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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라 장편/Bar.비타서머

시키「그대 눈동자에 건배。」-1-

by 양털책갈피 2023. 4. 2.

▶ 3월의 어느 금요일, 구청

 

― 통합민원실,

― 전화응대 중인 요네메 주무관

 

메이(24) 「네, 선생님- 그, 지금 청구하신 내용이 개인정보라서 저희가 제공을…」

 

메이 「네- 공직자도 개인정보 보호 대상입… 그렇게는 안 되시고요, 지금 청구하신 건은 취하하시고 다시 청구하셔야 되는데, 어…」

 

메이 「네? 아뇨, 한숨 쉰 게 아니, 네. 네, 죄송… 」

 

― 20분 후,

 

메이 「네에- 감사합니다-」 달칵

 

키나코(24) 「…….」

 

메이 「후우…」 아드득 빠드득

 

키나코 「저기… 요네메 씨.」 쭈뼛

 

메이 「…왜.」

 

키나코 「CCTV 열람 신청 청구왔는데, 이거 어느 과로 보냄까?」

 

메이 「전에 CCTV는 재난안전과라고 얘기했잖아.」

 

키나코 「아, 알겠슴다!」

 

― 10분 후,

― 메이 관용전화 『♬♪~♩』

 

메이 「네, 감사합니다. 자치행정과 요네메입니다. 아, 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네에-」 달칵

 

키나코 「?」 힐끔

 

메이 「사쿠라코지.」

 

키나코 「아, 네!」 하잇스

 

메이 「아까 단속… CCTV 그거. 교통단속 카메라잖아.」

 

키나코 「네? 그런 거였슴까? 근데 제목에 CCTV라고…」

 

메이 「카메라 주소 확인해서 방범용인지 교통단속용인지 알아보고 배부했어야지. 민원인은 그냥 CCTV라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잖아.」

 

키나코 「죄, 죄송합니다…」

 

메이 「…됐다, 그냥 신경 쓰지 마. 내가 너 잡아먹어서 뭐 하겠냐.」

 

키나코 「죄송합니다…」 힝구

 

메이 「일이나 계속 봐. 안전과에서 재배부 요청할 거니까, 그때 제대로 보내고. 모르는 거 있으면 편람부터 보고.」

 

키나코 「네에…」 슷무룩


【그대 눈동자에 건배。】

 

― 늦은 오후,

― 퇴근하는 메이

 

메이 「하아…」 터덜터덜

 

메이 「(아, 일하기 싫어. 관두고 싶어. 초과근무에, 저녁은 대충이고…)」

 

메이 「…….」

 

메이 「그래도 돈 벌어야지… 이 짓을 몇 년째인데…」

 

메이 「관두려면 진작에 관뒀다~」 에휴

 

― 퇴근길,

― 편의점 앞

 

메이 「(내일 토요일이고, 맥주나 사갈까)」

 

― 위이잉-

―『어서오세요-』

 

메이 「…다 처음 보는 것 뿐이네.」 두리번

 

메이 「(뭐야, 이거. 맛있는 거 맞아? 그냥 먹던 거 먹고 싶은데)」 빤히-

 

메이 「저기요- 여기 삿포로 다른 거 없어요?」

 

―『거기 없음 없어요-』

 

메이 「…….」

 

― 위이잉-

―『감사합니다-』

 

메이 「…….」 빈 손

 

메이 「…그래, 저 사람 입장에선 내가 진상이겠지. 없는 거 찾으면 손님이 아니라 강도다, 강도.」 에휴

 

메이 「(근처에 마트는 없나. 이쪽 주변은 돌아다녀보질 않아서 길을 모르겠네)」 맛폰 길찾기

 

― 안내대로 걸어가는 메이

― 눈 앞에 나타난 번화가 『〔웅성웅성〕』

 

메이 「뭐야? 진짜 이쪽 맞아? 식당이랑 술집밖에 없는 것 같은데…」 끄응

 

메이 「…아, 몰라. 맞겠지. 금방 나올거니까.」 뚜벅뚜벅

 

― 각종 주점들이 즐비한 번화가를 걷는 메이

―『우효~』『하하하하!!』 부르릉- 부웅-

 

메이 「(으으, 이런데는 좀 그렇단 말이야. 시비 걸릴 것 같고…)」 쭈뼛

 

메이 「마트는 언제 나오는 거야…」

 

―『냐하! 거기, 언니~』

― 어느 가게 앞, 메이를 부르는 듯한 명랑한 목소리

 

메이 「…….」 무시

 

―『거기 빨간 머리 언니! 잠깐만요!』

 

메이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종종걸음

 

―『잠깐 멈춰보라고요!』 소매 덥석

 

메이 「…에이씨! 뭐야!」 째릿

 

나츠미(24) 「에, 아… 그게…」 움찔

 

메이 「(세게 나가면 뭐라 못 하겠지)」 흥

 

나츠미 「이거…」 손수건 스윽-

 

메이 「…네? 아! 죄송해요!! 당연히 호객인 줄 알고…」 당황

 

나츠미 「아, 호객 맞아요.」 히죽

 

메이 「…하?」

 

나츠미 「손수건 나눠주는 거랍니다~☆」 냐하

 

― 나츠미의 손에 들린 사각 손수건

―『Bar. ビタサマー』 (비타서머)

 

메이 「…….」 핸드백 뒤적뒤적

 

― 멀쩡히 잘 있는 메이의 손수건

 

나츠미 「자요! 하나 받아요~! 꽤 비싼 거예요.」 손에 꼬옥-

 

메이 「이거 불법 아니야?」

 

나츠미 「어머? 불법이라니요? 다 구청에 허가받고 하는 거라구요?」

 

메이 「…네에- 알겠습니다. 이만 갈게요.」 휙-

 

나츠미 「아, 받은 김에 잠깐 들렀다 가요.」 덥석

 

메이 「에이씨, 안 놔요?」

 

나츠미 「우리 가게 그런 가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메이 「강매는 불법이잖아!」

 

나츠미 「그럼 오늘은 특별히! 제가 한 잔 서비스로 줄게요.」 질질질

 

메이 「아니, 잠깐만!」

 

메이 「(쬐그만 게 왜 이렇게 팔 힘이 세?)」

 

 

▶ Bar. 비타서머

 

― 지하 1층, 메이를 가게에 밀어넣듯 데려오는 나츠미

―『딸랑, 딸랑~♪』

 

메이 「나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옥신각신

 

― 프론트바 의자에 메이를 앉히는 나츠미

 

나츠미 「어차피 집에서 혼자 맥주나 홀짝일 거 아니에요? 그럴 거면 여기서 가볍게 한 잔 해요. 아, 여기 손님 첫 잔은 내 앞으로 달아줘~」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바텐더

 

나츠미 「그럼 재밌는 시간 보내요~」 찡긋

 

메이 「야, 잠깐만!」

 

― 메이만 남겨두고 나가버리는 나츠미

― 가만히 메이를 바라보는 바텐더

 

메이 「…….」 어이상실

 

―『주문.』

 

메이 「네? 아…」

 

―『아까 본 웨이터가 사는 거니까, 제일 비싼 거 시켜도 돼.』

 

메이 「(뭐라는 거야, 이 사람…)」

 

― 심드렁한 듯, 어딘가 졸린 눈빛으로 메이를 바라보는 바텐더

― 유니폼 왼쪽 가슴에 달린 은색 명찰,『Manager. Wakana』

 

시키(24) 「Bar는 처음?」

 

메이 「네? 아, 네에…」

 

시키 「그렇구나.」

 

메이 「…저기, 그냥 나가도 괜찮을까요?」

 

시키 「안 돼. 오늘 첫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메이 「아, 네…」 힐끔

 

― 텅빈 홀과 프론트바의 의자들

 

메이 「손님이… 없긴 하네요…」 어색

 

시키 「아까 열었거든.」

 

메이 「…….」

 

시키 「술은 좋아해?」

 

메이 「별로…」

 

시키 「마신다면, 단맛? 쓴맛?」

 

메이 「술에 단맛도 있어요? 과일소주 그런 거?」

 

시키 「응. 그럼 그걸로?」

 

메이 「딱히 끌리진 않는데…」 그냥 나가고 싶다

 

시키 「걱정하지 마. 이제 좋아하게 될 테니까.」 찰칵, 샤삭

 

― 능숙하게 음료를 만드는 시키

― 잠시 후, 메이 앞에 놓이는 붉은빛의 칵테일

 

메이 「…금방 만드네요?」 물끄럼

 

시키 「재료는 미리 준비해두니까. 상그리아. 레드와인에 시트러스 과일과 탄산을 혼합해서 만든 거야.」

 

메이 「…….」 눈치눈치

 

시키 「마셔도 돼.」

 

메이 「그, 그럼…」 스윽- 꼴깍,

 

― 잔을 들어 한 모금,

― 다시 잔을 내려놓는 메이

 

시키 「어때?」

 

메이 「…네, 뭐. 맛있어요. 새콤하고, 달고.」

 

시키 「스트레스받을 때, 술보다는 단 음식이 좋아. 술은 없던 일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뿐. 기쁨으로 덮어주지는 못 하거든.」

 

메이 「…….」

 

시키 「오늘, 힘든 일은 없었어?」

 

메이 「힘든 일? 힘든 일은 뭐…」 중얼

 

― 아랫입술을 이리저리 씰룩이는 메이

― 가만히 메이를 바라보는 시키

 

메이 「…있었지. 근데 어차피 맨날 있는 일이라서.」

 

시키 「매일 힘들겠네.」

 

메이 「꼭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날은 편할 때도 있고. 괜찮은 사람들만 볼 때도 있고. 그냥 그래.」 피식

 

시키 「그렇담 다행.」

 

메이 「그냥 오늘 같은 날은 또 없었으면 좋겠다~ 하면서 출근하는 거지… 아,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편하게 말했네.」 어색

 

시키 「괜찮아. 여기서까지 격식 차려서 얘기할 필요 없어.」

 

메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시키 「나는 처음부터 반말했어. 편하게 얘기해도 돼.」

 

메이 「…그런가?」

 

시키 「응.」

 

메이 「그럼 나도 반말한다?」

 

시키 「〔끄덕〕」

 

메이 「…근데 딱히 할 얘기는 없네.」 상그리아 홀짝

 

시키 「조용한 것도 괜찮아. 다른 손님들도 자주 그래.」

 

메이 「흐응-」 홀짝

 

시키 「그러다 한 마디, 두 마디. 나도 대답하고, 묻고. 그리고 다시 침묵. 반복이야.」

 

메이 「바텐더가 먼저 묻고 그러진 않아?」

 

시키 「특별한 일이 아니면, Never.」

 

메이 「뭐야, 그게.」 피식

 

시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말주변이 없어. 오히려 술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지. 나는 손님의 이야기가 준비되었을 때, 들어주는 역할일 뿐.」

 

메이 「…그렇구나.」 홀짝

 

시키 「그래도 가끔은, 특별한 손님들한테 먼저 말을 걸기는 해.」

 

메이 「특별한 손님? 누군데?」

 

시키 「누가 봐도 처음 온 사람.」

 

메이 「…아. 아- 그래서.」

 

― 침묵, 그리고 다시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가게에 들어와 홀 테이블에 앉는 단체 손님

― 가게 안쪽에서 나와 접객하는 웨이터 복장의 직원

 

메이 「…이만 가야겠다.」 주섬주섬

 

시키 「벌써?」

 

메이 「다른 손님들 있으면 조금 그래서.」 멋쩍

 

시키 「…응.」 끄덕

 

메이 「계산은 여기서 바로 하면 돼?」 벌떡

 

시키 「괜찮아. 오늘은 서비스.」

 

메이 「진짜지? 나중에 딴 말 하면 안 된다?」

 

시키 「응. Don’t worry.」

 

메이 「…잘 마셨어. 달고 맛있더라. 그럼 갈게.」 휙-

 

시키 「저기, 좋아하는 과일 있어?」

 

메이 「응? 뭐라고?」 멈칫

 

시키 「좋아하는 과일. 괜찮으면, 알려줘.」

 

메이 「으음- 블루베리?」

 

시키 「다음에 오면 그때는 블루베리로 만들어줄게.」

 

메이 「ㅇ, 어?」 깜짝

 

시키 「다음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메이 「바텐더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피식

 

시키 「안 되지.」

 

메이 「(다시 오려나…)」 흐음

 

시키 「그러니까 다시 와 줘.」

 

메이 「그건… 새, 생각해볼게.」

 

시키 「응. 고마워.」 싱긋

 

― 가게를 나서는 메이

― 건물 입구, 계단 앞에 선 나츠미

 

나츠미 「아! 생각보다 오래 있었네요?」 히죽

 

메이 「무, 뭐예요? 기다린 거예요?」

 

나츠미 「잠깐 일하다 쉬고 있는 거예요. 착각도 참.」 별꼴이야

 

메이 「…….」

 

나츠미 「어땠어요? 분위기 괜찮죠?」

 

메이 「뭐어- 나쁘진 않았는데.」 심드렁

 

나츠미 「집에서 혼자 맥주 까는 것 보다는 좋다구요~」

 

메이 「…됐어요. 집에 갈 거니까 좀 비켜요.」 스윽-

 

나츠미 「어래? 혼자 갈 수 있어요?」

 

메이 「네? 뭐가요?」 휙-

 

나츠미 「얼굴 말이에요. 엄청 빨간데, 취한 거 아니에요?」

 

메이 「얼굴…」 더듬

 

나츠미 「보기 보다 술 엄청 약한가 보다~」 냐하-

 

메이 「읏, 아니거든요!!」 휙, 성큼성큼

 

나츠미 「다음에 또 와요!」 손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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