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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 장편/영혼탐정 오하라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3-

by 양털책갈피 2024. 10. 1.

※ 이 SS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아쿠아 멤버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의 이름은 스쿠페스1의 노말부원으로부터 유래했으며, 실존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 그날 밤, 사무소 건물

― 3층의 계단 방범문을 여는 요시코와 리코

 

요시코 「…….」 철컹, 끼익-

 

― 방범문 너머, 평범한 가정용 현관문과 신발장

 

요시코 「슬리퍼 꺼내줄게. 잠시만.」 뒤적뒤적

 

리코 「으, 응.」

 

― 신발을 갈아신고, 내부로 들어서는 두 사람

― 전등을 켜자 드러나는 매우 밋밋한 투룸 가정집

 

리코 「둘이 여기서 사는 거야?」

 

요시코 「에이, 설마. 여기 사람 살 곳 못 돼. 어쩌다 가끔 잠만 자.」

 

리코 「겉보기엔 그래도 깔끔해보이는데.」

 

요시코 「가구랄게 없으니까. 여기 가끔 소리도 울린다? 욧샤-」

 

― 다소 휑한 거실, 벽에 딱 붙여 놓인 간이침대와 작은 사각테이블

― 침대 아래 서랍에서 담요와 베개를 꺼내는 요시코

 

요시코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일단 여기서 지내면 될 거야.」

 

리코 「응. 고마워.」

 

요시코 「화장실이랑 샤워실은 현관 옆이고, 먹을 건… 그냥 사무실로 내려와서 사달라고 하면 돼.」

 

리코 「…아. 부엌이 따로 없구나.」 두리번

 

요시코 「어차피 사무실에 더 오래 있다보니까 그쪽으로 다 옮겨버렸거든. 그래도 저쪽 찬장에 컵라면이랑 커피포트는 있어.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리코 「…괜찮아. 딱히 배고프지도 않고.」

 

요시코 「지금 말고, 혹시 새벽에 깨거나 그러면. 악몽 같은 건 안 꿔?」

 

리코 「…가끔? 근데 요즘은 잘 안 자서.」

 

요시코 「딴 건 몰라도, 잠이랑 밥은 제대로 챙겨야 돼. 피곤하고 배고프면 귀신이 더 잘 붙거든.」

 

리코 「아. 아니면 수면제 같은 거 있어?」

 

요시코 「그런 거 함부로 쓰면 안 돼.」

 

리코 「에… 아, 그렇구나.」

 

요시코 「지금까지 수면제 먹고 잤어?」

 

리코 「응. 옛날부터. 3년? 4년? 활동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서 잠 드는 게 어렵더라고.」

 

요시코 「흠- 하긴. 예술하는 사람들은 자주 그렇다더라. 그거 제대로 처방받고 쓰는 건 맞지?」

 

리코 「응.」

 

요시코 「그럼 됐어. 그래도 일단, 오늘은 약 없이 자 봐. 마리가 먹는 거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리코 「…….」

 

요시코 「어디- 또- 아, 추우면 에어컨은 난방으로 틀면 돼. 리모컨은 여기. 또 필요한 건 일단 다 꺼내둘게.」

 

― 수납공간뿐인 거실과 다이닝룸을 돌아다니며 리코가 쓸 물건들을 꺼내두는 요시코

― 가만히 침대에 앉아 집을 둘러보는 리코

 

요시코 「심심하지? TV도 없고.」 부스럭부스럭

 

리코 「으응, 딱히. 별로 보고 싶진 않아서.」

 

요시코 「그건 좀 다행이네. 어디- 아, 세면도구.」 쫑쫑쫑

 

― 샤워실로 들어가는 요시코

 

리코 「…저기, 요시코 쨩.」

 

― …

― 덜그럭, 덜그럭…

 

리코 「…….」 스르륵, 살금살금

 

― 불이 켜진 샤워실, 샤워부스 안의 요시코

 

요시코 「수건은 일단 4장은 꺼내둬야 하나…」 중얼중얼

 

리코 「요시코 쨩!」

 

요시코 「우왓, 깜짝이야… 왜 그래?」 흠칫

 

리코 「아, 그냥… 침대 앞에… 방은 뭔가 해서.」

 

요시코 「응?」

 

 

요시코 「아- 창고야. 사무실 비품이나 우리 일할 때 쓰는 것들 넣어두는 곳.」

 

리코 「아, 그렇구나.」

 

요시코 「혹시 저기 뭐 있어?」

 

리코 「어? 아, 아니… 아무것도 없어.」 도리도리

 

요시코 「하긴. 저기는 『무언가』가 들어갈래도 못 들어가니까.」 키득

 

리코 「…요시코 쨩은, 믿어주는 거야?」

 

요시코 「리리가 본다는 귀신?」

 

― 잠깐의 정적, 샤워부스에 수건과 세면도구를 정리하고 나오는 요시코

 

요시코 「리리, 아까 마리가 했던 말.」

 

―『진짜 악령이나 귀신의 짓이라고 생각해?』

―『리코는 심리상담이나 위로를 바라는 거야? 아니면, 진실이 불편한 거야?』

 

요시코 「너무 신경쓰지 마. 마리가 시니컬한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리코 「그래도… 옛날에는 장난기 있으면서 진지한 느낌이었잖아. 지금처럼 까칠하진 않았는데.」

 

요시코 「그런가… 뭐, 나는 리리도 믿고, 마리도 믿고 있긴 한데. 뭐랄까, 둘 다 뭔가 100% 다 말해주는 것도 아니라 의심도 된달까?

 

리코 「아니, 나는…」

 

요시코 「물론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 둘 다 전부터 그랬는데. 그래도 리리한테,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건 있어. 리리를 데리러 가기 전에, 마리가 그랬거든.」

 

리코 「…뭔데?」

 

요시코 「어쨌든 우리는, 리리를 도와주려는 거라고.」


【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CASE #02 . 오호츠크의 UFO ②

 

― 오전 2시, 2층 사무실

―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마리

 

마리 「…….」 타닥, 타닥, 클릭, 클릭

 

요시코 「뭐해? 안 자?」 끼익, 빼꼼-

 

마리 「리코는?」 힐끗

 

요시코 「자고 있어. 피곤했는지 금방 자더라.」 털썩

 

마리 「특이사항은 없었고?」

 

요시코 「없었어. 그나마 충혈이랑 갈증? 마리가 얘기했던 건 그 둘이 전부였을 걸?」

 

마리 「그래? 잠은 편안하게 자고 있고?」

 

요시코 「겉으로 보기엔. 아,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수면제 먹었데.」

 

마리 「수면제?」

 

요시코 「응. 넌지시 물어보긴 했는데, 피아니스트 활동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더라.」

 

마리 「길면 5, 6년까지도 된다는 거네.」

 

요시코 「리리는 3, 4년 정도라고 말하긴 했지만.」

 

마리 「흐음- 그렇단 말이지-」 등받이 끼익-

 

요시코 「마리가 나보다 더 잘 아니까, 내가 뭐라 할 건 아닌데.」

 

마리 「?」

 

요시코 「수면제가 환각같은 거 유발하고 그래?」

 

마리 「당연한 거 아니야? 괜히 의사가 처방해야 주겠어?」

 

요시코 「하긴. 그렇겠네.」

 

마리 「어쨌든 지금은 그게 전부인가-」 책상 톡톡

 

요시코 「…뭐, 커피 갖다 줘?」

 

마리 「Oh, 그럼 좋지~」

 

― 커피를 내려오는 요시코

 

마리 「땡큐~」

 

요시코 「새벽 2시에 커피라니… 근데 뭐하고 있던 거야?」 힐끔

 

― 모니터에 떠있는 신칸센 예약 페이지

 

마리 「현장에 가야지.」

 

요시코 「비행기가 아니라 철도로 가려고?」 흠칫

 

마리 「원래는 비행기로 가려고 했는데, 리코 때문에. 저 상태로는 비행기 못 태워.」

 

요시코 「아무리 그래도 꼬박 하루는 걸리는데…」

 

마리 「그래서 중간에 숙소까지 다 준비하려고.」 호로록-

 

요시코 「진짜냐.」

 

마리 「오늘 오전 11시에 출발할 거야. 그리고 삿포로에서 하루 쉴 거고.」

 

요시코 「출발 9시간 전에 얘기하면 어쩌라는 건데. 며칠이나 있을 건데? 준비할 게 한둘도 아니고.」 어이x

 

마리 「그만큼 요시코가 고생 좀 해줘~」 후후후

 

요시코 「…철야 수당 주는 건 맞지?」

 

마리 「내가 언제 요시코 월급 횡령한 적 있어?」 후훗

 

요시코 「일단 알았어. 해 뜨면 바로 리리 옷부터 준비해야겠네.」 에휴

 

마리 「일주일 정도면 될 거야. 북쪽이니까 두꺼운 옷도.」

 

요시코 「네에- 네에-」

 

 

리코 「……!」 벌떡

 

―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는 리코

 

리코 「하아… 하아… 하아…」

 

리코 「(여긴… 어디…)」 두리번

 

리코 「아… 맞다. 누마즈에…」

 

리코 「…….」 두리번두리번

 

리코 「…없다.」 휴우-

 

리코 「(요시코 쨩의 주문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자는 사이에 뭔가 조치를 한 걸까?)」

 

― 어두운 실내, 침대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는 리코

 

리코 「…….」

 

리코 「(…시계가, 없네. 휴대폰도 요시코 쨩이 가지고 있을 테고. 몇 시지?)」 스르륵-

 

―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걷고 창문 밖을 살펴보는 리코

― 새까만 바깥 풍경

 

리코 「가로등 같은 것도 없… 아. 애초에 이거-」 깜짝

 

― 창문 모서리 끝을 긁어보는 리코

 

리코 「(검은색 테이프를 빈틈없이 발랐어. 왜 이렇게까지…)」 떨떠름

 

리코 「…손 씻어야겠다.」 먼지 폴폴

 

― 솨아아-

― 불이 켜진 화장실, 손을 씻으며 내부를 살펴보는 리코

 

리코 「(여기도 시계는 없구나)」 손 탈탈, 달칵-

 

― 침대로 돌아와 누우려는 리코

 

리코 「…….」 빤-

 

― 요시코 『아- 창고야. 사무실 비품이나…』

― 요시코 『가구랄게 없으니까.』

― 요시코 『사무실에 더 오래 있다보니까 그쪽으로 다 옮겨버렸거든.』

 

리코 「(…가끔 지내는 공간이라 해도, 보통 방에 생활공간을 두고 넓은 거실에 짐을 두지 않나?)」

 

리코 「…….」 스르륵, 살금

 

― 조심스럽게 창고 방의 문손잡이를 돌려보는 리코

― 찰칵, 덜컥, 쿵…

 

리코 「(잠겼네. 당연한 건가?)」

 

―『Oh, 일어나 있네?』

 

리코 「꺄아아아악!!!!」 털썩

 

마리 「왜 그렇게 놀라?」

 

리코 「…어, 언제 들어왔어?」 벌렁벌렁

 

마리 「방금.」

 

리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마리 「깨울까 봐 조용히 들어왔지.」

 

리코 「…….」

 

마리 「불편하긴 해도 그럭저럭 잘 만했어?」

 

리코 「…….」

 

마리 「에이, 대답은 좀 해주라~ 어제 너무 쏘아붙여서 그래?」

 

리코 「…응. 잘 잤어.」

 

마리 「좋은 아침?」

 

리코 「…좋은 아침.」

 

마리 「Ok, 그럼 됐어. 이제 씻고 나갈 준비해.」

 

리코 「어디 가려고?」

 

마리 「홋카이도. 아이자와 씨의 의뢰, 리코도 동행할 거야.」

 

리코 「뭐?」

 

마리 「왜 그래? 귀신 때문에 피아니스트 일도 안 하고 있잖아? 시간도 있고, 당장 돈도 좀 벌어야지.」

 

리코 「싫어. 내가 왜…」

 

마리 「싫다고 대답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거 알지? 우리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집에도 못 갈 거고. 휴대폰은 요시코가 갖고 있고.」

 

― 넘어진 리코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마리

 

마리 「아니면, 납치 당했다고 경찰이라도 부르게?」 생글생글

 

리코 「…여기 얌전히 있는 건 안 돼?」

 

마리 「안 돼~」 ^^

 

― 방의 불을 켜는 마리

 

마리 「리코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을 거야. 그리고- 어제 나를 그렇게 의심했는데, 아이자와 씨가 걱정돼서라도 같이 가야지 않겠어?」

 

리코 「…….」

 

마리 「무엇보다, 얌전히 있겠다는 말을 신뢰할 수 없단 말이지. 여기.」 똑똑

 

― 창고 문을 노크하는 마리

 

마리 「열어보려고 했지? 우리가 친구고 내가 지내라고 했어도, 주인 허락 없이 그러면 안 되지.」

 

리코 「그냥 궁금해서…」

 

마리 「호기심은 어쩔 수 없지만, 리코는 이 안에 있는 걸 감당 못 할 거야. 위험한 게 있거든.」

 

리코 「…미, 미안.」 오싹

 

마리 「알겠으면 어서 씻어. 생각보다 시간이 없거든. 자, 얼른.」

 

― 쭈뼛쭈뼛 샤워실로 들어가는 리코

― 문이 닫히자 창고 열쇠를 꺼내는 마리

 

마리 「♪~♬」 찰칵, 끼익-

 

마리 「…….」 …달칵, 쿵

 

 

 

― 아타미 역,

― 신칸센을 기다리는 세 사람

 

요시코 「리리, 괜찮아?」

 

리코 「으, 응…」 끄덕

 

요시코 「이상한 거 보이는 건 없고?」

 

리코 「아직은, 없어.」

 

마리 「그럼 그래야지. 그 선글라스가 얼마나 비싼 건데.」

 

요시코 「생색은 웬 생색.」

 

마리 「오니 상대한다고 내가 얼마나 거금 들여 사온 건 줄 알아? 정말이지- 공을 몰라준다니깐.」 흥칫뿡

 

요시코 「리리가 버는 돈이면 충분히 사고도 남거든.」

 

마리 「가난한 탐정이 공수한 게 중요한DESU~」

 

리코 「…우리 어디까지 간다고 했었지?」

 

요시코 「여기서 도쿄까지 갔다가, 도쿄에서 하코다테까지 가고, 다시 삿포로까지.」

 

리코 「얼마나 걸려?」

 

요시코 「9시간 정도?」

 

리코 「힘들겠네…」

 

마리 「중간에 점심은 먹을 거니까 걱정 마. 에키벤 먹을 거야, 에키벤」

 

요시코 「밥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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