 쨩이 말한대로 고백을 받았으니까. 나츠미 쨩도 솔직하게, 헷갈리지 않게 말해줘야지.」

 

― 나츠미 『눈치만 보는 사람은 질색이에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반했으면 반했다! 일사천리 몰라요?』

― 키나코 『오니츠카 씨, 첫눈에 반했습니다. 키나코랑 사귀어주세요.』

 

나츠미 「…….」

 

시키 「솔직히 좋은 고백 방법은 아니니까, 일방적으로 편들진 않아. 하지만 이 일의 원인은 나츠미 쨩이고. 그러니까 또 모른다고 하지마.」

 

나츠미 「하지만 진짜 모르겠는 걸 어떡해요.」 삐쭉

 

시키 「모르긴 뭘 몰라. 나츠미 쨩의 감정에 솔직하면 되는 문제야.」

 

나츠미 「너무 원론적인 말 아니에요?」

 

시키 「여태껏 나츠미 쨩이 요네메 씨랑 나한테 했던 말이야.」

 

나츠미 「…할 말 없게 만든다니까, 진짜.」

 

시키 「꼭 고백을 받으라는 건 아니야. 이건 나츠미 쨩… 그리고 사쿠라코지 씨의 문제.」

 

나츠미 「후우- 하긴 그렇죠. 하지만 역시… 바에서 일하는데, 연애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시키 「…그건 걱정하지 마.」

 

나츠미 「네?」

 

시키 「손님들이 실망하긴 해도, 사생활은 사생활. 꼭 직장에 맞출 필요는 없어.」

 

나츠미 「그런 단순한 고민은 아닌데…」

 

시키 「알아.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거. 그래도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게, 연인이라고 생각해.」

 

나츠미 「그 사람이 그럴지는 만나보기 전엔 모르죠. 그리고 저는 시키랑 다르게 손님들이 실망할 일도 없네요!」 흥

 

시키 「자꾸 내 얘기로 말 돌리지 말고. 지금은 나츠미 쨩의 이야기.」

 

나츠미 「쳇. 안 통하네…」

 

시키 「이참에 연애도 하고, 여유도 가져 봐. 나츠미 쨩은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너무 열심히 달렸어.」

 

나츠미 「그래도…」

 

시키 「나츠미 쨩이 가려는 길, 둘이 같이 걸어도 좋을 거야.」

 

나츠미 「…….」

 

시키 「사쿠라코지 씨,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

 

나츠미 「…처음이라구요.」

 

시키 「…?」

 

나츠미 「고백받은 거 처음이라고요!!!」

 

시키 「…아.」

 

나츠미 「시키는 맨날 손님들한테 헌팅 당하니까 익숙해서 그런 거잖아요! 저는, 저는 처음이었는데…」 화끈

 

시키 「…OK. I got it. 도와줄게. 상담이든 뭐든.」

 

나츠미 「…고마워요.」

 

시키 「좋아, 그럼 일단 한 대 맞자.」 스윽-

 

나츠미 「에, 에? 왜요?」 움찔

 

시키 「첫사랑도 아직이었으면서, 나한테 그렇게 훈수를 뒀으니까.」 소매 슥슥

 

나츠미 「저는 순수하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랬던 거라구요!」

 

시키 「문답무용. 이마 대.」 딱밤 준비

 

나츠미 「…살살 해줘요.」 스윽-

 

시키 「Guilty.」 따악-

 

나츠미 「아야!」 얼얼-

 

시키 「나츠미 쨩,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해도 돼?」

 

나츠미 「…뭔데요.」 이마 문질문질

 

시키 「나츠미 쨩이 하는 말들, 전부 "지금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 였어.」

 

나츠미 「그런데요?」

 

시키 「핑계야. 그런 거.」

 

나츠미 「냐하?」 갸웃

 

시키 「핑계는 하면 안 되는 일인데 하고 싶을 때, 자주 해. 그리고 반대로-」

 

― 시키 『〔달그락, Chu-〕』

― 정리해둔 유리잔 하나를 꺼내 립스틱 자국을 남기는 시키

 

시키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될 것 같을 때. 그때도 해.」 달칵-

 

나츠미 「…….」

 

시키 「솔직하게. 알았지?」

 

나츠미 「꼭 그렇게 변태같이 알려줘야 해요?」

 

시키 「한 달 먼저 연애를 시작한 선배, 연애 상급자의 방법이야.」

 

나츠미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갔어요. 그리고 평소에 그 짓이 하고 싶던 거예요?」

 

시키 「항상 닦기만 했으니까. 손님들 립스틱 자국 볼 때마다 궁금했어.」

 

나츠미 「…얼른 다시 닦아놔요.」

 

시키 「응. 어쨌든 이걸로 연애 얘기에선 전세역전.」 브이-

 

나츠미 「뭐래요. 시키보다는 진도 잘 빼거든요?」

 

시키 「그 말은, 역시 마음 있나 보네?」 싱긋

 

나츠미 「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 새벽 3시, 키나코와 시키가 사는 멘션

 

― 퇴근하는 시키

― 현관 우체통에 꽂힌 편지 한 통

 

시키 「?」 부스럭-

사쿠라코지입니다. 언제 퇴근하시는지 몰라 편지를 남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회신은 우체통으로 부탁드립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쿠라코지

 

시키 「…….」 찰칵, 끼익-

 

 

― 몇 시간 뒤 아침, 출근하는 키나코

 

키나코 「아, 있다!」 우체통 편지 발견

 

― 와카나입니다. 서신으로 문의하신 내용에 답변 드립니다.

 

키나코 「본격적임다.」 흠칫

 

― Bar.비타서머의 휴무일은 따로 없습니다.

 

키나코 「엣. 브, 블랙?」

 

― 귀가 시간 역시 새벽 3시 전후로…

 

키나코 「어쩐지. 요네메 씨가 데이트 간다는 말을 안 한 이유가 있었슴다…」 끄응

 

― 혹시 사쿠라코지 씨가 괜찮으시다면,

 

키나코 「에?」 슷

 

 

― 토요일, 새벽 3시

― 2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시키

 

키나코 「아.」

 

시키 「…아. 안녕하세요.」 꾸벅

 

키나코 「격식 안 차리셔도 됨다.」 헤헤

 

시키 「…응. 그래도 뭐랄까. 진짜 나올 줄은 몰랐어서.」

 

키나코 「피곤할 텐데, 괜찮겠슴까?」

 

시키 「응. 괜찮아.」

 

키나코 「밤이라 시끄러울지도 모르고… 밖으로 나가는 건 어떻슴까?」

 

시키 「그럼 잠깐 옷만 갈아입고 나올게.」

 

키나코 「네!」 하잇스!

 

시키 「그보다 요네메 씨한테 들키면 곤란할지도 모르겠네.」

 

키나코 「아, 보고도 따로 했고, 허락도 받았슴다. 걱정 안 해도 됨다.」 휴대폰 스윽-

 

― LINE: 요네메 씨

― 메이 『허튼짓하면 둘 다 죽는다.』

 

시키 「…그렇구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