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편 모음집/리에라 단편

토마리(20)「마르가레테, 여우 그리고 해파리들」

by 양털책갈피 2024. 1. 10.

▶ 1월 1일, 약 오전 4시

 

― 치바현의 어느 기차역

― 정문게이트 앞을 서성이는 토마리

 

토마리 「〔서성서성, 왔다갔다〕」 훌쩍

 

토마리 「…하아.」 입김 폴폴

 

토마리 「(언제 오는건가요)」 두리번

 

― 부웅-, 덜컹

― 토마리의 앞에 멈춰서는 택시 한 대

 

토마리 「왔군요. 마르가레테.」 쫑쫑쫑

 

― 덜컥, 쿵

― 택시에서 내리는 빈

 

빈 「뭐야, 왜 나와있어?」 터벅터벅

 

토마리 「전화를 받지 않으므로, 마중을 나가는 것이 일행의 체력유지에 더 나은 효율이 있을 거라 판단했으니까요.」

 

빈 「〔휴대폰 확인 중〕」 부재중:토마리

 

토마리 「이럴 때는 음소거를 해제하도록 하세요, 마르가레테.」

 

빈 「…그래.」


【마르가레테, 여우 그리고 해파리들】

 

― 역사로 들어가는 빈토마

― 대합실을 지나치는 토마리와 뒤따르는 빈

 

빈 「사람 있네.」 대합실 힐끔

 

토마리 「사람은 항상 있죠.」 끄덕

 

빈 「다 해 뜨는 거 보러가는 거야?」

 

토마리 「이 시간엔 해돋이 특설뿐이니 그럴 겁니다.」

※ 픽션 주의. 실제론 없음

 

빈 「흐응-」

 

토마리 「오스트리아에는 해돋이 문화가 없습니까?」

 

빈 「딱히? 본 적 없어.」

 

토마리 「그렇습니까.」

 

빈 「1년 바뀐다고 태양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다 똑같은데.」

 

토마리 「마르가레테의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만, 인류는 원래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거예요.」 끄덕

 

빈 「그래, 너 잘났다.」

 

토마리 「물론 저도 신년 일출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빈 「근데 왜 보러가?」

 

토마리 「언니가 좋아하니까요. 구독자들의 슈퍼챗을 받기도 쉽고요.」 머니데스

 

빈 「…Mammonismus잖아.」

 

토마리 「말고도, 리에라 멤버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도 이유입니다. 새해 안부를 현장에서 바로 주고받는 것이죠.」

 

빈 「그런 건 전화로 해. LINE도 있고.」

 

토마리 「대면이 더 좋습니다. 마르가레테는 리에라 선배들이 보고 싶지 않았습니까?」 갸웃

 

빈 「…별로.」 심술심술

 

토마리 「자존심으로 튕길 필요 없습니다.」지긋-

 

빈 「아니거든!」

 

토마리 「자꾸 그러면 언니와 스미레 선배가 연예인병이라고 놀릴 겁니다.」 휙-

 

빈 「연예인병 아니야.」 흥

 

토마리 「역시 드라마 촬영 직후의 마르가레테는 까칠합니다.」

 

빈 「몇 시간씩 기다리는데 당연하지.」

 

토마리 「신인 배우의 숙명이네요.」

 

빈 「…근데 지금 어디 가는 거야? 플랫폼이 이쪽이야?」

 

토마리 「아뇨, 플랫폼은 대합실에서 가야 합니다. 지금은 식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24시간

 

빈 「하아? 식당? 이 시간에?」

 

토마리 「네. 생체리듬과 체력 보존을 위해 식음료 섭취는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허기로 인한 탈진은 여행 중 심각한 사고를 유발…」

 

빈 「미안한데, 뭔 소린지 모르겠어.」

 

토마리 「말이 어렵군요. 음… 그럼, 마르가레테는 배고프지 않습니까?」 초롱초롱

 

빈 「…고파.」

 

토마리 「그런 의미입니다.」〻*(¯ᵕ¯′)*ξ

 

빈 「그래서 뭐 먹을건데.」꒰ノル ⩌⤚⩌)ル.

 

토마리 「문을 연 식당이 한 곳 뿐이니, 메뉴는 들어가서 정하도록 하죠. 저기입니다.」

 

― 불 켜진 식당, 노렌(のれん)을 걷고 들어가는 빈토마

―『어서옵쇼.』

 

빈 「에. 뭐야. 의자 없어?」 흠칫

 

토마리 「마르가레테, 여긴 서서 먹는 곳입니다. 자, 메뉴를 골라주세요.」

 

― 가게 벽에 붙은 메뉴판

― 가마타마 우동, 가케 우동, 키츠네 우동…

 

빈 「우동, 우동, 우동… 우동.」 멍-

 

토마리 「전부 우동입니다.」

 

빈 「알아. …제일 평범한 걸로.」

 

토마리 「알겠습니다. 실례합니다, 키츠네 우동 하나, 덴푸라 우동 하나, 부탁드립니다.」

 

―『하잇.』 화르륵-

 

토마리 「가장 무난한 키츠네 우동으로 했습니다.」

 

빈 「응. (키츠네… 무슨 뜻이더라. 자주 들어봤는데)」 스마트폰 검색

 

토마리 「마르가레테, 물수건 받으세요.」

 

빈 「아, 거기 둬.」 터치터치

 

― 키츠네(きつね, 狐)는 일본어로 "여우"를 뜻한다.

 

빈 「…여우? Fuchs? 흐응- 일본에선 이게 평범하구나. 몰랐어.」

 

토마리 「우동은 라멘과 함께 가장 보통의 면 요리니까요.」

 

― 잠시 후,

― 두 사람 앞에 놓이는 우동 그릇

 

토마리 「잘 먹겠습니다.」 덴푸라

 

빈 「…잘 먹겠습니다.」 키츠네

 

토마리 「후- 후-」 츄르릅

 

빈 「…….」 빤히-

 

토마리 「…?」 힐끗

 

빈 「〔키츠네 우동과 토마리를 번갈아 보는 빈〕」 왔다갔다

 

토마리 「마르가레테, 새우튀김은 안 줄 겁니다.」 도끼눈

 

빈 「아니, 필요 없거든.」

 

토마리 「그럼 무엇입니까?」 갸웃

 

빈 「그게, 키츠네 우동인데 여우는 어디 있는 거야?」

 

토마리 「거기, 있습니다.」

 

― 그릇 중앙, 삼각형 모양의 유부를 가르키는 토마리

 

빈 「이게 여우고기라고?」

 

토마리 「여우고기가 아니라 두부를 튀긴 것입니다. 유부(油腐)라고 부릅니다.」

 

빈 「근데 왜 키츠네 우동이야?」

 

토마리 「여우가 유부를 좋아하고, 유부의 모양이 여우귀를 닮아서 그렇게 부릅니다.」 머리 위로 여우귀

 

빈 「난 이런 결과 인정 못 해!」

 

토마리 「…고기가 먹고 싶었습니까?」 꿈뻑꿈뻑

 

빈 「그건 아닌데.」

 

토마리 「돈코츠나 차슈를 추가 주문해도 괜찮습니다.」

 

빈 「됐다니까. 그냥 여우로 만든 건 줄 알았어서 그래.」

 

토마리 「…여우의 수렵과 요리는 법적으로 금지된 곳이 많아서 그럴 일이 없습니다.」

 

빈 「나도 알아! 그러니까 오해한 거라고! 일본은 먹는 줄 알아서…」

 

토마리 「그랬던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끄덕끄덕

 

빈 「…알면 됐어.」

 

토마리 「그럼, 면이 불고 국이 식을 수 있으니 이만.」 츄라이츄라이

 

빈 「…응.」 츄르릅

 

― 모구모구...

 

토마리 「그러고보니-」

 

빈 「?」 후루룩-

 

토마리 「해파리 요리는 있습니다.」

 

빈 「갑자기? 아니, 그런 걸 왜 먹어.」 으엑

 

토마리 「저도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스시라거나, 이런저런 요리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빈 「스시… 그렇겠네.」 끄덕끄덕, 후루룩-

 

토마리 「그렇습니다.」 후- 후- 츄르릅

 

빈 「…….」 곰곰-

 

토마리 「…상어도 먹습니다.」

 

빈 「알아.」

 

 

▶ 식사 끝,

 

― 대합실로 들어오는 빈토마

― 아까보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합실과 의자들

 

빈 「그 사이에 늘었네.」

 

토마리 「특설전철 시간이 다가오니까요. 비좁아도 붙어 앉을 필요가 있겠군요.」 쫄래쫄래

 

빈 「같이 가.」 쫑쫑쫑

 

― 히터 근처 의자에 붙어 앉는 둘

 

토마리 「따뜻합니다.」

 

빈 「그래. 따뜻하겠지.」

 

토마리 「끝자리라 불편하진 않습니까?」

 

빈 「별로. 난 사람 사이에 끼는 게 더 싫어.」

 

토마리 「그렇습니까. 마르가레테 표정이 불편해보여서 물어봤습니다.」

 

빈 「그런가… 양치하고 싶어서 그럴 수도. 가글만 한 건 처음이라.」 찝찝

 

토마리 「음- 이건 어떻습니까?」 주머니 뒤적뒤적

 

― 주머니에서 젤리를 꺼내는 토마리

―『젤리젤리 젤리피쉬 - 민트맛』

 

빈 「웬 젤리.」

 

토마리 「잠을 깰 일이 있을 것 같아 샀습니다. 민트맛입니다.」

 

빈 「…됐어. 맛 없을 것 같애. 민트맛이 뭐야.」 으엑

 

토마리 「그럼 소다맛은 어떻습니까?」 부스럭-

 

빈 「하나 더 있어?」

 

토마리 「1+1 교차가능입니다.」 의기양양

 

빈 「…먹을래.」

 

토마리 「포장 뜯겠습니다.」 부욱-

 

― 빈의 손바닥 위에 젤리를 몇 개 얹어주는 토마리

 

빈 「잘 먹을게… 읏-!!! 왜 이렇게 셔…!!」 냠, 파르르

 

토마리 「신맛이 있어야 잠을 깨기 좋습니다. …히얏!」 냠, 찡긋

 

빈 「…….」 지긋-

 

토마리 「…마히 시네여.」 혀 깨물깨물

 

빈 「…먹다보면 괜찮겠지.」

 

토마리 「크흠, 후우- 마르가레테도 못 먹겠으면 다시 넣어도 됩니다.」 진정 끝

 

빈 「버리는 게 아니고?」

 

토마리 「입구가 지퍼팩이라 버릴 일은 없습니다.」

 

빈 「그래도 손에 닿았던 건데.」

 

토마리 「그럼 꺼낸 건 여기서 다 먹기로 하죠.」 냠

 

빈 「…….」

 

토마리 「>ㅅ< !」 움찔

 

빈 「…잠은 확실히 깨겠네.」 냠, 찌푸릿

 

 

― 대합실,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두 사람

 

토마리 「언니네는 도착하고 자리까지 잡았다고 합니다.」 맛폰 터치터치

 

빈 「선배들은 다 자동차로 온다 그랬나?」

 

토마리 「네. 치사토 선배 쪽도 아마…」 노곤-

 

빈 「역시 우리도 그냥 택시로 갈 걸 그랬나.」

 

토마리 「그건 낭비입니다, 마르가레테…….」 스르륵, 툭-

 

빈 「토마리?」 힐끔

 

― 빈의 어깨에 기대어 선잠에 든 토마리

 

토마리 「Z..z.z...」 꾸벅꾸벅...

 

빈 「야, 토마…」

 

토마리 「Zzz...」 새근새근

 

빈 「…휴대폰은 좀 집어넣지.」  덥석, 샤삿

 

― 10분 후,

 

토마리 「Zzz-」

 

빈 「…….」 차렷, 뻘쭘

 

빈 「(기차 언제 오더라?)」 전광판 힐끔

 

빈 「…대충 20분 정도 더 자겠네.」

 

빈 「(…깨면 어깨 아프다고 따져야지. 누구는 안 피곤한 줄 알아?)」 흥

 

빈 「잘- 자네.」 흐응-

 

― 그때, 의자 반대편 끝자리

―『아유~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스륵-

 

토마리 「Zzz...」 휘청

 

빈 「아.」 덥석

 

― 사람이 더 앉으며 조금씩 밀리는 자리

― 등 뒤로 토마리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쪽으로 당겨 앉히는 빈

 

빈 「우씨, 놀랐네 진짜-」 넘어지는줄

 

토마리 「…….」 조용-

 

빈 「…….」 빤히-

 

토마리 「…Zzz」 새근새근

 

빈 「…좀 깨지.」 피식

 

― 흔들리며 헝클어진 토마리의 앞머리

 

빈 「…….」 스륵, 쓰담쓰담

 

토마리 「…마르가레테.」

 

빈 「-! 아, 깨, 깼어?」 깜짝

 

토마리 「간지럽습니다.」 배시시

 

빈 「머, 뭐가!」 뻘쭘

 

토마리 「저, 얼마나 잠들었습니까?」

 

빈 「…몰라. 시계 안 봤어.」

 

토마리 「아직 출발할 때는 아닌가 보네요.」 두리번

 

빈 「조금 남았더라.」

 

토마리 「…마르가레테. 어깨에 손, 이제 안 잡아줘도 됩니다.」

 

빈 「응? 아, 으응…」 후다닥

 

토마리 「혼자 잠들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빈 「괜찮아. 심심하지도 않았고.」

 

토마리 「사과의 의미로 객차 안에선 마르가레테가 제게 기대어 자도 됩니다.」

 

빈 「…됐어.」

 

토마리 「네, 되는 걸로 알겠습니다.」

 

빈 「그런 뜻이 아니잖아!」

 

토마리 「마르가레테는 피곤하지 않습니까? 촬영도 있었고, 바로 왔을 텐데.」

 

빈 「…그럼 지금 좀 잘게. 이따가 깨워.」

 

토마리 「네. 그럼.」 어깨 툭툭

 

빈 「…….」 스르르륵- 살짝

 

토마리 「…….」

 

빈 「…….」 두 눈 꼬옥-

 

토마리 「…마르가레테.」

 

빈 「…….」

 

토마리 「…안 자는 거 압니다.」 후훗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