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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모음/라이브 후기

[라이브 후기] A Space Rock Opera ~ DiverDiva GALactic Trip ~

by 양털책갈피 2023. 3. 21.

※ 1일차 기준으로 작성


Ⅰ. DiverDiva

나는 DD 오시다. 애초에 하코오시라 "누가 가장 좋다" 따질 필요가 있나 싶지만, 한 그룹/유닛 고르라고 하면 DD를 고른다. 블로그 공지에도 적혀 있듯이, 이 블로그 주소는 아이와 카린의 퍼스널 아이콘에서 따왔고,[각주:1] 몇몇 후기글에서도 DD/카린오시라는 말을 해왔다.

 

물론 DD 이벤트 직관 한 번 못해본 사람이 "나 DD 오시입니다~" 말하고 다니는 게 웃기는 일이라 생각도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오시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의식에 있는 것 같다. 스쿠스타 시즌2 때도 온몸비틀기 하면서 버텼는데, 직관 여부가 뭐 대순가. CD 사고, 시청권 사고, 공식 굿즈 사고 하면 된다. 이번에 나름대로 직관 가려고 각을 보고 있었는데 실패했을 뿐, 온라인으로라도 볼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리고 이 날의 DiverDiva 라이브는 역대 온라인 뷰잉 라이브 중 최고의 무대였다 자부한다.


Ⅱ. 동료이자 라이벌

~ Eternal Light / Kiss the Sun / SUPER NOVA ~

DD의 관계성은 강한 라이벌리다. 프로로서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카린, 올라운더 재능을 가진 아이, 두 사람이 서로를 경쟁상대로 의식하는 해석은 2차 창작 뿐 아니라 공식매체에서도 강조하는 포인트다. DD 앨범 소개, 캐스트 코멘트와 인터뷰, 애니메이션의 서사까지. 유닛 안에서 서로가 『라이벌』 임을 강력히 어필하는 것은 DD가 유일하다.

 

공식 설정에선 솔직함과 우정을 강조하는 A·ZU·NA, 프로다움을 지향하지만 2차 창작에서 유난히 가볍게 그려지는 R3BIRTH, 기획부터 온화함을 바탕에 둔 QU4RTZ와 비교하면 DD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할 수 있기에 탄생할 수 있는 유닛이 DiverDiva다. 『나』의 무대와 퍼포먼스에 『너』가 밀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과 인정,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더 발전할 수 있음을 DD가 보여준다.[각주:2]

 

그런 점에서 오프닝을 장식한 Eternal LightSUPER NOVA는 DD의 라이벌로의 관계성을 강하게 어필한다. 보컬을 이끌어가는 카린, 래핑으로 킬링파트를 만드는 아이, 그리고 후렴에서 맞붙는 파워풀한 사운드는 두 사람의 매력은 물론 유닛 DD로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두 곡 사이에 배치된 Kiss the Sun은 섬세한 음정과 멜로디 라인을 요구한다. 강한 보컬로 부딪히는 앞의 두 곡과 달리, 상대의 목소리에 합하여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기에 Kiss the Sun은 라이벌인 두 사람이 동료로서 더 부각되는 무대이다. 무대의 양끝으로 흩어져 곡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동료가 무대 반대편을 채워줄 것이란 확신을 담아낸 상징적인 구도로 볼 수 있다.


Ⅲ. 완전체와 상징성

~ Diabolic mulier / サイコーハート / Turn it Up! / VIVID WORLD ~

무대에 올라온 솔로곡은 정규 4집 솔로곡 Diabolic mulier Turn it Up!, 그리고 아니가사키 1기 OST인 VIVID WORLD, サイコーハート 였다. 앞선 두 번의 라이브와 같은 라인업이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곡들이지만, 역시 네 곡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각주:3]

 

니지가사키의 4집 L! L! L! 은 스쿨아이돌이 아닌 유우를 제외한, 니지가사키에 『아이돌』로서 합류한 12명의 멤버를 아우르는 첫 번째 앨범이다. 2017년에 시동을 건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순탄하지 않았던 시간이었기에, 그룹의 완성이자 진짜 출발을 알리는 4집은 프로젝트 내에서 1집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라이브에 4집 곡을 기획한 이유는 4th 이후 선보인적 없던 것도 있지만, 『완전체』의 의미를 이 시기에 다시 각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활동으로 정립된 캐릭터의 상징성은 애니메이션 수록곡으로 채웠다. 1집 곡과 애니메이션 곡 중 어느 쪽이 캐릭터의 스탠다드에 가깝냐면 1집 곡을 고르겠지만, 마스터피스로의 상징성은 역시 애니곡이라 생각한다. 콜 없이 박수 소리만으로도 메트라이프 돔-가든시어터-무사시노모리를 채웠던 サイコーハート, 왜 카린이 다이버페스 무대에 섰는지를 애니와 현실에서 모두 증명한 VIVID WORLD에 굳이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각주:4] 


Ⅳ. 우주적 사운드

~ Fashionista / Shadow Effect / POWER SPOT!! / THE SECRET NiGHT ~

DD의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미디음악 기반의 웅장한 사운드다.[각주:5] 회장과 엠프를 가득 채우는 전자음, 신디사이저와 드럼패드의 튜닝으로 만들어내는 세련된 진행, 그리고 보컬로 완성되는 상승의 질주감. 이번 라이브의 콘셉트인 『우주여행』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우주적 사운드가 충만한 POWER SPOT!! , THE SECRET NiGHT , Fashionista , Shadow Effect를 가장 좋아하는데, 세트리스트에서 이 곡들이 함께 배치된 것을 보면 세트리스트를 조직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게 느껴진다.[각주:6] 같은 앨범, BD 특전곡끼리 묶었던 2년 전 팬미의 아쉬움을 우주로 날려보내는 구성이었다. 

 

재지(Jazzy) 펑크와 일렉 사운드를 조합한 Fashionista는 무대에서 런웨이를 연출한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둘에게 집중시키고, 이어지는 무대를 강력한 존재감으로 채워 톱 클래스를 노리는 DD를 표현한다. 절도 있는 동작과 후렴에서 쉴 틈 없이 울려퍼지는 브라스 사운드, 구조적 변주를 담당하는 카린의 내레이션은 이 무대를 한 편의 오페라 작품으로 전환시킨다.

 

이어지는 Shadow Effect는 신비로운 미디사운드를 시작으로 레치타티보를 연상케 하는 보컬로 무대의 긴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이것을 후렴에서 화려한 연출과 함께 빠른 비트로 폭발시키며 우주 끝까지 달려나가는 질주감을 표현해낸다. 종이꽃이 흩날리는 무대 위로 보라색과 흰색의 조명이 교차하며, 가든시어터에서 초연을 펼친 DD의 오페라는 막을 내리고 다음 장르를 준비한다.

 

세 번째 MC가 끝나고, 무대는 다시 DD의 우주적 사운드를 마주한다. POWER SPOT!!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파워풀한 도입부, 이어지는 아이의 킬링파트.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회장에 울려퍼지는 카운트다운과 날카롭고 속도감 있는 후렴이다. 곡 제목 그대로 무대를 POWER SPOT으로 만들어둔 뒤,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록 사운드는 DD의 열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다음 곡으로 이어진다.

 

지치지 않는 우주적 사운드는 텅 빈 도로가 아닌 화려한 은하 위를 질주한다. 함성이 채 떠나지 않은 회장에 THE SECRET NiGHT이 울려퍼진다. 한껏 튜닝된 전자음과 코러스가 회장의 공기를 빈 틈 없이 채우며, 모두가 DD에게 사로잡힌다. 그리고 가사처럼 관객들을 광란(Crazy)으로 몰아세운 DiverDiva는 자신들의 이름을 외치라는 신호를 촉매로 분위기를 불사른다(Burning). 회장은 오페라 극장을 이어 록 페스티벌로, 아티스트 DiverDiva의 라이브는 『Space Rock Opera』 로 그 서사를 완성한다.


Ⅴ. 캐릭터 너머의 캐스트

~ 恋するMagic!! / Fly into the sky / 祭花 -saika- Love Triangle ~

캐릭터로의 완벽함을 솔로곡으로, 유닛으로의 정체성을 오프닝으로, 범접할 수 없는 음악적 특성을 우주적 사운드로 보여주었다. 그런 DD가 표현하는 제 4의 무대는 캐릭터가 아닌 캐스트로의 무대이다. 아사카 카린 역의 쿠보타 미유, 미야시타 아이 역의 무라카미 나츠미가 자기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곡들은 보다 서정적이고 솔직한 곡들이다.

 

평소 쿠보타 미유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던 무라카미 나츠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곡은 恋するMagic!!이다. 지난 유닛 팬미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곡은, 애교 섞인 연출과 좋아함을 숨기지 않는 가사로 DD의 러브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쿠보타 미유와 무라카미 나츠미는 아이돌과 열성팬의 관계로 이 곡의 좋아함을 표현한다. 마주보고 웃으며, 오시의 아이컨텍에 부끄러워 하는 모습까지, 의도이든 아니든 곡 제목과 잘 어울리는 솔직한 연출이 백미이다.

 

서정성과 우주적 사운드를 모두 잡은 두 사람만의 未来ハーモニー가 끝난 뒤, 아직 우주를 항해하는 분위기는 Fly into the sky로 그 여정을 이어간다. 절제된 반주와 라이브 배경 속에서, 회장의 분위기는 매력적인 두 사람의 보컬로 텐션을 유지하며 천천히 하강한다. 객석의 호응은 팬라이트의 파도로, 무대의 호흡은 쿠보타 미유의 리드로 이어가며 다음곡과의 온도 차이를 조절한다. 그러는 한편, 자신의 곁에서 함께하고 있는 열성팬 무라카미 나츠미를 향한 팬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청아한 벨 사운드를 뒤로 하고, 이제는 祭花 -saika- 의 민요풍 미디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차곡차곡 끌어올린 서정성은 불꽃놀이 배경과 어울려 왠지 모를 마음 속 뜨거움으로 승화된다. 앞선 두 개의 무대에서 꼭 붙어 있던 두 사람은 곡이 끝나갈 무렵 서로 멀찍이 떨어져 계단에 앉는다. 항상 파워풀한 보컬과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이던 두 사람이 오롯이 서로의 보컬에 집중하며, 팬들과 공명하는 순간이다.

 

마지막 불꽃이 터지고, 아련한 씁쓸함을 담은 Love Triangle의 전주가 울려퍼진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무대를 만들어간다. 다른 곡들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두 사람이, 새침한 표정과 가녀린 발성으로 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성우도 『연기자』임을 상기시켜주며, 캐릭터와의 싱크로 이외에 캐스트가 표현할 수 있는 또다른 영역을 팬들에게 선물한다.


Ⅵ. 공연의 완성은 관객

~ DiverDiva 오시의 솔직한 이야기와 감상 ~

이번 DD 라이브를 역대 최고의 온라인 뷰잉으로 꼽는 것은 단순히 DD가 오시 유닛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아즈나 라이브부터 해제된 함성과 콜이 랜선을 타고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진심으로 카린과 아이와 DiverDiva를 좋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솔직히 당일권 표가 풀리고, 특전 굿즈가 최악의 장면으로 발매되고, 여전히 스쿠스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DD를 보면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누군가는 DD를 조롱했고 무시했고 폄하했으며, DD를 좋아하는 팬을 바보 취급하는가 하면, 캐스트를 향해서도 쉽게 비난을 일삼았다. DD는 인기가 없으니, DD를 보호하고 응원할 사람이 없으니, 그래서 막대해도 된다는 듯이 가볍게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화도 났고 반박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가 참 간악한 것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싫어하는데는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점을 어필하고 오해를 풀려고 해도, 이미 마음속에 낙인을 찍은 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더 강하게 조롱하거나, 눈치를 살피며 은근슬쩍 폄하했다. 

 

솔직히 이 모든 것이 DD오시가 느끼는 자격지심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다만, 하코오시 성향의 내가 DD, 아이, 카린을 위해 다른 그룹과 캐릭터를 비방할 수도 없고, 그런 식의 행동은 캐릭터와 캐스트에게 더 못할 짓이 아닌가. 그렇기에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누가 뭐라고 난리를 쳐도, DD를 더 좋아해주면 된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극적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처지란 것이었다. 몸은 일터에 붙잡혀 있고, 어떨 때는 주말에도 일이 있는가 하면, 돈은 돈대로 자꾸 빠져 나간다. 마음 같아선 현장에 가서 응원하고, 중고 굿즈를 전부 매수해주고 싶었다. 허나,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으니, DD를 더 많이 응원해줄 방법이 당장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라이브 날이 되었다.

 

라이브에서 마주한 관객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감동이었다. 캐스트에게 큰 소리로 화답하고, 곡마다 핵심이 되는 콜을 가든시어터가 흔들릴 정도로 외쳐주었다. 그것이 정말 고마웠다. 미유땅과 낫쨩에게, 카린과 아이에게, DiverDiva와 팬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DD를 좋아해!!" 하고 선언하는 풍경이 화면 너머로도 전해졌다.

 

이 감정이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는 동질감인지, 위로를 받았다는 착각에서 온 다정함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DD를 좋아해주면 그 모습을 본 다른 누군가가 DD를 좋아해줄 수도 있을 것이란 것. 그 확신만으로도 팬을 자처할 수 있을 것이다.

 

객석에 빈 좌석이 있고, 중고 굿즈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인기 논쟁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도 괜찮다. 나는 DD를 계속 좋아할 것이고, 어디든 나같은 녀석과 더한 녀석이 있을 테니까.


 

  1. 아이의 하이터치(high touch) + 카린의 하이힐(high heels) → high-toucheels [본문으로]
  2. 캐릭터 해석참고) 연극작가가 쓴 니지 2기 4~8화 리뷰 [본문으로]
  3. 4집 & 애니수록 라인업을 언젠가 한 번은 언급을 하려 했는데, DD 후기에서 일괄적으로 하겠다. [본문으로]
  4. 개인적으로 아이 솔로곡 중 최고로 꼽는 곡은 楽しいの天才(즐거움의 천재), 카린 솔로곡은 VIVID WORLD 이다. [본문으로]
  5. 니지가사키의 단체곡으로 확장해보면 繚乱!ビクトリーロード가, 다른 그룹의 곡으로 넘어가면 AZELEA, R3BIRTH의 곡들과 비슷하다. [본문으로]
  6. Fashionista와 Shadow Effect가 애니 2편과 MC 2 사이에, POWER SPOT!!과 THE SECRET NiGHT이 MC3과 앵콜 사이에 배치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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