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어느 날, 교토
― 시오리코 자취방,
― 오후 11시 30분
시오리코 「Zzz」 흠냐
― 띵-동 ♬
시오리코 「Zzz」 뒤척
― 띵동-
― 똑, 똑, 똑
시오리코 「…?」 부스스
― 띵동-
― 쿵, 쿵, 쿵!
시오리코 「뭐, 뭔가요?!」 흠칫
― ??? 「시오코- 문 좀 열어줘-」 띵동띵동-
시오리코 「에, 카스미 양?」 비척비척
― 덜컹, 끼익-
카스미 「야호- 시오코! 오랜만이야!」 히히
시오리코 「…네, 오랜만입니다.」 눈 껌뻑껌뻑
카스미 「밤은 역시 춥네~」 실례합니다
시오리코 「…….」 현관, 멀뚱-
카스미 「아직 11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자고 있었어? 불 좀 킬게.」 스위치 On
시오리코 「…….」 상황 파악 중
카스미 「옷은 어디 두면 돼?」 코트 주섬주섬
시오리코 「…아, 저 주세요. 옷걸이에 걸어둘게요.」
카스미 「땡큐-」
― 시오리코 「〔코트 툭툭〕」 옷걸이 달칵,
― 카스미 「♬~♪♩」 콧노래, 어슬렁
시오리코 「저기, 카스미 양.」 고개 휙-
카스미 「시오코, 먹을 거 없어?」 부엌 선반 뒤적뒤적
시오리코 「네? 갑자기 뭐ㄴ
카스미 「뭐야, 냉장고 안에도 아무것도 없네. 모처럼 놀러 왔더니.」 뿌우-
시오리코 「멋대로 냉장고 열지 마세요.」
카스미 「혼자 산다고 너무 대충 먹는 거 아냐? 그래도 밥솥은 있네.」
시오리코 「…카스미 양.」
카스미 「웅?」
시오리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와선… 혹시, 무슨 일 있어요?」
카스미 「…에이, 그냥 잘 살고 있나 궁금해서 온 거야~ 친구 만나러 오는 것도 안 돼?」 헤실헤실
시오리코 「그런 사람이, 왜 기운 없는 표정인 건데요? 눈도 빨갛고…」 조심스레
카스미 「시오코.」 차분-
시오리코 「네?」 깜짝
카스미 「나 배고픈데. 우리 뭐 먹으러 나가자!」 헤헷
【별과 이야기하는 밤】
▶ 자취방 근처 심야식당
시오리코 「뭐로 시킬까요?」
카스미 「만두! 만두 먹고 싶어!」
시오리코 「만두요? 여기 만두가 있었던가…」 메뉴 읽는 중
카스미 「저기요~! 여기 물만두 둘, 군만두 셋이요!」
―「주문받았습니다-!」
시오리코 「…뭘 얼마나 먹을 생각인 건가요.」
카스미 「에이, 사람도 둘이고 저녁도 안 먹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시오리코 「…….」
카스미 「자, 일단 물 한 모금 하고.」 꼴꼴꼴
시오리코 「아, 감사합니다.」 홀짝
카스미 「대학은 다닐만 해?」
시오리코 「이제 4학기째예요. 못 다닐 것 같았으면 진작 뛰쳐나왔죠.」
카스미 「하긴 그렇겠지? 이야, 벌써 2년이나 됐구나.」 꼴깍꼴깍
시오리코 「…….」
카스미 「시오코 신입생 때가 한 달 전인 것 같은데.」 에헤헤
시오리코 「…그런가요.」
카스미 「그보다 대학가는 좋다- 늦게까지 식당도 열고.」 사람은 적지만
시오리코 「…저녁은.」 쭈뼛
카스미 「웅?」
시오리코 「저녁은, 왜 안 드셨어요?」
카스미 「…그러게.」 멋쩍
시오리코 「무슨 일인지, 얘기 안 해주실 거예요?」
카스미 「…….」 컵만 만지작
시오리코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계속 딴 얘기만 하시잖아요.」
카스미 「에이, 뭐. 오랜만에 만났는데 재밌지도 않은 얘기를 해…」
시오리코 「요즘 일이 잘 안 돼요? TV도 몇 번 나오고, 개인 활동도 하고 있잖아요.」
카스미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기 보다는…」 머뭇
시오리코 「…….」
카스미 「…….」 고개 푹
시오리코 「…천천히 말해도 돼요. 편할 때 얘기해줘요.」 손 꼬옥
카스미 「…웅, 고마워.」 끄덕
시오리코 「음, 그럼… 왜 하필 만두예요? 카스미 양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빵 파였잖아요.」
카스미 「얼마 전에 예능 프로 나갔는데 상품이 만두였거든.」
시오리코 「수요일에 했던 퀴즈 토크쇼요?」
카스미 「어? 어떻게 알았어?」
시오리코 「봤으니까 알죠. 카스미 양 나오는 프로잖아요. 시간도 있고 인터넷도 되는데 봐야죠.」
카스미 「히히, 시오코! 뭐야, 갑자기 이렇게? 역시 카스밍의 팬이었구나?」 에헤헤
시오리코 「…시즈쿠 양이랑 카린 씨, 세츠나 씨도 다 챙겨 보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친구 나오는 프로그램 보는 게 뭐 대순가요.」
카스미 「에이, 꼭 말을 해도 그렇게 까탈스럽게 말을 해.」
시오리코 「아무튼. 그때 만두 못 먹은 게 한이 됐군요?」
카스미 「아니, 어떻게 한 문제도 못 맞출 줄 누가 알았어? 카스밍은 시사 상식에 약하다구.」 뿌-꾸-
시오리코 「책 읽으라고는 안 할 테니까 그래도 뉴스는 챙겨보세요. 혹시 알아요? 1일 기상캐스터 같은 자리가 들어올지?」
카스미 「이제 2년차인데, 벌써 그런 일이 있겠어?」 키득
시오리코 「무적급 신인은 어느 분야든 있으니까요.」
카스미 「그랬음 좋겠네- 근데 2년차면 신인도 아니라고. 회사에서도 아이돌 취급 안 해주는데.」 투덜
시오리코 「…그래서 기분이 그렇게 안 좋은 거예요?」
카스미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나도 이젠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니까.」
―「음식 나왔습니다!」 달칵
카스미 「아! 나왔다! 그 얘긴 나중에! 일단 먹고 생각하자고!」 니히히
시오리코 「…한밤중에 여자 둘이서 만두 5인분이라, 어디가서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겠네요.」
카스미 「잘 먹겠습니다~!」 와앙
시오리코 「천천히 먹어요. 빈속에 갑자기 음식 들어가면 위험하니까.」
― 몇 분 후,
카스미 「♬~♩」 모구모구
시오리코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잘 먹네요)」 젓가락 툭
카스미 「시오코, 더 안 먹어?」
시오리코 「저는 저녁도 먹었고,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카스미 「그럼 남은 거 내가 다 먹는다?」
시오리코 「보통은 “혼자 이걸 어떻게 다 먹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카스미 「와앙-」 냠
시오리코 「뭐, 됐어요. 카스미 양이 좋다면 그걸로 된거죠.」 피식
카스미 「아, 마다. 이호오, (= 아, 맞다. 시오코.)」 우물우물
시오리코 「다 먹고 말해요.」
카스미 「(꿀꺽) 시오코, 나 지금 현금이 없어서 그런데, 계산은 시오코가 해줄 수 있어? 나중에 갚을게!」
시오리코 「그런 건 예의상 주문 전에 미리 말을 해야죠. 나중에 꼭 갚으셔야 돼요. 현금이 얼마나 있더라-」 지갑 뒤적-
카스미 「아직도 월 3,000엔 용돈받고 사는 건 아니지?」
시오리코 「설마요. 오히려 제가 돈 벌고 있다고요?」 엣헴
카스미 「헤에- 정말?」
시오리코 「과외도 하고 있고, 방학 때는 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도 했어요. 카스미 양 저녁 사줄 돈은 여유로워요.」
카스미 「역시 똑똑하면 좋긴 좋네. 애들은 말 잘 들어?」 와-앙
시오리코 「카스미 양 같은 애들이라 뭐… 그럭저럭?」
카스미 「아, 뭐. 할 말 있으면 제대로 해.」 도끼눈
시오리코 「됐어요. 재밌지도 않은 얘기인데요.」 피식
▶ 자취방 돌아가는 길,
시오리코 「네?」 깜짝
카스미 「웅.」 끄덕
시오리코 「하, 참… 안 좋은 일이 있었겠다 짐작은 했지만…」 헛웃음
카스미 「웃을 일 아니라고.」 뿌-우-
시오리코 「매니저 씨랑 싸워서 도망나온 거면, 그냥 처음부터 말해도 됐잖아요. 별로 심각한 일도 아닌데.」
카스미 「애도 아니고 그런 걸 자랑이라고 어떻게 얘기해!」
시오리코 「하긴,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왜 싸웠는데요?」
카스미 「살찌니까 군것질 그만하라고 해서 어쩌다보니까…」
시오리코 「하아- 나이만 먹었을 뿐이지 고등학교 때랑 똑같네요. 그게 도망쳐 나올만큼 중요한 일이에요?」
카스미 「이 일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지를 못 하잖아.」 뾰루퉁
시오리코 「저는 저녁도 안 먹었다길래, 사무소 망해서 쫓겨난 줄 알았다고요.」
카스미 「…….」 삐쭉
시오리코 「심각한 얼굴은 아닌데 기운이 없어서 더 걱정했다고요. 예전부터 잔머리에 눈치는 좋아서, 나쁜 일은 표현도 잘 안 하잖아요.」
카스미 「…몰라, 시오코도 은근슬쩍 놀리기나 하고.」 흥
시오리코 「놀리는 거 아닌데요?」
― 불 켜진 편의점
― 카스미 「…….」 편의점 물끄러미-
카스미 「…시오코.」
시오리코 「네?」
카스미 「기분도 별론데, 맥주 사가도 돼?」 갚을게
시오리코 「안 돼요.」
카스미 「쳇, 옛날이나 지금이나 깐깐하다니까.」
시오리코 「카스미 양이나 저나 술 못마시잖아요.」
카스미 「하긴. 리나코랑 시즈코 넷이서 마셨을 때 다들 금방 취했었지.」
시오리코 「아이 씨네 가게였으니 다행이지, 다같이 취해서 그날 집에도 못 가고 아이 씨 방에서 잤잖아요.」
카스미 「…그래도 캔맥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시오리코 「안 돼요.」
카스미 「그럼 아이스크림 먹자.」
시오리코 「…….」
▶ 자취방 도착
― 덜컹, 끼익
카스미 「〔딸기요거트 아이스크림 와삭와삭〕」 실례합니다~
시오리코 「〔캐러멜 아이스크림 오물오물〕」 신발 툭툭
카스미 「시오코, 코트는 아까 걸었던 곳에 다시 걸면 되지?」
시오리코 「아, 네. 저는 욕실 좀 보고 올게요. 어디- 일단 온수부터 틀어두고…」
― 샤워기, 온수 준비
― 욕실 선반, 수건 준비
시오리코 「카스미 양, 먼저 씻으실래요?」
카스미 「응? 그래도 돼?」
시오리코 「그동안 카스미 양이 입을 잠옷이라든가 준비 좀 해두려고요.」
카스미 「오케-」
― 30분 후,
― 샤워 끝난 카스밍
카스미 「시오코, 이거 말고 더 예쁜 옷 없어?」 검은색 박스티+기능성 반바지
시오리코 「헐렁헐렁한 옷이 뭐 어때서요. 속옷도 기껏 새 것으로 빌려줬는데, 잠옷으로 투정부릴 상황이에요?」
카스미 「넵, 죄송함돠-」 인사 꾸벅-
시오리코 「드라이어 꺼내뒀으니까 머리부터 말려요.」 감기 걸려요
카스미 「네에-」
― 시오코 샤워 중,
― 카스밍 머리 말리는 중
카스미 「(드라이어 소리가 되게 크네)」 머리 탈탈탈탈, 건조 완료
카스미 「…시오코도 집에 있을 건 다 있구나. TV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컴퓨터는 없네.」 두리번
― TV 리모컨 꾹꾹
― 재미 없는 방송들만 왔다갔다
카스미 「뭐야, 케이블 채널 몇 개 안 되네. 넷플릭스도 없고.」 전원 꾹-
― 카스미 휴대폰(전원 꺼짐)
카스미 「…….」 덥석, 휴대폰 전원 On
― 부팅 완료,
― LINE 172건 『매니저 언니』
― 휴대폰 「〔전화 왔음 : 매니저 언니〕」 위이잉~ 위이잉~
카스미 「으악! 깜짝이야… 안 자고 아직도 전화를… 어떻게든 되겠지. 크흠, 여보세요?」 삑-
― 30분 후, 시오리코 샤워 끝
― 바닥에 까는 이불 하나, 덮는 이불 하나, 베개 하나
카스미 「…시오코.」 빤히-
시오리코 「네.」
카스미 「이불 더 없어?」
시오리코 「그게…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여분이 없어요.」
카스미 「대학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거나 그러지 않아?」
시오리코 「…놀러는 오죠. 같이 과제하기도 하고.」
카스미 「자취방이면 아지트로 쓰인다고 만화책에서 그랬는데. 자고 가고 안 그래?」
시오리코 「다들 기숙사생이라 딱히 그렇지는…」
카스미 「사실 친구 없는 건 아니지?」
시오리코 「뭐라고요?」
카스미 「농담이야, 농담~ 이불은 뭐, 둘이 같이 써도 되겠지.」 슬금슬금, 철푸덕
시오리코 「옆으로 좀 가서 누워요. 이불 가운데에 자리 차지하면 전 어떡하라고요.」
카스미 「베개로 쓸만한 거를 주면 비켜줄게.」 니히히
시오리코 「음- 딱히 없는데, 후드티 드릴테니까 그거 말아서 쓰실래요?」
카스미 「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시오리코 「아, 그럼 말이죠.」 벽장 뒤적뒤적
카스미 「?」
시오리코 「이거라도 쓰실래요?」
― 카스미 네소베리 「(까엥)」
카스미 「네소베리?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시오리코 「본가에서 여기로 올 때 가져온 건데, 딱히 둘 곳이 없어서 다 벽장 안에 넣어뒀어요. 점보네소니까 크기는 충분할 거예요.」 툭-
카스미 「음- 싫은 건 아니지만, 카스밍이 카스밍을 베고 자는 건 좀 그렇네.」
시오리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베고 잘 순 없잖아요.」
카스미 「…무릎 베개라고 생각하고 아유무 선배, 카나타 선배, 엠마 선배 네소베리를 ㅆㅡ
시오리코 「안 돼요.」 단호
카스미 「그렇지? 역시 안 되겠지? 카스밍, 오늘 신세 좀 질게!」네소 쓰담쓰담
시오리코 「그럼 불 끌게요.」 스위치 off
― 같은 이불 속의 두 사람
카스미 「…시오코.」 볼 콕콕
시오리코 「왜요.」
카스미 「그냥. 자나 싶어서.」
시오리코 「저 내일 오전 강의라 빨리 자야 돼요.」 투덜
카스미 「12시 넘었으니까 오늘이야.」
시오리코 「…그런 얘기할 거면, 얼른 눈 감고 양이나 세요.」 휙- 뒤돌기
카스미 「…그냥, 어제오늘 고맙다고.」 백허그 꼬옥-
시오리코 「은근슬쩍 배랑 옆구리 쓰다듬지 마세요.」 기분 나쁘니까
카스미 「아, 들켰어?」 니히히
시오리코 「저는 진짜 잘 거니까 그만 건드려요.」
카스미 「알았다니까, 잘 자~ 시오코.」
시오리코 「…Zzz」 스야삐-
카스미 「…Zzz」 쿨-
'단편 모음집 > 니지가사키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즈쿠「웃음이 서툰 그대에게」 (0) | 2021.12.04 |
---|---|
시오리코「별과 이야기하는 밤」-2- (0) | 2021.10.17 |
⁄/*イ`^ᗜ^リ 「맑음 소녀 주의보」 (0) | 2021.09.20 |
엠마「시오리코 쨩, 난 원래 보케야.」 (0) | 2021.05.22 |
카린「…됐어! 오늘 시오리코 쨩이랑 잘 거야!」 (0) | 2021.05.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