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논의 자취방
― 바닥에 앉아 계약서를 살펴보는 스미레
― 머그컵에 커피를 내려오는 카논
카논 「스미레 쨩. 여기.」
스미레 「땡큐-」 호록-
카논 「카페라도 갈 걸 그랬…나?」 넌지시
스미레 「너나 나나 얼굴 보면 어디 못 돌아다녀.」
카논 「그런가-」 아하하…
스미레 「…….」 팔랑, 사락-
카논 「…그래도 스미레 쨩은 얼굴 괜찮지 않아?」
스미레 「나 자다 깨서 전화받고 바로 나왔거든?」
카논 「그, 그랬구나.」
스미레 「세수도 못 하고, 옷도 대충 입고. 나 지금 잡티 엄청나지 않아?」 궁시렁, 휙-
카논 「어- 알고 보니까 그렇네.」 끄덕
스미레 「그렇지? 아무리 마스크 쓰고 모자 써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사락-
카논 「…그래도 스미레 쨩은 쌩얼도 예쁜데.」 호록
스미레 「네에- 네에-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카논 「에, 누구한테?」 흠칫
스미레 「그냥 한 소리다, 왜.」
【겁쟁이와 노랫소리】
― 계약서 사본 곳곳에 그어진 밑줄과 메모들
― 하나하나 살펴보는 스미레와 카논
스미레 「요약하면,『시부야 카논』 명의의 곡과 작사/작곡은 무조건 소속사에 귀속되고, 시부야 카논으로 활동하는 것도 본 소속사 7년 전속이고. 지금은, 5년 지났고.」
카논 「2년 남았지.」 끄덕
스미레 「그런데 지금 소속사가 레이블 사업에서 철수. 레이블이 정리된 거라 계약의 주체인 모기업은 살아있고, 그렇지?」
카논 「응.」
스미레 「따라서 시부야 카논은 활동하고 싶으면, 매니지먼트 권한을 다른 계열사로 이전. 단, 음반 기획사가 없으므로 가수는 할 수 없다.」
카논 「…….」
스미레 「가수를 하고 싶으면, 소속사를 옮기되, 남은 2년 분량에 대한 이적료를 내야 한다. 다만, 음악의 판권은 귀속. 판권도 들고 가고 싶으면 합당한 계약을 새로 해라.」
카논 「…….」
스미레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이럴 거면 남은 2년 위약금을 내고 나가거나, 위약금 없이 보내주는 대신 활동명이랑 판권은 우리가 2년간 갖고 있겠다.」
카논 「저녁까지… 대답하래.」
스미레 「너 뭐 술마시고 계약했어?」
카논 「회사가 망할 줄은 몰랐지!」 울먹
스미레 「너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싹싹 빌고 배우해! 이걸 어떻게 살려?」 어처구니x
카논 「하지만… 배우는 진짜 자신 없는 걸… 게다가 이미 아침에…」 울컥
스미레 「…그냥 2년만 참고 좀 하지 그랬어.」
카논 「스미레 쨩, 차라리 불공정 계약 그런 거로 뭔가 할 수는 없을까?」
스미레 「아는 변호사 있어?」
카논 「…없어.」
스미레 「나도 법은 잘 모르는데, 네가 동의한 시점에서 이미 불리한 건 알지?」
카논 「하지만 이건 사기나 다름 없잖아!」
스미레 「소속사 입장에선 너를 전속 매니지먼트하다가 경영 악화로 급하게 사업을 철수했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네 활동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편의를 봐준 거나 다름 없어.」
카논 「…….」
스미레 「네 말 맞는 거 다 알겠는데, 어쩔 수 없다고. 오늘 아침에 결정난 것도 아니잖아. 소속사에서 계속 제안했었지? 배우든, 성우든, 뭐든.」
카논 「…응.」 끄덕
스미레 「그때는 뭐하다가 이제 와서…」 에휴
카논 「우읏…」 그렁그렁
스미레 「아, 아니! 울리려는 건 아니었는데 왜 또 울어!」 당황
카논 「그치만… 그치만…! 이렇게 바로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다고…!」
스미레 「하아…」
카논 「나, 나 분명 잘 하고 있었는데…」 눈물 뚝뚝
스미레 「…여전히 순진하네, 카논은.」
카논 「…그게 뭐, 나쁜 거야?」 훌쩍
스미레 「쇼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악한 면이 필요하다는 거지, 험담은 아니야. 일단 코부터 좀 풀고.」 티슈 슉슉-
카논 「응…」 패앵-!
스미레 「뭐어-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카논 「진짜?」 코맹맹
스미레 「지금 당장 네 이적료랑 노래들 다 사줄 회사를 구하는 거지. 그럼 깔끔하게 끝. 너도 알지?」
카논 「…….」
스미레 「…없었지?」
카논 「…응.」 끄덕
스미레 「사업 철수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른 회사들이 바로 찔러보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거면 그런 거겠지.」
카논 「나… 그렇게까지… 별로인 가수인 걸까?」 훌쩍
스미레 「나보다 인기 몇 배나 많은 네가 그런 소리하면 나는 뭐냐?」 지긋-
카논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화들짝
스미레 「농담이거든. 진심으로 받으면 진짜 상처라고.」
카논 「그런 농담은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
스미레 「…어쨌든. 회사들 입장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으니까. 이적료를 엄청 높게 불렀을 수도 있고.」
카논 「저기, 그럼… 지금 회사는 왜…」
스미레 「이적료는 엄청 부르면서, 결국 나가라고 말하냐고?」
카논 「응.」 끄덕
스미레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바꾼 거겠지.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으니까.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네가 굽히면 또 모를지도?」
카논 「…그래도 끝까지 내 노래랑 이름을 갖고 가잖아. 이게 협박이랑 뭐가 달라.」
스미레 「그걸 쥐고 있어야 너를 휘두를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협박이네.」
카논 「나쁜 놈들… 믿었는데…」 궁시렁
스미레 「그래도 사업 철수를 해버린 자기들 잘못도 있으니까 그렇게 제안한 거라고. 아니었다면, 너는 위약금도 내고 활동도 못 할 걸?」
카논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 고개 푹-
스미레 「위약금, 아예 못 낼 상황이야?」
카논 「얼마인지 알려줄까?」 고개 스윽
스미레 「얼만데?」
카논 「〔속닥속닥〕」
스미레 「…하?」
카논 「처음 계약할 때… 받은 돈 2/7래.」
스미레 「너 그 돈은 다 어디에 뒀는데?」
카논 「우리집 카페랑… 유이가오카에… 장학금으로 조금…」
스미레 「…그래, 허튼 곳에는 안 썼네.」
카논 「스미레 쨩, 그냥… 다 포기하고, 카페 도울까?」
스미레 「그건… 카논이 알아서 할 일이지.」
카논 「그런가…」
스미레 「적어도 내가 뭐라 할 상황은 아니라고. 근데 말이야.」
카논 「?」
스미레 「이렇게 포기하면, 정말 괜찮아?」
카논 「아마… 아쉽겠지. 그것도 많이.」
스미레 「아니, 그것보다도. 너 이렇게 관두면, 또 음악이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뭐 그럴까 봐.」 머쓱
카논 「…….」
스미레 「…어때? 진짜 관둘 수 있겠어?」
카논 「…아니.」 도리도리
스미레 「그럴 줄 알았다.」
카논 「스미레 쨩, 나 잠깐 쉬어도 돼?」
스미레 「…그래.」
카논 「그럼 잠시만 실례할게.」 풀썩
― 스미레 무릎을 베고 눕는 카논
스미레 「무릎 써도 된다고는 안 했는데.」
카논 「좀 봐 줘~」
스미레 「…그래.」 토닥토닥
― 멍하니, 정적만이 흐르는 방 안
스미레 「…벌써 5시 넘었네. 6시 다 돼 간다.」
카논 「그러게. 저녁까지 대답하랬는데.」
스미레 「우리 점심도 안 먹었는데.」
카논 「계약서 들여다 보느라 정신 없었으니까. 이대로 연락 안 하면, 나는 짤리는 거겠지? 이름이랑, 노래는 다 줘버리고.」
스미레 「어떻게든, 너 음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생각하지, 뭐. 원래 다 지킬 수는 없는 거라고.」 쓰담쓰담
카논 「…예명을 쓰면 괜찮을려나?」
스미레 「너 저작권 등록할 때 실명 쓰는 건 알지? 만약에 예명을 쓴다 해도, 네가 작사 작곡한 건 못 불러.」
카논 「그렇네.」
스미레 「활동명까지 바꾼 너한테 곡을 줄지도 모르겠고.」
카논 「스미레 쨩, 스미레 쨩이 만들어서 나 주면 안 돼?」 고개 빙글
스미레 「나도 엄연히 가수거든?」
카논 「아니면, 내가 만들고, 명의만 스미레 쨩으로 하는 건?」
스미레 「걸리면 같이 감옥 간다.」
카논 「둘이면 심심하진 않겠다.」 헤헷
스미레 「감정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볼 콕콕
카논 「심란해서 그런가 봐.」
스미레 「…….」
카논 「…스미레 쨩은.」
스미레 「?」
카논 「이미 겪어봤었잖아? 똑같이는 아니지만.」
스미레 「…그랬지.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사는 거고.」
카논 「얼마 전까진, 정말 무대랑 노래랑 다 반짝반짝 빛났었는데. 라이브도 하고, 팬미팅도 하고.」
스미레 「…….」
카논 「지금은 그냥, 전부 새까맣게 느껴져. 스미레 쨩도 이랬어?」
스미레 「아마도.」 쓰담쓰담
카논 「스미레 쨩은 노래하던 때, 언제가 가장 빛났었어?」
스미레 「나는… 음…」
― …유이가오카 학원 스쿨아이돌 리에라!
― Song for me, Song for you! …
스미레 「…리에라, 려나?」
카논 「…….」
스미레 「그렇네. 응, 확실히 그때다. 제일 인기도 많았고. 싸인도 자주 했는데.」 피식
카논 「리에라…」
스미레 「좋은 추억이지~ 나도 그렇고, 다들.」
카논 「다시 할래?」
스미레 「응?」 깜짝
카논 「리에라. 다시 하는 건 어떨까?」
스미레 「에이, 말이 되는 소릴 좀 해! 너랑 나 말고는 다 자기들 인생 살고 있는데.」
카논 「음- 그런가?」
스미레 「당장 렌은 선생님이고, 나츠미도 쇼핑몰 잘만 하고 있고, 말고도 각자 잘 살고 있잖아. 얘들이 자기 일 그만두고 오겠어?」
카논 「…그렇겠네.」
스미레 「한 5년만 일찍이었으면 또 모를까.」
카논 「그때면 진짜 했을지도 모르겠네.」 배시시
스미레 「…아, 근데 확실히.」 퍼뜩
카논 「응?」
스미레 「활동 말이야. 시부야 카논이 아니라, 어느 그룹으로 활동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시부야 카논』 명의의 곡과 작사/작곡은 무조건 소속사에 귀속되고, 시부야 카논으로 활동하는 것도…
― 위약금 없이 보내주는 대신 활동명이랑 판권은 우리가 2년간 갖고 있겠다
카논 「…아.」
스미레 「어차피 활동은 그룹명인데다, 그룹 멤버가 만든 곡이면 판권도 못 가져갈 거고.」
카논 「…….」
스미레 「…….」
카논 「…스미레 쨩.」
스미레 「…왜.」
카논 「둘이서, 해볼래?」
스미레 「뭐, 리에라?」
카논 「꼭 리에라는 아니고. 음- 유닛이라고나 할까.」
스미레 「글쎄, 생각은 좀 해볼까.」
카논 「스미레 쨩은 지금 소속사 없지?」
스미레 「응.」
카논 「그럼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뭐랄까, 인디밴드? 그런 느낌이네?」
스미레 「그러게-」
카논 「…진짜 할 거야?」
스미레 「…생각 좀 해보고. 어차피 너도 이제 백수니까 시간 많잖아.」 키득
카논 「에이, 너무하네 스미레 쨩-」
― 카논의 휴대폰 『♬~♪♩』
카논 「아.」 벌떡
스미레 「…받아.」 눈짓
카논 「…네, 대표님.」
…
카논 「네… 죄송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삑-
스미레 「마지막에 감사인사까지 꼬박꼬박 다 하는구나? 그래서 뭐래?」
카논 「…그냥. 다 얘기했던대로. 갈 것 같아.」
스미레 「…….」
카논 「그리고 바로 기사 나갈 거니까, SNS 정리하래. 프로필이랑, 팔로우랑, 전부. 공지도 올리고.」
스미레 「그런 건 그냥 자기들이 좀 해줄 것이지.」 쯧
카논 「…괜찮아. 내 손으로 하는 게, 더,…」 울컥
스미레 「또, 또, 또 운다. 진짜.」 으휴
― SNS 정리 중인 카논
― 연예뉴스 확인 중인 스미레
스미레 「이야, 빠르다 빨라.」
카논 「벌써 기사 떴어?」
스미레 「어. 이미 다 보내두고 엠바고 풀었네, 딱 봐도. 염상나면 피곤하니까, 빨리 공지나 올려.」
카논 「응, 그래야-〔♬~♪♩〕우왓!」 화들짝
스미레 「왜 뭔데?」
카논 「아, 전화가… 근데…」
― 착신 중 : 메이 쨩
스미레 「메이?」
카논 「여, 여보세요?」
― 메이 『카논 선배!!! 기사 뭔데! 무슨 일인데!』
카논 「ㅇ, 어, 어? 아, 기사 봤구나.」
― 메이 『알아 듣게 설명 좀 해봐! 뭐 약점 잡혔어?』
카논 「메이 쨩도 날 그렇게 생각한 거야?!」
― 해명(?) 완료
카논 「그래서 그냥, 회사도 정리될 겸, 나랑 방향성이 달라서.」
― 메이 『아, 다행이다. 엄청 걱정했다고. 스미레 선배도 그랬었어서…』
스미레 「나도 여기 있거든요-!」 소곤
카논 「아하하… 아무튼 걱정해줘서 고마워. 활동은… 계속, 할 거니까. 꼭.」
― 메이 『응, 앞으로도 힘내고.』 ※ 진상은 대충 얼버무렸다
카논 「메이 쨩은 이제 퇴근하는 거야?」
― 메이 『응? 아, 그건 아니고. 저녁 먹고 다시 야근…』
카논 「에.」
스미레 「블랙이구만-」
― 메이 『잠깐 밥 먹는데 기사가,〔#$%&@!〕아, 미안. 가봐야겠다. 그럼 수고해!』
카논 「응, 메이 쨩도. 아, 끊어졌다.」
스미레 「바쁘네, 메이. 취업하고 나서 한 번도 얼굴 안 비춘 이유가 있었네.」
카논 「그러게… 무리하는 건 아니겠지?」
스미레 「글쎄다~ 목소리가 좀 그런 기색이 있긴 했는데.」
카논 「…….」
스미레 「…야, 카논.」
카논 「응, 스미레 쨩.」
스미레 「우리 CatChu!, 다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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