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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레인보우 판타지

카린&아이「레인보우 판타지 : 대입시험의 동행자」~3화~

by 양털책갈피 2023. 8. 17.

정령의 그루터기, 초목이 우거진 남쪽 숲길을 따라 나가면, 쇠 냄새가 풍기는 도시국가 조이폴리스가 나온다. 그곳은 마력과 과학이 조화를 이룬 장인 도시로, 마력을 품은 각종 물건과 식품들을 생산한다. 또한, 세계수의 성역 중 하나인 정령의 그루터기와 맞닿아 있어, 엘프 공예품을 재가공하거나, 세계수 추출물을 수출하는 등 다른 상업 도시들과 차별화된 대륙 동남부의 주요 경제 거점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랑 자유롭게 왕래하는 건 아니지만."

"헤에- 그래?"

 

산업과 유통이 발달한 도시답게 지역 풍토는 자유로움 그 자체이며, 경제력을 갖춘 장인들과 상인들 덕분에 대중문화 역시 발달해있다. 과학으로 환상마법을 구현한 놀이시설, 여행자와 대부호들이 오가는 거대 상가, 30일 간격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축제 등. 돈만 있다면 평생을 유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절제와 규율을 중시하는 엘프들에게는 탈선과 타락의 장이라는 인상이 있어, 이웃한 도시임에도 민간의 왕래가 활발하지 않다. 장로회 소속의 학자와 외교관이 아니라면 출입이 통제되고, 조이폴리스에서도 굳이 정령의 그루터기로 찾아오지 않는다.

 

"일단 장로회에 신고서를 최소 2주 전에 제출하고, 허가받고, 그리고-"

 

정령의 그루터기에서 조이폴리스로 나가려면 우선 장로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방문 목적과 체류 시간을 상세하게 적고, 이 내용이 합당한지 심사를 거친다. 이렇게 조이폴리스로 나간 엘프들이 자유롭게 노니냐면 그것도 아니다. 실제로 신고서의 내용대로 움직이는지, 그 증거를 수합한 보고서를 복귀 후 3시간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시간이 빠듯한 만큼, 조이폴리스 방문 중에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어, 자유로운 관광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구나. 운이 좋았네. 마침 아이가 조이폴리스로 나가는 날이랑 겹쳐서."
"응?"

 

최소 2주의 기다림, 그리고 까다로운 심사과정과 상세한 보고서. 규율을 중시하는 엘프들에게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절차이나, 번거로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허락 안 받았는데?"

"에?"

 

더군다나 엘프의 성정과 어울리지 않는 유흥으로 넘쳐나는 도시의 색깔은 굳이 엘프들이 조이폴리스를 방문할 일은…

 

"몰래 빠져나가는 루트를 다 만들어뒀지!"

 

물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엘프 소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레인보우 판타지, 대입시험의 동행자】

: 3화 ~ 고양이 귀 드워프 ~

 

▶ 정령의 그루터기 남쪽 숲길

 

― 큰 보따리를 등에 짊어지고 걷는 아이

― 피곤한 듯 하품을 하는 카린

 

카린 「하암- Zzz...」 비틀

 

아이 「카린- 졸지 마.」 등짝 팡팡

 

카린 「아, 안 졸았어!」 츄릅

 

아이 「깨우고, 아침 먹고, 걷고, 얘기한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졸려? 악마들은 역시 아침에 약하구나.」

 

카린 「너 그거 편견이야.」

 

아이 「그럼 카린만 아침에 약한 거야?」

 

카린 「…나는 아침에 약한 게 아니야. 수면시간이 길 뿐이라고.」

 

아이 「네에- 그러시겠어요-」

 

카린 「…….」 우씨

 

아이 「아! 지금 머릿속으로 한 대 쥐어박았지?」

 

카린 「아니거든!」 뜨끔

 

아이 「엘프들은 가까이 있으면 그 정도 텔레파시는 읽을 수 있다구~」 히힛

 

카린 「…대단하네. 마법도 아닐텐데.」

 

아이 「새벽에서 이른 아침까지만 가능하지만.」

 

카린 「그렇구나.」

 

아이 「그러니까 시험 때 컨닝같은 게 걸리진 않을 거야.」

 

카린 「컨닝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소릴해?」

 

아이 「컨닝은 아니어도 우리 전략이 들키면 조금 그렇잖아.」 배시시

 

카린 「…근데 그래서?」

 

아이 「웅?」

 

카린 「전략이고 뭐고, 일단 조이폴리스로 나가야 하잖아. 어떻게 나가는지 아직도 안 알려 줄 거야?」

 

아이 「도착하면 알려준다니까.」

 

카린 「도착을 하려면 방법을 알아야… 아니다.」 한숨

 

아이 「카린이 어떤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려주면 하기 싫다 할 것도 같아서.」

 

카린 「…문지기들한테 뇌물이라도 주려고?」

 

아이 「오, 카린은 그런 쪽인가?」

 

카린 「뭐가.」

 

아이 「부패 공무워…」

 

카린 「그런 거 아니야!」

 

아이 「농담이야~」

 

카린 「정말이지… 가벼울 건지, 진중할 건지 하나만 해.」

 

아이 「어떤 아이 씨든 카린이 손해볼 일은 없다구. 아, 다 왔다.」

 

카린 「?」 갸웃

 

― 울창한 숲길 끝, 매우매우 거대한 흰색 나무 한 그루

― 나무 뒤로 보이는 절벽, 그 아래로 보이는 회색빛 연기들과 큰 마을 하나

 

카린 「우와… 엄청 높네. 저기가 조이폴리스야?」 아찔

 

아이 「응. 그리고 여기는 정령의 그루터기 남쪽 경계. 이 나무는 세계수의 묘목 중 하나. 우리는 한펜이라고 불러.」

 

카린 「헤에-」

 

아이 「자, 그럼-」 주섬주섬

 

― 짊어진 보따리를 푸는 아이

― 한가득한 옥수수들, 그리고 다소 이질적인 쇠막대기 묶음과 곱게 접은 천조각

 

아이 「카린, 나 이거 하는동안 옥수수 정리해서 다시 묶고 카린이 좀 들어줘. 손에 들지 말고, 등에.」

 

카린 「아. 알았어.」 주섬주섬

 

― 옥수수 보따리를 등에 메는 카린

― 무언가 조립하기 시작한 아이

 

아이 「좋아, 날아가보실까요~」 착, 챡, 찰칵

 

카린 「…어? 나, 날아간다니?」 흠칫

 

― 행글라이더를 어깨에 메는 아이

 

아이 「자! 카린!」 팔 활짝-

 

카린 「에…? 안기라고?」

 

아이 「응.」 끄덕

 

카린 「말이 되는 소릴 해!」

 

아이 「에이, 부끄러워 말고~」

 

카린 「부끄러운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나랑 아이 따로 날아가면 되잖아! 내 건 어딨는데?」

 

아이 「카린 건 당연히 없지. 나말고는 아무도 안 쓰는데.」

 

카린 「…….」

 

아이 「그러니- 자, 어서오라구.」

 

카린 「아니야, 됐어! 나는 내가 알아서 갈게!」

 

아이 「여기부터 걸어서 내려가려면 엄청 오래 걸린다? 게다가 마을에서 만나자고 해도 카린은 길 모를 거 아니야.」

 

카린 「길 찾는 마법으로 가면 돼!」

 

아이 「숲에서는 마법 못 쓴다니깐.」

 

카린 「…….」

 

아이 「자, 그럼 갑니다!」 와락

 

카린 「꺄악!」

 

― 카린을 꽉 껴 안고 살짝 들어올리는 아이

 

아이 「뒤로 뛰긴 힘들지? 안고 뛸 테니까, 허리 잘 잡고 있어. 손에 깍지도 끼고!」

 

카린 「진짜 뛰려고?」

 

아이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이거라고. 자, 간다-!!」 우다다다, 펄쩍-

 

카린 「우, 우으아와아아아앗!!!」 부웅-

 

― 절벽에서 뛰어올라 날아가는 아이와 카린

 

아이 「오우, 흔들린다. 카린, 괜찮아?」 휘융-

 

카린 「괘, 괜찮아.」 벌렁벌렁

 

아이 「카린 생각보다 겁이 없구나? 좋아, 이대로 쭉 속도를 붙여볼까!」 히힛

 

― 조이폴리스를 향해 활강하는 아이

― 카린『(팔에 힘 빠지면 어떡ㅎ… 응?)』

 

카린 「잠깐만.」

 

아이 「웅?」

 

카린 「여기는 정령의 그루터기가 아닌 거지?」

 

아이 「응. 그렇지? 숲은 이제 나왔으니까.」

 

카린 「그렇담…」 스르륵

 

― 아이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푸는 카린

― 행글라이더를 타고 그대로 날아가는 아이

 

아이 「에? 카린?!」 화들짝

 

카린 「됐다.」 두둥실

 

― 마족: 비행마법

― 마법명 Fly into the sky

 

아이 「아, 마법이구나. 비행마법은 처음 봤어… 앗, 잠깐만! 이러면 계속 멀어지잖아-!!」 슈우웅-

 

카린 「이대로 아이만 따라가면 되지?」 스르륵, 펄럭-

 

― 망토를 펄럭이며 아이에게 따라 붙는 카린

 

아이 「헤에-!! 대단하잖아! 카린!!」 키라링~

 

카린 「후훗, 마법은 특기라고? 물론 249초밖에 못 날지만.」

 

아이 「뭐야 그 애매한 숫자는?」 키득

 

카린 「그 전에 도착할 수 있지?」

 

아이 「물론이지!」 슈웅-

 

 

▶ 조이폴리스

 

― 조이폴리스 안의 공터에 착지하는 아이와 카린

 

아이 「욧시.」 사뿐

 

카린 「후우- 비행은 오랜만이네.」 챡-

 

아이 「읏차, 행글라이더 정리 좀 할게.」 찰칵, 둘둘둘-

 

카린 「옥수수 보따리는 계속 내가 가지고 있어?」

 

아이 「그럴… 아, 행글라이더 정리하려면 필요하구나. 그럼 여기 펼쳐만 줘. 내가 다시 들게.」 빙글빙글, 찰칵

 

카린 「알았어.」 펄럭, 데굴데굴

 

― 정리 끝,

― 조이폴리스 번화가를 걷는 둘

 

아이 「이야~ 언제 와도 시끌시끌하단 말이지. 오, 못 보던 가게다!」 두리번

 

카린 「…….」 쭈굴, 쫄래쫄래

 

아이 「카린? 왜 그래?」

 

카린 「어? 아, 그게… 아무리 봐도 마족은 나뿐인 것 같아서.」 쭈뼛

 

아이 「에이, 여기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마족이 대륙에서 보기 힘든 건 맞지만, 괜찮아, 괜찮아!」 등짝 팡팡

 

카린 「어흑.」 아프다

 

아이 「그리고 카린이면- 산양 수인족으로 볼 지도 모르고.」

 

카린 「그런가-」 뿔 더듬더듬

 

아이 「어색해할 거 없어. 아무도 신경 안 쓴다니까.」

 

카린 「…….」 눈치

 

아이 「에이, 참! 궁금하면 이따가 일 끝나고 돌아다녀 보든지!」

 

카린 「…됐고, 일부터 끝내자. 얼마나 더 가면 돼?」

 

아이 「이제 이쪽 골목. 금방이야!」

 

―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화약 냄새, 스파크가 튀는 골목길

― 피싱- 파직, 파지직… 활활활활… 까앙-! 까앙-!

 

카린 「…….」 조심조심

 

아이 「에이, 쫄 거 없어. 여기 다 좋은 사람뿐이라구.」 룰루랄라

 

― 어느 공방 앞에 멈춰서는 아이

―『크래프트 도키피포』

 

아이 「오-이!! 리나리!!」 쿵, 쿵

 

카린 「…….」 문패 빤히-

 

『크래프트 도키피포』
―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 잠시 후, 작은 발소리와 함께 열리는 공방의 문

 

카린 「…아.」 열렸다

 

― 달칵, 끼이익-

― 문틈으로 고개를 내미는 분홍머리칼의 고양이 귀 소녀

 

리나 「〔빼꼼〕」 쫑긋

 

아이 「리나리-!」 헤헷

 

카린 「(우왓, 진짜 작네. 드워프인가? 그럼 저 고양이 귀는 뭐지?)」

 

리나 「아. 아이 씨. 안녕. …옆은?」

 

아이 「아, 소개할게. 이쪽은 바포메트인 카린!」

 

리나 「…안녕하세요.」 꾸벅

 

아이 「그리고 이쪽은 이 공방의 장인인 리나! 고양이 수인과 드워프의 혼혈이야.

 

카린 안녕? (혼혈이구나)」 어색

 

아이 「카린은 시험 때문에 우리 마을에 왔는데, 이래저래 큰일이라 리나리의 발명품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같이 왔- 아, 일단 옥수수부터!」

 

리나 「고마워.」 꼬옥

 

아이 「아- 어디 보자. 일단 리나리, 자세한 건 들어가서 얘기해도 돼?」

 

리나 「…….」 끄덕, 끼익-

 

아이 「좋아, 그럼 카린, 가자!」

 

카린 「으, 응. 실례합니다.」 터벅터벅

 

 

▶ 리나의 공방, 접견실

 

― 탁자에 앉은 셋

― 상황 설명을 마친 아이

 

아이 「그래서 리나리! 자동으로 과녁 한 가운데에 화살이 파악-! 꽂히게 하는 활 만들어 줄 수 있어? 부탁할게!」 짝-!

 

카린 「부, 부탁드립니다!」 꾸벅

 

리나 「무리.」

 

카린 「에.」 흠칫

 

아이 「에-? 왜? 리나리면 충분히 만들 수…」

 

리나 「응. 만들 수는 있어.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 마석 없이 기계로만 만드는 건 어려우니까.」 뿟뿌-

 

카린 「그, 그래도 만들 수는 있다는 거지? 얼마나 걸려?」

 

리나 「20시간 정도. 지금부터 만들어도 내일 새벽에 완성 돼.」

 

아이 「그렇담…」

 

카린 「완성되자마자 마을로 돌아가야 할만큼 시간이 빠듯하네.」

 

리나 「그것도 쉬지 않고 했을 때의 가정. 완성도 장담 못 하고, 완성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지 장담 못 해.」

 

아이 「아, 그런가…」

 

카린 「저기, 혹시 어떻게든 안 될까?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 간절

 

리나 「…….」 빤히-

 

카린 「?」

 

아이 「리나리?」

 

― 탁자 아래의 노트를 집어드는 리나

 

리나 「〔리나쨩 보드 : 부담스러워〕」 휙-

 

카린 「에.」

 

아이 「아, 리나리는 부끄럼이 많아서. 잠시만.」

 

― 자리를 옮겨 리나 옆에 앉는 아이

― 리나 『〔속닥속닥〕』

 

아이 「응, 응.」 끄덕끄덕

 

카린 「…….」

 

아이 「응, 알았어. 카린.」

 

카린 「응?」

 

아이 「리나리가 활을 만… 아, 잠시만.」 기우뚱

 

리나 「〔속닥속닥〕」

 

아이 「응. 알았어. 저기, 카린.」

 

카린 「응.」

 

아이 「우선 낯가림 때문에 이렇게 얘기하는 거니까 이해해달래. 카린이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카린 「으, 응. 알았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끄덕

 

아이 「그리고- 일단 만들어는 보겠데. 최대한 빠르게.」

 

카린 「정말!? 진짜!? 고마워!!」 벌떡

 

아이 「아, 근데 대신에 리나리가… 그…」 어색한 웃음

 

카린 「왜 뭔데? 아, 돈이 엄청 비싸구나? 외상도 안 된고?」 철렁

 

아이 「뭐어 그건 당연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응? (속닥) 아, 돈은 외상으로 해주겠데.」

 

카린 「다행이다… 아, 하려던 얘기 계속 부탁해.」 끄덕-

 

아이 「리나리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그, 심부름? 이라고나 할까? 다른 일들을 좀… 대신해달라는데?」 멋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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