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생의 마지막 겨울방학
― 렌의 방, 어렸을 적 사진 앨범을 보고 있는 렌
렌 「…후훗.」 쓰담
― 하즈키 하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어루만지는 렌
렌 「(학교를 지킨다… 어느새 졸업까지 무사히 왔네요)」
렌 「앞으로도, 유이가오카는 이어지겠죠? …어라? 여긴 뒷장이랑 붙어버렸네요.」 치직-
렌 「(필름이 구겨진 걸까요…) 아, 떨어졌다.」 투둑, 툭
― 붙어있던 페이지 안쪽, 반짝이풀과 스티커에 뒤엉켜 갈라지고 바랜 필름과 사진들
렌 「어머니도 참… 꾸미실 때 적당히 바르셨어야죠!」 투덜투덜
렌 「(이쪽 페이지 사진들은 통째로 버리게 생겼네요)」 힝구
― 앨범에서 필름과 풀을 떼어내며 엉망이 되어버린 사진들을 바라보는 렌
렌 「열심히 꾸미셨는데, 아깝잖아요. 알아볼 수도 없고. 아, 그래도 이건 상태가-」 사락
― 조심스럽게 사진을 떼어내는 렌
― 활짝 웃는 어린 렌을 중심으로, 하트 모양으로 자른 사진 한 장
렌 「(…어디서 찍은 걸까요?)」 꿈뻑꿈뻑
― 사진 뒷면에 적힌 메모
― “그이랑 다르게 겁이 없네~ 역시 날 닮은 거야! (20XX.XX.XX.)”
렌 「6살 때, 겁이 없다… 아. 여기 높은 곳이구나.」
렌 「(사진이 잘려서 알기 어렵지만… 창문이랑 하늘이겠죠?)」 지긋-
― 혹시나 싶어 앞뒷장을 살펴보는 렌
렌 「(앞장은 집, 뒷장은 공원… 그렇담 이 페이지만 다른 장소…)
렌 「…여긴 어디일까요?」 중얼
【시간을 넘어서】
― 다음날 아침
― 식사 중인 렌, 사야 with. 치비
렌 「저기, 사야 씨.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사야 「네. 아가씨.」 빠릿
렌 「아,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한 게 생겼는데, 사야 씨라면 아실 것도 같아서요.」 주섬주섬
― 겉옷 주머니에서 어젯밤 사진을 꺼내는 렌
렌 「어릴 때 사진인데,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해서요.」 사락
사야 「어디- 어머, 오랜만이네요.」 반가워라
렌 「네? 어딘지 바로 아셨어요?」 깜짝
사야 「아, 그게 아니라요. 하트 모양이요. 사모님 작품이죠?」
렌 「아, 네.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꾸미시면서 이렇게…」 아하하
사야 「이 무렵에 사모님께서 앨범 꾸미기에 빠지셨거든요. 저도 가끔 옆에서 돕고, 아가씨께서도 하고 싶다고 떼쓰고 그랬는데. 기억 안 나세요?」
렌 「네? 그게… 저는 기억이 잘…」
사야 「후훗, 그렇겠네요. 그때는 치비가 이름대로 작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치비 「?」 힐끔
렌 「아, 아무튼! 어딘지 아시겠어요? 어디 높은 곳이 아닐까 짐작하긴 하는데…」
사야 「그렇네요, 으음-」 곰곰
―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사야
사야 「역시 이것만으로는 저도 잘…」 머쓱
렌 「역시 그렇죠? 아, 너무 신경쓰진 마세요. 그냥 저도 문득 궁금해진 거라.」
사야 「그래도 뭔가 떠오르면 말씀드릴게요.」
렌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헷
사야 「뭘요. 아가씨와 관련된 일은 모두 제 일인 걸요.」 싱긋
― 아침 식사 후, 렌의 방
― 책상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는 렌
렌 「(검색, 사진으로 장소 찾기. 전부 GPS나 위치정보 얘기뿐이네요)」
렌 「분명 L튜브에서 사진 속 장소를 찾아주는 분들 얘기를 봤는데…」 흐음
렌 「…….」 톡, 토독
― Liella! (11)
― |+ 사진 보내기. . . ▷
렌 「흐음-」 꼴똘
― . . . (취소)
렌 「시키 양이나 토마리 양이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역시 이건 부담스럽겠죠.」 긁적
렌 「(무엇보다 어릴 때 사진을 대뜸 보여주기도 뭔가 부끄럽고요)」
렌 「뭐라도 단서가 있을까요.」
렌 「…….」 사진 물끄러미-
렌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신경 쓰는 거람)」
렌 「뭐랄까, 추억을 떠올리지 못 하는 건 서글프네요. 분명 이때의 저는 즐거웠을 텐데.」
렌 「…아!」 번뜩
― 자리에서 일어나 방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렌
렌 「…아, 찾았다.」 스윽-
― 책장 한쪽, 공책 더미를 꺼내는 렌
―【일기장 / 이름 : 하즈키 렌】
…
― 부스럭부스럭...
사야 「?」 힐끗, 뚜벅뚜벅
― 현관, 외출 준비 중인 렌
사야 「아가씨?」 빼꼼
렌 「아, 사야 씨.」
사야 「어디 가세요?」 말씀도 안 하시고
렌 「아- 그게, 아침에 여쭤봤던 사진 있잖아요. 어딘지 짐작가는 곳이 있어서요. 그래서 잠깐 다녀오려고요.」
사야 「어머, 정말요? 멀지는 않나요?」
렌 「네! 전철로 1시간이면 충분히-」 해맑
사야 「전철로 1시간이요?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흠칫
렌 「그게- 고토구까지…」
사야 「잠시만 기다리세요.」 휙-
렌 「에, 사야 씨?」
― 몇 분 후,
― 핸드백과 외투를 챙겨 나온 사야 with.치비
사야 「준비됐습니다.」 두둥
치비 「월!」
렌 「네? 저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당황
사야 「초행길은 혼자 보내지 말라는 주인어른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렌 「어렸을 때 가봤으니까 초행은 아닌데요.」
사야 「아까까지 어딘지 기억도 못 하시지 않았습니까.」
렌 「그건 그렇지만-」
사야 「그리고 엄연히 보호자인 제게 보고도 없이 외출하려던 벌입니다. 차로 함께 가시죠.」 스읍
렌 「에에…」
― 삑삑, 철컥
― 조수석 렌, 뒷좌석 치비
렌 「치비도 있는데 역시 저 혼자…」
사야 「치비는 차 타는 거 좋아해서 괜찮습니다. 그렇지, 치비?」
치비 「……」 풀썩
사야 「보세요, 벌써 낮잠 잘 준비하잖아요.」
렌 「좁아서 지루해하는 것 같은데요…」
사야 「자, 그럼 출발할게요. 주소 불러주시겠어요?」 내비 꾹꾹
렌 「아, 네. 주소가- 도쿄도 고토구…」
▶ 도착,
― 대관람차 앞의 렌과 사야 with. 치비
사야 「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네요.」 꿀꺽
렌 「사야 씨는 높은 곳 싫어하시나요?」
사야 「싫지는 않아요. 조금 무섭긴 하지만.」
렌 「그게 그거 아닌가요?」
사야 「높은 곳의 스릴을 즐기는 편이라 조금 달라요. 싫어하면 아예 접근도 하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렌 「그, 그렇군요.」
사야 「네, 미묘하게 달라요.」 끄덕
렌 「…그럼 탈까요? 아, 그런데 치비는-」
사야 「아, 그렇네요.〔두리번〕관리센터에 문의하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치비를 데리고 자리를 뜨는 사야
렌 「다녀오세요-」 나지막
렌 「…….」 빙글
― 가만히 돌아가는 관람차를 바라보는 렌
렌 「…여기가 맞겠죠?」
…
― 회상) 방금 전, 차 안
사야 「그런데 아가씨, 사진 속 장소는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렌 「어머니께서 사진 뒷면에 언제 찍었는지 날짜를 써두셨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사야 「?」
렌 「분명, 좋았던 기억일테니까 일기로 써두지 않았을까 해서요. 그래서 일기장을 읽어봤고, 아마 여기겠구나 했어요.」
사야 「헤에-」
렌 「뭐어- 쇼핑센터에 있고, 바다가 보이는 관람차라고만 적혀 있어서 확신은 없지만요.」 헤헤
사야 「아가씨답네요.」 후훗
렌 「네?」
사야 「성실하게 일기를 쓰신 보람이 있다는 뜻이에요.」
렌 「에이, 숙제니까 썼던 걸요? 성실하다고 치켜세울 일은 아니에요.」
사야 「아가씨, 세상에는 숙제를 안 하는 분들도 꽤 많답니다.」
렌 「…그렇군요.」
치비 「워웅.」
…
렌 「…….」 훌쩍
― 사야 「아가씨~」
렌 「…아, 사야 씨.」
사야 「치비는 관리센터에서 잠깐 맡아주시기로 했어요. 그럼 타실까요?」
렌 「네!」
▶ 관람차 탑승
― 철컹,
― 서로 마주 앉은 렌과 사야
사야 「한 바퀴가 얼마나 걸릴까요?」
렌 「안내판에 적힌 건 15분 정도라더라고요.」
사야 「생각보다 기네요.」 끄덕끄덕
렌 「아무래도 크기가 크니까요. 아, 혹시 치비가 걱정되세요?」
사야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낯선 곳이라 조금 신경 쓰이네요.」
렌 「카논 씨만 아니면 대체로 얌전한 아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사야 「그렇죠. 아가씨께서 반나절 동안 게임하시는 것도 옆에서 기다릴 정도니까요.」
렌 「그거랑 그건 다른 얘기죠!」
사야 「곧 졸업이라고 요즘 많이 풀어지신 거 아시죠?」
렌 「정말, 꼼짝 없이 잔소리만 듣게 생겼네요.」 흥
사야 「설마요.」 생글생글
렌 「…….」 뿌꾸
사야 「…기분탓일 수도 있는데요.」
렌 「?」
사야 「아가씨와 이렇게,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일,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렌 「방학 때는 식사시간에 계속 같이 있었는 걸요? 치비도 옆에 있긴 했지만.」
사야 「근래에는 계속 리에라분들 만나러 나가셨잖아요? 월요일엔 아라시 양, 화요일엔 요네메 양. 그러다 또 금요일엔 시부야 양.」 뚜웅-
렌 「에, 왜 그렇게 보세요?」 흠칫
사야 「이젠 저보다 친구가 더 좋은 때인가-? 싶어서요.」
렌 「대답하기 곤란한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가시방석
사야 「…후훗. 역시 아가씨는 아직 아이네요.」 히죽
렌 「네?」
사야 「다 알아요. 친구가 더 좋은 거. 저도 그랬는 걸요? 부모, 친척, 선생님… 한때 세상의 전부였던 어른들과 멀어지는 것. 어른이 되는 과정이에요.」
렌 「…….」
사야 「그리고 그걸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어 하죠. 의지도 하고 싶지만,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 알아서 할게라고 말해버리죠.」
렌 「…저, 그래도 사야 씨를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걸요?」 쭈뼛
사야 「정말요? 오늘 오는 길에 과보호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렌 「어… 그, 그랬을지도…요? 아, 그랬을리가요!」
사야 「거짓말 안 하셔도 돼요. 아이들은 서툴게 말해도, 어른은 다 눈치채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요. 저도 그렇고, 주인어른도 그러실 테고. 아마 사모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렌 「사야 씨…」
사야 「이런 얘기는 밤에 해야 어울릴 텐데, 한창 해 떠있을 때 하니까 괜히 쑥스럽네요.」
렌 「…그러게요. 관람차 안이 밝네요. 햇빛도 눈부시고.」 창문 힐끗
사야 「사진 찍었을 때, 그때 추억은 떠오르세요?」
렌 「으음- 아뇨. 전혀요. 역시 여기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멋쩍
사야 「…저기, 아가씨. 뜬금 없을 수도 있는데요.」
렌 「네?」
사야 「사진 찍으실래요? 사모님께서 쓰시던 필름 카메라, 챙겨왔거든요.」 가방 뒤적뒤적
렌 「그게 아직 작동이 돼요?」 깜짝
사야 「이거 엄청 비싸요. 쉽게 고장나면 그게 더 문제일 걸요?」 위잉-
렌 「헤에- 아, 그런데 안에 필름은요?」
사야 「…아.」 멈칫
렌 「그냥 휴대폰으로 찍을까요?」
사야 「그래야겠네요. 어디, 그럼-」 휴대폰 띠링~
렌 「잘 나오나요?」 뻣뻣
사야 「스읍, 아이돌이 그게 뭐예요. 자, 더 자연스럽게. 표정 풀고, 동작도. 이렇게 카메라가 어색한데 러브라이브는 어떻게 우승하셨어요?」
렌 「그건… 옆에 다른 분들을 보고 적당히 따라서…」 변명
사야 「어릴 때처럼 활짝 웃어보시겠어요?」
렌 「네?」
사야 「자, 얼른요. 지금 배경 예쁘니까. 찍을게요, 하나, 둘-」
― 찰칵
렌 「…어떻게 나왔나요?」
사야 「나중에 사진관에서 현상하고 드릴테니까 그때 보세요.」
렌 「네? 왜요!」
사야 「사진 보시면 지우라고 하실 것 같아서요.」
렌 「그럴 일 없거든요? 잘 안 나온 것 같으면 몇 장 더 찍어주세요.」 브이-
사야 「아, 그럼 사양 않고…」 찰칵, 찰칵
렌 「다 찍으셨죠? 이제 사야 씨도 찍을게요.」 띠링~
사야 「네? 제 사진은 굳이…」 당황
렌 「안 돼요. 오늘, 여기에 사야 씨랑 같이 갔다는 거, 안 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사야 「…….」
렌 「사야 씨도 포즈 잡아보세요. 고개 살짝 바깥쪽으로 돌리시고요.」
사야 「아, 네.」
렌 「찍을게요, 하나 둘.」
― 찰칵
…
― 렌 책상 위, 하트모양 액자
― “사야 씨와 함께. 고토구 관람차 안에서. (20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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