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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음집/니지가사키 단편

⁄/*イ`^ᗜ^リ 「맑음 소녀 주의보」

by 양털책갈피 2021. 9. 20.

※맑음 소녀(晴れ女, 하레온나) : 화창한 날씨를 부르는 여자(소녀)라는 뜻의 일본어를 번역한 것. 세츠나는 2020년 3월 월간 앙케이트에서 맑음 소녀로 뽑혔음.

 

 

BGM : Sereno - 맑은 하늘 주의보


-1-

▶ 어느 날의 점심시간, 기숙사 카린 방

미아 「자기소개는 이제 됐고. 그 다음.」 햄버거 모구모구

카린 「I, I'm… 아니 My… 맞나? 뭐였지? 뭐더라?」 어버버

미아 「아니, 고3이 좋아하는 과일 얘기하는 법도 몰라? 공부 안 했어?」

카린 「영어가 어려운 걸 어떡해!」

미아 「자랑이야 그게? 이러면서 어떻게 DiverDiva 노랠불러?」

카린 「그거야 노래랑 회화는 다르니까.」 의기양양

미아 「자랑할 포인트가 아니거든?」

카린 「…다시 알려줘.」

미아 「하- 진짜 뭐냐고 이게. 기초적인 영어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일부터 받아오고.」 Shit

카린 「거기서 "영어 못해서 안 돼요"라고 말할 수 없잖아. 작가님이랑 PD님이랑 다 있는데. 나는 아사카 카린이라고?」

미아 「차라리 다른 스케줄 핑계 대고 거절했음 됐잖아. 그럼 이 고생도 안 할 거 아냐.」

카린 「그렇지만 질문도 미리 알려준다고 했고, 답변은 내가 미리 연습해가면 되니까…」

미아 「그 연습이 똑바로 안 되고 있잖아!」 어흥

카린 「무섭게 왜 화를 내, 미아… 내가 언니잖아?」

미아 「미국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학년으로 따지거든? 자, 대본 다시 봐.」

카린 「웅…」 시무룩

미아 「What's your favorite fruit? 자, 대답.」

카린 「아- Shine muscat!」

미아 「…그래, 뭐. 그렇게 대답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니까. 굳이 앞에 이것저것 붙여서 틀리는 것보단 그게 더 좋겠다.」 체념

카린 「알았어! 평소에도 연습하면 될 거 아냐!」  투덜

미아 「다음 주에 인터뷰니까, 적어도 내일까지 외워. 」

― 동호회 연습 시간, 
― 중간 휴식 중

세츠나 「후우- 역시 몸을 움직이면 상쾌하고 좋네요!」 활-짝(물 벌컥벌컥)

카린 「페이버릿, 샤인 머스캣- 페이버릿, 샤인 머스캣-」 중얼중얼

세츠나 「카린 씨?」

카린 「샤인 머스캣… 어? 세츠나, 왜?」 깜짝

세츠나 「왜 그러세요? 샤인 머스캣?」 

카린 「아- 그냥. 샤인 머스캣이 갑자기 생각나서.」 

카린 「(영어 못해서 연습 중이라고는 말 못 해!)」

세츠나 「헤에-! 카린 씨 샤인 머스켓 좋아하셨군요! 역시 맛있죠, 샤인 머스캣!」

카린 「으, 응. 그렇지. 시원하고 달고.」 끄덕

세츠나 「저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망고 향이 좋더라고요.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꺼내 먹으면 (재잘재잘)」

카린 「(영어 연습해야 되는데, 하필 세츠나한테 걸려서… 곤란하네)」 어색한 웃음

세츠나 「?」 갸웃 

 

 

― 하굣길,

세츠나 「(집에 가면 어제 사둔 라노벨부터 읽고, 그리고 다음에-)」 사뿐사뿐

― 과일 트럭 On
―「샤인 머스캣」, 「석류」, 「하우스 감귤」 그 외 등등

세츠나 「샤인 머스캣이네요.」 힐끔

세츠나 「(그러고 보니 아까 카린 씨,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었죠. 점심시간에도 사라져서 엠마 씨가 걱정했고.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곰곰

― 샤인 머스캣 「(맛있음)」

세츠나 「…음, 카린 씨 샤인 머스캣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하나 사서 내일 학교로 가져갈까요?」 트럭 총총총

― [매진] 샤인 머스캣 : 한 송이 1300엔

세츠나 「아, 하필 매진이네요.」 실망

세츠나 「(선물하기로 약속한 건 아니지만, 기왕 생각해낸 김에 뭐라도…)」 두리번

세츠나 「아! 저거면 되겠다! 저기, 사장님!!!!」 


▶ 다음 날 점심시간, 기숙사 카린 방

카린 「Thank you~」  손 흔들흔들

미아 「…….」

카린 「괘, 괜찮았어?」

미아 「…뭐, 발음이야 일본이니까. 나쁘지 않았어.」 끄덕

카린 「정말! 진짜야?」 화색

미아 「외워오라고 겁 좀 줬더니, 진짜 다 외워오네?」 피식

카린 「뭐야? 나도 그 정도는 한다고?」 흥

미아 「네- 네- 알았어. 이제 점심 먹고, 끝나기 전에 한 번만 더 보자.」 도시락 부스럭

카린 「에, 한 번 더?」

미아 「왜. 싫어?」

카린 「아, 아니. 아닙니다.」 추욱

― 드르륵, 쾅!!

세츠나 「아! 여기 계셨구나!!」 with.아이스박스

카린 「…! 세츠나?!」 쿨럭

미아 「무슨 일이야?」

세츠나 「카린 씨께 드릴 게 있어서요! 이야- 여기저기 다 찾아다녔는데 미아 양이랑 여기 계실 줄은 몰랐네요!」 땀 슥슥

카린 「그런 거라면 그냥 전화하지 그랬어.」

미아 「아무한테도 들키기 싫다고 휴대폰 꺼놨잖아.」

카린 「아, 맞다 그랬었지. 미안, 세츠나. 괜히 고생만 시키고…」 쓰담쓰담

세츠나 「괜찮아요! 그보다 이거요!」 아이스박스

카린 「이게 뭐야?」 

세츠나 「열어 보세요!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보여서 샀어요.」

― 달칵,
― 포도 두 송이

카린 「포도네?」

세츠나 「네! 원래는 샤인 머스캣 사려고 했는데 매진이라… 대신에 포도로 샀어요.」

카린 「헤에-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고마워, 세츠나.」 

세츠나 「점심 다 먹고, 셋이서 먹죠!」 활-짝

미아 「그럼 연습은 방과 후에 해야겠네.」

세츠나 「네? 무슨 연습이요?」

미아 「카린 영어 연습.」

카린 「잠깐, 미아!」 화들짝

미아 「영어도 잘 못하면서 덜컥 영어 인터뷰 약속을 받아왔데. 도와달라고 해서 같이 있던 거고.」 

세츠나 「그랬군요! 그런 거라면 동호회 모두가 도와드릴게요!」

카린 「아, 아냐! 괜찮아!!」

― 점심 식사 후,
― 포도 먹는 중

미아 「포도는 항상 먹으면서 씨 뱉어내는 게 싫단 말이지.」 톡, 냠

세츠나 「그래서 일부러 씨 없는 포도로 골랐어요!」 헤헷

미아 「오, 그러게.」 안 씹히네

카린 「…….」 포도 물끄럼

세츠나 「카린 씨, 안 드세요?」

카린 「어? 아, 잠깐 딴생각 좀 했어. 잘 먹을게.」 톡, 냠

세츠나 「네!」

미아 「왜? 별로야?」 난 맛있는데

카린 「그냥. 포도는 원래 보라색이지- 싶어서.」

미아 「뭔 소리래.」 피식

세츠나 「⁄/*イ`^ᗜ^リ !」


-2-

▶ 어느 날의 방과 후, 동호회실

아유무 「…….」  휴대폰 보는 중

시즈쿠 「…….」 책 읽는 중

아유무 「저기, 시즈쿠 쨩.」

시즈쿠 「네?」 깜짝

아유무 「아, 미안. 책 읽는데 방해했지?」 

시즈쿠 「아, 아뇨! 괜찮아요.」 책 덮

아유무 「뭐 읽고 있었어?」

시즈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에요. 이번에 연극부에서 연습 중인 이야기거든요.」

아유무 「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살하는 책 말이야?」

시즈쿠 「네! 맞아요! 사랑하는 이와 이어질 수 없는 주인공, 사랑하는 그녀에게 평온을 주는 것은 자신의 죽음뿐이란 걸 깨닫고 권총으로 자살…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죠.」 

아유무 「사랑 때문에 죽는 거였구나. 있지, 그럼 시즈쿠 쨩은…」

시즈쿠 「?」

아유무 「사람이 죽는 이야기도, 평범하게 잘 볼 수 있는 성격이야?」

시즈쿠 「아- 질문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 같아요.」 끄덕

아유무 「그러면 말이야!」 바짝

시즈쿠 「아유무 씨?!」 깜짝

아유무 「데스게임 장르도 괜찮아?」

시즈쿠 「…네?」

아유무 「그 왜 있잖아, 목숨을 걸고 어떤 대회에 참가해서 1등을 한다거나, 살아남아서 상금을 얻는다거나, 그런 장르.」

시즈쿠 「〈신이 말하는 대로〉, 〈헝거게임〉 이런 거요?」

아유무 「응! 응! 그런 거!」 끄덕끄덕

시즈쿠 「아- 글쎄요. 몇 번 보기는 했는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요.」

아유무 「그, 그래. 그랬구나…」 뽀무룩

시즈쿠 「그런데 그건 왜요?」

아유무 「이번에 개봉한 영화 중에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데스게임 장르거든. 유우 쨩한테 얘기했는데, 유우 쨩은 잔인한 거는 보기 싫다고 해서.」

시즈쿠 「헤에-」

아유무 「그래서 혹시 시즈쿠 쨩은 영화 보는 것도 원래 좋아하니까, 그런 것도 괜찮아하지 않을까 해서…」 넌지시

시즈쿠 「그럼 같이 보러 가실래요?」

아유무 「어? 괜찮아?」

시즈쿠 「못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유무 씨께서 권유해주신 건데, 거절할 수는 없죠.」 싱긋

아유무 「선배라서 거절하기 어려운 건 아니고?」

시즈쿠 「에이, 제가 그런 거 눈치 볼 성격이면 카나타 씨께 잔소리하지도 않죠.」 후훗

아유무 「그, 그렇겠네.」

시즈쿠 「그럼 이번 주말에 보실래요?」

아유무 「응! 표는 내가 살게! 내가 보자고 한 거니까!」 뽀뭇!

시즈쿠 「네! 부탁드릴게요.」

― 휴대폰으로 예매 완료

시즈쿠 「그보다 꽤 의외네요.」

아유무 「응?」

시즈쿠 「뭔가 아유무 씨는 그런 거 싫어할 이미지라서요.」

아유무 「그래?」

시즈쿠 「네. 피가 튀고 사람이 픽픽 죽는 영화보다는, 달콤한 로맨스 영화랑 어울리는 이미지니까요.」

아유무 「하나 쯤은 그런 취향이어도 괜찮잖아…」 괜히 뾰루퉁

시즈쿠 「의외라고 했지, 이상하다고 하진 않았다구요? 저도 고전 영화를 더 좋아하고, 취향이란 건 다양하니까요. 데스 게임에서 어떤 부분 좋아하세요?」

아유무 「음- 절박함이라고나 할까?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이라거나, 전략이 성공해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 이런 게 좋지. 시즈쿠 쨩은?」

시즈쿠 「저는 별로…」

아유무 「아, 맞다 그랬었지 참. 신나서 나도 모르게… 그럼 시즈쿠 쨩은 왜 안 좋아해?」

시즈쿠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머뭇

아유무 「?」

시즈쿠 「엑스트라가 죽는 모습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요.」

아유무 「…엑스트라?」

시즈쿠 「대사 한 줄 없이 죽어나가잖아요. "으아악!" 한 마디가 전부고. 연극을 해서 그런가, 그렇게 쓸쓸하게 퇴장하는 모습이 뭐랄까- 그 배우에게 이입이 된다고나 할까-」 흐음

아유무 「그럼 이번에 나랑 볼 때는 주인공에 이입해서 봐봐! 재밌을 거야!」

시즈쿠 「아, 저도 마지막 쯤엔 주인공에게 잘 이입해요. 다만, 옆에 주인공 대신해서 죽는 조연들에게 또 마음이 가서 문제지만…」 쓴웃음

아유무 「아무래도 주인공이 죽을 수는 없으니까.」 아하하…

시즈쿠 「그건 그렇죠. 솔직히 희생하는 조연들도 이해가 안 가요. 똑같이 살고 싶을 텐데, 너무 흔쾌히 대신 죽잖아요.」

아유무 「그, 그렇지… 나는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한 번도 생각 못 해봤어…」 자신감 하락 중

시즈쿠 「…그래도 있죠, 아유무 씨.」 

아유무 「응?」

시즈쿠 「만약 제가 아유무 씨랑 데스게임에 참가하면, 마지막에 아유무 씨를 대신해서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유무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깜짝

시즈쿠 「무슨 소리긴요, 말 그대로죠.」

아유무 「뭐야 정말-!」 뿌-꾸-

시즈쿠 「지금 얼굴 엄청 빨갛다구요?」 히죽

아유무 「그런 소리 들으려고 영화 보자고 한 거 아니거든! 선배를 놀리면 못 써!」 떽

시즈쿠 「선배라고 해도, 저희 실제로는 한 달밖에 차이 안 난다구요?」 ※아유무 3월 1일 생(빠른), 시즈쿠 4월 3일 생

아유무 「칫, 시즈쿠 쨩!!」 주먹 콩콩

시즈쿠 「아하하하! 간지러워요! 그만 하세요!」 팔 휘적휘적

― 드르륵, 쾅!!

세츠나 「안녕하세요!!!」 활-짝!

시즈쿠 「안녕하세요, 세츠나 씨! 아, 정말 아유무 씨 그만하시라니까요!」  꺄르르

아유무 「시즈쿠 쨩이 놀려서 그런 거잖아!」 흥

세츠나 「두 분 무슨 일 있었나요?」 해맑

시즈쿠 「그냥 제가 조금 심술 좀 부렸어요.」 데헷

아유무 「정말이지, 시즈쿠 쨩 은근슬쩍 얌전한 척하고. 나만 모양이 이상하게 됐잖아.」

시즈쿠 「글쎄요-」 으쓱

세츠나 「두 분 사이 좋으면서 어색하게 왜 그래요. 자! 그만 투닥투닥 하시고, 이거 드세요!」 주섬주섬

아유무/시즈쿠 「?」

세츠나 「쨘! 여기요!」 보라색 쿠키 1개

아유무 「저기, 세츠나 쨩. 이거 혹시…」

세츠나 「네! 아까 가정 시간에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남은 게 하나 뿐이지만 부디 두 분이서 드셔주세요!」 먹고 화해하는 거예요!

시즈쿠 「…….」 두뇌 풀가동

아유무 「있지, 시즈쿠 쨩.」

시즈쿠 「네?」

아유무 「아까 했던 그 말, 거짓말 아니지?」

― 시즈쿠 「만약 제가 아유무 씨랑 데스게임에 참가하면, 마지막에 아유무 씨를 대신해서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즈쿠 「…….」

아유무 「아. 니. 지?」 생긋

시즈쿠 「…잘 먹겠습니다.」 냠

세츠나 「⁄/*イ`^ᗜ^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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