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시리에서의 일이 끝나고,
― 다음날 오전 11시, 사무실로 돌아온 마리 일행
마리 「아- 힘들었다-」 휙, 털썩
요시코 「하코다테에서 그냥 하루 쉬고 가자니까 진짜.」 퀭
리코 「나 버스에서 한숨도 못 잤어…」
요시코 「진짜 24시간동안 쉬지도 않고 움직이는 게 말이 돼?」
― 아바시리~하코다테 : 철도로 약 9시간
― 하코다테~후쿠시마 : 심야버스 약 9시간 (※가상)
― 후쿠시마~도쿄 : 약 1.5시간
― 도쿄~누마즈 : 약 1시간
마리 「왜? 그래도 심야버스 재밌고 좋았잖아?」
요시코 「하나도 재미없었거든.」
리코 「이제 뭐해?」 멍-
마리 「음- 일단 정리할 거 정리하고, 오늘은 눈만 좀 붙이고 쉴까?」
요시코 「눈부터 붙여. 뭔 정리를 해.」
【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CASE #01 . 귀신을 보는 피아니스트 ②
― 오후 7시, 사무실 위층 가정집
― 간이침대에서 눈을 뜨는 리코
리코 「…?」 부스스
요시코 「아, 깼어?」 노트북 타닥타닥
― 리코의 옆, 얇은 담요 위에 앉아 벽에 기대어 노트북을 두드리는 요시코
리코 「…아. 몇 시야?」 상황 파악 끝
요시코 「지금- 대충 7시쯤.」
리코 「아침?」
요시코 「아니, 저녁.」 커피 호로록
리코 「요시코 쨩은 안 잤어?」
요시코 「조금 잤어. 난 버스에서도 잤고, 원래 적게 자기도 하고.」
리코 「마리 쨩은?」
요시코 「저녁 사러 나갔어. 역에 앙트레.」
리코 「…….」
요시코 「배고프지? 어제 낮부터 제대로 먹은 것도 없고. 마리가 잔뜩 사오겠다곤 했는데, 또 할인 스티커 붙은 걸로 주워오겠지.」 키득
리코 「요시코 쨩.」
요시코 「?」 힐끔
리코 「여기 왜 시계가 없어?」
요시코 「어- 글쎄? 딱히 필요가 없어서 아닐까? 휴대폰 있으니까.」
리코 「흐응- 그래도 하나쯤 놔두지.」
요시코 「…아, 맞네. 리리 지금 휴대폰 없었지.」
리코 「언제 돌려줄 거야?」
요시코 「얼마나 됐더라? 하나, 둘, 셋… 이제 6일째지?」
리코 「…응. 매니저 언니한테는 연락했어?」
요시코 「아-마? 지금 휴대폰 갖고 있는 건 마리니까.」
리코 「마리 쨩은 전혀 못 믿겠는데…」
요시코 「에이, 그래도 설마…」
리코 「애초에 귀신 보는 거랑 휴대폰이랑 무슨 관련이라고 이렇게 하는지 처음부터 모르겠었다고. 물론 요시코 쨩이-」
― 요시코 「귀신이 리리의 어딘가에 붙어 있을 수 있어서! 일단 리리가 지닌 것들을 다 떨어뜨리고 가는 거야!」
리코 「-라고 해서 그때는 그렇구나 했던 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선글라스 하나 달랑 주고.」
요시코 「…….」
리코 「지금 요시코 쨩이 내 옆에서 일하는 것도 마리 쨩이 시킨 거지? 나 감시하라고.」
요시코 「감시-는 아니고, 그냥 리리 상태 체크 하는 겸… 어쨌든 리리가 당장 건강한 상태도 아니고. 또 오늘은 엄청 피곤할 테니까.」 끄덕끄덕
리코 「…스읍, 아무튼 알겠어.」
요시코 「그래도 리리.」
리코 「왜.」
요시코 「처음 여기 왔을 때 보다는 훨씬 기운 있는 건 알지?」
리코 「…….」
요시코 「아바시리까지 다녀오고, 수사도 돕고 했잖아. 방에 박혀 있을 때보단 훨씬 좋아진 거 맞다니까.」
리코 「그건 그렇지…만…」
요시코 「도쿄를 떠나고, 소지품도 맡긴 뒤로 리리 성격 돌아오는 걸 보면 마리가 한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귀신이든 뭐든, 리리 주변에 뭔가가 있다는 예측.」 스윽- 덮
― 노트북을 덮고 기지개를 펴는 요시코
요시코 「끄-읏-! 후우, 회계장부 다 썼다.」
리코 「…수고했어.」
요시코 「마리가 옛날부터 속 얘기 안 하고, 제멋대로긴 해도. 딱히 우리를 방관하거나 피해준 적은 없잖아?」
리코 「…….」
요시코 「뭔가 생각이 있겠지. 리리도 봤지만, 이상한 사건도 어쨌든 해결하는 실력도 있고. 방법이 고약하지만.」
리코 「아사토 씨는… 혹시 연락 있었어?」
요시코 「아사토 씨는 아니고, 스다 씨한텐 왔었어.」
리코 「진짜? 무슨 일로? 뭐라 그랬어?」
요시코 「그냥 뭐… 우리가 떠나고 그날 바로 입원했나 봐. 아사토 씨.」
리코 「아…」
요시코 「본인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코 「다행인건가?」
요시코 「우리의 목적은 이뤘다고 생각해야지. 어떻게든 아사토 씨를… 으음-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리코 「…….」
요시코 「연락받은 건 마리였어서, 사실 나도 잘 몰라.」
리코 「요시코 쨩은, 귀신이 있다고 믿어?」
요시코 「…내가 보면 믿을래.」
리코 「그 말은 안 믿는다는 거네?」
요시코 「…모르겠어. 마리를 도우면서 이것저것 사건들을 접했잖아. 그때마다 느낀 건, 어쩌면 진짜 영적인 존재가 있을 수도 있겠다, 였거든. 그걸 마리가 다 해결했을 뿐이고.」
리코 「마리 쨩은 역시 귀신 안 믿는구나.」
요시코 「그렇다고 리리를 안 믿는 건 아닐 거야. 내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어?」
리코 「마리 쨩은 나를 도우려고 한다고?」
요시코 「어.」
리코 「그럼 좀 그런 태도를 보이던가 하지. 자꾸 의뭉스럽게만 행동하고, 내 속 긁고.」
요시코 「아하하… 그건 나한테 따져도 뭘 해줄 수 없는 거긴 한데.」
리코 「것보다! 옛날보다 더 시니컬해진 거 아니야?」
요시코 「마리?」
리코 「응.」 끄덕
요시코 「…그냥 일이 이런 일이니까.」
리코 「애초에 호텔까지 접고 탐정이라니, 그것도 이해 안 돼. 마리 쨩이면 나름 중견기업도 쉽게 들어갈 건데.」
요시코 「…….」
리코 「요시코 쨩, 뭐 아는 거 있어?」
요시코 「응? 아… 그냥. 난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봤네, 싶어서.」
리코 「같이 일하는 사이 맞아?」
요시코 「그럴 수도 있지, 리리도 오케스트라 사람들이랑 다 친한 건 아니잖아.」
리코 「우리는 사람이 몇인데…」
요시코 「아- 더 얘기하고는 싶은데 배고파서 아무 생각이 안 나네.」 풀썩
― 몸을 밀어내듯이 자리에 누워버리는 요시코
리코 「노트북 내려놓고 누워. 전자파 나와서 해로워.」
요시코 「그거 다 유사과학이야.」
리코 「아니거든!」
― 똑똑똑
리코 「꺅!」 깜짝
요시코 「아, 마리 왔나보다.」 벌떡
― 현관문의 잠금을 풀고 문을 열어주는 요시코
― 비닐봉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마리
마리 「Oh, 밥 시간 되니까 깨어있네?」
리코 「뭐 사왔어?」
마리 「닭꼬치랑 돈까스랑 빵이랑 푸딩. 아, 만두도 있다.」
리코 「밥은 없어?」
마리 「요즘 쌀값이 비싸서~ 밥은 사무실 가서 먹어야 돼. 알지?」
― 사무실로 내려와 저녁을 먹는 세 사람
리코 「…그래서 말인데.」
요시마리 「?」 모구모구
리코 「내 일은 언제 해결해줄거야?」
요시코 「그러게.」 마리 힐끔
마리 「음- 일단 내일은 내가 낮에 일이 있어서 안 되고, 그렇다고 제령을 해가 진 뒤에 할 수도 없고-」
리코 「하기 싫다는 거야, 뭐야…」 궁시렁
마리 「어차피 리코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면 귀신 볼 가능성은 엄청 낮을 테고.」 와앙-
요시코 「나갈 일 있어도 부적이랑 선글라스 챙겨주면 대충 되겠지.」 끄덕끄덕
마리 「이틀 뒤부터 하자. 괜찮지?」
리코 「…알았어.」
요시코 「심심해도 조금만 참아줘. 내일 갖고 놀 거라도 가져올게.」
마리 「멜로디언 사줄까?」
리코 「됐거든.」
▶ 다음날, 오전
―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요시코
― 내담용 테이블의 소파에 앉아 퍼즐을 맞추는 리코
리코 「…….」 힐끗, 힐끗, 달칵
요시코 「후우…」 박수 짝짝
리코 「다 끝났어?」
요시코 「어. 며칠 안 했더니 생각보다 양이 많네.」 터벅터벅
리코 「생각보다 일이 많나 봐?」
요시코 「응?」
리코 「의뢰 말이야. 서류 정리도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고.」
요시코 「아아- 그렇지?」 커피포트 딸깍
리코 「이상한 일이 왜 그렇게 자주 일어난대.」 중얼, 달칵
요시코 「그런 일이 전문이긴 한데, 어쨌든 탐정은 탐정이라서 다른 일도 몇 번 맡아.」
리코 「고양이 찾기, 이런 거?」
요시코 「그런 건 아니고. 누구 뒷조사를 해주거나, 사고물건 조사, 실종자 조사 그런 거? 가끔 경찰 수사 중인 건에 관련자가 의뢰해서 엮이기도 하고.」
리코 「보, 본격적이네.」 당황
요시코 「그 과정이라 해야 하나, 계기라 해야 하나, 그게 좀 특이하긴 하지만. 커피 마실래?」
리코 「응.」 끄덕
요시코 「오케이-」 쪼르르-
리코 「그래서? 특이한 건 어떤 얘기야?」
요시코 「그건 개인정보 보호. 자, 커피.」
리코 「아, 고마워. 근데 이런 데서는 또 법 따지네?」 호로록
요시코 「그런 일이니까. 아님 리리도 우리 사무실에 취직할래?」 풀썩
리코 「됐거든.」
요시코 「퍼즐 많이 맞췄네?」
리코 「이제 테두리 다 맞춘 거 뿐이야.」
요시코 「리리는 좀 더 느릴 줄 알았으니까.」
리코 「나 요시코 쨩보다 공부 잘 했거든?」
요시코 「공부랑 퍼즐이랑 뭔 상관이야?」
리코 「몰라, 나도.」 달칵
요시코 「…어쨌든 집중할 게 있으니까 좋지 않아?」
리코 「그런 것 같긴 해. 잡념도 줄고.」
요시코 「다행이네.」 호록
리코 「…아, 별 건 아닌데.」
요시코 「?」
리코 「2층 창고, 밖에서 잠겨 있던데. 안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해놨어?」
요시코 「그게 이상한가?」
리코 「보통 방은 안에서 잠그잖아.」
요시코 「창고로 쓰니까 밖에서 잠그지.」
리코 「…아. 그런가?」 뻘쭘
요시코 「안에 비싼 것도 좀 있고 하니까 혹시 몰라서 보안 장치로 둔 거라고 생각하면 돼.」
리코 「그렇구나.」 호록
요시코 「왜, 밤에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리코 「아니. …밤되면 무슨 일 생겨?」
요시코 「아…」
리코 「뭐, 뭔데?」 섬칫
요시코 「아- 신경 안 써도 될 걸?」
리코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 쓰이잖아!」
요시코 「…그냥 조금 꺼림칙한 물건들도 있어서. 물론 제령도 하고, 부적도 붙여두긴 했지만.」
리코 「…….」
요시코 「아무래도 리리 상태가… 너무 신경쓰지 마.」
리코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버럭
요시코 「귀신이나 괴이는 신경 쓰면 더 괴롭혀. 없다고 생각해야 안전해.」
리코 「…그래서 퍼즐 준 거구나.」
요시코 「뭐…」 들켰네
리코 「…….」
요시코 「…언제더라, 마리 조수로 오고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리코 「?」
요시코 「그때 귀신 들린 집에 갔었어. 우리 말고도 어디 신관이다, 주술사다, 영매다, 대여섯 명이 더 있었지?」
―『으아아아아악-!!!』
―『이건 미친짓이오! 없던 일로 하겠소!』
요시코 「진짜 무서웠거든.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동물 시체도 나오고, 기계도 오작동 하고. 사람들 다 도망가고 그랬었는데.」
―『마, 마리?』
―『…중성화된 개야. 요시코, 주변 동물병원이랑 반려견 실종 신고 조사해 봐.』
요시코 「마리는 신경도 안 썼어. 오히려 그걸 보고 자꾸 무언갈 알아냈지. 그 사건이 끝나고 나한테 그러더라고.」
―『요시코.』
요시코 「“믿을 거면 끝까지 믿어. 약간이라도 의심이 되면, 아예 믿지를 마” 라고.」
리코 「…그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
요시코 「말 그대로. 귀신 말이야. 눈에 보이든 어떻든, 아예 믿지를 말아보란 거지. 의심하고, 또 의심.」
리코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요시코 「겁은 안 날 걸. 애초에 누마즈에 온 뒤로 귀신 본 적도 없다며.」
리코 「그랬지.」 끄덕
요시코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중으로 잊은 거야. 그러니까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생각나도 의심해. 저건 귀신 아니다- 라고.」
리코 「그래도 잠은 여기서 잘래.」
요시코 「음- 그래. 말리진 않을게.」
― 똑똑똑
요시코 「응?」 기웃
리코 「마리 쨩?」
요시코 「손님 같은데? 잠시만.」 벌떡
―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는 요시코
― 외시경을 통해 보이는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여성
요시코 「…누구세요?」
의문의 여성 「아… 의뢰를 맡기려고요. 오하라 탐정님.」
― 체인을 걸고 살짝 문을 여는 요시코
―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현관에 접근하는 리코
요시코 「의뢰-요?」
의문의 여성 「아, 네! 오하라 탐정님!」 명랑
요시코 「…?」 리코 힐끔
리코 「……?」 갸웃, 끄덕
― 살며시 체인을 풀고 문을 열어주는 요시코
요시코 「그- 오하라 탐정님은 잠깐 자리 비우셨거든요.」
의문의 여성 「아, 정말요? 언제 오세요?」
요시코 「저희가 연락하면 뭐- 그래도 오후 한 4시는 넘어야 될 걸요? 괜찮으세요?」
의문의 여성 「네! 오늘 안에만 만날 수 있으면 돼요!」 끄덕끄덕
요시코 「그럼 잠시 안으로-」
의문의 여성 「아! 잠시만요! 차에 잠깐 얘기 좀 할게요! 금방 올게요!!!」 우다다
― 계단을 내려가 모퉁이로 사라지는 의문의 여성
― 미묘한 표정으로 뒷모습을 바라보는 요시코와 리코
리코 「이상한 사람이다.」
요시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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