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다이바 황궁, 공주의 방
시즈쿠 「그럼 가실까요, 공주님?」
아유무 「응! 언제나 고마워, 시즈쿠 쨩.」 생긋
시즈쿠 「별 말씀을요.」 후훗
【오다이바 랩소디 :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황궁의 복도를 걷는 분홍빛 드레스 차림의 아유무
― 제복을 갖춰 입고 아유무를 반걸음 뒤에서 뒤따르는 시즈쿠
아유무 「신입 기사들은 어떤 사람들이래? 시즈쿠 쨩은 아는 거 있어?」
시즈쿠 「아뇨, 저도 오늘 처음 대면합니다.」
아유무 「시즈쿠 쨩도 황궁 직속 기사잖아. 선배로서 심사라든가 있지 않았어?」
시즈쿠 「제가 받은 명은 언제나 공주님을 호위하는 것입니다. 여제님께서 그런 자리를 명하셔도, 아마 거절했을 겁니다.」
아유무 「후웅…」
시즈쿠 「뭔가, 불편하십니까?」
아유무 「아니, 그냥. 시즈쿠 쨩은 역시 재미없겠구나 싶어서. 지금도 말투 딱딱하고.」
시즈쿠 「…또 그 말씀이십니까. 방 밖은 듣는 귀가 많아 격식을 차리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유무 「그래도. 지금은 다들 신입기사단 임명식 보러 나가있을 테니까. 딱히 듣는 사람 없잖아.」 삐쭉
시즈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아시죠?」
아유무 「역시 가식적인 시즈쿠 쨩은 재미없어.」 뽀뭇
시즈쿠 「뭐,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주님께 붙잡혀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바친 걸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아유무 「…….」 움찔
시즈쿠 「주변 또래는 공주님 뿐이고. 밖에는 나가지도 못 하고. 제 덕에 가족들의 생활은 풍요롭다지만, 저는 누리지도 못 하고.」
아유무 「으윽… 그러면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투닥투닥
시즈쿠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두드리셔도 아무 타격 없다고요?」
아유무 「므으…」
시즈쿠 「…그래도 저는, 아유무 씨의 꿈 이야기 좋아해요. 아유무 씨가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꿈. 어떤 소설책보다 재밌어요.」
아유무 「…고마워.」 삐쭉
시즈쿠 「그리고 가끔 이렇게…」 덜컹-
― 복도에 장식한 방패를 떼어내자 드러나는 비밀통로
― 비밀통로로 아유무를 올려보낸 뒤, 주변을 살피며 방패로 통로를 닫는 시즈쿠
시즈쿠 「일탈하는 재미도 있고요.」 쉿
아유무 「일탈이라니… 과보호를 향한 저항이야!」 흥
시즈쿠 「네-네- 어서 가요.」
― 잠시 후, 첨탑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아유무와 시즈쿠
― 창문 아래로 보이는 정원과 기사단
아유무 「신입기사들은 아직인가?」
시즈쿠 「그런 것 같아요. 아, 저쪽. 정원 입구 밖에 저 사람들 같은데요?」
아유무 「어디? 아, 찾았다.」
시즈쿠 「흐음-」
아유무 「다들 어리다. 하긴, 이제 우리 또래였지?」
시즈쿠 「저보단 1살 연상, 아유무 씨와는 동갑이에요.」
아유무 「헤에- 시즈쿠 쨩, 가서 친하게 지내 봐!」
시즈쿠 「…싫어요.」
아유무 「그러지 말고. 아까 또래 친구 없어서 재미없다며.」
시즈쿠 「전, 공주님 곁에 있어야죠.」
아유무 「칫, 기껏 생각해서 말해줬더니.」
시즈쿠 「그리고 다른 것보다… 얼핏 봤지만, 신입들 중에 저를 만족시킬 인재는 없어보여서요.」
아유무 「다들 강해보이는데…」
시즈쿠 「에이에이사 한 번이면 다 나가떨어질 걸요?」 훗
아유무 「시즈쿠 쨩 싸우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중얼
시즈쿠 「여제님께서 어중이떠중이를 공주의 호위로 두실 것 같아요? 그것도 10년 넘게?」
아유무 「아, 그, 그런가? 그렇네.」 끄덕
시즈쿠 「다들 제가 강한 걸 아니까, 공주님을 해하려들지 않는 거죠.」 싱긋
아유무 「…응!」
시즈쿠 「…임명식 시작하네요.」
― 구호에 맞춰 이동을 시작하는 신입 기사들
아유무 「다들 긴장했나봐. 멀리 있을 땐 몰랐는데, 표정들이 굳었어.」
시즈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황궁에서 근무하는 기사단, 저희 같은 사람들에겐 최고의 명예니까… 아유무 씨?」
아유무 「설마… 설마… 정말…?」 중얼중얼
시즈쿠 「고, 공주님?」
― 놀란 표정으로 신입 기사단을 바라보는 아유무
― 당황한 눈빛으로 아유무와 기사단을 번갈아보는 시즈쿠
아유무 「시즈쿠 쨩-!!」 활-짝
시즈쿠 「에, 엣? 네, 공주님.」 얼떨떨
아유무 「그 아이야!! 그 아이라고!!」 폴짝폴짝
시즈쿠 「네?」
아유무 「10년 전 내가 꿈에서 만났던 그 아이!! 그 아이야!!」
시즈쿠 「…아, 그 흑발에 살짝 고양이 눈매라던」
아유무 「응, 응, 응!!」 끄덕끄덕끄덕
시즈쿠 「혹시 누구인지-」
아유무 「저기! 맨 앞줄, 이쪽에서 네 번째!」
시즈쿠 「…긴 머리에 키는 좀 작은 저 사람이요?」
아유무 「응!」
시즈쿠 「10년이나 지났는데, 그 사람 맞을까요?」
아유무 「응! 맞아, 확실해! 이따 직접 만나볼 거야!」
시즈쿠 「네??」
아유무 「어마마마께 말씀드려서 내 호위기사로 두고 싶다고 말하면-」 빙그르
시즈쿠 「지, 진심이세요?」
…
― 몇 시간 후, 알현실
―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는 아유무와 불편한 기색의 시즈쿠
??? 「시, 실례합니다…」 빼꼼
시즈쿠 「…늦었군요. 게다가 황실의 예절도 갖추지 못 했고.」 쯧
아유무 「첫날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게다가 임명식이나 숙소 정리나 바빴을 테니까.」 헤헤
― 알현실의 아유무를 보자마자 당황하며 달려와 무릎을 꿇는 소녀
??? 「죄, 죄송합니다! 설마 공주님께서 부르셨을 줄은…!!!」 넙죽-
아유무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 「네??」 당황
시즈쿠 「…황족 또는 상관이 부르면 어떤 말부터 해야 하는지, 아직 못 배웠나요?」
??? 「아, 죄송합니다!」
아유무 「시즈쿠 쨩, 너무 혼내지 마.」
시즈쿠 「소속과 이름을 보고하세요.」
―「아, 네!!! 저는 오다이바 황궁 직속 기사단…」
세츠나 「세츠나입니다. 아유무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아유무 「세츠나 쨩이구나! 드디어 이름을 알았네, 우리!」 활짝
― 자리에서 일어나 세츠나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앉는 아유무
시즈쿠 「공주님…!!」 화들짝
아유무 「세츠나 쨩, 다시 만나서 반가워!! 고개 들어도 돼.」
세츠나 「아, 네…」 슬쩍
아유무 「헤에- 어릴 때 얼굴이 조금 남아있나? 머리는 기사가 되면서 바꾼 거야?」 헤헤
세츠나 「…….」 당황
아유무 「있지, 세츠나 쨩은 기억나? 우리 10년 전에 만났는데.」
세츠나 「네? 아… 저는 기억이 잘…」
아유무 「그, 그래? 아, 혹시 꿈 속이었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거야?」
세츠나 「꿈 속이요?」
아유무 「그때 세츠나 쨩이 나한테 백과사전도 보여주고, 다른 대륙이랑 나라의 지도라면서 직접 그린 그림도 보여줬는데…」 뽀무룩
세츠나 「아… 죄송합니다. 어떤 말씀이신지 잘…」
아유무 「…괜찮아! 계속 같이 지내다보면 기억날 테니까! 세츠나 쨩, 앞으로 잘 부탁해?」
세츠나 「아, 네!!!」 꾸벅
아유무 「그럼 내일부터 내 방으로 와서 근무하면 돼. 일은 시즈쿠 쨩이 가르쳐 줄 거야.」 스윽, 벌떡
세츠나 「네! 시즈쿠 님,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시즈쿠 「…기사들 간에는 허리 숙여서 인사하는 거 아닙니다.」
세츠나 「아! 죄송합니다!」 경례
아유무 「시즈쿠 쨩, 너무 혼내지 말라니까!」 뿌꾸-
시즈쿠 「네, 시정하겠습니다. 세츠나 씨는 오늘부터 아유무 공주님의 직속 호위로 편성이 바뀔 겁니다.」
세츠나 「네?」 당황
시즈쿠 「공주님의 뜻입니다.」
세츠나 「아. 네! 감사합니다!!」
아유무 「잘 부탁해, 세츠나 쨩~」
시즈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일에 대해 말씀드릴 테니 공주님과 저를 따라오세요.」
세츠나 「네!」
…
― 심야, 공주의 방 앞 복도
― 창틀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는 시즈쿠와 차렷 자세로 선 세츠나
세츠나 「드림워킹이요?」
시즈쿠 「공주님의 마법… 정확히는 저주예요.」
세츠나 「(저주…?)」 꿀꺽
시즈쿠 「공주님은 매일 밤, 누군가의 꿈으로 들어가 꿈에 개입하고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요.」
― 아유무 『시즈쿠 쨩! 이번에 꿈에서 내 친구를 만났다? 나랑 동갑이래!』
시즈쿠 「10년 전, 공주님은 꿈에서 어떤 소녀와 만났어요. 공주님과 동갑인, 흑발에 살짝 고양이 눈매인 친구.」
― 아유무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는 것도 많고-』
시즈쿠 「공주님은 그때 만난 소녀가, 세츠나 씨 당신이라고 믿고 있어요.」
세츠나 「네? 아, 그래서 아까…」
― 아유무 『나 있지, 그 아이랑 꼭 다시 만나고 싶어! 멋있는 아이니까! 만나면 시즈쿠 쨩한테도 꼭-』
시즈쿠 「세츠나 씨.」
세츠나 「네!」 빠릿
시즈쿠 「공주님은 절대 이 황궁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아시죠?」
세츠나 「네. 알고 있어요. 공주무녀로의 책무, 오다이바의 평안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고…」
시즈쿠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졌겠죠.」
세츠나 「그 말은, 그게 거짓이란 거예요?」
시즈쿠 「공주님의 타고난 마력은… 아마 오다이바 역사상 최고일 거예요. 지금의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요.」
―『수천년에 한 번 나올 대마법사가 될 재능입니다. 하지만…』
시즈쿠 「공주님은 스스로 그 마력을 제어할 수 없어요. 특히 감정의 동요가 크거나, 의식이 몽롱한 상태라면, 더욱.」
세츠나 「몽롱… 잠들었을 때, 말씀이시죠?」
시즈쿠 「공주님은 스스로 원해서 타인의 꿈을 엿보는 게 아니에요. 자는 동안 새어나오는 마력이, 누군가의 의식에 개입하는 거죠.」
―『자칫 폭주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시즈쿠 「여제님과 황실의 사람들은, 그 만약의 사고를 막기 위해 공주님을 황궁 안에 가둔 거예요.」
세츠나 「아니, 그게 말이 돼요? 마력 제어는 마법 공부를 하고 수련하면-」
시즈쿠 「사고가 있었어요. 공주님께서 어린아이였을 때, 어느 바닷가 마을에 갔어요.」
―『공주님! 어디 계세요!』
―『저기, 잠깐만. 저게 대체 뭐야?』
시즈쿠 「그때의 일은, 말그대로 역사에서 사라졌어요. 그곳에 있던 모든 것의 존재가 뒤틀리고 사라졌으니까. 공주님 본인 조차도.」
세츠나 「보, 본인도요?」
시즈쿠 「공주님의 불안은 스스로의 기억도 지워버렸어요. 마력이 폭주한 것도, 사람을 죽인 것도, 자신에게 마력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어린아이였지만, 그때도 수련을 하고 있던 때였죠. 그럼에도…」
세츠나 「…….」
시즈쿠 「그 후로 황실은 결정한 거예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 반경에 결계를 펼치고, 공주님의 심리와 의식이 동요하지 않게, 지켜야 하죠.」
세츠나 「그랬군요… 몰랐어요, 전혀. 공주님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시즈쿠 「세츠나 씨. 공주님은 첫사랑의 그녀가 당신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게, 연기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꾸벅
세츠나 「자, 잠깐만요! 시즈쿠 씨!! 왜 이러세요!! 기사끼리는 허리 굽히는 거 아니라면서요!!!」
시즈쿠 「공주님께서 실망하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사랑이 무거운 분이니까.」
세츠나 「사랑이 무겁…」 흠칫
시즈쿠 「최소한… 당신이 그 소녀라고 믿을 수 있게, 행동해주세요.」
세츠나 「저 하지만… 네! 알겠습니다!! 꼭 공주님을 지키고, 시즈쿠 씨의 명령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경례
시즈쿠 「…고마워요.」
…
― 3개월 뒤,
― 공주의 방에서 보고를 올리고 나오는 세츠나
아유무 「후웅… 좋겠다. 고향도 가고.」
시즈쿠 「아유무 씨는 여기가 고향이잖아요.」
아유무 「그래도… 나도 세츠나 쨩의 고향 가보고 싶은데. 어릴 때 기억도 막 날 테고. 또 여차하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거나… 아! 아무것도 아니야!」 뽀뭇
시즈쿠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하나요?」
아유무 「응. 너무 어릴 때라 어쩔 수 없나 봐.」 멋쩍
시즈쿠 「10년이나 지났으니까요.」
아유무 「그렇겠지… 그러고보니 시즈쿠 쨩, 어젯밤에 세츠나 쨩이랑 어떤 이야기했어?」
― 시즈쿠 『오늘도 안 들켰죠?』
― 세츠나 『네. 속이는 게 죄송할만큼 혼자 말씀하셔서요. 대답도 못 했어요.』
― 시즈쿠 『3개월이나 됐는데, 아직도 들을 얘기가 많아서 지겹죠?』
― 세츠나 『에이, 설마요. 공주님은 무척 상냥하고, 사랑스럽고, 좋은 분… 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지루할 틈도 없는 걸요.』 헤헷
― 시즈쿠 『…네. 그런 분, 맞아요.』
시즈쿠 「…언제나의 보고입니다.」
아유무 「그건 내가 잠들기 전에 했잖아. 근데 왜 내가 잠들고나서 또 해?」
시즈쿠 「어제의 건은 기사단 내부의 일이라서요. 다소, 음… 기밀입니다.」
아유무 「칫, 치사해-」
시즈쿠 「(3개월만에 처음 들킨 건가… 앞으론 조심해야겠어)」
아유무 「어? 저거 세츠나 쨩 물건 아닌가?」 벌떡, 쫑쫑쫑
― 탁자 아래의 보따리 주머니를 들어보는 아유무
― 안에 든 통행증과 동전들
시즈쿠 「지갑 같은데요?」
아유무 「어떡해! 빨리 전해줘야지!」
시즈쿠 「사람을 시켜서…」
아유무 「시즈쿠 쨩이 가면 되잖아! 시즈쿠 쨩은 빠르니까!」
시즈쿠 「저는 공주님 곁을 지켜야…」
아유무 「나 들고 뛰면 안 돼? 못 들어? 어렸을 때는 업어주고 다 해줬잖아.」
시즈쿠 「제, 제가 공주님을…」 화끈
아유무 「이제 살쪄서 무겁겠지…」
시즈쿠 「안 무거워요!」 번쩍
아유무 「꺄악!」
시즈쿠 「비밀통로랑 지붕으로 뛰어갈 거예요. 혹시 사람들한테 들키면… 꼭 변호해주세요.」
아유무 「응! 가자, 시즈쿠 쨩!」
시즈쿠 「네!」
…
― 황궁의 입구에서 이미 출발한 세츠나의 마차
― 아무도 없는 성벽 위에서 이를 목격한 아유무와 시즈쿠
시즈쿠 「아… 늦었네요…」
아유무 「…시즈쿠 쨩, 뛰어내리자!」
시즈쿠 「네?? 안 돼요! 아유무 씨는 황궁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여제님께서…」
아유무 「이거만 전해주고 오자. 세츠나 쨩, 저대로 보내면 밥도 굶어. 안 돼?」 초롱초롱
시즈쿠 「안 됩니다. 아무리 아유무 씨의 명령이어도 여제님의 명령을 우선…」
아유무 「나, 태어나서 한 번도 황궁 밖으로 나가본 적 없어… 딱 한 번만. 잠깐. 응?」
시즈쿠 「…물건은 사람을 시켜서 보낼게요. 그것만큼은 절대 「에잇.」 어?」 부웅-
― 시즈쿠에게 안겨 성 밖으로 무게를 실어 넘어지는 아유무
― 아유무에게 떠밀려 성 밖으로 떨어지는 시즈쿠
― 쿵..!
시즈쿠 「아야야… 위험하잖아요!!!」
아유무 「헤헤헤… 그런데 시즈쿠 쨩, 우리 황궁 밖으로 나와버렸는데?」
시즈쿠 「…아, 안 돼요! 늦지 않았으니까 빨리 안으로-!」 오싹
아유무 「우와- 시즈쿠 쨩! 나 개미 처음 봐!」
시즈쿠 「…….」
아유무 「꽃이 화병이 아니라 흙에서도 자라는구나-」 쫑쫑쫑
시즈쿠 「…다 알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알아요.」
아유무 「아, 티났어?」 헤헷
시즈쿠 「세츠나 씨를 따라잡으려면 더 달려야 해요. 모실게요.」
아유무 「응! 고마워 시즈쿠 쨩!」 와락-
시즈쿠 「…치사하다니까, 정말.」
…
― 그날 밤, 숲 한가운데
― 얼떨떨한 표정의 세츠나와 그렇게 됐다는 시즈쿠, 마냥 행복한 아유무
아유무 「야외취침 재밌겠다~」
시즈쿠 「캠핑이라고 표현해주세요.」
세츠나 「공주님께서 즐거우시면 뭐든 괜찮아요!!!」 눈치눈치
아유무 「헤헤, 그렇지?」
시즈쿠 「그보다 여관도 아니고 야영이라니, 저는 돌아가면 사형 당할지도요…」
아유무 「싫어, 안 돼! 그건 내가 막을 거야. 시즈쿠 쨩 죽여버리면 나도 콱 죽어야지.」
세츠나 「살벌한 얘기하지 마세요!」
― 휘이잉~
아유무 「엣취!」
시즈쿠 「아. 아유무 씨.」 겉옷 주섬주섬
세츠나 「모닥불 화력을 더 높일까요?」
아유무 「으응, 괜찮아. 바람 불 때만 살짝 추운 거니까. 시즈쿠 쨩도 그냥 옷 입어.」
시즈쿠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 내의가 모두 긴팔이라.」
아유무 「그래? 그래도 추우면 말 해. 돌려줄테니까.」
시즈쿠 「네.」 싱긋
― ♬~ ♪~
아유무 「그런데 아까부터 들리는 이 소리는 뭐야?」 갸웃
시즈쿠 「새소리예요.」
아유무 「새?」
시즈쿠 「네. 밤이니까 올빼미 같아요.」
아유무 「올빼미면 우리 공격하거나 그럴까?」
세츠나 「아마 불이 있어서 그러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돼도 저와 시즈쿠 씨가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활-짝
아유무 「후훗, 그렇네.」
시즈쿠 「마물에 비하면 올빼미 정도는 쉽…!」 흠칫, 샤샥, 스릉-
아유무 「시즈쿠 쨩?!」
세츠나 「시즈쿠 씨!」 흠칫, 벌떡
시즈쿠 「인기척입니다. 1명… 아니, 2명이네요. 가까워지는 느낌이에요.」
세츠나 「도적일까요?」 스릉-
시즈쿠 「아마도요. 세츠나 씨, 아유무 씨 곁을 지키세요.」
세츠나 「네!」
...푸드덕-
시즈쿠 「…!」 움찔, 샤샥
―「으아아아악!!!!!! 항복!!! 항복!!!!!」
―「지, 진정하세요- 아, 만마루~ 괜찮아. 괜찮아~」
시즈쿠 「소속, 이름,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바로 목을 긋겠다.」
아유무 「시즈쿠 쨩!」
세츠나 「…수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요?」
― 목에 칼이 드리워진, 기타를 등에 메고, 어깨에 (겁먹은) 소쩍새를 올려두고 있는 소녀
― 그 소녀의 옆,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양팔을 올려 싸울 의사가 없다 표시하는 양갈래 머리 소녀
시즈쿠 「다시 묻겠다. 소속, 이름, 그 외 신원을 밝힐 사항을 말해라.」
카논 「아- 지, 지나가는 음유시인입니다-! 카논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만마루…」
유우 「카논 씨의 동행자, 유우입니다.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시즈쿠 「잠깐 몸수색을 할 테니 그대로 뒤로 돌아…」
아유무 「시즈쿠 쨩! 그만하자! 여행 중이라고 하잖아.」 손목 덥석
세츠나 「저희는 황궁 소속의 기사들입니다. 공주… 사정이 있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꾸벅
카논 「아-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아하하…」
유우 「뭐- 수상하게 접근한 저희 잘못도 있다고나 할까…」
시즈쿠 「…실례했습니다.」 휘릭, 철컥
아유무 「두 분, 다친 곳은 없으세요?」
카논 「아, 네! 만마루가 조금 놀란 것 같지만요.」 (소쩍...)
유우 「다친 곳은 없는… 어??」
아유무 「?」
유우 「너 맞지!! 그때 그 공주님!!」 손 덥석
아유무 「에, 엣?」
세츠나 「공주님! 위험해요!!!」 와락
시즈쿠 「그 손 놓…「우리 꿈에서 봤지?」」 멈칫
아유무 「ㅇ, 어? 꿈? 아, 아!! 설마 네가 그…」
유우 「진짜 공주였구나! 이야- 꿈이 너무 생생했어서, 공주님이랑 친구가 됐다고 그때 엄청 기뻤었는데!!!」 도키메키-
시즈쿠 「…….」 멍-
세츠나 「…….」 철렁-
카논 「(뭐지 이 상황?)」 눈 꿈뻑꿈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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