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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레인보우 판타지

카린&아이「레인보우 판타지 : 대입시험의 동행자」~2화~

by 양털책갈피 2023. 7. 16.

과거, 엘프 고등학회 학장은 여행자였다. 꼼꼼하고 성실한 성격에 재주도 비상하여 엘프 학회의 인사들로부터 총애를 받아왔던 그녀였지만, 스스로는 마음 속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감정의 근원을 앞뒤 꽉 막힌 엘프 사회의 규율이라 생각했다.

 

"할머니 미안!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성년이 되기 직전 어느 날, 그녀는 편지 한 통만을 남겨두고 정령의 그루터기를 떠났다. "잠깐"이라는 말이 1,000년을 살아가는 엘프에게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겠다. 그 여행은 그녀가 졸업장도 받지 못한 고등학회의 학장이 바뀔 때까지 이어졌다.

 

그녀가 마을로 돌아온 이유는 선대 학장이었던 할머니의 부름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한 마디에 쉽게 돌아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여행을 떠났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장로회와 학회의 권능이라면, 자신이 어디 있든지 곧장 마을로 소환할 수 있었음을 말이다. 그러나 할머니도, 여동생도, 마을의 그 누구도 그녀의 여행을 막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적어도 자신의 선택을 가로막지 않은 것에 내심 고마웠던 것이다.

 

그녀가 마을로 돌아온 그날, 차기 학장을 맡아달라는 장로회의 하명 이전에 모두가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그녀는 한 단어로 답했다.

 

"хорошо́ !"

 

이후 군말 없이 고등학회 학장을 맡았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보면 믿지 않을만큼, 그토록 싫어하던 규율을 지켜가며 학회를 이끌어갔다. 누구보다 소신껏 행동하고, 모든 일에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하는 그녀다운 태도였다.

 

그럼에도 여행 중에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의 인연은 이어갔다. 그녀에게 있어, 친구들은 여전히 그때의 맺음이 이어지는 사이이다. 이따금 친구들이 마을에 찾아오기도 하고, 학회장이 된 그녀가 다소 특이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시험 진행은 셋이 해주면 될 것 같아. 그리고- 아, 잠시만. 요즘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어서. 금방 다녀올게."

 

마족대학의 입학 시험, 그 첫 번째 감독관은 그녀이다. 그녀가 출제한 시험의 진행은 여행 중에 만난 세 명의 친구들이 맡을 것이다. 용감하고, 올곧고, 상냥한 세 사람이기에 시험은 걱정이 없다. 지금의 문제는 학회를 이끌어갈 재목이 자꾸만 출석을 거부하는 것이다. 대담하고 영리하며, 엘프의 미모 역시 빼어난 소녀. 꼭 어릴 적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것은 금발 엘프들의 특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소녀를 보며 내린 결론이다.


【레인보우 판타지, 대입시험의 동행자】

: 2화 ~ 학회장의 시험 ~

 

・ 1과목 : 시험관과의 팔씨름 대결에서 20초를 버티시오.

・ 2과목 : 시험관이 제작한 마법 스크롤을 30분 안에 해독하시오.

・ 3과목 : 시험관과의 궁술 경연에서 승리하시오.

 

아이 「헤에- 이런 게 대입시험이구나. 쉽네~」

 

카린 「과목만 보고 판단하지 마. 그 시험을 내는 시험관들이 문제라고.」 톡, 톡-

 

― 시험요강에 적힌 시험관들의 이름을 가리키는 카린

― …3과목 : 『심장을 꿰뚫는 자』

 

아이 「에, 진짜야?」 섬칫

 

카린 「이제 왜 망했다는 건지 알겠지?」

 

아이 「대륙 최고의 신궁으로 유명한 그… 이야, 학장님이랑 친구 사이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진짜였네.」

 

카린 「어이 없지 않아? 겨우 대학 들어가려는 애들한테 이게 뭐냐고!」

 

아이 「그래도 밑에 봐봐. 카린은 열 발이고 시험관은 일곱 발이잖아? 카린이 70점만 넘기면 합격이네.」

 

카린 「그, 그건 맞는데…」

 

아이 「70점은 쉽게 넘지 않아?」

 

카린 「…….」 삐질

 

아이 「아. 카린, 활 진-짜 못 쏘는구나?」 히죽

 

카린 「평범한 정도야! 평범!」

 

아이 「70점 아래가 뭐가 평범이야. 누구나 85점은 기본인데. 우리반 꼴찌도 70점은 쏘겠다.」

 

카린 「그건 엘프들이라 그런 거라고!」

 

아이 「악마들은 활 못 쏴?」

 

카린 「우리는 무예보단 마술이 중심이야. 궁술 같은 건 익숙하지도 않고, 게다가…」

 

아이 「응?」

 

카린 「…연습할 때는 쏜 화살을 마력으로 조종해서 과녁에 맞췄어.」

 

아이 「…좀 성실하게 하지.」

 

카린 「그래서 궁술을 고를 생각을 안 했었다고!」

 

아이 「근데 왜 골랐어?」

 

카린 「도착했을 때, 다른 과목 정원이 다 찼었어.」

 

아이 「아, 결국 늦었구나.」

 

카린 「이렇게 될까 봐 최대한 빨리 온 거였는데…」 침울

 

아이 「응? 근데 시험 때도 마력으로 화살 조종하면 되는 거 아니야?」

 

카린 「세계수의 성역이라 내 마법이 안 통해.」

 

아이 「아, 맞다. 그랬지. 그래서 길도 잃었고.」

 

카린 「감독관이랑 대학도 다 알고 있었나 봐. 다들 어떤 과목을 내도 마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걸…」

 

아이 「그래서 일부러 마족들의 마법을 쓸 수 없는 세계수의 성지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 과목도 마법 없이 실력으로 통과할 수 있는 것들이고. 역시, 악질이네.」 끄덕

 

카린 「같은 엘프인데, 그렇게 얘기해도 돼?」

 

아이 「에이, 미사토 언니 말고는 다들 좀…」

 

카린 「그래? 진짜 처음부터 잘못 걸린거였네… 그냥 포기할까…」 에휴

 

아이 「괜찮아! 아직 이틀 남았잖아? 아이 씨랑 같이 연습하면 70점은 어떻게든 될 거야!」

 

카린 「진짜 도와주려고?」

 

아이 「당연하지! 첨부터 도와주려고 데리고 온 건데.」 엣헴

 

카린 「그랬구나. 그냥 빈말인 줄 알았어.」

 

아이 「아이 씨는 빈말 안 한다고. 일단은- 아직 해지기 전이니까, 가볍게 실력 한 번 볼까? 어느 수준인지는 알아야지!」 헤헷

 

 

― 마을 수련장

― 카린의 과녁 『‥』

 

아이 「카린.」

 

카린 「응.」

 

아이 「그냥 대학 안 가면 안 돼?」

 

카린 「야-!! 도와준다며!!!」 버럭

 

아이 「아니, 아니, 아니, 이건 진짜 심각하잖아!」 빈말 아니야!

 

카린 「마족들은 활 못 쏜다고!」

 

아이 「그래도 이건… 대학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갈 수준이라고! 알아? 55점이 뭐야?!」

 

카린 「처음 했을 땐 22점이었어! 많이 는 거라고! 아, 됐어. 망했어. 역시 망했어…」 털썩

 

아이 「얼른 일어나서 다시 활 잡아!」

 

카린 「…내가 연습한다고 될까?」 울먹

 

아이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면 0%야.」

 

카린 「…….」

 

아이 「얼른. 내가 같이 잡아주는 걸로 딱 한 세트만 쏴 보자.」

 

 

▶ 해가 지고 난 뒤, 아이의 방으로 돌아온 둘

 

― 책상에 앉아 시험요강을 살펴보는 아이

― 아이 옆에 서서 팔뚝에 근육통 완화 약초를 바르는 카린

 

 

아이 「흐음-」 지긋

 

카린 「다시 봐도 없다니까.」 치덕치덕

 

아이 「으으음-??」 뚫어져라

 

카린 「선착순으로 고르고, 과목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다 적혀 있어.」 문질문질

 

아이 「역시 이건 포기하고, 접수를 잘못했다고 우기면… 무리겠지?」

 

카린 「상식적으로 그게 되겠니? 게다가 엘프들은 철두철미 하잖아. 실수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할 걸?」 실수도 없는 게 맞고

 

아이 「그렇겠지- 아, 진짜. 안내에도 유리하게 해석할만한 부분이 없네.」

 

카린 「있다고 해도, 멋대로 해석한 거라고 반박하지 않을까?」 챱챱

 

아이 「음… 조금 주의는 받겠지만, 어쨌든 여기서 된다고 하면 딴말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똑바로 안 적은 엘프 잘못!」 단호

 

카린 「헤에-」 팔뚝 주물주물

 

아이 「…그래, 지금은 카린의 그 팔이 더 문제다.」

 

카린 「아이가 너무 세게 한거야. 잠깐 실력본다더니, 몇 발을 쐈는지 아니?」

 

아이 「그렇다고 연습을 안 하면 망할 게 분명하…」

 

카린 「미안.」

 

아이 「응, 합격해야지.」 대답 빠르구만

 

카린 「합격… 그러게.」

 

아이 「저기, 카린.」

 

카린 「응?」

 

아이 「카린은 왜 대학교에 가려는 거야? 고등학교랑 배우는 게 많이 달라?」

 

카린 「글쎄?」

 

아이 「그럼 과는?」

 

카린 「마족대학은 따로 과가 없어. 그냥 성적순으로 듣고 싶은 강의 신청해서 듣고, 다 들으면 졸업장 주고.」

 

아이 「어… 하긴. 입학 시험도 중구난방이니까. 아, 과는 됐고, 뭐 배울지는 생각한 거 맞지?」

 

카린 「그건 성적 나오고 정해야지. 합격하고 생각해도 안 늦어. 뭐 있는지도 잘 모르고.」

 

아이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데 가는 거야?」 어이없음

 

카린 「그게 문제될 게 있니? 나는 새로운 걸로 가득찬 곳에 가서, 뭔가 배워오려는 거야.」 후훗

 

아이 「아하… 그런가. 그렇구나.」 후무후무

 

카린 「-는 그냥 멋있어 보이려는 변명이고.」

 

아이 「?」

 

카린 「마족은 취직하려면 어쨌든 대학에 가야 돼.」

 

아이 「에.」

 

카린 「엘프는 자원도 많고, 이래저래 자급자족이 되는 종족이니까 잘 모르겠지만… 마족 사회는 그렇지 않거든. 경쟁도 심하고, 악마 네임벨류에 따라 차별도 있고.」

 

아이 「차별… 카린은 어떤데?」

 

카린 「나? 아- 걱정하지 마. 낮은 계급은 아니거든. 그래서 대학도 준비할 수 있는 거고. 대신에 주변에서 "바포메트니까 대학은 무조건 가야지!" 하는 압박은 있지만.」

 

아이 「그냥 가기 싫다고 말해도 되지 않아?」

 

카린 「그렇긴 한데, 대학을 가기 싫은 건 또 아니라서. 가면 말고 아님 말고라는 느낌? 그런데 또 시험에는 필사적인 거 보면… 뭔가 웃기지?」 후훗

 

아이 「아이 씨는- 이해해. 응.」 끄덕끄덕

 

카린 「고마워.」 후훗

 

아이 「…….」 곰곰

 

카린 「어쨌든 가긴 가야지. 주변에서 가라고 하는데다, 일단 대학을 나와야 사는 게 편할테니까.」

 

아이 「생각보다 그런건가…」 중얼

 

카린 「응?」

 

아이 「아, 아니야! 그냥 대학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어서.」 헤헤

 

카린 「아이는 나중에 대학 안 갈 거야?」

 

아이 「아이 씨는… 좀 더 생각해보고.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카린 「하긴. 그렇겠네. 아직 졸업도 한참 전이고.」

 

아이 「지금은 카린이 합격하는 것만 생각해야지! 카린이 다니는 거 보고, 결정할 거야!」

 

카린 「그때까지 나랑 연락하고 지내려고?」

 

아이 「합격하면 1/3은 아이 씨 덕분인데, 카린은 아이 씨 이용만 하고 버리려고?」

 

카린 「아,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이 「농담이야~ 언제까지고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카린 「…그래.」 피식

 

아이 「좋-아, 그럼 다시 작전을 짜볼까? 붙임1은 볼 필요 없고-」 팔랑-

 

카린 「시험요강에 더 없다니까. 그만 봐도 돼.」

 

아이 「어차피 훈련도 못 하고, 이거라도 보면서 머리 굴려야지. 기가 막히게 해석하면, 학장님도 뭐라 못할 거야!」 아자자!

 

카린 「그게 될까…」 흐음

 

아이 「천천히 다시 읽어 보면 혹시 모른다구. 어디- 제 629회…」 팔랑

 

 

카린 「Zzz...」 꾸벅-

 

아이 「카린.」 어깨 톡톡

 

카린 「꺄악! 아, 아이구나. 아, 미안! 아이는 고생하는데 나는 깜빡 졸았네…」

 

아이 「그것보다, 여기 이 문장.」 톡, 톡

 

카린 「응? 주의사항? 이건 여러번 얘기했잖아.」 선착순에 교불

 

아이 「아니, 말고. 첫 문장 말이야.」

 

― 주의사항 : 아래의 행위 이외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음

 

아이 「이건 마법을 써도 된다는 뜻 아니야?」

 

카린 「그런가… 마술 쓰면 불합격 처리 할 것 같은데.」

 

아이 「그때는 시험요강을 걸고 넘어지면 돼. 내가 내 화살에 마법 썼는데, 이게 어떻게 방해고 컨닝이냐! 라고.」

 

카린 「듣고 보니 일리는 있네… 하지만 세계수 때문에 마술은 못 쓰는 걸.」

 

아이 「그렇담 일시적으로 세계수의 힘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지.」 씨익

 

카린 「그게 가능해?」 깜짝

 

아이 「몰라?」 갸웃

 

카린 「아, 깜짝이야. 방법 있는 줄 알았잖아.」

 

아이 「그래서 지금 물어보려고.」

 

카린 「물어본다니? 누구한테?」

 

아이 「우리 할머니랑 미사토 언니한테!」 두둥

 

카린 「에에…」

 

아이 「할머니는 엄-청 오래 사셨고, 미사토 언니는 선생님이니까 뭔가 알지도 몰라! 알아보고 올게!」 슈웅-

 

카린 「아, 아이!」

 

― 잠시후,

― 방에 돌아온 아이

 

아이 「카린… 그런 거 없대…」 터덜

 

카린 「상식적으로 세계수의 성역에서 마족이 마술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이 「하아… 아이 씨가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몰래 화살을 조종할 텐데.」

 

카린 「그거 대리시험이라고 우기면 우리 할 말 없다?」

 

아이 「화살이 알아서 과녁에 콱- 박혀주면 좋겠다.」

 

카린 「차라리 활을 그런 무기로 만들지 그러니? 뭘 쏴도 백발백중인 활.」

 

아이 「에이, 인챈트 마법 중에도 백발백중은 없… 어?」

 

카린 「아이?」

 

아이 「있다!!!!!!!!」 쩌렁-!

 

카린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소릴 질… 잠깐만, 그런 활이 있다고?」

 

아이 「잠시만! 시험요강, 어디 뒀지?」

 

카린 「그거 여기.」 사락-

 

아이 「없고, 없고, 없고… 카린, 혹시 활이나 화살 같은 거 규격 있어? 무조건 이 활을 써야 한다, 이런 거.」

 

카린 「글쎄…? 시험요강이랑 붙임1에 없으면 없을 걸?」

 

아이 「붙임1 어디 뒀지?」 두리번

 

카린 「그것도 여기.」 사락

 

― 붙임1.

― 상세장소 / 상세일시 / 출제언어...

―『손목보호대, 마법학 사전, 활과 화살 등 개인 물품 지참 가능(요청 시, 학회에서 대여)』

 

아이 「됐다, 이거면 될 거야! 카린!」 폴짝폴짝

 

카린 「자, 잠깐! 그만 진정해! 지금 아이 말은, 내가 쏴도 무조건 10점에 맞는 그런 활이 있다는 거야?」

 

아이 「있을 거야!」

 

카린 「있다도 아니고 있을 거라니…」

 

아이 「만들 거야! 내일부터!」

 

카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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