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아이자와 유우 씨가 직접 촬영한 UFO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했습니다.」
― 휴대폰을 아이자와 내외 앞에 내려두며, 해당 사진을 보여주는 마리
마리 「정확한 촬영 장소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곳이 아바시리시의 바닷가라는 것을 공개했고.」
― 화면을 넘겨 전일본 외계인 수사본부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마리
마리 「이후 UFO 매니아들이 아바시리시에 찾아오게 되며, 아이자와 씨도 업로드를 이어갑니다.」
― 빠르게 촬영된 사진들을 넘기며 보여주다 동영상이 나오자 멈추는 마리
마리 「2년 6개월간 업로드된 해당 사진, 그리고 동영상.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터치
― 재생되는 아이자와 유우가 촬영한 동영상
마리 「본 영상은 아사토 씨를 통해 제공받은 촬영본의 복사본입니다. 마코토 씨, 아무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영상, 맞나요?」
마코토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마리 「…그렇군요. 아버님께서도 모르신다.」 피식
리코 「마리 쨩…!」 흠칫
요시코 「…마리.」 툭툭
마리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님께서 촬영하신 모든 자료들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UFO에 초점이 맞추어진 구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동영상을 처음으로 다시 당겨 보여주는 마리
마리 「본 영상들을 비롯한 모든 동영상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보이시죠?」
아사토 「…….」
마코토 「…….」
마리 「그리고 줌 인과 줌 아웃을 반복하며 촬영하다가 영상이 끝납니다. 이로 미루어, 따님께서 UFO를 촬영할 때의 상황은 두 가지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첫째, UFO를 목격하고 초점을 맞춘 다음 촬영을 시작했다.」 스윽-
― 화면을 넘겨 또다른 UFO 사진을 보여주는 마리
마리 「둘째, 조작이 가해진 카메라를 이용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찍었다. 이 물체는 렌즈 앞 가까이에 놓인 물체다.」
아사토 「…네?」
마리 「뒷배경이 흑색의 밤하늘이라 방향과 거리감을 식별할 수 없다는 점, 피사체를 줌 아웃하자 흐릿해진 것, 그 둘을 토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해요.」
아사토 「그렇군요…」
마리 「저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고, 그 결과가 이 사진입니다.」 톡, 톡
마코토 「…이건 직접 찍은 사진이란 겁니까?」 깜짝
아사토 「어디서 찍었죠? 언제요! 당장 가서 외…「자, 진정하세요.」」
마리 「저희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탐문 중에 얻은 자료예요. 자세히 보시면, 형체는 유사하지만, 명백히 다른 점이 있죠.」
아사토 「…외계인이, 없네요. 조종 중인 외계인이.」 부들부들
마코토 「……」
마리 「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없어요. 형체도 따님이 촬영한 UFO와 조금 다르죠. 반원보다는 더 둥근 원에 가까워요.」
― 한 화면에 두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마리
마리 「이 사진은 앞서 보여드린 외계인 매니아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이었습니다. 업로더는 이것이 UFO가 아니라고 말하며, 당시의 상황을 회고해놨더군요.」
【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CASE #02 . 오호츠크의 UFO ⑧
마리 「“렌즈 후드가 찍혔다.” 라고요. 아이자와 마코토 씨, 카메라는 아버님의 카메라였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마코토 「…네.」 끄덕
마리 「그 카메라에 텔레컨버터와 렌즈 후드를 사용했나요?」
마코토 「…….」
마리 「아내분을 위한 일입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세요.」
아사토 「…….」
마코토 「…아마 있었을 겁니다. 제가 쓰던 걸 그대로 줬으니… 유우가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사토 「여보…」
마리 「…2년 6개월의 촬영분은 모두 상부가 유선형에 하부가 잘린 형태였어요. 그리고 외계인이 보이는 조종석은 조금씩 위치가 바뀌었죠.」
마리 「이건 카메라 후드의 각도를 다르게 하고, 후드에 반사되는 빛이 유동적이면 연출할 수 있어요.」 스윽
― 포포 방파제 위의 등대 사진을 보여주는 마리
마리 「스다 이루카, 따님의 친구분이시죠? 스다 씨께 들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술에 취해 UFO를 촬영하는 방법을 말씀하셨다고요.」
아사토 「!」 휙-
마코토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마리 「상인협회와 상인분들께서 증언해주셨습니다. 마코토 씨께서 UFO를 활용한 지역 상품을 반대하고 있으시죠.」
마코토 「그게 이번 일이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벌떡
마리 「따님의 명예를 실추시킬 일 없습니다. 저희는 그럴 이유도 없고요.」
― 휴대폰에 아바시리의 쇄빙선 폐기 뉴스를 띄우는 마리
마리 「3년 전, UFO 촬영이 한창이던 때에 오로라의 폐기 검토가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마코토 씨는 관광협회의 차장이시니까, 잘 알고 계실 테고요.」
마코토 「…….」
마리 「실무 단계에서 검토가 이루어졌다는 건, 그 이전부터 말이 나왔다는 얘기죠. 아사토 씨?」
아사토 「네?」 깜짝
마리 「게스트 하우스의 운영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죠? 언제였죠?」
아사토 「그게… 5,6년 정도 전에…」
마리 「따님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기, 맞나요?」
아사토 「네, 맞아요…」 끄덕
마리 「따님께서는 알았을 거예요. 관광협회의 아버지, 숙박업을 하시는 어머니. 아바시리의 관광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죠.」
― 휴대폰에 아이자와 유우의 생활기록부 사진을 띄우는 마리
마리 「따님이 고3이던 무렵, 진학을 포기하고 가업을 돕기로 했습니다. 두 분께 그 이유도 말했나요?」
아사토 「〔말 없이 고개를 젓는다〕」
마코토 「…….」
마리 「따님은 아바시리의 부흥을 위해, 그리고 집에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 싫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연인지, 계획인지 모르겠지만, UFO를 촬영하는데 성공하죠.」
― 사색이 되어가는 아사토와 말 없이 굳은 마코토
마리 「물론 UFO가 아니라 렌즈 후드였고, 그쯤은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이용하면, 어쩌면 관광객이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죠.」
마코토 「…그래서 그걸, 인터넷에 올렸다는 겁니까?」
마리 「네. 아마 본인도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겠죠. 유빙 관광의 쇠퇴를 대체하면서 따님도 확신했을 겁니다. 들키지 않으면, 시의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요.」
아사토 「…탐정님.」
마리 「네.」
아사토 「그럼… 그럼 제 딸은 왜 죽은 거죠? 탐정님은 지금 외계인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마리 「…….」
아사토 「제 딸은! 유우는 건강했어요! 그런데 외계인을 찍더니 갑자기 백혈병에 걸려서…!」
마리 「20대 여성의 급성 백혈병 발병률은 높게 잡을 때 10만 명 중 1명 정도로 계산됩니다. 불가능한 확률은 아니에요.」
아사토 「무슨…」
리코 「마리 쨩!」 벌떡
요시코 「리리!」 덥석
리코 「…….」 울컥
요시코 「안 돼. 앉아.」 소곤
리코 「…….」 털썩
마리 「따님께 일어난 일은, 그 가능성은 낮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비극입니다. UFO와 외계인은 그 비극과 맞물린 우연이고요.」
아사토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멍-
마코토 「…돌아가시죠.」
마리 「…아사토 씨, 남편분께서 진실을 알려준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아사토 「…….」 스윽-
마코토 「…….」 움찔
아사토 「모르겠어요… 정신이 없었어서…」
마리 「마코토 씨는 UFO와 관련된 일을 철저하게 함구했습니다. 일부러 관심 없는 척 연기까지 했죠. 촬영자가 딸이고, UFO는 시의 관광자원이 되었으니까요.」
― 휴대폰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리
마리 「혹시라도 조작 사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을까 그랬겠죠. 이건 따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똑같았을 겁니다. 딸을 사기꾼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저벅저벅
―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아사토의 옆으로 가는 마리
마리 「한편으론, 세상을 떠난 딸의 마지막 소원인 아바시리의 활성화를 이루고 지키고 싶었겠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죠.」
― 아사토의 옆에 서서, 사뿐히 아사토의 어깨에 손을 얹는 마리
마리 「아내가 외계인이 실존한다고 믿으며, 복수하겠다고 말합니다. 아내에게 진실을 말했지만… 말이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겠죠.」
아사토 「…….」 부들부들
마리 「1년의 간병,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사토 씨가 외계인이 실존한다고 강하게 믿게 된 계기가 있기엔 충분한 기간이겠네요.」 스윽-
― 천천히 마코토의 앞으로 향하는 마리
마리 「설득을 이어가다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했겠죠. 아내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딸의 명예도 지키는 것. UFO와 외계인에 대한 존재를 없애버리자.」 뚜벅, 뚜벅
― 마리가 아사토의 곁을 뜨자마자 일어나 아사토에게 향하는 리코
리코 「아사토 씨…」 꼬옥-
마리 「그래서 인터넷에 글을 쓰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없애고, 상인협회와 싸웠죠. UFO와 외계인이 잊히길 바라면서.」 우뚝
마코토 「…….」
마리 「이것이 제가 조사한 이번 일의 실체입니다. 결국 외계인은 없었고, 아사토 씨가 복수할 이유도 없었죠. 제 말에서 틀린 부분이 있나요, 마코토 씨?」
마코토 「…나가시죠. 돌아가세요.」
마리 「…….」 빤히-
마코토 「못 들었습니까. 돌아가시라고요. 이런 식으로 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마리 「마코토 씨, 아내분 곁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결과가 이겁니다.」
마코토 「나가라는 말 못 들었어!」 버럭
마리 「…….」
마코토 「아내를 돕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뭐? 사람이 죽은 일을 겨우 그렇게 말해? 확률? 그딴 게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할 말이야!」
마리 「처음부터 아내 곁을 지키며 설득했어야죠. 당신은 애초에, 중간에 포기하고 집을 나간 사람 아닌가요?」
마코토 「!」 움찔
마리 「상태가 양호할 때 강제로라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했어야죠. 이렇게 심각해지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하긴 했나요? 분명 징후가 있었을 텐데요.」
요시코 「야, 마리. 잠깐만!」 벌떡, 후다닥
마코토 「다, 당신, 뭐? 뭐라 그랬어 지금!」
마리 「물론 그러지 못한 건 결국 따님 때문이었겠지만.」
마코토 「그만 ㅎ…」
마리 「혹시라도 의사에게 이 얘기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딸이 UFO 사건을 조작한 게 퍼질 지도 모르니까.」
마코토 「…….」
마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딸을 지키려다 아내를 잃을 뻔했습니다. 처음 저를 찾아오셨을 때부터, 아주 많이 불안해하셨어요.」 힐끔
―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넋이 나간 아사토
― 말 없이 아사토를 안아주며 마리를 매섭게 쏘아보는 리코
마리 「지금부터라도, 아사토 씨의 곁에 계세요. 따님이 쓰던 카메라 갖고 계시죠?」
마코토 「…그건 왜 묻는 겁니까.」
마리 「직접 보여주세요. UFO가 없다는 걸, 그 사진과 동영상이 오해에서 비롯된 걸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꽤 될 테니.」 휙, 뚜벅뚜벅-
― 회의실의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마리
마리 「의뢰비는 선불로 받았습니다. 그럼.」 벌컥-
요시코 「마, 마리! 에이씨…」 멈칫
― 마리를 붙잡으러 나가려다 마코토에게 인사한 뒤 뛰쳐나가는 요시코
리코 「아, 요시코 쨩…」 당황, 안절부절
마코토 「…선생님도 가보시죠.」
리코 「…네. 실례했습니다.」 꾸벅- 후다닥-
…
― 하코다테로 향하는 열차 안
― 리코를 가운데에 앉히고,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는 세 사람
요시코 「…….」 스마트폰 게임 중
리코 「…….」 멍-
마리 「…아.」
요시코 「?」
리코 「…?」 힐끗
마리 「요시코.」
요시코 「왜.」
마리 「…아니야. 아무것도.」
리코 「…….」 한숨
요시코 「…의뢰비 못 받았다고?」
마리 「아네?」
요시코 「선불로 받은 기억이 없는데 당연하지.」 터치터치
마리 「그래서 이번 달은 좀 적을 수도 있어. 경비도 많이 들었고.」
요시코 「그래-」
리코 「…돈 안 받은 건 잘했네.」 툴툴
마리 「그 상황에 돈 달라고는 못 하지.」
리코 「뭐야? 웬일로 맞는 말도 하고?」
마리 「리코는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리코 「…아까는 그렇게 냉정하게 할 말 다 하고, 아사토 씨 엄청 떨면서 울었어. 알아?」
마리 「덮어놓는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잖아.」
리코 「그건 그렇지만…」
마리 「처음에도 말했지? 위로를 바라는 건지, 진실이 불편한 건지.」
리코 「…….」
마리 「위로는 탐정이 할 일이 아니야. 내가 할 일은 진실을 말하는 거지.」
리코 「방법이 지나쳐.」
마리 「살살해서 듣겠어?」
요시코 「…근데 좀 신기하긴 해.」
마리 「응?」
리코 「뭐가?」
요시코 「아사토 씨 말이야. 마코토 씨가 얘기했을 땐 현실을 안 받아들였잖아. 근데 상태는 더 심각한데, 마리가 하는 건 다 듣고.」
마리 「처음에 신뢰를 쌓은 것도 있고, 실물 증거들, 가족도 아닌 내가 가정사를 읊으니 그런 것도 있었겠지.」
리코 「…신뢰 얘기는 결국 배신이랑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마리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리코 「…….」
요시코 「…아, 죽었다.」
마리 「…그래도 가장 상상하기 싫은 것만 아니면, 차라리 이게 나을 거야.」
리코 「상상하기 싫은 거라니?」
요시코 「뭔데 그래?」
마리 「…….」
― 마리 「…남편분께서도, 외계인을 믿으세요?」
― 아사토 「말로는 아니라고 해요. 제가 외계인 얘기를 꺼내면 항상 화만 냈고…」
마리 「그냥…」
― 마리 「처음부터 아내 곁을 지키며 설득했어야죠. 당신은 애초에, 중간에 포기하고 집을 나간 사람 아닌가요?」
― 마코토 「!」 움찔
마리 「아니야. 착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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