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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음집/니지가사키 단편

카나타「어래? 시오리코 쨩?」

by 양털책갈피 2021. 5. 4.

▶ 방과 후, 동호회실 앞


카나타 「(연습도 없는 날인데, 무슨 일일까? 문도 제대로 안 닫아두고) 」

 

카나타 「…뭐 하는 거려나?」 빼꼼


시오리코 「…….」 마우스 딸깍딸깍


카나타 「엄청난 눈빛으로 노트북 보고 있어….」

 

시오리코 「…….」 딸깍딸깍


카나타 「(연습도 없는 날,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노트북을 노려보는 시오리코 쨩이라…)

 

카나타 「신선하긴 해도 역시 이상하네. 개인 노트북 같은데, 게다가 학생회실도 와이파이는 될 텐데 왜?」 중얼


시오리코 「……!」 딸깍딸깍딸깍-


카나타 「(우왓! 깜짝이야! 눈도 부릅뜨고 마우스 광클하고 있어! 지금 들어가면 불편해하겠지…)」


시오리코 「…….」 딸깍, 딸깍


카나타 「(아, 다시 돌아왔다. 티켓팅같은 거려나? 아냐, 아냐, 티켓팅이라면 저렇게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올 수 없겠지)」

 

카나타 「으음, 궁금한데 이쪽에서는 화면을 못 본단 말이지… 으왓!」 덜컹―

 

시오리코 「!」 화들짝


카나타 「아. 」 들켰다


【시오리코 쨩은 뭐하고 있을까】

 

시오리코 「카, 카나타 씨?!」 노트북 덮기


카나타 「아하하……. 안녕, 시오리코 쨩.」


시오리코 「아, 안녕하세요…….」


카나타 「이야, 뭔가 엄-청 집중하고 있어서 말이야, 들어가기가 그렇더라구? 아, 베개 커버 바꾸려고 온 거니까 그, 카나타 쨩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해도 돼.」


시오리코 「아, 아뇨! 괜찮습니다!」 단호


카나타 「…저, 시오리코 쨩? 그렇게 반응하면 오히려 더 수상하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시오리코 「그, 그런가요?」


카나타 「응! 응! 그렇다요?」 끄덕끄덕


시오리코 「하, 하지만 역시 무리입니다! 다른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카나타 「(문도 똑바로 안 닫아뒀으면서, 얘가)」

 

카나타 「그, 그래? 그럼 빨리 바꾸고 피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어색


시오리코 「아, 네!」


카나타 「(으으, 그냥 모른 척하고 집으로 갈 걸! 이런 반응이면 아무리 카나타 쨩이라도 어색하다고)」 베개 커버 바꾸는 중


시오리코 「……」 안절부절


카나타 「(시오리코 쨩, 도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저렇게 반응하는 걸까… 설마, 아니겠지…?)」

 

카나타 「자! 다 갈았다! 그럼 시오리코 쨩! 이만 가볼게!」 어색


시오리코 「빠, 빨리 바꾸셨네요.」


카나타 「으응? 어… 뭐, 그렇지? 그, 그럼 난 가볼게.」 쭈뼛쭈뼛


시오리코 「…네, 조심히 돌아가세요.」


카나타 「…….」 우뚝


시오리코 「카나타 씨?」


카나타 「저기, 시오리코 쨩? 그, 뭐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역시 학생이니까 그건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시오리코 「네, 넷? 뭐가 말입니까?」 화들짝


카나타 「물론 카나타 쨩 주변에도 그런 일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 빙글 돌아, 시오리코에게 다가가는 카나타

 

카나타 「아직 1학년이라 아르바이트도 어렵고 다 이해해. 그래도…! 돈이 필요한 거라면 카나타 쨩도 아르바이트 소개든, 도와줄 테니까!」


시오리코 「저, 카나타 씨.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게…」


카나타 「응?」


시오리코 「오해할만한 언동을 보여 죄송합니다. 그, 카나타 씨가 걱정하시는 그런 건 아니에요.」


카나타 「저, 정말이지? 비트코인이라거나, 인터넷 도박 아니지!」 손 덥석


시오리코 「제, 제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요? 그보다…」

 

― 살포시 카나타를 밀어내는 시오리코

 

시오리코 「가, 가까우니 조금만 떨어져 주시면 안 될까요?」 당황


카나타 「아, 미안미안. 그야 카나타 쨩 걱정했다구? 시오리코 쨩, 한 달 용돈도 3천 엔밖에 안 되고, 요즘 동호회 활동 때문에 지출도 늘었을 테고, 그래서 혹시 나쁜 길로 빠졌던 건 아닐까~ 했다구?」


시오리코 「제가 설마 그럴 리가요. 용돈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평소 생활 습관대로 절약해서 지내면 충분히 여유는 있습니다.」


카나타 「그렇지~? 역시, 시오리코 쨩이 그런 나쁜 일을 할 아이는 아니지, 응!」 끄덕

 

― 가만히 시오리코를 바라보는 카나타

 

카나타 「…그래서 시오리코 쨩.」 능글

 

시오리코 「네?」

 

카나타 「뭐 하고 있었어?」


시오리코 「그건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카나타 「아아- 카나타 쨩,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구나~」 힝구

 

시오리코 「!」 깜짝

 

카나타 역시 그렇지? 매일 잠만 자는 선배 따위 믿음이 하나도 안 가는 거겠지?」 시무룩-


시오리코 「그런 건 아닙니다! 카나타 씨가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카나타 「그럼 왜 안 알려주려는 걸까나?」 능글능글


시오리코 「그, 그건…」


카나타 「(흠- 이렇게 하면 알려 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안 되는 건가~)」 유심히-


시오리코 「…ㄹ..요?」


카나타 「응? 시오리코 쨩, 뭐라고 했어?」


시오리코 「저, 저기! 카나타 씨!」 소매 덥석


카나타 「오잉?」 깜짝


시오리코 「비, 비밀로 해주실 거죠?」 발그레


카나타 「엣?」

 


▶ 잠시 후, 노트북 앞의 두 사람


시오리코 「어떤가요? 굉장하지 않나요?」


카나타 「…으, 응. 그런 것 같네.」


시오리코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깊게 들어간다니 겁이 났지만…, 역시 직접 보고 경험해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딸깍딸깍


카나타 「여, 역시 그렇지? 응, 그렇지, 어.」 끄덕끄덕


시오리코 「♪ ♩ ~ ♬」 콧노래


카나타 「(이야, 설마 했더니, 이거 참.)」


시오리코 「아, 또 폐광이 있네요. 여기도 지상까지 연결하도록 하죠.」 뚝딱뚝딱


카나타 「(마인크래프트 일 줄이야!)」


시오리코 「처음 채광할 때는 실수로 떨어져 죽기도 했는데, 지금은 협곡에 임시거처도 지어놨어요! 어떤가요?」 초롱초롱


카나타 「오오, 대단하네, 시오리코 쨩~ 대단해, 대단해.」

 

카나타 (아마 대단한 거겠지?)」


시오리코 「이 위에는 자동화 공장들을 설치해뒀어요. 이걸로 철과 경험치는 굳이 직접 얻으려 하지 않아도 돼요! 어떤가요?」


카나타 「대단해, 대단해, 시오리코 쨩~

 

카나타 (이 게임 잘 몰라! 직접 해본 적 한 번도 없어!)」 쓰담쓰담


시오리코 「후훗,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카나타 「그보다 마인크래프트라면 카스미 쨩에게 같이 하자고 했어도 되지 않아? 카스미 쨩, 요즘 팬미팅 이 게임 속에서 하던데?」


시오리코 「저도 말하고 싶지만… 카스미 씨는 뭐랄까, 제가 게임을 한다고 하면 믿어주질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직은 혼자 하는 게 더 재밌기도 합니다.」 딸깍딸깍


카나타 「우웅, 그래도 같이 하자고 하면 카스미 쨩도 좋아할 텐데. 아, 산에 글씨도 있네.」


― MIFUNE


시오리코 「아, 저기 산에 써둔 글씨는 다이아몬드 블록으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양털로 만들었는데, 다이아몬드가 많아서 이틀 전에 바꿨어요.」


카나타 「직접 만든 거구나

 

카나타 (이거 완전 초등학생 아냐)」


시오리코 「양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목장도 보실래요?」 딸깍딸깍


― 길들인 늑대 『카스미 씨』
― 길들인 늑대 『카린 씨』
― 길들인 늑대 『세츠나 씨』


카나타 「멤버들 이름이네?」


시오리코 「네. 뭔가 저 세 분은 개랑 어울리는 이미지라 무심코…」


카나타 「그런가?」


시오리코 「카스미 씨는 치와와 같은 소형견, 세츠나 씨는 말라뮤트, 카린 씨는 늑대라는 느낌 아닌가요?」


카나타 「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시오리코 「카나타 씨도 있어요.」


― 양(보라색) 『카나타 씨』 메에-


카나타 「(양이 원래 이렇게 기묘하게 생겼던가) 

 

카나타 우와, 털이 보라색이네.」


시오리코 「카나타 씨의 퍼스널 컬러로 염색시켜 봤어요. 다른 색깔의 양들도 있답니다.」


― 양(빨간색) 『빨강 카나타 씨』 메에-
― 양(파란색) 『파랑 카나타 씨』 메-
― 양(노란색) 『노랑 카나타 씨』 -메-
― 그 외 기타 등등 양나타 씨


카나타 「뭔가 기분이 묘하네. 카나타 쨩이 한가득이라 그런가~」


시오리코 「아, 양털이 다 자랐었군요.」 딸깍


― (훅)
― 카나타 씨 「메에-」 대머리


카나타 「…….」


시오리코 「가위를 들고 우클릭하면 이렇게 양털을 채집할 수 있어요. 다른 양들도 깎도록 하죠.」 딸깍딸깍


카나타 「저기, 시오리코 쨩.」


시오리코 「네?」


카나타 「나 뭐 잘못했어?」


시오리코 「아, 아무것도… 혹시 양털 때문에…」


카나타 「이야, 뭔가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


시오리코 「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요!」 당황


카나타 「역시 그렇지~ 카나타 쨩은 아직 대머리가 되긴 싫다구?」


시오리코 「아하하… 다른 동물들도 보러 가보죠!」


카나타 「다른 동물들은 이름 어떻게 지었어?」


시오리코 「다른 동물들은 이름이 없어요. 뭔가 멤버분들과는 어울리는 동물이 없어서요. 오실롯을 키운다면 아이 씨와 리나 씨로 이름을 지을까 하는데, 아직 찾지 못했어요.」


카나타 「확실히 그 둘은 고양이 느낌이지. 소, 말, 닭… 새도 있네」


시오리코 「앵무새랍니다.」 니코-니코-


카나타 「(순수하네, 시오리코 쨩)」 흐뭇


시오리코 「남은 건 돼지 농장뿐이네요.」


카나타 「돼지인가~ 얘들은 아무 이름도 없어서 다행…에? 시오리코 쨩?」


시오리코 「앗…」


― 돼지 『이사장』


카나타 「…….」


시오리코 「이, 이건 그냥 이사장님 머리 색깔이 분홍색이어서…!」


카나타 「아유무 쨩도 분홍색인데?」


시오리코 「…에잇」 딸깍


― 돼지 <이사장> 「뀌익-!」
― 띵 띠 딩 (경험치, 아이템 먹는 소리)


카나타 「……」


시오리코 「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카나타 「시오리코 쨩.」


시오리코 「네.」


카나타 「돌아갈 때 파르페 사줄까?」


+) 후일담, 다른 날의 방과 후 동호회실


카나타 「오, 시오리코 쨩, 안녕.」 드르륵


시오리코 「아, 카나타 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베개 커버인가요?」 마우스 딸깍딸깍


카나타 「그렇다요~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하게 털 달린 커버로 바꾸려고. 어제 카스미 쨩이랑 방송은 잘 했어?」


시오리코 「네. 카스미 씨 진행실력도 좋고, 게임도 잘하셔서 팬분들도 재밌어하셨어요.」 딸깍딸깍


카나타 「카나타 쨩, 아르바이트만 없었어도 생방송 봤을 텐데, 아쉽네.」 카나타-천


시오리코 「이번 주말에 편집본이 카스미 씨 채널에 올라갈 거에요. 그거라도 봐주세요.」


카나타 「오케이~ 이야, 주말이 기대되네-」 베개 커버 바꾸는 중


시오리코 「후훗, 이것도 모두 카나타 씨 덕분이에요. 카나타 씨 말씀대로 카스미 씨께 얘기해보길 잘했어요.」 딸깍딸깍


카나타 「그런가? 그렇게 말해주니 카나타 쨩도 기쁘네. 시오리코 쨩, 지금도 마크 중이야?」


시오리코 「아니요. 지금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어요. 언니께서 어제 방송을 보신 뒤에 추천한다며 사주신 게임이에요.」 딸깍딸깍


카나타 「언니라면, 카오루코 씨인가? 어떤 게임이야?」


시오리코 「음, 쉽게 설명하면 ‘괴생명체를 연구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겠네요.」 딸깍딸깍


카나타 「(괴생명체? 경영 시뮬레이션?)

 

카나타 「음- 조금 특이한 스타듀 밸리 같은 게임이려나? 뭔가 시오리코 쨩이랑 어울리는 게임이네, 학생회장이기도 하고.」


시오리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재밌게 하고 있어요. 나름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한번 보실래요?」


카나타 「어디어디? ‘행운의 주인공’?」 빼꼼


시오리코 「네, 마침 직원 중에 행운의 주인공을 뽑고 있었어요.」


카나타 「헤에-」


― 룰렛 <행운의 주인공>
― 빙글빙글빙글빙글
― 빰빠밤 빠바바 바밤 빠바밤
― <행운의 주인공 – 아메노 치하레>
― (박수 소리)


카나타 「(아메노 씨, 표정이 왜 저렇지?)

 

카나타 저기, 시오리코 쨩, 당첨된 사람은 어떻게 돼?」


시오리코 「당첨된 직원은 안전한 근무환경의 중앙본부로 발령받고, 그의 가족들에게 막대한 연봉과 연금이 보장됩니다.」


카나타 「헤에 … 어라?」


― CENSORED CENSORED CENSORED CENSORED CENSORED
―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 삐----(검열의 소리)-------
― (콥스파티) 후두둑


카나타 「…어래?」


시오리코 「표면상의 이야기는 그렇고, 실상은 저 괴물에게 잡아먹힙니다. 인신공양이라 할 수 있죠.」 딸깍딸깍


카나타 「이, 인신공양?」 힐끔-


시오리코 「네. 공포에 직면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죠.」 싱긋


카나타 「시, 시오리코 쨩?」 소름


시오리코 「네, 카나타 씨」 딸깍딸깍


카나타 「이 게임, 하, 학생이 하기에 너무 잔인하잖아! 시오리코 쨩, 이거 나쁜 게임이야!」


시오리코 「그런가요?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죽는 건 게임 속의 캐릭터이고, 현실과 혼동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 자체도 사원을 희생해가며 나아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카나타 「그,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나쁘다는 거야! 아무리 게임이라도 사람이 저렇게 죽는 건… 너무 불쌍하잖아!」


시오리코 「아뇨, 불쌍하지 않습니다. 방금 잡아먹힌 저 아메노 사원의 적성은 다른 사원들을 대신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입니다.」 정색


카나타 「에?」


시오리코 「지능도 낮고, 절제도 낮고, 정의도 낮고, 용기만 무식하게 높은 아메노 사원은 솔선수범 괴물에게 잡아먹혀 다른 직원들을 지키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이 그의 역할입니다.」 죽은 눈


카나타 「...」


시오리코 「아, 방금 그 작업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네요! 이 무기는 아이 씨께 드리도록 하죠.」 딸깍딸깍


카나타 「...」


시오리코 「카린 씨께도 드리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하나밖에 못 만드는군요. 자, 오늘 업무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닛코링-


카나타 「시오리코 쨩」


시오리코 「네, 카나타 씨」


카나타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시오리코 「네? 그래도 될까요?」


카나타 「응응, 얼마든지 환영이라구?」


시오리코 「아, 하지만 댁에 여동생분도 계실 텐데, 이렇게 갑자기 가는 건…」


카나타 「괜찮아, 괜찮아! 하루카 쨩이랑 시오리코 쨩 동갑이고, 서로 친해질 수 있을 거야~」


시오리코 「그, 그럼 사양하지 않고…」


카나타 「응! 같이 돌아가자! …그리고 시오리코 쨩.」 손 덥석


시오리코 「카, 카나타 씨?」


카나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줘, 알았지?」


시오리코 「네? 네…….」


카나타 「좋아, 그럼 재료부터 사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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