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공자의 견해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매우 많을 겁니다.
Ⅰ. 서론
QU4RTZ는 가상 아이돌 매체에서 가장 이질적인 그룹이다. 소위 캐릭터 장사가 주류인 시장이 2D계열, 그 중에서도 가상 아이돌계가 캐릭터 어필이 심한 편인데, QU4RTZ는 캐릭터 각자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다른 컨텐츠/그룹들과 달리 4명의 화성(和聲)에 집중한다. 이는 그룹의 지향점이라 볼 수 있는 앨범 1집에서도 드러나는데, 타이틀곡 Sing & Smile!!은 기존의 애니송과 다른 작법으로 만든 것은 물론, Beautiful Moonlight처럼 왕도작법의 변형을 따르더라도 장르의 다변화를 이루고 있다.
1집 이후의 곡들은 그런대로 애니송의 영역에 들어가 있으나, 일부 곡은 Sing & Smile!!처럼 애니송의 왕도작법에서 벗어나 있다. 대표적으로 애니메이션 싱글에 수록된 ENJOY IT!, 4 SEASONS이 그러하며, ミチノサキ는 아예 민요풍의 음악이다. 이렇듯, QU4RTZ 곡의 절반 가량은 고전 화성음악에 가깝다보니 QU4RTZ는 딱히 대중적이지도, 애니송 같지도 않은 제3지대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볼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도전함에도, 애니메이션 시리즈 2편과 정규 앨범 3장이 나올 때까지 이러한 방향성을 고집하는 것은 QU4RTZ가 충분한 시장성을 보여준 것이 클 것이다. 이 시장성의 기반은 치밀하게 설계된 음악 완성도,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캐스트의 역량, 시장 실패의 리스크를 감당 할 수 있는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특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본 글은 QU4RTZ의 악곡과 1st 유닛 라이브의 무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적 특징과 애니송 시장에서의 가치를 정리하고, 《러브라이브! 시리즈》에서 갖는 상징성을 고찰하는데 목적을 갖는다.
Ⅱ. 본론
QU4RTZ가 갖는 음악적/시장적 의미는 크게 아래의 네 가지 속성으로 열거할 수 있다.
첫째, QU4RTZ는 다른 애니송들과 달리 고전적 화성음악의 작법을 따르고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일반적인 애니송의 왕도작법과 QU4RTZ 1집의 타이틀 곡인 Sing & Smile!!의 작법을 비교하며 살펴보겠다. 일반적으로 애니송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
- 코러스의 코드진행이 IV-V-iii-vi 또는 이것의 바리에이션
- 곡의 종결부가 대체로 VII-III 진행이거나, IV-V-iii-vi 에 투파이브원 진행으로 종결
- 코드의 디아토닉 혹은 크로마틱 하강 진행
- 벌스의 장조 진행 + 코러스의 단조 진행 구조
대다수의 애니송은 위의 작법을 따르며, QU4RTZ의 곡 중 몇몇도 위의 작법대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1집 타이틀인 Sing & Smile!!은 그렇지 않다. 여러 차이가 있지만 핵심만 얘기하면, Sing & Smile!!의 코러스 코드진행은 버금딸림화음(IV)이 아닌, 으뜸화음(I)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후의 코드 진행 역시 왕도작법의 진행 또는 그 변형으로 보기 어렵다. 이 이상 설명하면 필자를 비롯해 모두가 이해하기 어려우니, 코드진행은 다음의 한 줄로 요약한다.
- Sing & Smile!!의 코러스(후렴)는 애니송의 왕도작법 머니코드를 따르지 않는다.
종결부의 경우, Sing & Smile!!은 V-I의 정격종지를 따르고 있어 투파이브원으로 연결되는 종지부와 유사하다. 그러나 딸림화음(V) 앞의 진행이 ii가 아닐뿐더러, V-I로 마무리되는 곡이 애니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외에 하강 진행이 드러나지도 않고, 장조와 단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긴 하나, 이는 멤버들의 성부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음적 요소로 전조라 보기 어렵다.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Sing & Smile!!의 코러스(후렴)는 애니송의 왕도작법 머니코드를 따르지 않는다.
- 종결부는 V-I 정격종지로 유사하나, V-I 정격종지를 애니송만 쓰는 것이 아니다.
- 코러스에서 하강 진행이 드러나지 않는다.
- 장조와 단조가 복합적이나, 이는 멤버들의 성부를 나누기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Sing & Smile!!의 후렴 진행은 어떤 음악과 가장 유사할까? 그것은 고전적 화성음악으로, 특히 여성 2부 합창곡과 가장 유사하다. 큰 틀로 봤을 때 I-V-I 구조이며, 세부적인 코드 진행에서도 근음이 생략되는 화성이 사용된다. 또한, 정격종지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악곡이 고전 음악이며, 장조와 단조의 2성부 구조도 소프라노-알토의 합창곡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이런 Sing & Smile!!의 합창곡 기조를 따라간 다른 곡으로는 애니메이션 싱글 ENJOY IT!과 그 커플링곡 4 SEASONS이 있다. 둘 모두 I-V-I 구조에 음을 추가하는 대신 근음을 생략하는 등 2부 합창에서 쓸 수 있는 화성이 들어가 있다.
1집 앨범과 애니메이션 수록 싱글이 합창곡의 특성을 갖는 것은 QU4RTZ의 음악적 정체성이 고전적 화성음악에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라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3개 곡 이외의 곡들은 대체로 애니송의 왕도작법을 따르고 있으며, 2 Beautiful Moonlight처럼 하강진행을 뒤집어 상승진행으로 바꾼다거나, 코러스의 일부 코드진행을 바꾸는 등 변화가 있긴 하다.
둘째, QU4RTZ는 곡을 어렵게 만들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이는 곧 QU4RTZ에 소속된 캐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창력과 연기력이 어우러져 애니송을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이 ミチノサキ와 Twinkle Town이다.
ミチノサキ는 민요풍 음악이고 곡의 진행이 빠르지 않아 음역에 맞으면 부르기 수월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안무가 곡의 분위기와 달리 매우 격하다. 살짝씩 연속으로 뛰는 안무가 많은데, 하필 이 안무가 『きっときっと僕ら大丈夫(きっときっと何度も会えるよ)』, 『信じた光がほら照らしてくれるから(離れていてもほら どこか繋がってる)』의 가사가 있는 구간이다.
신체 구조상 상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면 음정이 흔들리기 쉽고, 덜컹거리듯 낮게 뛸수록 단위시간당 흔들림이 격하기 때문에 더 크게 엇나간다. 그런 동작을 일정구간 연속하며 보컬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한, 곡의 분위기와 다르게 안무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이 안무 역시 팔-어깨를 움직이고 상체를 수평으로 비트는 동작이라 자연히 음정에도 영향을 준다. 노래는 상대적으로 쉬울지 몰라도, 공식 안무를 함께하는 순간 무대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진다.
Twinkle Town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음역이 높다. 특히, 후렴 마지막 가사인 『Santa Claus is coming to our town』의 최고음은 G♯5 ~ C6을 요구한다. 물론 이는 최고음역 담당인 사시데 마리아가 소화하나, 저음역 역시 A4 ~ C5의 고음이다. 일반인 여성의 최고음이 C5 ~ C#5 정도라고 하니, 저음이라고 요구하는 것이 일반인 최고음인 것이다. 3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3옥타브에서 화음을 맞춰 부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소소한 안무까지 들어간만큼, Twinkle Town이 QU4RTZ 노래 중 가장 어려운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요구 조건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작곡가의 의도대로 무대를 연출하고, 심지어 다른 곡들을 연달아 소화하는 것을 보면 4QU4RTZ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QU4RTZ는 현 시점에서 대체 가능한 경쟁 그룹이 없다. 당장 서브컬쳐 음악 중 QU4RTZ와 유사한 음악이 없을 뿐더러, 고음 담당의 성악 전공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 보이스를 그대로 출력하는 CD 삼킨 보컬, 그런 두 그룹을 규합하는 넓은 음역의 조율자로 구성된 그룹 사운드가 또 있을까.
소속 캐스트 역시 인터뷰와 후일담에서 거듭 말하듯, "QU4RTZ에 (누구) 없었으면 망했다" 라는 동료평가가 네 사람이 서로에게 똑같이 나온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자기 역할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앞서 말한 고전적 화성음악을 정체성으로 삼는 보컬 그룹은 애니송 업계에선 QU4RTZ가 유일하다.
또한, 왕도작법을 따른 곡이어도 QU4RTZ가 소화하는 장르의 다변화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Beautiful Moonlight처럼 왕도작법의 애니송임에도 표면적으로는 시티팝 사운드를 추구하기도 하며, 아예 니지가사키의 단체곡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어레인지 하여 라이브에서 소화한다.
장르 구분에서 애니송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면서 그룹의 기저에는 고전 음악을 두고 있는 그룹이 QU4RTZ이고, 적어도 필자가 아는 선에서 QU4RTZ와 유사한 애니송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넷째, QU4RTZ는 시장성의 최저점이 보장되어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 QU4RTZ는 《러브라이브! 시리즈》에 소속된 유닛으로, 넓게는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팬, 좁게는 《니지가사키 프로젝트》의 팬을 최소한 보장받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당장 수익을 실현하는 최저점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고, 때문에 장르 개척과 실험에도 리스크가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말해, QU4RTZ가 어떤 음악을 해도 일단 들어주는 팬들이 『러브라이버』만큼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QU4RTZ는 여타 애니송과 궤를 달리하는 음악을 추구해도 실패의 부담이 없다. 좀 더 대중적인 노선을 타고, 고전음악의 성격을 지향해도 8,0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채울 수 있음이 유닛 라이브에서 확인되었다. 여기서 운 좋게 외부에서 팬을 끌어모으면 최고의 상황이고, 내부의 팬덤이 크게 반발하지만 않는다면 굳이 정체성을 해칠 이유도 없다.
즉, QU4RTZ는 기존 애니송 흥행의 공식인 『잘 팔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잘 만든 음악이 잘 팔리는 것』에 가깝다. 이미 확보한 고객들 덕분에, QU4RTZ는 계속해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해나갈 수 있으며, 이것이 QU4RTZ라는 장르로서 애니송계의 입지를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Ⅲ. 결론
QU4RTZ는 고전적 화성음악/대중음악/애니송을 다양한 장르로 해석하며 소화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그룹이다. 그리고 《러브라이브! 시리즈》에 소속되어 최소한의 시장성을 보장받아 앞으로도 QU4RTZ만의 음악을 이어갈 수 있다 해석된다. 이는 곧 애니송 시장에서 QU4RTZ가 새로운 분야와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독보적인 그룹으로 성장하여 앞으로 업계의 패러다임을 새로 정의할 그룹이 될 것이라 기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한 명의 팬으로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화성이 뭐고, 코드 진행이 뭐고, 음역이 뭐고, 시장이 어떻고 간에, 그냥 QU4RTZ가 『다이스키』다.
이것이 정의고 행복이고 인류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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