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으로 내려가 휴대폰 카메라로 밤하늘을 찍어보는 요시코와 마리
― 요시코의 옆에 붙어서 함께 화면을 보는 리코
요시코 「뭐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리리, 어때?」
리코 「선글라스 때문에 안 보인다니까.」
요시코 「아, 맞다. 미안.」
리코 「잠깐 벗는 것도 안 되겠지?」
요시코 「어- 마리가 허락하면 모르겠지만. 마리, 뭐 찍힌 거 있어?」
마리 「아니. 애초에 휴대폰 카메라라 나올 것도 없을 거야. 등대의 빛도 없고. 요시코, 라이트 켜볼래?」
요시코 「알았어-」 터치
― 휴대폰 손전등을 켜는 요시코
― 코트 주머니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는 마리
요시코 「뭐야, 언제 준비한 거야?」
마리 「출발하기 전에 창고에서 꺼내왔어. 빛 비춰봐.」
요시코 「오케-」
― 찰칵, 찰칵...
요시코 「뭐야 이거.」
마리 「스읍… 설마 등대 불빛이어야 하는 건가? 이게 UFO로 보이진 않지?」
리코 「어.」
요시코 「누가 봐도 그 뭐냐, 그거. 빛 막 퍼져서 보이는 거.」 끄덕
마리 「렌즈 플레어?」
요시코 「어. 그거.」 끄덕끄덕
리코 「그게 뭔데?」
마리 「강한 빛이 렌즈에 직접 들어오면 생기는 노이즈야. 태양 찍을 때 육각형 모양으로 찍히는 거 있지?」
리코 「아- 그거 얘기구나.」
요시코 「방향을 좀 더 아래로 해야 하나? 아니면 등대만 되는 건가?」
마리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꼴똘
리코 「근데 스다 씨가 그랬잖아. 빛이 렌즈 아래로 지나가게 찍는다. 그럼 등대 불빛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 아니야?」
마리 「그래서 여기로 와서 찍은 거야. 근데 결과가 이런 걸 어쩌겠어? 광량이나 빛의 색깔, 어쩌면 등대 자체에 뭔가 있을지도.」
리코 「그럼 다시 등대로 갈까?」
마리 「그 사람들이랑 다시 마주치기 싫어.」
요시코 「유해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던데…」
마리 「그렇다고 득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게다가 6명이 뭉쳐 다니면 강제해산 될 걸?」
요시코 「5인 이상 집합 금지도 아니고 뭔…」
【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CASE #02 . 오호츠크의 UFO ⑦
― 마리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는 요시코와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선 리코
― 해변 돌계단에 앉아 밤하늘만 바라보는 마리
리코 「마리 쨩은 혼자서 또 뭐해?」 힐끗, 째릿
요시코 「생각 정리 중이겠지-」 찰칵, 찰칵
리코 「아까 카페에서도 저러더니. 우리만 계속 고생하고, 눈치 보고. 요시코 쨩은 아무렇지도 않아?」 툴툴
요시코 「익숙하기도 하고. 월급도 많이 받아서.」 찰칵
리코 「월급 많이 주면 됐어… 찍히는 건 있어?」
요시코 「아니. 혹시나 해서 별이랑 구름이랑, 저-기 섬에 통신탑이랑, 다 찍어봤거든.」
리코 「다 별, 구름, 통신탑인 걸 알아보게 찍혔구나.」
요시코 「어. 이걸 UFO로 어떻게 우겨.」 삭제, 삭제...
리코 「줘 봐. 나도 찍어보게.」
요시코 「선글라스 껴서 화면도 안 보인다며?」
리코 「잠깐 벗…」 마리 힐끗
― 다소 거리가 있는 마리
― 마리 「…….」 멍-
리코 「허락받고 올게.」 빙글-
요시코 「혼자 못 가잖아. 같이 가야지.」 팔짱 스윽
리코 「응.」 팔 꼬옥-
요시코 「어-이, 마리-」 터덜터덜
마리 「…?」
요시코 「리리가 사진 찍어보고 싶다는데, 선글라스 벗어도 돼?」
마리 「그래? 흐음-」 빤히
리코 「…….」
마리 「귀신봐도 괜찮으면 그렇게 해.」
요시코 「아하하…」
리코 「알았어. 자, 요시코 쨩.」 샤샥
요시코 「에, 괜찮겠어?」
리코 「도쿄 떠난 뒤로 한 번도 안 봤으니까 괜찮겠지.」 카메라 위잉-
마리 「하긴. 도쿄에서 요시코가 걸어준 방계(防界)면 일주일은 버틸만도?」
요시코 「…그래, 고마워.」 떨떠름
마리 「근데 괜찮겠어?」
리코 「뭐가?」 포커싱 중
마리 「귀신들은 기계랑 주파수가 맞아서 간섭이 잘 일어나거든. 지금 리코가 디지털카메라를 만지면…」 음흉
리코 「뭐, 뭐!」 발끈
마리 「UFO가 아니라 심령사진이 찍힐 지도? 가뜩이나 바다는 귀신도 많은데.」
리코 「…….」 움찔
마리 「뭐해? 찍어.」 싱긋
리코 「…요시코 쨩, 손전등.」
요시코 「어.」
― 찰칵...
마리 「어디- 한 번 볼까?」
― 오른쪽 구석, 밤하늘을 배경으로 찍힌 정체불명의 실루엣
리코 「꺅!!」 흠칫, 부웅-
요시코 「으아아, 카메라, 카메라!」 타탁, 덥석
마리 「그거 비싼 건데.」 지긋-
리코 「안 떨어뜨렸으니까 됐잖아!!」
마리 「조심하라는 의미지~ 렌즈 얼마짜리인 줄 알아?」 니히히
리코 「갚으면 되거든? 나도 돈 많다고.」
요시코 「싸우는 중에 미안한데, 이거 귀신 아니야.」
리코 「그, 그럼 뭐야?」
요시코 「자, 봐. 화면 구석에 이렇게 둥근 실루엣으로 찍히면 뭐겠어? 손가락이지.」
리코 「손가락…」
마리 「뭐 어떻게 잡았길래 손가락이 찍혀? 휴대폰이랑 다르게 렌즈랑 조리개 부분이 튀어나와 있는데.」
리코 「생각보다 무거워서 왼손으로 받쳐서 이렇게…」
요시코 「어쩐지. 카메라 쥐는 게 어설프더라니.」 아하하...
마리 「참 어렵게도 한다니깐~」
리코 「…….」 짜증
요시코 「이것도 UFO 흔적이라고 우길 수 있으려나.」
마리 「그게 되겠어? 형체가 찍힌 위치만 봐도 렌즈 바로 앞에서 찍힌 게 분명…? 렌즈 앞?」
요시코 「…마리?」
리코 「마리 쨩?」
마리 「렌즈 앞… 초점이 맞추어진 UFO… 등대 빛…」 중얼중얼
요시코 「…렌즈 앞에 UFO 형체를 띄우고, 그걸 조준 촬영했다?」
리코 「어? 에, 에이. 설마.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마리 「영상 다시 확인해보자.」
― 유우의 UFO 촬영 영상을 확인하는 세 사람
리코 「…듣고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같네.」
마리 「영상 시작부터 UFO에 조준 촬영이 되어 있고, 이후에 줌만 조절해서 촬영하고 있어. 렌즈 앞에 이 물체를 두고, 렌즈 설정을 바꿔서 원근감을 조작하면 충분히 가능해.」
요시코 「하지만 마리, 이거도 봐. UFO의 창문이라 해야 할까, 이 부분이 조금씩 일렁이잖아. 고정된 물체면 이런 연출은 불가능할 텐데?」
리코 「손떨림 아닐… 아!」 히라메키
마리 「리코는 알았구나?」 씨익
요시코 「왜, 뭔데?」
리코 「등대! 등대의 조명은 바다를 향해 계속 움직이잖아!」
요시코 「아- 그래서 굳이 방파제에서 찍은 거구나.」 끄덕끄덕
마리 「맞아. 검은색 물체에 반사된 빛이 UFO의 실루엣을 만들고, 조종 중인 외계인까지 착각하게 만든 거지.」
요시코 「이제 그 물체가 뭔지만 알면-」
리코 「해결인 거지?」
마리 「그게 뭔지도 대충은 알겠어. 실물 증거가 없어서 문제지만. 물론 내 생각이 맞다면, 조작의 당사자인 두 사람 말고는 실물을 제시할 수 없을 거야.」
―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마리
마리 「…아. 오하라입니다. 아이자와 씨, 전말을 알았습니다.」
리코 「아이자와 씨…」
마리 「죄송하지만, 남편 분을 댁으로 불러주실 수 있나요?」
요시코 「…….」
마리 「아뇨, 그건 아니에요. 남편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 뿐입니다. 아이자와 씨, 정말 죄송합니다만.」
― 한숨을 한 번 쉰 뒤,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마리
마리 「병원에 가고 싶다고,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씀하세요. 그것이 남편분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 다음날 아침,
― 아바시리 관광협회 로비,
― 내선전화로 통화 중인 곤란한 표정의 직원과 입구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네 사람
마리 「아이자와 씨.」
아사토 「네. 탐정님…」
마리 「만약, 남편분께서 아이자와 씨만 만나겠다고 말씀하시면, 그럴 수는 없다고 전하세요.」
아사토 「네…」
마리 「그리고 아마 추가 조사는 없이 마무리될 겁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아사토 「그건 알고 있어요. 어젯밤에 전말을 알아내셨다고 하셨으니까… 그런데 탐정님.」
마리 「네.」
아사토 「정말 저희 남편이… 위장한 외계인이 아닌 거 맞죠?」
마리 「…네. 아이자와 마코토 씨를 만나는 건, 남편분이 진실을 밝히는 마지막 증거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사토 「그런데 왜… 제가 외계인을 찾는 걸 뻔히 알면서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네?」
마리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아사토 씨가 고통받은 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아사토 「…….」
―『저기… 아이자와 씨…』
― 조심스럽게 다가와 마리의 눈치를 살피며 아사토를 부르는 카운터 직원
마리 「다녀오세요, 아이자와 씨. 제가 당부 드린 것만 지켜주세요.」
아사토 「아, 네.」
― 직원을 따라 잠시 자리를 옮기는 아사토
― 마리의 눈치를 보며 멀어지는 직원
요시코 「…뭐야?」
마리 「우리가 듣는 앞에서 말하기 곤란하니까 그렇겠지.」
리코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마코토 씨.」
마리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를 만나기 싫다고 해도, 아사토 씨가 우기면 그쪽도 어쩔 수 없을 거고.」
요시코 「근데 마리, 진실을 밝혀도 아사토 씨가 믿을까?」
마리 「가봐야 알겠지. 정말 딸을 생각하는 좋은 엄마라면, 믿겠지. 아 참, 리코.」
리코 「왜?」
마리 「부탁이 하나 있어.」
리코 「뭔데?」 불안
마리 「마코토 씨를 만나게 되면, 선글라스를 벗고 있어줘.」
리코 「에, 왜?」 움찔
마리 「그리고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리코는 그게 사실인 것처럼 행동해주고.」
리코 「좀 디테일하게 말해. 다짜고짜 그러면…」
요시코 「그래. 연기를 시켜도 합은 맞춰 놓고 해야지.」
마리 「지금부터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싱긋
리코 「…….」 째릿
마리 「마코토 씨의 인상을 보고 결정할 내용이라 그래. 아직 구체적인 게 없는 거고.」
리코 「…귀띔이라도 해줘.」
마리 「리코는 이제부터 의사, 경찰, 기자, 그 외 기타등등 중 하나야.」
리코 「뭐야, 그게.」
요시코 「위장신분이지, 뭐. 마코토 씨를 압박하려고.」
리코 「그런 건 마리 쨩이나 요시코 쨩이 대신해도 되잖아.」
마리 「우린 어제 카운터 직원한테 정체를 들켰잖아. 아사토 씨를 구하고 싶지?」
리코 「…알았어.」 쳇
요시코 「한 번에 좋게좋게 좀 말하지, 괴팍해선… 아, 돌아오시는데?」
― 직원과 함께 돌아오는 아사토
마리 「아이자와 씨.」
아사토 「회의실을 빌렸어요.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될 거예요…」
마리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아사토와 함께 관광협회의 회의실로 들어서는 세 사람
…
― 한동안의 침묵 속에서,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초췌한 인상의 중년 남성
아사토 「여보…」
마코토 「…….」 두리번, 힐끗
마리 「아이자와 마코토 씨, 맞으시죠?」 뚜벅뚜벅
― 마코토의 앞으로 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는 마리
마리 「아이자와 아사토 씨의 의뢰를 받은 탐정 오하라입니다. 저쪽은-」
리코 「…….」 긴장
마리 「제 조수 츠시마, 이번 일과 관련해 심리상담을 위해 모신 사쿠라우치 씨입니다.」
요시코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리코 「자,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마코토 「심리… 상담이요.」 힐끗
리코 「ㄴ, 네. 아, 아이자와 아사토 씨의 건으로 마리… 오하라 씨께 협조를 부탁받아…」 움찔
마코토 「그렇군요. …여보, 사실이야?」
아사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사토〕」
마코토 「내가 그렇게 말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
마리 「아이자와 마코토 씨. 부인을 향한 책망은 나중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아사토 씨를 돕는 게 먼저입니다.」
― 마코토의 뒤로 손을 뻗어, 살짝 열린 회의실의 문을 끝까지 닫고 잠그는 마리
마리 「외부로의 발설은 하지 않을 테니, 부디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앉으시겠습니까?」
마코토 「……네.」 꾸벅
마리 「아내분의 옆에 앉아주세요. 저희가 맞은편에 앉겠습니다.」
― 아이자와 부부의 맞은편에 앉아, UFO 추적 일지와 앨범을 꺼내 보여주는 마리
마리 「지금부터 아이자와 마코토 씨의 의뢰, “아바시리의 UFO와 외계인의 행적 조사” 그 진행과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쿠아 장편 > 영혼탐정 오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10- (0) | 2025.03.20 |
---|---|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9- (0) | 2025.03.18 |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7- (0) | 2025.02.10 |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6- (0) | 2025.02.05 |
리코(26)「영혼탐정 오하라 : 길티키스 사건부」 -5- (0) | 2025.0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