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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레인보우 판타지

카린&아이「레인보우 판타지 : 대입시험의 동행자」~1화~

by 양털책갈피 2023. 7. 11.

"츄츄츄츄~ 스키스키~♪"

 

다른 이와 어울리기 좋아하고, 딱히 배우지 않아도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소녀는 여느 때처럼 숲속으로 들어간다. 소녀는 170년 동안 꼼짝없이 산수와 역사만 배우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녀가 들어간 이 숲은 세계수의 성역 중 하나인 정령의 그루터기로, 숲 한가운데의 나무밑동 쉼터는 길을 잃은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신비로운 힘이 있으니, 이따금 이국의 여행자들과 만날 수 있는 그곳은 소녀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첫 번째 창구이다.

 

"츄츄츄츄~ 러브ㄹ… 오잉?"

 

숲속 생물들을 여럿 이끌고 도착한 쉼터, 그 앞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 작은새가 쓰러진 누군가의 머리를 콕콕 쪼는데도, 차렷 자세로 넘어진 채, 미동도 않는다. 설마 시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세계수의 성역이니 그럴 일은 없다. 누군가를 해하는 마법과 기술은 쓸 수도 없고, 상처 입은 이들 역시 세계수의 정령들이 치유해주니 말이다. 역시 배가 고파서 쓰러졌거나,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조금 이상한 자세로)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저기요~ 괜찮으세요?"

 

소녀는 쓰러진 누군가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어깨를 흔든다. 군청색 망토로 가려진 몸과 뒤통수에서도 보이는 삐쭉 튀어나온 뿔. 그것은 산양의 뿔과 닮았다. 산양 수인일까.

 

"저기요~!! 아, 일어났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누군가. 짙은 푸른색의 머리칼과 화려한 이목구비. 한눈에 보아도 매력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얼굴이 흙과 눈물로 엉망진창이다.

 

"우, 우으… 망했어… 나 좀 도와줘!"

 

"…네?"

 

그렇게 엘프는 태어나 처음으로 악마와 만난다.


【레인보우 판타지, 대입시험의 동행자】

: 1화 ~ 길 잃은 바포메트 ~

 

▶ 엘프 마을, 숲속

 

― 커다란 그루터기에 앉아 훌쩍이는 카린

― 카린의 옷과 머리에 붙은 먼지와 나뭇잎을 떼어주는 아이

 

아이 「자, 그만 진정하고. 얼굴 좀 닦아.」 스윽-

 

카린 「응…」 훌쩍

 

아이 「절벽에서 굴러도 이렇지는 않을 텐데. 얼마나 헤맨 거야?」 망토 팡팡

 

카린 「〔손수건으로 얼굴을 정리하는 카린〕」 문질문질

 

아이 「요이쇼, 여기 다 됐어.」 펄럭-

 

카린 「…고마워.」 망토 둘둘

 

아이 「그래서 여기에는… 아, 이름부터 물어봐야 하나? 나는 아이! 정령의 그루터기 마을에 사는 엘프야! 너는?」

 

카린 「…카린. 바포메트.」

 

아이 「카린인가- 에? 바포메트? 그럼… 악마야?! 수인이 아니라?」 깜짝

 

카린 「응.」

 

아이 「헤에-! 악마는 살면서 처음 봤어!」 방방

 

카린 「…그렇니.」 훌쩍

 

아이 「악마가 여기까지 오기도 하는구나-! 뭐 때문에 왔어? 여행? 설마 침략 전쟁?!」

 

카린 「그런 거 아니거든. 시대가 어느 땐데…」 뚜웅-

 

아이 「아.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악마에 관해서 책에서 본 건 2,000년 전 전쟁밖에 없고, 여행자들도 대륙에서 악마는 본 적 없다고 그래서…」 쭈뼛

 

카린 「전쟁 일으킨 세대는 다 죽고 없어. 그동안 마족도 많이 바뀌었고. 대륙에서는 아직도 우리가 나쁜 놈이라 그러나 봐?」

 

아이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안 가르쳐 준 거뿐이니까!」 엣헴

 

카린 「왜 우쭐해하는 건데.」

 

아이 「실은 땡땡이치고 놀러 나온 거거든~ 아무리 봐도 학교 공부 의미 없지 않아?」 헤헷

 

카린 「…엘프라고 다 성실한 건 아니구나.」

 

아이 「뭐야? 아이 씨는 성실하다고!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게 더 좋으니까, 아이 씨는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거고.」 뿌우-

 

카린 「네, 네~ 성실한 엘프 씨네.」

 

아이 「…크흠! 그래서 여기 숲에는 왜 들어왔어?」

 

카린 「…아!!!」 벌떡

 

아이 「우왓, 깜짝이야!」

 

카린 「지, 지금 몇 시야? 어떡하지? 얘기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어!」 허둥지둥

 

아이 「지금- 2시 거의 다 돼가」

 

카린 「진짜? 어떡해… 학회까지 가야 하는데…」 안절부절

 

아이 「학회? 학회면… 엘프 고등학회 말이야?」

 

카린 「응!」 끄덕

 

아이 「거긴 엘프만 다니는 곳인데… 전학은 아니고- 아, 그럼 다문화수업 악마 선생님 그런 거야?」

 

카린 「나 아직 어른 아니거든!」 발끈

 

아이 「아니, 늙어 보인다는 얘기 아니야! 무, 물론! 좀… 성숙해 보이긴 하지만.」 힐끔

 

카린 「마족이라 그런 거야. 나도 아직 학생이라고!」

 

아이 「아- 그런 거였어? 」

 

카린 「됐고! 나 빨리 거기로 가야 해!」

 

아이 「빨리면, 얼마나?」

 

카린 「1시간 안에! 3시까지니까!」

 

아이 「1시간…? 진짜?」

 

카린 「역시… 무리구나.」 털썩

 

아이 「…10분이면 가는데?」 걸어서

 

카린 「에?」

 

 

▶ 10분 후,

 

― 엘프 고등학회, 제2 별채

― 학회 정원과 별채를 가득 채운 여러 악마들

 

아이 「우와… 악마가 한가득…」 꿀꺽

 

카린 「진짜 금방이구나…」 벙-

 

아이 「혹시 얼마나 헤맨 거야?」

 

카린 「10시간 정도?」

 

아이 「길치구나.」

 

카린 「세계수 때문에 길 찾는 마법을 못 써서 그런 거야!」 발끈

 

아이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숲이 워낙 넓으니까.」

 

카린 「…아무튼 고마워. 이만 가볼게.」

 

아이 「응! 뭔진 몰라도 힘내! 카린!」

 

카린 「…응! 그럼!」 휙-

 

― 아이를 뒤로 하고, 악마들 틈을 비집고 별채로 들어가는 카린

 

아이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악마들이 이렇게 잔뜩 모인걸까?」

 

아이 「(카린한테 이유라도 들어볼 걸)」 흠-

 

아이 「통폐합 그런 건가? 악마들은 대륙에 다닐 학교가 없을 테니까.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볼… 아, 미사토 언니!」

 

― 정원 한쪽, 본관으로 걸어가는 미사토를 발견한 아이

― 미사토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

 

아이 「잡았다!」 와락

 

미사토 「꺅! 아이 쨩?」 깜짝

 

아이 「학교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네!」 헤헤

 

미사토 「정말- 아이 쨩, 오늘도 학교 빠진 거니?」

 

아이 「음- 그게, 숲에서 누군가 아이 씨를 부르는 게 느껴져서-」

 

미사토 「변명 금지! 지금은 3학년 진급 직전이라 다른 선생님들도 봐주는 거 알지? 다음 학기부터 결석은 절대 안 돼!」 떽

 

아이 「시험 칠 때만 꼬박꼬박 와도 되잖아-」 뿌우-

 

미사토 「안 되는 건 안.돼.」 엄격

 

아이 「솔직히 한 학년을 10년동안 다니면 재미 없다고~!」 투덜

 

미사토 「다른 엘프 친구들이 다 아이 쨩처럼 똑똑한 게 아니잖니.」

 

아이 「…….」 뿌우-

 

미사토 「대답.」

 

아이 「네에- 알겠습니다. …그보다 미사토 언니.」

 

미사토 「응?」

 

아이 「악마들이 우리 학교에는 왜 왔어?」 게다가 잔뜩

 

미사토 「어? 얘기 못 들었어?」

 

아이 「요즘에 학교 안 왔다니까~」

 

미사토 「아, 맞다. 그렇지 참.」 후훗

 

아이 「헤헷~」

 

미사토 「헤헷은 뭐가 헤헷이니.」 딱콩

 

아이 「아얏!」

 

미사토 「선생님들 통해서 다 전달했는데. 아이 쨩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까 이런 큰 행사도 모르잖아.」

 

아이 「지금이라도 알면 됐지, 뭘. 그래서 무슨 일이야? 교환학생? 전학? 통폐합?」

 

미사토 「여기 모인 악마들은 모두 졸업학년 학생들이야. 대학 진학 시험을 치려고 온 거고.」

 

아이 「대학? 우리 학교는 고등학교잖아?」

 

미사토 「우리 학장님이 마족대학 입학 시험 감독관을 맡게 돼서 소집한 거야. 서로 아는 사이라 하시더라고.」

 

아이 「오, 시험장 빌려주는 그런 거구나.」

 

미사토 「응. 그렇지.」 끄덕

 

아이 「헤에-」

 

아이 「(카린도 시험치러 온 거였구나)」

 

― 웅성웅성,

― 정원에 나와있는 악마들을 바라보는 아이

 

아이 「근데 왜 다들 밖에 나와 있어? 시험은 안에서 치지 않아?」

 

미사토 「오늘은 원서 접수만 하는 날.」

 

아이 「그렇구나.」 끄덕끄덕

 

미사토 「어쨌든, 아이 쨩.」

 

아이 「웅?」

 

미사토 「내일은 주말이니까 당연히 쉬지만, 다음 주부터는 꼭 학교 와야 한다?」

 

아이 「에에-? 어차피 자습시킬…」

 

미사토 「어허.」 떽

 

아이 「…알았어.」

 

미사토 「아이 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 그게 엘프의 규율이고.」

 

아이 「…….」 힝구

 

미사토 「…아니면 체험학습 신청이라도 내고 쉬렴. 아이 쨩은 보고서도 잘 써낼 테고.」

 

아이 「근데 우리 마을 근처 돌아다닌 걸로는 인정 안 해줄 거잖아.」 

 

미사토 「그건- 그렇지?」 아하하…

 

아이 「그럼 방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걸.」

 

미사토 「그러니까 출석이라도 하라는 거 아니겠니?」 싱긋

 

아이 「뭐야, 답만 정해두고.」 흥칫

 

미사토 「학교에서 배울 건 아직 많으니까. 아이 쨩이 조금만 참아줘.」 쓰담쓰담

 

아이 「(조금이 10년인데)」

 

미사토 「그럼 다음 주에 꼭 보자.」

 

아이 「네에- 또 봐, 미사토 언니.」 손 흔들흔들

 

― 아이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는 미사토

― 다시 학교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

 

아이 「하아- 교과서는 이미 6년 전에 다 봤다구~ 시험도 언제 쳐도 맨날 만점인데.」

 

아이 「(아이 씨는 새로운 걸 보고 싶다고. 학교 안에는 이제 재밌는 일이 없… 어라라?」

 

― 별채 앞, 넋이 나간채 벽에 머리를 박고 선 카린

 

카린 「〔중얼중얼〕」 멍-

 

아이 「카린, 아닌가? 오-이, 카린-!」 우다다

 

카린 「망했어, 망했어, 망했어…」

 

아이 「카린!!」

 

카린 「꺄악-! …아, 아까 엘프.」

 

아이 「아이 씨다요?」

 

카린 「아, 그래. 아이.」 끄덕

 

아이 「왜 그래? 접수 못 했어? 아직 시간 남았잖아.」

 

카린 「접수… 접수하긴 했는데…」

 

아이 「웅?」 갸웃

 

카린 「…망했어.」

 

아이 「아니, 대뜸 망했다고만 말하지 말고.」

 

카린 「합격 못 할 거야. 망했어…」 주르륵, 털썩

 

아이 「에에? 카린?!」

 

 

▶ 아이의 집

 

― 아이의 방, 멍하니 앉은 카린

― 몬쟈야키 한 판을 만들어 들고오는 아이

 

아이 「자, 카린! 우리집 특제 몬쟈야키!」

 

카린 「정말로 먹어도 돼?」

 

아이 「당연하지! 시험이든 뭐든, 일단 먹고 생각하자고!」 히힛

 

카린 「…고마워.」 와앙

 

― 순식간에 몬쟈야키 한 장을 먹어치우는 카린

― 카린 『〔우물우물, 꿀꺽〕』

 

아이 「…한 장 더 줄까?」

 

카린 「진짜?」

 

 

카린 「잘 먹었어, 고마워. 아이.」 후훗

 

아이 「깔끔하게 비워줘서 아이 씨도 고맙긴 한데, 혹시 굶었어?」

 

카린 「굶은 건 아니고, 뭔가 제대로 된 밥을 먹은 건 오랜만이라.」

 

아이 「얼마나 됐길래?」

 

카린 「사흘? 나흘? 그정도? 집에서 출발할 때 먹은 아침밥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아이 「엄청 오래됐네…」 당황

 

카린 「시험이 길어서 이래저래 경비도 아껴야 하거든. 오늘까지 쭉 길에서 자고, 밥도 대충 해결했지.」

 

아이 「(악마가 아니라 우드엘프인데…)」

 

카린 「지금까지 푯값 말고는 한 푼도 안 썼다고?」 엣헴

 

아이 「오늘 숲에서 길 잃었을 때는 어떻게 했어?」

 

카린 「나무열매 좀 먹고, 물은 냇가에서 마셨어.」

 

아이 「거기 냇물 세계수(水)라서 성수일 텐데. 탈 안 나?」

 

카린 「성수 마시고 탈나는 악마 없어. 너 그거 굉장히 편협한 생각이야. 알지? 나는 종족이 마족인 거지, 나쁜 놈이 아니라고!」

 

아이 「아하하… 진짜 악마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니까- 좀 봐 줘~」

 

카린 「몬쟈야키 값 봐서 봐줄게.」

 

아이 「서비스는 처음 한 장이 전부지만… 아니다.」

 

― 그릇을 정리하고, 카린 앞에 앉는 아이

 

아이 「그래서 카린. 그 시험이란 거 정확하게 어떤 거야?」

 

카린 「…후우, 그러게. 뭘까.」 한숨

 

아이 「대충이라도 아이 씨한테 알려줘 봐. 이래뵈도 아이 씨, 학회에서 한 번도 1등 뺏긴 적 없다구?」 히히

 

카린 「그렇게 잘난 애가 학교는 왜 안 가?」

 

아이 「다 아는 거니까! 아이 씨는 새롭고 재밌는 게 보고 싶거든.」

 

카린 「…그래.」

 

아이 「아이 참! 의심하지 말고! 어쨌든 시험 대비는 여럿이서 하면 좋다고. 게다가 우리 학장님이 낸다며? 아이 씨가 학회에 다니니까 뭔가 요령을 알 수도 있으니까!」

 

카린 「…시험은 총 세 번이야. 엘프 학회에서 치는 시험이 첫 번째 시험이고.」

 

아이 「응, 응. 첫 시험 내용은?」

 

카린 「잠시만.」 뒤적

 

― 망토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는 카린

《제 629회 마족대학교 입학 시험요강 : 1차 시험 안내》

・ 장소 : 엘프 고등학회(정령의 그루터기)
・ 일시 : 세계력 1995년 1월 31일
・ 과목 : 경연(택1)
・ …

 

아이 「흐음, 어디- 시험은 이틀 뒤고, 과목은 경연? 옆에 택1은 뭐야?」

 

카린 「3개 중에 하나 선택이야. 그리고 내가 고른 게…」 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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