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밤,
― 이불 펴고 앉은 두 사람
카논 「응, 너무 걱정하지 마. 스미레 쨩도 옆에 있고.」 통화 중
스미레 「…….」 맛폰 터치터치
카논 「에, 에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공부나 하셔~ 응-」 삑
스미레 「집이야?」
카논 「어? 응. 아리아야, 아리아.」
스미레 「부모님은? 별 말씀 없으셔?」
카논 「음, 뭐어- 내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시는 거겠지?」
스미레 「이런 거 보면, 은근히 딸들 강하게 키우신단 말이지.」 키득
카논 「스미레 쨩이 할 말이야?」 쿡쿡
스미레 「그래도 우리집은 기사 뜨고 바로 전화 왔었거든?」
카논 「흐응-」
스미레 「반응할 거면 똑바로 하지?」 다리 쭈욱- 옆구리 꾹꾹
카논 「아, 왜 발로 그래-」 꺄아꺄아
스미레 「됐고, 메이 어디서 일하는지 알아냈어.」
카논 「진짜?」 뽈뽈뽈
스미레 「시키가 알더라. 여기 주소.」 스윽-
카논 「어디- 으엑? 요코하마? 집은 어디래? 설마 출퇴근?」
스미레 「…출퇴근은 당연하지, 바보야.」
카논 「아, 맞네.」
스미레 「그쪽에 자리 잡고 산다는 것 같더라. 혼자… 살겠지. 아마도.」 말은 없었지만
카논 「타지에서 심심하겠다, 메이 쨩.」
스미레 「일한다고 죽어가는 애가 심심하겠냐.」
카논 「그래도 혼자 살면 외롭잖아! 우리처럼 30분이면 본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미레 「…요코하마도 시부야에서 3~40분이면 가거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어른】
▶ 다음날 오후 12시, 요코하마
― 메이의 회사 앞,
― 선글라스에 마스크로 무장한 카논과 스미레
카논 「〔두리번, 빼꼼-〕」
스미레 「점심시간 다 됐을 텐데.」 시간 확인
카논 「으아아-! 뭔가 엄청 떨리네…」
스미레 「떨리긴 뭐가 떨려. 일단 학교 후배 만나러 온 거 뿐이라고.」
카논 「그치만 여기 건물들 좀 봐!」
― 여기저기 크고 멋들어진 건물들
카논 「우리 소속ㅅㅏ… 전(前) 소속사보다 몇 배는 크다고! 게다가 벽면도 다 유리고!」
스미레 「도쿄 가면 이런 건물들 더 많거든?」
― 그때,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웅성웅성〕』
스미레 「아, 나온다.」
카논 「메이 쨩, 메이 쨩- 어딨을까-」 두리번
― 사람들을 열심히 체크하는 둘
― 직장인s 『(뭐지 저 사람들…)』 힐끗힐끗
카논 「안 보이는데? 설마 놓쳤나?」
스미레 「기다려 봐. 아무리 블랙이어도 점심 시간도 안 챙겨줄…〔똑, 똑-〕?」
카논 「?」 고개 빙글-
― 카논과 스미레가 선 위치 바로 옆,
― 건물 안, 유리벽을 두드리는 메이
메이 「…뭔데.」 어이x
…
― 회사 앞, 편의점
― 야외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
메이 「미안. 회사 근처에 얘기하며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봉투 부스럭
카논 「에이- 괜찮아, 괜찮아! 나 편의점 빵 좋아해!」 바스락-
메이 「얘기라도 하고 왔으면 예약이라도 잡아봤을 텐데. 아, 그래.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스미레 「어? 그, 시키한테 물어봤어. 너 어디서 일하냐고.」
메이 「그 녀석 짓이구만.」 쯧
― 가만히 메이를 바라보는 스미레
― 단정하게 잠근 윗단추, 두꺼운 안경, 그 아래 보이는 다크서클…
스미레 「…이제는 안경 쓰는구나?」
메이 「어? 아- 그렇지? 꾸미고 다닐 것도 아니고. 옛날처럼은 못 하지.」
카논 「아까도 순간 못 알아봤다니까? 살도 빠지고.」
메이 「그, 그런가?」
카논 「굶고 다니는 거 아니지? 오늘처럼 맨날 빵만 먹는다거나.」
메이 「가, 가끔 바쁘면 뭐… 칼로리메이트 먹고, 그 정도?」
카논 「회사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지? 막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메이 「괴롭히는 건 없지…? 부장이랑 이사랑 사장이랑 전부 다 꼰대라서 힘들긴 한… 근데 뭐야 아까부터. 엄마도 아니고.」
카논 「에이, 우리 귀여운 후배가 사회생활 잘-하나 물어보는 거지~」
메이 「연예계보다는 눈치 덜 보고 살 걸?」 피식
카논 「아하하…」
스미레 「…회사는, 얼마나 준비한 거야?」
메이 「응?」
스미레 「지금 다니는 곳. 시설도 좋아보이고, 검색해보니까 꽤 괜찮은 중견기업이라고 나와서. 이런 데를 쉽게 들어오진 않았을 거 아니야.」
메이 「어… 그러게.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근데. 둘이 말도 없이 와서 물어본다는 게 그거야? 둘 다 취업하려고?」
카논 「시, 실은 말이지…」 눈치
스미레 「…….」
카논 「나, 소속사 나오면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생각해봤거든. 그리고 있지? 어제는 얘기 못 했는데… 계약을 이상하게 해서…」
메이 「계약? 왜? 뭔데?」
스미레 「카논 사기 당했어. 소속사한테.」
메이 「뭐?」 깜짝
카논 「사기는 아닌데… 앞으로 활동하려면, 내가 내 이름으로는 활동을 못 한다고나 할까… 내 노래도 함부로 못 내고…」 긁적
스미레 「얘 활동명이랑 자작곡들 판권을 회사가 2년 동안 갖고 있어야 돼. 그래서 활동이 어렵다는 거고.」
메이 「그런 거면 고소를 하든 해야지! 뭐가 좋다고 소속사를 나가!」
스미레 「얘 혼자 그쪽 법무팀을 어떻게 이기겠어. 게다가 이미 다 끝난 일이고.」
메이 「아니, 그래도!」
카논 「자, 메이 쨩. 진정하고! 아무튼! 계약서 천천히 읽어보니까 솔로 말고 그룹으로 활동하는 건 될 것 같더라고.」
메이 「아, 그래…?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휴우
카논 「응! 그래서 말인데, 메이 쨩. 스미레 쨩이랑 어제 정한 건데…」 조심스레
메이 「…에이, 설마.」
카논 「우리 셋이, 캣츄, 다시 해보자.」
스미레 「이렇게 편의점에서 할 소리 아닌 거 아는데, 솔직히 메이도 알잖아? 우리 다른 건 몰라도, 실력은 있으니까.」
카논 「스미레 쨩이랑 같이 활동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된 거 여기에 메이 쨩도 꼭 같이 했으면 싶었어서. 메이 쨩만 어떻게 결정해주면…!」
메이 「저기, 저기, 잠깐만. 나도 말 좀 하자.」 후우-
카논 「아. 으, 응.」 쭈뼛
메이 「갑자기 찾아와서 취업 포트폴리오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때려치우고 같이 아이돌 하자고?」
카논 「아이돌이랄까, 캣츄라서 아이돌은 아닌데…」
스미레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하자는 거야. 옛날처럼 꼭 아이돌일 필요 없이.」
메이 「…….」
카논 「메이 쨩, 어제도 야근이고, 지금 모습도 수척하고, 일 힘들잖아.」
스미레 「어제 카논 소식 나오자마자 안 것도, 관심이 있으니까 지켜보고 있던 거 아니야?」
메이 「그건…」
스미레 「어차피 일하는 게 힘들 거면, 우리랑 하고 싶은 거 하자. 너 졸업할 때, 고민 많이 했었던 거 우리도 아니까.」
카논 「어때, 메이 쨩? 응?」
메이 「선배들, 진짜 미안한데… 리에라가 우승도 했고, 우리 진짜 잘했다는 거 다 알아. 나도 선배들 좋아하고. 근데!」
스미레 「…….」
카논 「메이 쨩…」
메이 「…벌써 10년 전이야.」
…
― 그날 밤,
― 도쿄로 돌아가는 전철 안
카논 「…….」 멍-
스미레 「이제 정신 좀 차라지?」
카논 「그러게…」
스미레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라고. 취직해서 잘 살고 있는 애한테, 직장 관두고 음악하자고 하면 잘도 따라오겠다.」
카논 「하지만 스미레 쨩도 설득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
스미레 「그건 메이가 차라리 음악하는 게 더 나을 상황이었을 때의 생각이었으니까. 혹시 모른다 싶었던 거라고.」
카논 「…….」
스미레 「우리는 원래 하는 일이 이거지만, 메이는 당장 포기할 게 많잖아. 우리랑 같이 한다고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카논 「…하아, 그렇네.」
스미레 「너나 나나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그렇다-」
카논 「이제 어쩌지?」
스미레 「어쩌긴 뭘. 우리 둘이라도 해야지. 너 음악 안 할 거야?」
…
― 메이의 집,
― 침대에 누워 잘 준비 중인 메이
메이 「(알람은 맞췄고… 출근하면 할 거 메모 다 했고…?)」 맛폰 터치터치
― 위잉, 위잉-
― 부장놈 『요네메, 내일 아침까지 작년 거래처 목록 뽑고 업무평가 보고서 만들어서…』
― 부장놈 『4월 되기 전까지 빨리 마무리 하도록.』
메이 「에라이 씨… 회계연도는 왜 4월이 시작인건데…」 지끈지끈
― 카논 「우리 셋이, 캣츄, 다시 해보자.」
메이 「…….」 곰곰
― 메이 「…벌써 10년 전이야.」
메이 「몇 년만 빨리 물어볼 것이지, 진짜…」 뒤척
― SNS, @KanonShibuya
―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의 보고입니다. 금일 3월…
메이 「…….」 스크롤 휙휙-
메이 「(그래도 둘이 활동하려는 거겠지… 실력 있으니까, 잘…)」 싱숭생숭
메이 「…?」 멈칫
― □□□ @kanon_husband
― SBY가 나간 건 소속사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음. 싱글 차트도 하락세고, 팬미 당일권도 남았고, 가수로 이미 끝나서 다른 일 시키려던 건데 본인이 리○라 시절만 생각하고 인정 못 하고 나간 거임. 팬으로서 슬프지만, 무지성으로 소속사 욕하는 건 옳지 않음...
메이 「뭐야 이 녀석. 뭔 되도 않는 소리를…!」 발끈
메이 「〔댓글 타이핑 중〕」 타다다다닥
메이 「…에이씨!」 취소
― @kanon_husband 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OK』
메이 「이딴 거 메인에 띄우지 말라고 진짜!」
메이 「(아이디는 저딴 거로 지어두고 뭔…)」
메이 「괜찮을까… 카논 선배 멘탈 약한데…」
― 스미레 「어차피 일하는 게 힘들 거면, 우리랑 하고 싶은 거 하자. 너 졸업할 때, 고민 많이 했었던 거 우리도 아니까.」
메이 「…….」 꾹, ♬~♪
― …
―『여보세요? 메이 쨩?』
메이 「잘, 들어갔어?」
메이 「…응. 나도. 걱정은 뭐, 나는 이 동네 사는데.」
메이 「저기, 있잖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별로 얘기도 못 했고.」
메이 「그 혹시, 정말정말 미안한데. 일요일에 다시 와줄 수 있을까?」
메이 「커피랑, 밥 정도는 사줄게.」
▶ 일요일, 요코하마
― 약속한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 카논과 스미레
― 카페로 들어오는 메이
카논 「아! 메이 쨩~! 여기, 여기!!」 히죽히죽
메이 「왜, 왜 이래?」 흠칫
스미레 「귀여운 후배가 보자고 하니까 신나서 그런 거겠지.」 피식
메이 「충격받고 좀 그렇게 된 건 아니지?」 드르륵, 착석
카논 「응? 충격? 무슨 충격?」
스미레 「에고서치 못 하게 잘 감시했으니까 걱정 마셔.」
메이 「응, 잘했네.」 끄덕
카논 「에이, 둘 다 날 뭘로 보고 그래? 다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되는데.」 뿌우-
스미레 「그런 녀석이 그때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냐?」
카논 「스미레 쨩-!」 쉿-!
메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나도 주문 좀 하고 올게.」
― 주문 완료,
― 커피 타임의 세 사람
카논 「♬~♪」 카페오레~
메이 「활동명은 정했어?」
스미레 「아니, 아직.」
카논 「혹시 몰라서 말이지~」
메이 「어떤 노래할지는? 장르 정도는 정했지?」
카논 「음- 굳이? 라고나 할까?」
스미레 「뭘 해도 할 만하다는 느낌이라.」
메이 「뭔데 그 자신감들.」
카논 「둘 다 소속사에서 팽당했는데, 그치?」 호록-
메이 「한 귀로 듣고 흘린다며!」
스미레 「언제 또 찾아본 거야…」 으엑
메이 「…스미레 선배, 이래서 괜찮은 거 맞아? 둘 다 진지한 거 맞냐고.」
카논 「당연하지!」 당당
스미레 「좀 불안하긴 해도, 작업할 때 보니까 걱정할 건 없겠더라. 어쨌든 우리도 프로라면 프로라고.」
메이 「밖에서 보면 둘이 입만 산 사기꾼 같거든.」
스미레 「사기는 얘가 당한 게 사기고.」
카논 「너무해! 메이 쨩!」 우에엥
메이 「…에휴, 됐다. 뭔가 기대를 하고 나온 게 잘못인가.」 중얼
스미레 「그럼 메이는,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슬쩍
메이 「…글쎄다. 캣츄, 재밌긴 하겠지. 지금 봐선 굶어죽을지도 모르겠지만.」 키득
스미레 「부정은 못 하겠네-」 피식
카논 「그래도 메이 쨩, 아직 음악 좋아하는 건 맞구나?」 싱긋
메이 「음악이 좋다기보단… 그냥 난 선배들 팬이니까.」
스미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우리도 하면 말고, 아님 말고 느낌이었으니까. 지금 직장, 쉽게 구한 거 아니잖아.」
메이 「솔직하게 말할까?」
스미카논 「?」
메이 「처음에 들었을 때, 어이없었거든. 캐스팅이란 기쁨도 없었고. 선배들이랑 달리 자신감도 없고.」
카논 「…그, 그렇겠네. 미안.」 머쓱
메이 「노래하는 방법도 잘 기억 안 나.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스미레 「하긴, 리에라 끝나고 평범하게 살았으니까. 무대 안 선지 오래되긴 했지.」
메이 「그렇지… 근데 선배들 돌아가고, 좀 찾아봤는데. 화가 나더라고.」
― SBY가 나간 건 … 가수로 이미 끝나서 … 리에라 시절만 생각하고 …
메이 「카논 선배도, 스미레 선배도, 우리가 그런 취급받을 사람들은 아니잖아?」
카논 「메이 쨩…」
스미레 「…….」
메이 「자신감이나, 지금 일이나 상관없이… 그런 놈들한테 한 방 먹이고 싶더라.」 스윽
― 핸드백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는 메이
―『사직서』 툭-
메이 「내일 꼰대들한테 먼저 한 방 먹이고 올게.」
카논 「메이 쨩!」 기쁨 반 걱정 반
스미레 「야야야야, 정말 제대로 생각하고 결정한 거 맞아?」 당황
메이 「망하면 선배들이 먹여 살리면 되지. 안 되면 선배들 카페나 신사에 취직하고.」
카논 「아하하…」
스미레 「너는 그걸 말이라고 하냐.」 헛웃음
메이 「그리고 생각해봤거든.」
― …벌써 10년 전이야.
― 몇 년만 빨리 물어볼 것이지, 진짜…
메이 「10년 전인건 10년 전인 거고. 25, 26이 뭔가 시작하기 엄청 늦은 나이는 아니잖아?」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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