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컴컴한 나츠미의 방
― 나츠미의 휴대폰 『〔띠리링~♪〕』
나츠미 「냐하! 오니낫츠~!」
―「오니나츠- / 오니나슷-! / 오..오니낫츠...」
나츠미 「다들 잘 보이… 아, 조명을 안 켰구나.」 딸깍
― 이불 펴고 옹기종기 모인 잠옷 차림의 2기생
― 바닥 한 가운데에 켜둔 손전등 하나
나츠미 「아, 됐다. 어흠! 오늘은 해피 할로윈! 할로윈 특집 오니낫츠 방송이랍니다?」
시키 「오-」 짝짝짝
키나코 「오오-!」 짝짝짝
나츠미 「음- 할로윈 하면 역시 코스프레! …입니다만, 오늘은 파자마로 만족해주세요~」
메이 「…….」 뚜웅-
나츠미 「자, 메이도 표정 풀어요. 코스프레 하고 싶던 건 알지만.」 냐하
메이 「아니거든.」
시키 「메이.」 어깨 톡톡
메이 「왜.」
시키 「졸리면 자도 돼.」
메이 「지금 대낮인데 뭔 소리야. 아오, 진짜!」 벌떡, 촤악-
― 커튼을 거두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 PM 1:30
시키 「…눈부셔.」 찌푸릿
키나코 「암막커튼 대박임다.」
나츠미 「아이참! 분위기 살려야 된다니까요!」 촤악-, 깜깜…
메이 「어두운 게 싫다고! 눈 나쁜 사람 생각도 좀 해!」 메르릉
키나코 「책 읽거나 그러는 거 아니니까 눈 나빠도 괜찮지 않슴까?」
메이 「그, 그 채팅창! 채팅창 봐야 할 거 아냐? 어두운데 화면은 또 밝고…」
나츠미 「필터 붙이고 밝기 낮춰서 괜찮은데요?」
시키 「…메이, 무서워?」
메이 「하아-? 뭐가?」 흠칫
나츠미 「할로윈 기념 심야괴담회 하자니까 반대하고, 한다면 낮으로 옮겨달라… 냐하! 역시 그랬던 거네요?」 히죽
메이 「하, 하나도 안 무섭거든?」
키나코 「그럼 빨리 시작하는 검다.」
【할로윈 특집 대낮괴담회】
나츠미 「먼저 룰을 설명할게요, 우선 저희 넷 다같이 최대한 많은 괴담들을 얘기할 거예요.」
시키 「순번은?」
나츠미 「순번은 없어요. 떠오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그러다 할 이야기가 떨어지면 각자 가장 무서웠던 괴담을 골라요.」
메이 「…그래서, 그 괴담의 주인이 1등이다?」
나츠미 「아뇨, 우리가 고른 4개의 괴담을 엘튜브 커뮤니티에 투표로 올려서 1등을 뽑을 거예요.」
키나코 「1등하면 뭐 있슴까?」 상품이라거나
나츠미 「방송에서 받은 슈퍼챗 전액을 수수료 떼고 전부 받는 걸로 할 거예요.」
시키 「1등은 괴담을 얘기한 사람?」
메이 「아, 맞네. 고른 사람이야 말한 사람이야?」
나츠미 「괴담을 말한 사람이 1등이고, 그걸 고른 사람은, 음… 1등이랑 상의해서 나눠가지기로 하죠.」
키나코 「갑자기 무게감이 가벼워졌슴다.」
시키 「응.」 끄덕
나츠미 「그럼 자기가 자기 걸 고르면 되죠! 자, 룰 설명 끝! 그럼 시작할게요~ 누가 먼저 할래요?」
키나코 「하잇! CEO! 키나코가 하겠슴다!」 손 번쩍
나츠미 「좋아요! 그럼 키나코의 괴담으로, 시-작!」
… 키나코의 괴담
키나코 『키나코의 고향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임다.』
키나코 『어릴 때는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키나코는 그걸 본 적이 있슴다. 그 이야기를 할 검다.』
키나코 『3년 전, 중학생 때 일임다. 그날은 키나코가 혼자 집을 보고 있었슴다.』
키나코 『마당에 나와서 쿠로미츠와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쿠로미츠가 고개를 확 들더니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슴다.』
키나코 『당연히 키나코도 따라 들어갔고, 2층 다락방 구석에 고개를 박고 떨고 있는 쿠로미츠를 발견했슴다.』
키나코 『쿠로미츠를 안아올리니까 계속 떨고 있고… 설마 큰병이 있던걸까 덜컥 겁이 났는데, 그때였슴다.』
키나코 『사라락-… 사라락-… 분명 2층인데, 창밖으로 검은 무언가가 지나가는게 보인검다.』
키나코 『호기심 때문일까,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새가 지나간 것일 수도 있고… 천천히 창에 다가갔슴다.』
키나코 『그런데 그때! …이상한 소리가 나는검다.』
키나코 『“슷슷슷슷슷슷슷슷슷슷”』
메이 「잠깐 타임.」
키나코 「네?」
시키 「메이, 무서워?」
메이 「무섭고 뭐고가 아니라 그거 팔척귀신 이야기잖아!」
키나코 「아, 들켰슴까?」 헤헤
나츠미 「진지하게 듣고 있었는데, 어쩐지 레퍼토리가 익숙하다 했다구요.」
메이 「슷슷슷이 뭐냐, 슷슷슷이.」
키나코 「에헤헤- 나름 어레인지를…」 긁적
나츠미 「어레인지를 해도 좀 무섭게 해야죠. 아무튼 이번 괴담은 NG! 리테이크!」
키나코 「에, 다른 이야기 생각해둔 게 없슴다.」
나츠미 「한 개만 생각해오면 어떡해요!」
키나코 「이따가 떠오르면 또 하겠슴다.」
시키 「그러지 말고 나츠미 쨩이 해봐.」
메이 「그래, 키나코한테 툴툴거리지 말고.」
나츠미 「흐음- 저는 조금 뒤에 하려 했는데. 알았어요, 시범을 보여줄게요.」
… 나츠미의 괴담
나츠미 『한달 쯤 전에 있던 일이에요. 8시쯤 엘버이츠 피자를 배달하러 어떤 아파트에 갔는데요.』
나츠미 『3층이었나, 4층이었나. 아무튼 꼭대기 층에 계단에서 가장 먼 안쪽 집이 배달지였어요.』
나츠미 『초인종도 없고, 문패도 없고. 호실만 적혀 있던 집인데, 한참 문을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나츠미 『가끔이지만, 일부러 늦게 받고선 음식이 식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건가 했는데.』
나츠미 『갑자기 문 아래 우편함에서』
―『앞에 두고 가세요.』
나츠미 『-라고 적힌 종이랑 돈이 쑥 나오더라고요. 뭔가 사정이 있나? 해서 돈을 받고 피자를 문앞에 두고 갔어요.』
나츠미 『그대로 복도를 쭉 지나서 계단에 내려가려는데, 슬쩍 복도 끝을 보니까 그 집 앞에 사람이 서있는 거예요. 그것도 제 쪽을 보면서…』
나츠미 『그런데 문을 여는 소리도 못 들었거든요? 복도에 조명이 꺼지고 어둑어둑한데 그림자만 이쪽을 보고 있고…』
나츠미 『순간 오싹해서 계단을 뛰어내려 갔고, 스쿠터에 잽싸게 올라탔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시선이 그 복도로 올라갔어요.』
나츠미 『그랬더니… 그 사람이 깜깜한 복도에 서서 고개만 내밀고 제 쪽을 보고 있었어요.』
메이 「…아, 끝이야?」
나츠미 「네? 아, 네. 끝이에요.」 끄덕
키나코 「나츠미 쨩! 그 뒤로 아무 일 없었슴까?!」 걱정걱정
나츠미 「기분이 좀 그렇긴 했지만 아무 일 없었어요. 같은 주소로 배달도 안 들어왔고.」
키나코 「그럼 다행임다.」 휴우-
메이 「…그래서 그 사람? 정체는 뭔지 몰라?」
나츠미 「알 방법이 있나요? 무서워서 바로 도망쳤는데…」
메이 「차라리 귀신이 덜 무섭겠다, 진짜. 사람이… 넌 뭐 생각하냐?」 시키 툭툭
시키 「뭔가, 아는 사람 같아서.」
메이 「에이, 설마…」
나츠미 「시키도 참,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솔직히 그건 조금…」 떨떠름
키나코 「아니면 시키 쨩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검까?」
시키 「…그렇네.」 끄덕
키나코 「에?」
메이 「어, 어…?」 흠칫
시키 「응, 그럼 다음은 내가 할게.」 손 스윽-
나츠미 「아, 알았어요. 그럼 시키의 괴담으로- 시작!」
… 시키의 괴담
시키 『키나코 쨩처럼 중학교 때 겪었던 일. 장소는 집 근처 골목길, 계절은 여름.』 끄덕
시키 『저녁 먹고 난 뒤, 산책겸 잠깐 밖에 나왔어. 해가 질 때쯤이지만 아직 밝았고, 노래를 들으며 근처 공원을 가려했어.』
시키 『멍하게 걷고 있는데, 내 앞에 어떤 아주머니가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게 보였어. 처음에는 조금 몸이 불편하신 분인가, 아니면 술을 드셨나, 생각했어.』
시키 『그런데 가만보니 이상했어. 분명 여름인데, 빨간색 패딩을 입고 있었거든. 느낌이 이상해서 먼저 지나쳐 갈 마음으로 빨리 걷기 시작했는데.』
시키 『갑자기 우뚝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는 거야. 평범한 얼굴로 기억하지만… 엮이기 싫어서 바로 고개를 돌렸어.』
시키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계속 보고 있었고, 그 사람 옆을 지나쳐가는 순간에 뭔가 말소리가 들렸어.』
시키 『분명 나한테 말을 거는구나 싶었어. 엮이기 싫으니까, 대답도 안 하고, 이어폰 때문에 안 들리는 척을 했어. 더 빨리 걸었고.』
시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내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면서 계속 중얼중얼… 나는 쭉 무시.』
시키 『이제 골목길을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얼굴을 내 앞으로 들이밀었어. 그리고…』
―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눈 마주쳤는데 못 본 척하네?”
시키 『소름 끼칠만큼 무서운 목소리라 나도 모르게 멈춰버렸어. 그리고 내 바로 위에 있던 가로등이 켜졌는데.』
시키 『…그 사람, 그림자가 없었어.』
메이 「야, 시키…」
나츠미 「지금 이야기, 진짜예요?」
시키 「응. 100% 실화.」 끄덕
키나코 「그, 그 다음에 어떻게 했슴까?」
시키 「마침 앞에 차 한 대가 들어오려해서 비켜주는 척 도망쳤어. 그리고 그대로 메이의 집으로.」
메이 「아 맞구나, 어쩐지…」
키나코 「메이 쨩?」
메이 「언제 한 번 사색이 돼서 우리집에 온 적이 있었거든. 휴대폰만 달랑 들고.」
시키 「이때 일 잊고 있었어. 그러다 방금 나츠미 쨩 이야기로 기억났고.」
나츠미 「…가, 같은 존재는 아니겠죠. 상식적으로.」 끄덕
키나코 「존재… 사람이 아님다!」
메이 「사람이면 나는 그게 더 무섭다 진짜…」
나츠미 「맞다. 그래서 시키, 그 골목길 어디에요?」
키나코 「아, 맞슴다. 이제 거기 피해서 다닐 검다.」 끄덕끄덕
시키 「방송에서 말할 수는 없으니까, 끝나고 따로 알려줄게.」
나츠미 「아, 그렇네요.」
키나코 「알겠슴다.」 하잇스
나츠미 「그럼 마지막… 아니, 다음 메이. 할 수 있겠어요?」
메이 「으응, 뭐…」
… 메이의 괴담
메이 『내가 겪은 건 아니고… 아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야. 그냥 편하게 A코라고 부를게.』
메이 『A코는 기숙학원 학생인데, 학교가 산 중턱에 있다나 봐. 그래서 사람은 학교 사람들 말곤 아예 없다고나 할까.』
메이 『아무튼 그 학교 부지를 크게 도는 산책로가 하나 있고, 산책로 중간쯤 조금 외진 곳에 작은 공터가 있대.』
메이 『공터라고 완전히 빈 건 아니고, 농구골대랑 운동기구가 몇 개 있고… 근데 조명은 없다더라고.』
메이 『당연히 해가 지면 사람들이 찾아갈 일도 없겠지? 그런데 가끔 야간에 그 공터에서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들린대.』
메이 『누가 몰래 가서 농구를 하나 싶어서 언젠가 경비원들이 밤에 거길 찾아갔대. 그리고 진짜로 누군가 공터에 서서 공을 튕기고 있었고.』
메이 『바로 손전등을 비추면서 “누구야!”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메이 『교복을 입은 목 없는 여학생이…「한냐!!!」 아씨, 깜짝이야…』
시키 「메이, 괴담 스레 읽고 왔어?」
나츠미 「정말- 첫 마디 듣자마자 느낌 온다구요. 전형적인 인터넷 괴담 도입부인데.」
메이 「내, 내가 진짜로 전해들은 거 맞거든?」
시키 「메이 친구 중에 기숙학원에 간 사람은 없어. 그리고 내가 모르는 메이의 친구도 없어.」
메이 「…와 씨. 나 소름 돋았어.」
나츠미 「시키가 젤 무섭네요.」
키나코 「키나코는 꽤 무서웠슴다. 잔인한 건 싫슴다…」
메이 「…키나코라도 무서워하면 됐다.」
나츠미 「어쨌든 이걸로 한 바퀴는 돌았고, 키나코 할 얘기 떠올〔쿵쿵쿵!〕꺄악!」
키나코 「한냐!!」 왐마야
메이 「뭐, 뭐야?」 흠칫
시키 「…방문, 누가 두드려.」 긴장
― 쿵쿵쿵!
―『언니.』
나츠미 「아, 토마리구나.」 휴우
―『언니. 저 토마리인데요.』
나츠미 「토마리, 무슨 일 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언니. 문 좀 열어주세요.』
나츠미 「…토마리?」
키나코 「지, 진짜 토마리 쨩 맞슴까?」
메이 「에, 에이. 그럼 가짜겠냐? 지금 대낮인데.」 불안
시키 「…무슨 일?」 벌떡, 벌컥-
키나나츠메이 「!」 움찔
― 방 앞, 간식거리를 담은 쟁반을 들고 서있는 토마리
― 평온한 표정과 목소리와 달리…
토마리 「괴담회 간식, 필요할 것 같아서 챙겨 왔어요.」 손 덜덜덜덜
―『〔달그락 달그락 달그라라락 다르그르락락〕』
시키 「…아, 그렇구나. 고마워.」 덥석, 달그락
나츠미 「…괴담회 그만 할까요?」
메이 「…그럴까?」 반갑
키나코 「커튼 걷겠슴다.」 촤악- 번쩍-
메이 「야, 시키. 쟁반 줘.」 달그락-
시키 「응.」
나츠미 「토마리, 괜찮아요?」 손 꼬옥-
토마리 「괜찮습니다. 세상에 귀신은 없으니까요.」
나츠미 「그래도 너무 떨잖아요.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지, 정말.」 토닥토닥
키나코 「옆방에 혼자 있는데 자꾸 무서운 얘기가 들려서 그랬을 검다.」 헤헤
메이 「방음이 그렇게 안 되나… 아, 맞다. 방송.」
시키 「그럼 다들 할로윈 괴담회는 여기까지. 포칫-」 덥석, 꾸욱-
― ♬~♪♩
―【스트리밍 종료 : 1분 전】
…
토마리 「오늘은 다같이 자도 괜찮을까요.」
나츠미 「냐하, 그러죠 뭐~」 오랜만이랍니다
토마리 「목욕도 다같이 해요. 혼자 못 들어가겠어요.」
나츠미 「에, 그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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