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창작된 도시전설은 사실성을 무기로 흥행한다. 그런데 이 도시전설은 오직 『기이한 존재』에게 의존함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티프가 된 요괴가 있을까 조사했더니 한 가지 흥미로운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세키엔의 저서에 하얀 몸체를 구불거리는 비슷한 요괴가 있던 것이다. 도시전설과 세키엔의 묘사,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사실 둘은 같은 요괴가 아닐까?" 그러다 한 가지 꺼림칙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뚜렷한 형체가 없는 정체모를 이 요괴가, 매번 모습을 바꾸어 우리 앞에 나타나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보아선 안 될 것을 본 사람들은 이미 모두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 괴담수집가 S.K.의 기고
란쥬 「요기(妖氣)가 달라. 란쥬랑 섞인 느낌? 눈에 보이는 건 란쥬 뿐이지만. 나말고 다른 힘도 느껴져.」 흐음
아이 「그럼, 뭐야?」
란쥬 「그거야… 란쥬는 모르지.」
리나 「아이 씨, 란쥬 씨.」 소매 쭉쭉
란쥬 / 아이 「라? / 어?」 깜짝
리나 「카나타 씨가 의문을 가진 건, 란쥬 씨의 힘이 나 때문에 완전히 봉인됐던 순간이 있어서일 거야.」
― 멘레이키 『〔…하쿠시키죠, 잇카쿠센닌. 저들을 순백으로 돌려보네〕』
리나 「요괴의 힘이 사라졌다고 해도, 란쥬 씨의 말처럼 안개가 계속 유지되는 형태라면-」
― 카나타 「그 안개는 왜 그때 없어지지 않고, 아직 그대로 있는 거야?」
― 란쥬 「이건 퍼뜨리고 나면 시라누이의 힘을 쓰지 않을 때도 유지되는데?」
― 아이 「옥상에서 강당까지 올 때 그랬지.」
리나 「사실 카나타 씨가 지적한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아이 「…하긴. 능력을 직접 쓰지 않을 때도 유지되던 거니까. 란쥬가 시라누이의 힘을 쓰지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서 안개까지 사라진다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리나 「대조할 대상은 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란쥬 씨가 아닌 누군가가 있다는 거니까. 란쥬 씨, 일단 란쥬 씨가 퍼뜨린 안개부터 없애 봐.」
란쥬 「응. 알겠다와.」
― 주문을 외는 란쥬
― 란쥬의 양손으로 흘러 들어가는 붉은 안개
아이 「아, 색깔이.」
― 붉은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푸른색으로 바뀌는 안개의 흐름
란쥬 「파란색?」
리나 「카나타 씨, 그쪽도 안개 색깔이 바뀌었어?」
― 카나타 『응! 바뀌었어!』
― 카스미 『이쪽은 파란색이야, 리나코!』
리나 「응. 잠깐 밖도 확인해볼게.」 두둥실-
― 여기저기 날려보냈던 다른 노멘들을 통해 바깥 상황을 살펴보는 리나
― 쓰러진 학생들에게는 닿지 않는 푸른 안개
리나 「아무래도 우리만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아까랑 다르게 밖에 있는 애들은 없어.」 빨간색도 파란색도
란쥬 「그렇담 요괴를 찾는 거겠네. 우린 요괴의 힘이 있으니까.」 끄덕끄덕
아이 「정확하게는 『요괴의 힘을 가진 인간』만 찾는 것 같아.」
란쥬 「라?」
아이 「잠시만. 카나 쨩, 카스카스! 혹시 애들 중에 파란색 안개가 닿지 않는 애들 있어?」
― 카스미 『카스밍데스!』
― 카나타 『잠시만-』
― 『〔웅성웅성〕』
― 미아 『조금씩만 떨어지면 금방 알잖아.』
― 유우 『아, 그렇구나.』
― 세츠나 『네! 저희 모두 안개가, 어… 휘감고 있어요!』
아이 「역시.」 끄덕
란쥬 「아이?」
아이 「아, 미안. 란쥬 말대로면 저기 박살난 녀석들도 안개가 닿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 스윽-
― 객석과 무대 주변에 처참하게 쌓여 있는 요괴들
아이 「뭐어- 우리가 다 해치워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리나 「그래도 아이 씨 말이 맞을 거야. 요괴가 요괴를 찾을 이유도 없고.」
란쥬 「그렇구나.」 끄덕끄덕
― 시오리코 『저기… 아이 씨?』
― 엠마 『아이 쨩~』
― 카스미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 확인할 거 끝난 거예요?』
아이 「아, 맞다. 또 까먹었네. 응! 확인했어! 고마워!」
란쥬 「아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까 얘기한 거 그대로?」
아이 「리나리, 지하랑 중앙현관 쪽은 그대로지?」
리나 「응.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아.」 관측 중
― 지하와 중앙현관 쪽으로 보낸 노멘들
― 노멘들 『〔둥실둥실- 빙글빙글-〕』
리나 「…아.」 나지막
란쥬 「왜 그래, 리나?」
리나 「하나. 바뀐 게 있어.」
아이 「어? 뭔데?」 깜짝
리나 「…지하쪽으로 가는 게, 더 색깔이 짙어. 아까 빨간색 안개랑은 반대야.」
…
▶ 학교 수영장
― 입구 근처에 모여 있는 멤버들
세츠나 「…아! 리나 양!」 활-짝
리나 「다들 오랜만.」 두둥실, 둥실-
― 노멘들의 보호를 받으며 다가오는 리나
― 리나 「〔온나멘을 쓴 리나〕」 사뿐-
아유무 「여기까지 혼자 오는데 위험하진 않았어?」
리나 「응. 츠쿠모가미는 모두 내 부하들이니까.」 끄덕
카스미 「리나코, 그 가면은 벗고 말하면 안 돼?」
리나 「요괴의 힘을 쓸 때는 못 벗어. 안 돼.」
엠마 「카스미 쨩이랑 닮았네-」
카스미 「어디가요!」 크왕
미아 「지금이 농담할 때냐고…」
리나 「다들 밝아보여서 나는 괜찮아.」
유우 「저기, 그럼 아이 쨩이랑 란쥬 쨩 하고는 계속 연락할 수 있는 거야?」
리나 「응. 물론 두 사람이 노멘을 보면서 말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을 따라다니고 있을 거야.」
― 노멘 「…….」 둥실-
― 란쥬 「다시 봐도 웃기게 생겼다와.」
― 아이 「쉿.」
시오리코 「둘은 벌써 출발한 건가요?」
리나 「아마도. 시계가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출발하고 10분쯤 뒤에 움직인다고 했으니까. 그보다 카나타 씨.」
카나타 「아, 응.」 끄덕
리나 「요괴는 찾았어?」
카나타 「일단 확인은 해봤는데, 『파란색 안개』랑 관련된 요괴는 없었어서…」 도리도리
리나 「그렇구나. 오는 길에 다들 말이 없길래 짐작은 했어.」
카나타 「대신에 시라누이랑 관련이 있다거나, 다른 요괴를 흉내낸다거나, 이런 건 따로 뽑아뒀어.」 뒤적뒤적
세츠나 「그리고 안개라고 보긴 어렵지만, 연기랑 관련된 요괴도 있더라고요. 여기요.」
―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쳐보이는 세츠나와 카나타
― 엔엔라(煙々羅), 요코(妖狐), 바케타누키(化け狸)
리나 「…….」 정독 중
세츠나 「가장 가능성 높은 건…」
카나타 「엔엔라(煙々羅)겠지?」
세츠나 「네. 지금으로선 가장 그럴 듯한 요괴이긴 해요.」
유우 「리나 쨩은 어떻게 생각해?」
리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쿠네쿠네(くねくね) 같아서 강할 것 같다고 생각해.」
엠마 「쿠네쿠네?」 ※구불구불
미아 「그게 뭐야?」
아유무 「요괴 중에 하나인데,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허수아비 닮은 요괴야. 공포게임에 자주 나와.」
미아 「그런 녀석이 강하다고?」
아유무 「괴담대로면, 가까이에서 마주치면 그대로 미쳐버려서 똑같이 쿠네쿠네가 된다고 하는데…」
엠마 「그, 그건 좀 무서운데… 스위스에도 비슷한 귀신이 있어서…」 움찔
리나 「괜찮아, 엠마 씨. 쿠네쿠네는 인터넷 괴담으로 만들어진 20년밖에 안 된 도시전설이니까.」
엠마 「정말?」
카스미 「에, 그런 거였어?」
리나 「응. 쿠네쿠네를 상대할 일은 없을 거야.」
세츠나 「그럼 우선은 엔엔라라고 생각하고 가도록 하죠!」
시오리코 「…….」
카나타 「시오리코 쨩, 왜 그래?」
시오리코 「네? 아뇨. 그냥… 요괴는 어떤 요괴인지 몰라도…」 힐끔
― 멤버들을 바라보는 시오리코
시오리코 「아이 씨부터 리나 양, 카린 씨까지… 어쩌면 이번엔 시즈쿠 양이 아닐까 싶어서요.」
― 일동 「…….」
시오리코 「아, 죄송해요. 제가 괜히 달갑지 않은 말을…」
세츠나 「다들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활-짝
카스미 「솔직히 시즈코가 아니면 더 이상할 걸?」
시오리코 「그런가요…」 떨떠름
유우 「오히려 우리들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싶기도 해서… 기왕 고생할 거면 다같이 고생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하하...
카나타 「그리고 요괴한테 먹혔다고는 해도, 만나기는 더 쉬우니까. 시즈쿠 쨩이 어떤 상태인지 우리가 알 수 있잖아.」
미아 「다들 너무 긍정적인 거 아니야?」
엠마 「아까처럼 우울한 것 보다는 더 좋지 않아?」
미아 「그건 그렇지만…」
리나 「상황이 상황이니까. 혼자 돌아다녔으면 오히려 무서웠을 거야.」
아유무 「응. 알 것 같아.」 끄덕끄덕
세츠나 「역시 모험은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죠!」 헤헷
⁄/イ`^ᗜ^リ 「〔끄덕끄덕〕」 번쩍번쩍
리나 「…이건 뭐야?」 (깜짝)
세츠나 「아, 동료인 테루테루보즈 히요리보 씨예요!」 활-짝!
엠마 「응? 리나 쨩은 처음 보는 거였나?」
리나 「응.」 끄덕
카스미 「세츠나 선배, 아까까지 같이 있지 않았어요?」
세츠나 「리나 씨가 오기 전에 잠깐 충전하고 있었거든요.」 헤헤
아유무 「리나 쨩이 데리고 다니는 가면들이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유우 「생긴 거랑 다르게 믿음직스런 동료니까.」 끄덕끄덕
⁄/イ`^ᗜ^リ 「??」
카나타 「손전등으로 쓰기 좋다요?」 =ω=
리나 「그렇구나. 잘 부탁해. 히요리보 씨.」 쓰담쓰담
⁄/イ`^ᗜ^リ 「!!」 빙그르르
미아 「…이제 잡담 끝난 거 맞지?」
세츠나 「아-- 네! 그런 것 같아요!」
유우 「좋아-! 그럼 가볼까!」
第十二話 : 煙
▶ 안개를 따라 지하 근처에 도착한 멤버들
― 1층 → 지하 계단, 군청색에 가까운 안개의 흐름
― 지하 입구, 굳게 닫힌 방화문
⁄/イ`^ᗜ^リ 「도착했어요!」 번쩍번쩍
세츠나 「확실히. 리나 양이 말한대로 색깔이 짙어요.」
아유무 「괜히 긴장되네… 잘할 수 있을까?」
시오리코 「걱정 마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 놓이니까 본능적으로 움직이더라고요.」
카나타 「오히려 아유무 쨩이 나설 일이 없는게 더 좋다요?」
시오리코 「그것도 그렇죠. 솔직히 저는 유우 씨가 더 걱정이에요.」 끄덕
유우 「나, 나도 이제는 적응했으니까 괜찮아! 아유무! 같이 잘 해보자!」
아유무 「응!」 뽀뭇
엠마 「리나 쨩, 아이 쨩이랑 란쥬 쨩은 어떻대?」
리나 「계속 말을 걸어봤는데, 대답은 없었어.」
카스미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리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무슨 일이 생겼다면, 어쨌든 그 전에 상황을 알렸을 거야.」
카스미 「하긴. 선배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테니까.」
유우 「아니면 우리 중에 몇 명이 아이 쨩을 도우러가는 건 어때?」
시오리코 「아뇨, 오히려 두 분과 연락이 안 되니까 처음 정한대로 하는게 나을 거예요.」
유우 「그, 그런가?」
미아 「어차피 둘 중에 먼저 끝내는 쪽이 반대편에 합류할 거니까. 서로 믿어야지.」
세츠나 「…그럼 다들 준비되셨나요?」 두리번
시오리코 「네. 준비 됐습니다.」 스릉-
미아 「이쪽도 됐어.」 분신×2
카스미 「엠마 선배랑 저도 됐어요!」 캬웅-
엠마 「〔끄덕끄덕〕」
유우 「아유무, 리나 쨩. 위험하면 바로 얘기해줘. 카나타 씨도요.」 쩔그렁
아유무 「응! 내 걱정은 괜찮아, 유우 쨩!」 뽀뭇
리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둥실-
카나타 「그럼 세츠나 쨩, 가자.」 팔랑팔랑
엠마 「!」 아유무 어깨 톡톡
아유무 「엠마 씨?」
엠마 「〔자신의 오른쪽 옆머리를 살짝 두드리는 엠마〕」 뿅뿅
아유무 「아! 변신 깜빡했다. 고마워요, 엠마 씨!」
엠마 「〔끄덕끄덕〕」 방긋방긋
― 아유무의 경단에 사슴뿔처럼 돋아난 붉은 나뭇가지
리나 「…….」 빤-
아유무 「세츠나 쨩! 준비 끝났어!」 진짜 끝!
세츠나 「네! 우선 바로 왼쪽부터 갈게요! 그럼 엽니다!」 철컹, 후웅-
― 지하 1층, 복도를 가득 채운 암청색의 안개
― 앞장서는 히요리보와 미아의 분신들, 뒤이어 따라가는 세츠나, 시오리코, 미아
미아 「What the…」 윽
시오리코 「…숨은 쉬어도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안개 때문에 앞이 거의 안 보이는 게 문제네요.」
미아 「색깔 때문에 차가울 줄 알았는데, 좀 더운 느낌이네.」 후덥지근-
세츠나 「혹시 모르니까, 각자 앞사람에게 최대한 붙어주세요!」
미아 「이래선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꾸욱-
시오리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밍기적
카스미 「엠마 선배.」
엠마 「?」
카스미 「엠마 선배는 요괴일 때 말을 못 하니까, 카스밍이랑 안 떨어지게 꼭 붙어있어야 해요. 알았죠?」
엠마 「〔끄덕끄덕〕」 뽈뽈뽈, 꼬옥-
― 세츠나, 시오리코, 미아를 따라 들어가는 나머지 멤버들
유우 「카스미 쨩은 어때? 좀 보여?」
카스미 「고양이가 시력 좋다는 건 다 뻥인가봐요. 세츠나 선배말곤 안 보여요.」
엠마 「(그거 잘못 알려진 건데…)」
리나 「…저기 아유무 씨.」
아유무 「응?」
리나 「아유무 씨는 능력이 뭐야?」
아유무 「나? 어… 디스펠 힐러?」
리나 「그렇구나.」
유우 「아유무, 리나 쨩. 우리도 가자.」
아유무 「아, 응! 유우 쨩!」
카나타 「리나 쨩, 혹시 모르니까 손 잡아줄게.」 길 잃을라
리나 「응.」 꼬옥
― 세츠나 「우선 왼쪽으로 꺾을게요!」 쩌렁-
― 안개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멤버들
시오리코 「(…안개만 가득할 뿐, 기척이 없어요.)」 경계
미아 「(진짜 여기 있는 거 맞아?)」
유우 「(우리 숨소리랑 발소리 말고는 들리는 것도 없고…)」
카스미 「(선배들 이쪽에 있는 거 맞나?)」 불안
리나 「(…41, 42, 43)」
세츠나 「…?」 멈칫
미아 「아. 갑자기 왜 멈춰?」 툭-
유우 「세츠나 쨩?」
세츠나 「그게…」
⁄/イ`^ᗜ^リ 「…….」 우뚝-
세츠나 「히요리보가… 히요리보 씨, 왜 그러세요?」
⁄/イ`^ᗜ^リ 「앞이 막혔어요!」
시오리코 「…정말이네요. 이쪽은 맨벽이에요.」 더듬더듬
카나타 「벌써 끝까지 온거야? 엄청 느렸는데?」
세츠나 「저희가 들어온 계단이 건물 구조상 거의 끝에 있는 계단이었거든요. 그래서 왼쪽으로는 거리도 짧고 딱히 구조물도 없어요.」
아유무 「그럼 이제 뒤돌아서 반대편으로 가야하는 걸까?」
유우 「길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세츠나 「히요리보 씨, 뒤돌아서 똑같이 가주세요.」
⁄/イ`^ᗜ^リ 「네!」 둥실~
미아 「너희들도.」 따라붙는 분신들
― 뒤돌아 히요리보를 따라가는 멤버들 「〔복작복작 옹기종기〕」
리나 「…….」 힐끗, 두리번
아유무 「(리나 쨩인가?)」
리나 「〔오른손으로 벽을 짚고 걷는 리나〕」
카나타 「앗, 리나 쨩?」 놓쳤다
유우 「왜 그래요, 카나타 씨?」
카나타 「리나 쨩이랑 손을 잡고 있었는데 놓쳤어!」
유우 「네에?!」
미아 「What? 그게 무슨 소리야! 리나!!」
리나 「나 여기 있으니까 다들 당황하지 마.」 덥석
카나타 「우왓, 바로 옆에 있었구나… 놀랐다구, 리나 쨩.」 휴우-
리나 「세츠나 씨, 시오리코 쨩.」
세츠나 / 시오리코 「네?」
리나 「지하 1층에는 뭐가 있어?」
세츠나 「아- 지하 1층이면… 교직원 휴게실이랑, 창고랑 자료실이 있고- 이쪽 복도는 그게 전부네요.」
시오리코 「그리고 본관이니까 다른 건물로 갈 수 있는 길도 있어요. 저희는 본관 가장 왼쪽 계단으로 들어왔으니까…」
유우 「어? 그럼 이대로 쭉 가면 중앙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나?」
아유무 「음- 중간쯤 가다가 오른쪽에 있겠지? 우리가 방향을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
카스미 「말로만 들으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세츠나 「쉽게 설명하면, 저희는 지금 엄청 긴 일자복도 맨끝에서 맨끝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중간중간에 있는 문이나 계단은 무시하고요.」
시오리코 「정확히는 T자 복도예요. 반대편 끝에 있는 복도가 기숙사와 부실동으로 이어지거든요.」
카나타 「그럼 끝까지 가는 중에 유우 쨩이 말한 중앙계단 쪽 계단도 있는거네?」
세츠나 「그럴 거예요. 다만, 아까처럼 방화문으로 막혀 있겠지만요.」
카스미 「카스밍이 생각했던 것보다 지하가 꽤 넓네요?」
시오리코 「지하 1층도 지상층이랑 평수는 같아요. 중앙홀처럼 열린 공간이 아닐 뿐이라, 조금 좁아보일 뿐이죠.」
카나타 「교실 복도 생각하면 된다요?」
카스미 「아, 그렇구나.」
리나 「…잠깐만. 다들 멈춰봐.」 우뚝
세츠나 「네? 멈추라고요?」 깜짝
미아 「리나, 왜 그래?」
카스미 「설마 엠마 선배가 없어졌어?」
―「〔머리카락 스물스물〕」 쓰담
카스미 「히약!!! 깜짝이야… 잘 있었네요.」 흠칫
아유무 「리나 쨩, 그쪽에 뭐 있어?」 더듬더듬
리나 「…아까 우리가 들어와서 왼쪽으로 꺾었지?」
세츠나 「네. 구조상 왼쪽이 좀 더 짧아서 빠르게 훑어볼 생각이었으니까요.」
리나 「아까 복도에 들어오면서 벽 끝까지 몇 걸음 걸었는지 세였었어. 그리고 카나타 씨랑 내가 맨 뒤에 들어갔고.」
카나타 「응, 그랬다요?」 끄덕끄덕
리나 「들어올 때 왼쪽 방향으로 갔고, 지금은 뒤돌아서 걷고 있으니까, 우리가 들어온 문은 오른쪽에 있을 거야.」
시오리코 「…그렇죠.」
유우 「설마 문이 없어졌어?」 흠칫
리나 「아니, 그건 아니야. 그게 아니라-」 찰칵-
― 덜컹, 덜컹!
― 방화문 손잡이를 잡고 강하게 밀고당기는 리나
리나 「들어올 때, 나도 카나타 씨도 문을 안 닫았거든.」
카나타 「…에?」
카스미 「그게 왜?」
미아 「우리가 들어온 뒤에 누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잖아!」
카스미 「아!!!」
세츠나 「이미 저희가 들어온 건 들켰군요!!」
시오리코 「처음에 그렇게 떠들었으니 모를 리가 없었겠죠.」
리나 「그리고 지금은 안 열려.」
아유무 「뭐?」 깜짝
유우 「우리 갇힌 거야?!」
리나 「그럴지도.」 끄덕
카스미 「리나코! 그렇게 차분하게 말하지 마!」
세츠나 「괜찮아요, 아까 얘기했지만 나가는 곳은 충분히 많아요!」
시오리코 「중요한 건, 저희 위치는 이미 들켰을 가능성이 크지만, 역으로 저희는 요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거겠죠.」
리나 「응. 어쩌면 지금도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 수도 있어.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가 흩어지길 기다리면서 말이야.」
미아 「Shit, 쓸데 없이 똑똑하네…」
유우 「…지금 우리 대화도 듣고 있겠지?」
카나타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아유무 「리나 쨩, 뭔가 방법이 있는 거야?」
리나 「지금은 아무 것도 못할 거야. 문이 닫히는 것도 몰랐고, 잠금장치도 풀려있는데 열리지도 않고.」 덜컹, 덜컹
세츠나 「일단 다른 출구를 찾아서 나가볼까요?」
리나 「아마 따라와서 똑같이 문을 고장낼 거라고 생각해.」
카나타 「처음부터 함정에 빠진 건가…」 끄응
시오리코 「저희를 찾기 위해가 아니라, 끌어들이기 위해 퍼뜨린 거였군요.」
리나 「그래도 다같이 뭉쳐서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 상황이 나쁠 뿐, 1:1만 아니면 우리가 이길 거야.」
카스미 「진짜?」
리나 「아마도.」
카스미 「뭐야, 결국 감이잖아…」
세츠나 「지금까지 감으로 잘 해결해왔잖아요. 자신감을 가져보죠!」
시오리코 「…어쨌든, 저희가 지하에 갇힌 건 변하지 않아요. 요괴를 찾아 싸우거나, 탈출하거나, 이렇게 두 가지만 생각해봐요.」
카나타 「음- 솔직히 우리끼리도 잘 안 보이니까, 일단 탈출이 우선 아닐까?」
세츠나 「그렇네요-」 흐음
미아 「…아예 문을 부셔버릴까?」
유우 「아! 그게 좋겠다!」
카스미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랬다가 잘못해서 우리가 맞으면?」
미아 「아, 그렇네…」
시오리코 「그보다 문이 부서질지가 의문이네요. 요괴를 상대로 날붙이는 쓸만하지만, 이런 철문을 부수는 건 다른 문제라…!」 흠칫
아유무 「꺅-!」 깜짝
― 콰앙-!!!!!
― 문에 무언가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 순간 세차게 일렁이는 안개
세츠나 「드디어 나타난 거군요!」
시오리코 「다들 조심…」
리나 「…엠마 씨?」
아유무 「아, 엠마 씨였어?」
카스미 「엠마 선배! 아오-! 말을 못 하니까 확인도 안 되고…」
―「〔카스미의 손바닥에 기어오는 머리카락〕」 꿈틀꿈틀
카스미 「아이, 깜짝이야!! 뭐예요… 『에헤헤, 미안. 안 되네』 …라고 하네요.」
세츠나 「깜짝 놀랐네요.」
시오리코 「…….」 뻘쭘
유우 「엠마 씨 때문이라도 탈출이 맞는 것 같아. 시야도 어두운데, 말까지 할 수 없으니까.」 끄덕
리나 「…….」 곰곰
세츠나 「흐음… 차라리 동시에 몇 그룹으로 나뉘어 움직인다면… 아니, 역시 리스크가 너무 커요.」 중얼
아유무 「…안개를 없앨 수는 없을까?」
세츠나 「아, 그 방법도 있긴 하네요.」
시오리코 「글쎄요… 방법만 안다면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 같습니다만…」
카나타 「세츠나 쨩. 히요리보랑 같이 내쪽으로 바짝 붙어줄래?」
세츠나 「네? 아, 네!」
⁄/イ`^ᗜ^リ 「출동이에요!」 둥실
― 히요리보에 바짝 붙어서 책을 살펴보는 카나타
― 하나둘 히요리보에 모여드는 멤버들
⁄/イ`^ᗜ^リ 「…….」 부둥부둥
카나타 「…아, 맞았어. 『엔엔라』. 아까랑 다르게 설명이 늘어났어.」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그들을 볼 수 없다.』
카나타 「이거 뿐이지만.」
세츠나 「봉인 방법이나 약점은 따로 없네요.」
카나타 「아직 발견을 못 해서 그런건가…」
카스미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유우 「음- 보통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하라고 할 때 저렇게 말하지?」
아유무 「응.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런 말처럼.」 끄덕
미아 「리나, 당황하지 말라는 뜻이야?」
리나 「비슷해.」 끄덕
시오리코 「…한 번 해볼까요?」
세츠나 「네? 뭐를요?」
시오리코 「요괴가 저희를 불러들였으니, 역으로 저희가 덫을 놓자는 얘기예요. 세츠나 씨의 말대로 조금씩 떨어져서 가만히 있어보죠.」
유우 「위험하지 않을까?」
시오리코 「나름 생각해봤는데, 중심에 테루테루보즈를 두고 둥글게 서면 되지 않을까요?」
⁄/イ`^ᗜ^リ 「???」
― 잠시 후, 히요리보를 바라본 상태에서 뒷걸음질로 멀어지는 멤버들
― ⁄/イ`^ᗜ^リ 「〔번쩍 번쩍〕」
세츠나 「다들 히요리보가 느껴지는 정도까지만 가주세요!」
미아 「Ok-」
시오리코 「다들 적당히 퍼진 것 같네요.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어볼게요.」
카스미 「진짜 될까…」 궁시렁
리나 「되면 되는대로 또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유우 「이상한 게 보이면 바로 알려주면 괜찮아!」
카나타 「다들 겁먹지 말고, 다같이 싸우면 이길 수 있을거야.」
…
카스미 「…….」
아유무 「…카스미 쨩, 자는 거 아니지?」
카스미 「아, 안 잤어요.」
세츠나 「뭐랄까, 갈수록 멍-한 느낌이네요.」
미아 「안개에 중독되는 건 아니겠지?」
시오리코 「전 아직 괜찮습니다. 긴장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요.」
리나 「히요리보 씨를 보고 있어서 못 봤을지도 몰라. 저기는 상대적으로 밝으니까.」
세츠나 「그럼 뒤돌아서 반대쪽을 볼까요?」 빙글-
카스미 「카스밍은 뒤로 돌면 벽인데요…」 꼼지락
카나타 「카나타 쨩도다요?」 빙그르-
유우 「아하하… 막상 복도쪽을 보려니까 무섭… 으악! 깜짝이야!」
아유무 「왜 그래! 유우 쨩!」
미아 「무슨 일이야!」
유우 「아, 괜찮아. 뒤돌았는데 아유무가 바로 앞에 있어서… 어?」 섬칫
― 유우의 몸을 통과하는 아유무의 형체를 한 무언가
― ??? 『〔일렁일렁〕』
유우 「읏! 콜록…」 털썩
카스미 「유우 선배!」
아유무 「유우 쨩!!」
유우 「나, 나는 괜… 콜록…!」 눈물 뚝뚝
유우 「(방금 뭐지… 뭔가가, 아유무처럼 생긴 게 지나갔는데. 기침이랑 눈물이 안 멈춰!)」 콜록콜록
세츠나 「정말 시작됐네요…」
시오리코 「다들 당황하지 마세요! 존재를 드러냈으니까, 이제부턴… 꺄악!!」 털썩
미아 「시오리코!」
시오리코 「죄송해요… 갑자기 누가… 눈이, 눈이 너무 매워서…」 켁켁
미아 「(시오리코가 왼쪽에 있었으니까… 아, 찾았… 읏!」 털썩
카스미 「에? 뭐야? 미아코!」 우왕좌왕
―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와 거친 숨소리
미아 「분명, 분명 시오리코였는데…」 콜록콜록
카스미 「유우 선배에 시오코, 미아코까지… 어떻게 된 거야…」
리나 「…아.」 덥석, 꼬옥-
엠마 「〔리나를 끌어안고 안개 속으로 머리카락을 휘두르는 엠마〕」 휘릭, 콰앙-!
― 안개를 가르는 엠마의 머리카락
― 순간, 형체가 일렁였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무언가
리나 「엠마 씨?」 깜짝
엠마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는 엠마〕」 지긋-
아유무 「유우 쨩, 유우 쨩… 아, 찾았다.」 더듬더듬, 덥석
유우 「아, 아유무…」 콜록, 히끅
아유무 「괜찮아, 금방 낫게 해줄게. 조금만 참아줘?」 손 꼬옥-
카나타 「미아 쨩이랑 시오리코 쨩도 찾아서 데려올게!」 두리번
― 유우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 아유무
― 한편,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응시하는 엠마
엠마 「…….」 째릿-
리나 「…아.」 보인다
― 짙은 안개 속, 희미하게 일렁이는 사람 형체의 무언가
― 엔엔라 『〔카린의 모습으로 부유하는 안개 덩어리〕』 스멀스멀
리나 「(카린 씨의 모습… 앗!)」 움찔
엠마 「〔엔엔라를 향해 머리카락을 휘두르는 엠마〕」 휘익- 쾅!
카스미 「…아, 리나코. 엠마 선배.」 만났다
리나 「카스미 쨩. 무사했구나.」
세츠나 「엔엔라는 찾으셨나요? 큰 소리가 나던데…」 불쑥
리나 「응. 지금 엠마 씨가 상대하고 있어. 계속 빗맞긴 하지만, 쉽게 접근은 못하는 것 같아. 가만히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보여.」
― 엠마의 머리카락을 피해 안개 속으로 숨는 엔엔라
카스미 「정말이네… 근데 애초에 안개랑 똑같아서 때리고 할퀼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세츠나 「…본체가, 따로 있을 것 같아요. 시오리코 양, 이누가미 때도 그랬어요.」
리나 「그때는 어떻게 했어?」
세츠나 「이누가미의 몸 속에 있던 신주를 박살내서 봉인했어요. 이번에도 이누가미의 신주처럼 엔엔라의 본체가 있을 거예요. 카나타 씨!」
― 시오리코와 미아를 찾아 끌고오던 카나타
― 카나타 「어? 세츠나 쨩?」 깜짝
세츠나 「책에 새로운 내용이 있나 확인해주세요!」
카나타 「으, 응! 알았어! 잠시만!」 후다닥, 덥석
⁄/イ`^ᗜ^リ 「???」 질질질
카나타 「역시… 세츠나 쨩! 『모깃불』이랑 『온천』! 둘 중 하나야!」 뚫어져라
카스미 「그게 말이 돼요? 그런 게 지하에 어딨어요!」
리나 「…지금은 안개니까 온천일 가능성이 더 높아. 세츠나 씨, 혹시 지하에 샤워실이나 온수가 나올만한 곳 있어?」
세츠나 「딱히 없는데… 지하에 있는 화장실들은 이 시기엔 수도관이 막혀 있고…」
카스미 「그럼 모깃불이… 「아!!! 있어요!!!!!」 으아, 깜짝이야!」
세츠나 「교직원 휴게실! 그 안에 정수기가 있는데 온수가 나와요!」
카스미 「에에-? 겨우 정수기요?」
세츠나 「아, 그런데 지금은 전기가 끊겼으니까 온수가 안 나올 텐데…」 깜빡
리나 「그래도 일단 해보자. 엔엔라가 찬물을 데웠을 수도 있으니까. 휴게실은 어딨어?」
세츠나 「안개 때문에 가늠하긴 어렵지만, 지금 저쪽… 엔엔라가 몸을 숨긴 방향에 있어요.」
카스미 「하필이면 저쪽이네요…」 끄응
리나 「엠마 씨와 내가 상대하고 있을게. 두 사람이 가서 확인해줘.」
세츠나 「안개가 짙긴 해도, 벽에 붙어서 확인하면 휴게실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카스미 양! 가요!」 타탓
카스미 「리나코, 엠마 선배! 금방 올게요! 카나타 선배랑 아유무 선배도 조심해요!」 슈파팟
엠마 「(응!)」 끄덕, 휘릭- 콰앙!
리나 「조심해.」
카나타 「히요리보 쨩, 너도 가야지!」
⁄/イ`^ᗜ^リ 「복도 한 번 달려볼게요!!」 우오오오!!!
…
▶ 교직원 휴게실 문앞
세츠나 「도착했어요!」
카스미 「빠르게 찾아봐요! 어라?」 덜컹덜컹
― 열리지 않는 문
카스미 「안 열리는데요?」
세츠나 「엔엔라가 굳이 저희를 막지 않은 이유가 있었네요. 방화문처럼 이미 손을 쓴 것 같아요.」 큿
― 멀찍이 들려오는 굉음들
―「잠깐 나와 볼래?」
카스미 「아, 유우 선배!」
세츠나 「유우 양, 괜찮으세요?」
유우 「응. 아직, 콜록. 멀쩡하진 않지만. 미아 쨩이랑 시오리코 쨩도 힘들 테니까, 그냥 빨리 왔어. 그보다 나무문이니까, 부술 수 있을 거야.」 쩔그럭
카스미 「네. 유우 선배, 부탁할게요.」
유우 「이얍-!」 부웅- 콰직! 쾅!
세츠나 「됐다! 들어가죠!」 후다닥
카스미 「정수기만 찾으면 되죠?」 두리번
유우 「정수기?」
세츠나 「네! 저희가 추리한 게 맞다면… 꺄악!!」 털썩
카스미 「세츠나 선배!」
― 세츠나를 통과해 지나가는 엔엔라
세츠나 「켈록! 으아아… 콜록!」 그렁그렁
⁄/イ`இдஇリ 「…….」 깜빡... 깜.. 빡...
유우 「어떡하지? 설마 엠마 씨까지 다 당한 거야?」
카스미 「유우 선배! 제가 막을 테니까, 정수기부터 처리해요!」 그르릉, 샤아-
유우 「아, 알았어!」 더듬더듬
카스미 「…….」 크르르
카스미 「(…가만히, 자세히 보면 될 거야.)」 침착
― 유우의 주변에서 일렁이는 안개
― 엔엔라 「〔쩌억-〕」 슈웅-
카스미 「거기냐!!」 펄쩍, 샤샷
유우 「우왓!」 우당탕
카스미 「(…뭔가 손에 맞는 느낌이 있었어. 역시 카스밍! 아냐! 집중하자!)」 그르릉
유우 「…아, 물이다. 그럼 이 근처에!」 찰팍, 찰팍
엔엔라 「아아악!!」 쩌렁-
카스미 「시끄러!」 퍽-
유우 「…? 왜 온기가, 앗 뜨거!」 화들짝
― 밸브가 열린 채, 연회색의 탁한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정수기
― 전원 꺼진 정수기 『〔콸콸콸-〕』
유우 「좋아, 이거만 부수면…」 쩔그렁, 꽈악-
엔엔라 「내놔!」 휘익- 덥석-
유우 「아!」
카스미 「왜 그래요?」
유우 「요괴가 정수기를 들고…?」
엔엔라 「…뭐, 뭐야?」 덜컹, 덜컹
카스미 「…정수기가 무선이겠냐고요.」 수도관에 전선에
― 휘리릭- 콰앙!!
― 정수기를 뽑아가려던 엔엔라에게 직격하는 엠마의 머리카락
엔엔라 「〔외마디 비명〕」 파스스...
카스미 「엠마 선배?」
리나 「응.」 끄덕
엠마 「〔의기양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선 엠마〕」 엣헴
― 서서히 걷히는 안개, 휴게실 바닥에 널브러진 숯가루를 뒤집어 쓴 부서진 정수기
― 하얀 연기가 되어 휴게실 밖으로 흘러 사라지는 엔엔라의 흔적
유우 「하아, 끝났다!」
엠마 「…푸하! 말 못해서 답답했어.」 에헤헤
리나 「아유무 씨, 카나타 씨. 다 끝났어.」 빼꼼
카나타 「응! 수고했어! 시오리코 쨩이랑 미아 쨩도 무사해!」
아유무 「휴우… 다행이다.」 식은땀 줄줄
미아 「아유무, 괜찮아?」 훌쩍
시오리코 「죄송해요, 저희가 아무것도…」 눈물 슥슥
아유무 「내가 할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기쁜 걸? 두 사람 다 무사해서 다행이고.」 헤헤
― 휴게실로 들어오는 아유무, 카나타, 시오리코, 미아
― 휴게실 바닥, 정신을 잃은채 누워있는 시즈쿠
미아 「예상대로네.」
카나타 「시즈쿠 쨩, 일어나~」 팔랑팔랑
엔엔라(煙々羅, 연연라)
18세기에 활동했던 시인이자 우키요에 화가 토리야마 세키엔이 창작한 것으로 알려지는 요괴. 『금석백귀습유』에 수록되어 있으며, 연기 속에서 이상한 얼굴이 튀어나온 형상이며, 이 모습이 마치 얇은 천(羅, 라)이 휘날리는 모습과 닮아 『엔엔라』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세키엔의 전승 : 엔엔라에 대한 최초의 전승은 세키엔의 저서가 전부이다. 연기에서 피어올라 자신을 지켜보던 인간을 쳐다보다 지나가는데, 세키엔의 기록에는 해충을 쫓는 모깃불에서 태어난 존재로 그려진다. 딱히 인간을 해한다는 말도 없고, 존재 자체가 연기인 요괴라, 일종의 변상증(파레이돌리아) 요괴라 볼 수 있다.
쇼와 · 헤이세이 이후의 해석 : 형체가 불분명한 연기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부유하는 요괴로 그려진다. 또한, 연기 뿐 아니라 수증기(즉, 김)에서도 피어난다 하여 목욕탕과 온천 등 따뜻한 물 위에서도 나타난다고 구체화 되었다.
지옥의 업화 : "엔라(煙羅)"의 발음이 "염마(閻魔)"와 같다하여, 염라대왕과 저승과도 연관을 짓는 해석이 있다. 특히, 연기라는 점에서 지옥의 불을 연상해 "죄를 씻는 불"인 "업화"의 이미지로 보기도 한다. 때문에 엔엔라가 과오가 있는 인간의 앞에 자기자신 또는 소중한 존재의 모습으로 나타나 죄를 꾸짖어 벌을 한다거나, 스스로 죄를 깨닫고 뉘우치게 하는 수호령의 해석도 존재한다.
도시괴담 쿠네쿠네 : 2003년 경, 일본 요괴 도시괴담으로 유행한 쿠네쿠네(くねくね)와 연관한 해석이 있다. 둘 사이의 공통점을 근거로, 쿠네쿠네 괴담의 최초 작성자가 엔엔라를 참고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둘의 공통점은,
① 일반적으로 하얀색
② 구불거리는 움직임
③ 물가에서 목격할 수 있음
④ 형체가 불분명하며, 특정한 형체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음
④ (엔엔라를 업화의 이미지로 해석할 경우) 정신적/심리적인 피해를 입힐 뿐, 물리적인 피해는 없음
⑤ (쿠네쿠네를 도플갱어로 해석할 경우) 목격자 자기자신을 마주할 수 있음
이렇게 꼽을 수 있는데, 물가에서 목격할 수 있는 구불거리는 하얀색의 무언가라는 점에서 그럴듯한 추론이라 보여진다. 다만, 쿠네쿠네 자체가 현대에 창작된 요괴이고, 무엇보다 현실에 귀신이나 요괴가 있지는 않기에, 적당한 끼워맞추기일 뿐, 사실로 판명난 것은 어디에도 없다.
+ 요괴가사키 학원에서의 해석 : 형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멤버들을 흉내내거나, 능력을 따라하는 요괴로 등장한다. 고정된 형체가 없는데다, 배경 설화도 적어 엔엔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엔엔라가 조성한 극중 배경에 초점을 두고 묘사된다. 후대 해석에 따라, 수증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을 바탕으로 안개를 만들어 몸을 숨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깃불과 업화를 재해석해 사람을 덮쳤을 때 최루탄 가스를 흡입했을 때와 비슷한 피해를 주는 매우매우매우매우 악랄한 요괴로 재구성하였다. 타인을 흉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부인 시즈쿠와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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