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쿠 「…네?」
― 앞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Memento mori】
▶ 어느 날의 동호회실
카스미 「저기, 아유무 센빠이.」 소매 쭉쭉
아유무 「응? 왜 그래, 카스미 쨩?」
카스미 「저기.」 → 시즈쿠
아유무 「?」 기웃
― 멍하니 창가에 앉은 시즈쿠
― 시즈쿠 「…….」 멍-
카스미 「요즘 시즈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아유무 「음- 조금 센티멘탈한 분위기이긴 한데… 그런가?」
카스미 「그게… 평소에도 기운이 없다고나 할까,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아요.」
아유무 「흐음…」 걱정
세츠나 「무슨 일 있는 걸까요?」 불쑥
아유무 「아, 세츠나 쨩.」
카스미 「세츠나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세츠나 「음- 확실히 평소랑 다르다면 그런 쪽이니까요!」 끄덕끄덕
아유무 「카스미 쨩은 뭔가 들은 거 없어?」
카스미 「없어요.」 절레절레
세츠나 「사실 저도 그렇지만, 대뜸 묻는다고 대답해주실 것 같진 않아요.」
아유무 「그건 그렇지.」 끄덕
카스미 「그래도…」
셋츠뽀무 「?」
카스미 「선배들은 선배들이고, 카스밍은 동급생이니까…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같은 아즈나고.」
세츠나 「…아! 그럼 저희가 물어볼게요!」 활-짝
아유무 「자, 잠깐만 세츠나 쨩! 바로 물어보는 건…!」
세츠나 「아, 역시 그렇죠?」
아유무 「세츠나 쨩, 나나모드로 생각해보자.」
나나 「아, 네. 음-」 꼴똘
카스미 「(뭐지...)」
나나 「음, 그러면 아유무 양.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
아유무 「응?」
▶ 그날 저녁, 근처 치킨 프랜차이즈
―『주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즈나 앞에 놓이는 후라이드 치킨 2마리
세츠나 「자! 그럼 먹어볼까요?」 맛있겠네요!
시즈쿠 「…….」
아유무 「시즈쿠 쨩, 다리 먹어. 자!」 쨘
시즈쿠 「별로…」
아유무 「아니- 거절 안 해도 돼! 두 마리니까 괜찮아!」 덥석
― 억지로 시즈쿠의 입에 물리는 아유무
시즈쿠 「…네.」 바삭
세츠나 「저희도 하나씩 할까요?」
아유무 「응!」 바삭
― 모구모구 아즈나
아유무 「시즈쿠 쨩, 음료수 마실래? 어떤 거 좋아해?」
시즈쿠 「아무거나 괜찮아요.」
세츠나 「그럼 종류별로 하나씩 하죠! 저기요-!!!」
―『음료 나왔습니다~』
아유무 「무난하게 사이다? 아니면 콜라?」
세츠나 「사이다랑 환타랑 섞어도 맛있어요!」
시즈쿠 「…콜라요.」
아유무 「응! 자, 받아!」 빨대 슈슉-
시즈쿠 「…….」 쭈욱-
세츠나 「헤헤- 좋네요, 이런 느낌.」 방긋
시즈쿠 「…뭐예요. 두 분 다.」 무덤덤
아유무 「으, 응?」 당황
시즈쿠 「계속 제 비위나 맞춰주고. 진짜 치킨 먹고 싶어서 부른 거 맞아요?」
아유무 「다, 당연하지! 시즈쿠 쨩!」
시즈쿠 「세츠나 씨는요?」
세츠나 「아, 저- 그게…」 우물쭈물
시즈쿠 「…….」
아유무 「시, 시즈쿠 쨩!!」 뽀뭇!
시즈쿠 「네.」
아유무 「혹시… 힘든 일, 있어?」
시즈쿠 「…네?」
아유무 「저기, 그러니까… 요즘 시즈쿠 쨩, 기운도 없고, 넋도 나가 보이고…」
세츠나 「다들 걱정하고 있어서… 모두에게 말하기 힘든 일이면, 일단 저희라도 들어드릴 테니까…」
시즈쿠 「…그냥 생각을 좀 해봤어요.」
뽀무세츠 「생각(이요)?」
시즈쿠 「네. 뭔가 철학적인 공상이라고나 할까-」 벙-
아유무 「어, 어떤건데? 들어볼 수 있을까?」
시즈쿠 「음- 예를들면,」
― 덥석, 앞에 놓인 치킨 한 조각을 잡는 시즈쿠
시즈쿠 「닭은 옛날에 공룡이었으니까, 사실 공룡고기라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유무 「…에?」
세츠나 「…트,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 왜! 인터넷 유머 중에 공룡모양 치킨텐더는 진짜 공룡텐더다! 이런 글도 있고-」 아하하...
시즈쿠 「그럼 석유는요?」
세츠나 「네?」
시즈쿠 「석유도 공룡이잖아요. 그럼 석유랑 닭도 같은 걸까요? 저희는 사실 석유를 식용유에 튀겨서 먹던 게 아닐까요?」
세츠나 「아…」 두뇌회전 500%
아유무 「그, 그건 좀 다르지 않… 을까? 석유를 먹지는 않으니까.」
시즈쿠 「그런가요.」
아유무 「으, 응…」 끄덕
세츠나 「다른- 이야기는 없나요?」
시즈쿠 「…세츠나 씨는 지났으니까-」 흐음-
세츠나 「?」 갸웃
시즈쿠 「아유무 씨는 생일이 3월이잖아요.」
아유무 「아, 응. 3월 1일.」 끄덕
시즈쿠 「만약, 생일이 오기 전에… 유우 선배랑 영영 헤어지게 되면 어떨 것 같아요?」
아유무 「ㅇ, 어?」 당황
시즈쿠 「평생 못 봐요. 당장 2월 28일까지는 보겠지만, 결국 생일 축하도 못 받고, 3학년도 같이 할 수 없어요.」
아유무 「…….」 사아-
세츠나 「아, 아! 저기! 그- 어-」 안절부절
아유무 「…엄청, 슬플 것 같아.」
시즈쿠 「…….」 말 없이 끄덕끄덕
세츠나 「…만약, 저도 같은 입장이라면,」
시즈쿠 「아, 세츠나 씨는 괜찮아요.」
세츠나 「네에-?! 왜요?!」 콰앙-
시즈쿠 「자, 진정하세요.」 침착침착
세츠나 「아, 네.」
시즈쿠 「세츠나 씨는 그런 이야기랑은 거리가 있어보여서요.」
세츠나 「에에… 그럼 나나로는 괜찮나요?」
시즈쿠 「나나는 괜찮아요.」
나나 「그럼 나나로 할게요. 저도 같은 입장이라면, 엄청 슬플 것 같아요. 아마… 한동안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겠죠.」
시즈쿠 「…그렇죠. 역시.」 콜라 꼴깍
아유무 「…시즈쿠 쨩.」
시즈쿠 「네.」
아유무 「진짜, 아무 일 없는 거 맞아?」 쭈뼛
시즈쿠 「…어렸을 때 얘기인데요.」
― 시즈쿠(3) 『으아앙~! 엄마! 아빠! 오필리아! 어딨어-!!』 뿌앵
시즈쿠 「가족들이랑 조금 큰 공원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뭔가 이것저것 축제를 하고 있어서, 신나서 돌아다녔죠.」
― 시즈쿠(3) 『(다들 어디 간거야... 시즈쿠 이제 집에 못 가?)』 엉엉
시즈쿠 「집에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엄마, 아빠, 오필리아도 영영 못 보겠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울면서 서 있었어요.」
―『…월!!』
―『오필리아!』
시즈쿠 「그런데 그때, 오필리아가 저를 찾았어요. 참… 똑똑하죠? 아직 자그마했던 강아지였는데.」 후훗
아유무 「(아, 웃었다)」
세츠나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은데요!)」
시즈쿠 「…얼마 전에, 그때 꿈을 꿨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서서, 무섭더라고요.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도.」
아유무 「…응! 혼자 있으면 무섭지! 나도 그래!」
세츠나 「게다가 어린시절 기억도 있고, 꿈이면 비현실적이니까 더 그렇겠죠!」
시즈쿠 「그 꿈에는… 오필리아도 없고, 저를 찾고 혼내던 부모님도, 그리고 지금의 멤버들도, 아유무 씨도, 세츠나 씨도 없었어요.」
“정말...”
시즈쿠 「혼자였어요.」 눈물 송글
세츠뽀무 「……!」 깜짝
시즈쿠 「있죠, 꿈이었지만 처음으로 “아, 내가 죽은 거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원히… 내가 좋아하던 이들로부터 떨어지는구나.」
아유무 「아니야, 시즈쿠 쨩! 봐! 나랑 세츠나 쨩이랑 다 앞에 있잖아? 휴대폰에 멤버들이랑 가족들도 다 있고! 전화해볼래?」
시즈쿠 「아뇨, 괜찮아요. 그냥… 뭔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감정이… 이별이 다가오니까, 덜컥 마음이 주저앉아서. 그랬어요.」 눈물 뚝
아유무 「아, 시즈쿠 쨩…」 손수건 슥슥
시즈쿠 「아, 죄송해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톡톡
아유무 「꼴사납긴… 다들 감성적일 때 한 번씩은 그러는건데-」 헤헤
세츠나 「…저기, 시즈쿠 양.」
시즈쿠 「네?」
세츠나 「『메멘토모리』, 아세요?」
시즈쿠 「음, 아뇨. 잘 모르겠어요.」
아유무 「사람 이름이야? 영화 배우? 아! 아니면 숲?」 ※일본어로 森은 “모리”
세츠나 「아, 아뇨. 『메멘토 모리』라고 읽기는 하는데, 라틴어예요. “언제나 죽음을 기억해라!” 라는 의미예요.」
아유무 「헤에-」
세츠나 「원래는 살아있을 때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 부질없다, 이런 뜻이었는데요. 언제부턴가,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는 사진으로 의미가 바뀌었데요.」
시즈쿠 「추억…」 중얼
세츠나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시즈쿠 양이… 에이, 아무튼! 헤어져도, 결국 서로를 추억해주면, 다 괜찮다! 그 말이 하고 싶었어요!」 헤헤
시즈쿠 「…….」
아유무 「세츠나 쨩, 얼굴 빨갛네?」 방긋
세츠나 「아, 그런가요? 저도 참… 낯간지러운 말을 해서… 치킨이나 계속 먹죠!」 닭다리 냠
시즈쿠 「…스읍, 후우--」 심호흡
아유무 「아무튼 시즈쿠 쨩. 너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사실은요.」
세츠뽀무 「!?」 움찔
시즈쿠 「…오필리아가, 아파요.」
세츠나 「…네?」 눈 깜빡
시즈쿠 「사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확답을, 들으니까 그건 또 다르더라고요.」
아유무 「아… 그래서…」
시즈쿠 「그래도 이제 괜찮아요! 두 분 덕분에… 조금 편해졌어요.」 싱긋
세츠나 「…네! 그래도 혹시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아유무 「도와줄 수 있는 건 얼마든지 도와줄게, 시즈쿠 쨩!」
시즈쿠 「네! 그럼… 이만 일어나도 될까요?」
▶ 시즈쿠의 집
― 시즈쿠 「그래도 좀 더, 같이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해서요.」
시즈쿠 「…그래도 걱정해주는 선배들한테 너무한 말을 한 걸까?」 꿍-
― 덜컹, 끼익-
― …! 우다다다..
오필리아 「월!!」 헥헥
시즈쿠 「오필리아-! 왜 나왔어? 응? 안 힘들어?」
오필리아 「〔폴짝폴짝〕」
시즈쿠 「…오필리아, 고마워.」
오필리아 「?」
시즈쿠 「그냥, 나랑 만나줘서.」 꼬옥, 토닥
오필리아 「〔살랑살랑〕」
시즈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산책 갈까?」
오필리아 「월!!」
… 에필로그
― 귀가 중인 세츠뽀무
아유무 「집까지 데려다 줄 걸 그랬나?」
세츠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시즈쿠 양이 한사코 거절하니까 어쩔 수 없던 것 같아요.」
아유무 「그건 그렇지?」
세츠나 「그렇죠?」 헤헤
아유무 「…그런데 세츠나 쨩.」
세츠나 「네?」
아유무 「아까 당황한 척하면서, 닭다리 두 개 먹었지?」
세츠나 「…….」 움찔
아유무 「처음에 하나씩 나눠 먹고. 남은 하나, 덥석 먹었지? 상의도 안 하고. 다리인데.」
세츠나 「그, 그게- 처음은 제가 먹었는데요.」
아유무 「응.」
세츠나 「그러니까… 두 번째는 나카가와 나나가 먹은 거라서…」 시침 뚝
아유무 「그래도 누가 됐든, 세츠나 쨩은 어쨌든 세츠나 쨩이잖아. 공룡이랑 닭도 같다면서.」
세츠나 「그렇… 겠죠. 공룡이랑 닭이랑 석유랑 비교하는 건 좀 다르지만…」
아유무 「멋대로 먹은 거는- 다음에, 둘이서 다시 와서 얘기하자.」
세츠나 「네?」 ??
아유무 「약속이야, 알았지?」
세츠나 「…아! 네!」 활짝-
2022년 11월 1일, 상상도 못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 블로그에 오는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결국 토모리 양도, 새로 만날 캐스트 분도, 그리고 세츠나까지, 지금처럼 쭉 앞으로도 응원해주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3년 3월 31일은 물론, 그 이상 언제가 되었든, 우리 러브라이브 패밀리의 모두를 사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놀라신 분들도, 슬픔에 빠진 분들도, 모두 세츠나처럼 활기차게, 토모리 양처럼 현명하게 극복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러브라이브, 그리고 세츠나와 토모리 양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은 러브라이버 물붕이 여러분께도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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