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주의. 움짤 많음
0 . Intro
1 . 솔로곡 찍어!
① Butterfly Wing
本当の 『マルガレーテ』を 教えてあげる
유이나는 치바&아이치 공연 때부터 느꼈지만, 3rd와 비교가 안 된다. 3rd가 마르가레테를 연기하는 유이나였다면, 4th는 마르가레테 그 자체가 강림했다. 중3짜리가 저런 표정을 지을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 하니 리에라가 졌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기 단체곡들도 그렇고, 애니메이션 서사의 미흡한 부분은 라이브로 증명한다. 별애니는 이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3rd에 이어 다시끔 증명한 건 유이나의 카리스마. 역시 유이나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흡입력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여러 캐스트들이 솔로로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만, 대부분 그것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부터 이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유이나는 그냥 본인의 존재감만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이런 모습은 나와토비 시카코, 제다 다이아몬드를 연기하던 안쨩, VIVID WORLD의 미유땅, 22년 생일 라이브의 narrow 토모리, 23년 생일 파티의 나기쨩 말고는 못 봤다. 직관을 하게 됐을 때, 단체곡에서 유이나를 보게 되면 그대로 쭉 시선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② ビギナーズRock!!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이 블로그에서 두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인 포스팅에서 논쨩을 "타고난 매력 하나만으로도 크게 될 인재" 라고 정의했다. 그 말에 백번 동의하는 것이, 진짜 세상에 저런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 논쨩을 볼 때마다 의구심이 든다. 뭘 해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여기 있다. 그런 매력스탯 사기캐릭터가 실력을 쌓고 요령을 익히니, 관객들 머리 깨는 걸 막을 사람이 없어졌다. 로드롤러로 머리를 짓눌러도 이것보단 덜 터진다.
덧붙여 이번 무대에서 논쨩이 두 눈망울에 자존감을 가득 채운 표정을 보여줬을 때, 정말 감동했다. 지금껏 논쨩은 자신감보다 자책이 더 가까운 캐스트였다. 치바 1일차에서 논쨩이 분함을 삭히며 눈물 흘릴 때, 실수가 있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생각했다. 곡이 어려운 건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정도면 잘했는데, 왜 스스로를 채찍질하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이치를 거치며 다듬어지더니, 이번 도쿄에서는 완벽했다. 존재가 매력 그 자체인 논쨩이 앞으로 있을 무대에서도 쭉 이렇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③ ミッドナイトラプソディ
카사노바나 돈주앙이 살아돌아온다 해도 나기사를 이길 수 없다.
무대에 서면 안나 파블로바요, 토롯코를 타면 그레이스 켈리이니, 리에라의 프리마 돈나는 나기쨩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귀족적인지, 미천한 물붕이가 어찌 논할 수 있으리오. 사람이 단순히 예쁜 게 아니라, 말그대로 고급이다. 뭔가 좀 더 그럴듯한 말을 찾고 싶은데, 나기의 이 미모와 지성과 자태를 담을 말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우아하다, 청아하다, 찬란하다 등등 그따위 단어로 정의하기엔 나기는 너무나도 브로드웨이의 거인이다. 고로, 그냥 "청산하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토록 청산한 나기의 무대 위 이미지는 연기와 외모에 더하여 아주 사소한 습관들이 겹쳐 만들어졌다 본다. 어떤 모션에서도 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거나, 팔꿈치를 굽히고 있을 때는 항상 손바닥이 아래를 향한다거나, 시선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이동한다거나. 단순히 예뻐 보이는 각이 아니라, 신비로움을 담는 자태가 나기 퍼포먼스의 심장인 것 같다. 게다가 노래도 잘하니, 무대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인물이 나기다.
④ 星屑クルージング
쿠쿠도 모르는 리쨩이 있는 겁니다...
"스미레와 이어지는 무대 연출" 하나만으로도 럽라 솔로곡계의 GOAT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기획을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미쳤다. 단순히 스미쿠쿠 커플링이 아니라, 노래 가사의 어우러짐이 대단하다. 조금만 더 같이 있어달라 말하는 별무리 크루징, 이어서 너의 곁에 있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라 말하는 Starry Prayer. 무대 위에서 이 둘을 이어주는 장치 곰인형까지. 처음부터 이렇게 연출하려고 노래를 만들었나 보다. 단순히 솔로곡 2개가 아니라, 한편의 미니드라마가 이곳에 있다.
그리고 이번 솔로 무대에서 특히나 더 빛난 건 리유의 감정선. 별무리 크루징이 서정곡이긴 해도, 쿠쿠의 천진난만한 캐릭터성 때문에 음원으로 들었을 때엔 아련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쿠쿠의 지난 솔로곡들처럼 잔잔한 템포의 산뜻한 곡이란 느낌이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라이브에서는 리유의 표정연기가 어우러져 소녀감성의 낭만이 느껴진다. 우수에 찬 눈동자에 붉은 눈시울, 그러면서도 엷은 미소를 짓는 것이 애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리유가 워낙 엉뚱한 구석이 있어 어떤 생각을 하며 불렀는지 짐작도 안 되지만, 적어도 이 곡이 이렇게 애절한 곡인 줄은 그 어떤 관객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⑤ Starry Prayer
"소리의 마녀"
내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하나 있다. "현역 고등학생이면 활동에 제약이 큰데, 그걸 감안하고도 공식이 데려왔다면 괴물이란 얘기다." 이 말 자체는 낫스를 보며 했던 말인데, 페이를 보니 역시 그 말이 맞았다. 지금 페이가 고등학생인 건 아니지만, 페이를 럽공식이 붙잡은 이유가 있다. 말도 안 된다. 내가 아는 03년생 중에 가장 잘한다. 페이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단체곡 리뷰 때 난죠, 아이냐, 츙룽의 계보를 이어간다 말한 게 전혀 아깝지 않다.
첫 소절도 그렇고, 후렴도 그렇고, 발성이 정말 단단하다. 페이가 원래 노래를 잘하긴 했다만,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고음을 내는데 볼륨도 유지되고, 감정에 따라 가성 전환도 자유자재다. CD보다 라이브가 더 잘한다. 이런 인재가 리에라에, 러브라이브에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축복이다. 덧붙여서 CatChu! 그림자놀이에서도 소름이 쫙 돋았는데, 이렇게까지 소름이 끼친 건 한영애 선생님의 《사랑한 후에》 이후로 두번째다. 한영애 선생님과 오버랩되는 모습도 있고, 가히 소리의 마녀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⑥ Eyeをちょうだい
첫사랑을 주세요
진짜 기분 나쁜 말인데, 나는 내가 04년생한테 설렐 줄은 몰랐다. 염세적인 아저씨가 살다보니 별일을 다 겪는구나 싶었다. 시쳇말로 남심폭격기가 이런 사람이다. 굉장히 오랜만에 감탄이나 분석 대신에, 그냥 "기분이 좋다" 라는 원초적인 감정으로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무대 시작 3초만에, 에모링의 어깨춤을 보자마자 지금은 즐기고 분석은 나중에 하자 결정했다. 말도 안 되게 예쁜 애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무대를 만들어간다. 그걸 보고 뭐가 어떻고 어쨌고 말하면 싸이코패스다.
겨우겨우 감상을 쓸 수 있을만큼 즐긴 뒤에 내린 결론, 에모링은 정말 천상 아이돌이다. 앙칼진 애드립으로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다른 캐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마성을 갖고 있다. 아마 에모링의 이 마성이 "궁극의 아이돌" 이 아닐까. 무대 위 자신이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다. 이 노래를 이렇게 하니, 에모링을 본 어린 여자아이들이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길 것도 같다. 어린 캐스트 보고 누나라고 하는 양심 터진 소리들 보면서 혀끝을 찼는데, 진짜 이때만큼은 내가 늙었다는 것에 한이 맺혔다. 어흐흑
⑦ 茜心
붉은깃독꾀꼬리(Yabushima akane)
야부는 럽라 역사상 유일무이한 성격의 소유자로, 조금만 바보같은 짓이면 절대 하기 싫다는 눈빛을 뿜어낸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라고 살살 긁으면 다 한다. 하기 싫다고 온몸이 말하는데, 정작 하면 진짜 잘한다. 그러고선 끝나자마자 얼굴이 빨갛게 실시간으로 달아오른다. 저런 무섭고 깜찍한 사람을 어디서 데려왔는지 참 신기하다. 그리고 이건 비단 일상이나 MC에서의 얘기가 아니라, 무대에서도 똑같다. 정열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람을 홀린다. 부끄럼 많은 야부가 관객들을 유혹하는 이 모습을 두 눈으로 안 봤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후기에 이어 다시 말하지만, LiSA 좋아한다고 오디션장에 피칠갑하고 왔을 때 이미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반전매력&갭모에 화신인 야부-메이는 본인의 최대강점인 음색을 잃지 않는다. 소리가 진짜 맑다. 괜히 지난 후기들에서 야부를 꾀꼬리 보이스라고 말한 게 아니다. 명료한 소리가 화살처럼 고막에 꽂히는데, 그 어떤 곡과 퍼포먼스가 주어져도 이 목소리는 유지된다. 가수에게 있어 지문과도 같은 것이 음색과 목소리이니, 노래하는 야부쨩은 데뷔 때부터 이 시장의 대체불가능한 자원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CatChu! 무대에서 독기 품은 그로울링을 선보이고, 여튼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덩어리다. 5th부터는 꾀꼬리가 아니라 팔색조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
⑧ ガラスボールリジェクション
이성(理性)의 거부반응(Rejection)
시키오시는 보자마자 이성이 마비됐다. 뇌내의 이성기관이 불필요한 순간이다. 정신줄을 붙잡고 있으려니, 전신의 신경계가 거부한다. 이제부터 이성은 내 몸에 불필요한 영역이다. 비명 지르면서 감상할 일만 남았다. 쿠마가 멋있는 줄은 알았다만, 누가 이렇게 멋있어도 된다고 허락을 했는지 의문이다. 치바/아이치에서 앞머리를 까서 나오더니 도쿄에서는 다시 덮고 나오고, 하여튼 그 어떤 예측과 예상을 뛰어넘고, 준비되지 않은 심장에 뇌쇄적 충격이 강타한다. 메이와 야부한테 홀리지 말라고 말했으면서, 정작 자기도 사람들을 다 홀린다. 춤선은 말할 것도 없고, 색기 넘치는 목소리에 비쥬얼도 고혹적이다.
그리고 쿠마는 원래 예쁘고 귀엽다. 평소의 광기어린 언행에 가려질 뿐이다. 현실적인 상황으로 비유하면 이런 사람이다. 과든 동아리든 하나씩 있는 괄괄한 여자애. 청바지에 후드티 입고 다니면서 백팩은 한쪽 어깨로만 메고 다니고. 친한 남자애들 등짝 툭툭 치면서 "야! 뭐하냐?" 이런 식으로 편하게 대하는 여자애. 밥도 편하게 같이 먹고, 카톡도 편하게 하고. 그러다 어느날 과에 행사 있어서 다같이 술 마시는데, 적당히 취해가지고 잠깐 바람 쐬러나올 때 슬쩍 따라 나와가지고는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 주고받다가, 갑자기 '어? 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하게 되는... 쿠마의 매력에 대해 설파하지 못할 바엔, 그냥 물남충이 되고 말겠다.
⑨ 君を想う花になる
단 한 사람을 위해 피어난 하얀 꽃
리에라의 댄스 쌍두마차 나코가 선보인 첫 솔로 발라드. 지난 3월에 코이센도 쓸 때도 말했지만, 가사가 정말 예쁘다. 같은 소속사의 슈카도 그렇고, 댄스머신에 탄탄한 가창력을 가진 멤버들이 은근히 러브송에 잘 어울린다. 특히나 나코는 (흉성과 두성을 연결하여 울림을 크게 주는 슈카와 달리) 허스키함이 섞인 상냥한 목소리로 노래하기에 섬세함이 돋보이는 편곡에 강점이 있다. 후렴의 言葉では足りないから 끝음은 러브라이브 대표 야사시이나 보컬 츙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엠마오시 나코는 스스로 엠마가 되어버린 것인가...
가사가 아름다운만큼, 이 노래에서 지칭하는 "너(君)"는 누구일지 내 나름대로 오래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쿄 공연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줬다. 정말 1일차의 논쨩-나기 투샷도 그렇고, 나코가 노래하는데 다테가 짠 하고 나와있는 건 반칙이다. 내가 늙었는지, 겨우 그런 얕은 수의 무대 연출에 감동을 다 받았다. 단순히 소필승 치이카논 커플링이 아니라, 그동안 보여준 서사 속에서 카논을 지켜봐온 치사토가 오버랩 되는 구성이었다. 샤오싱싱에서 울상에 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치사토가, 카논의 옆에 서서 등을 밀어주는 이 곡은 커플링을 초월해 인간 본연의 사단(四端)을 아우르는 감정을 담은 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세상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⑩ Free Flight
"다테 사유리"의 유일한 이해자, "시부야 카논"
음원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을 무대, 사유링이 부르는 Free Flight. 살인적인 고음에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가성 처리, 게다가 마지막 후렴에서 빨라지는 템포까지. 그냥 부르지 말라고 협박하는 수준의 이 곡이 공개되었을 때 반응을 기억한다. 드디어 슈스공식 이 새끼들이 선을 넘어도 씨게 넘는구나. 솔직히 말해서, 초창기의 다테 사유리라면 걱정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3rd의 사유링은 누가 들어도 목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기대가 아니라 걱정으로 이 무대를 지켜봤다. 어려운 곡이다, 힘든 곡이다, 립싱크를 해도 이해하겠다 등등 캐스트의 건강 문제로 너무나 큰일을 겪었던만큼, 편하게 보려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천재는 왜 천재인지, 다테 사유리는 왜 다테 사유리인지를 또 증명했다. 시켜보니까 된다, 그래서 시킨다, 공식이 이렇게 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했다.
그런 감탄 이후로 찾아온 것은 이 곡의 의미였다. 僕の笑顔 君も待ってるよね, また出会うためだよ, 一緒だった 등 분명 화자인 "나"가 있고 청자인 "너"가 있는 이 곡에서 그 둘은 누구일까, 이는 마지막 가사에서 드러난다. 『僕』は『僕』のためにね 飛んでくのさ, 이 가사는 자기고백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무리 봐도 다테 사유리가 시부야 카논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사유링이 지금까지 견뎠을 무게감을 아는 이는 자기자신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기자신에 시부야 카논이 포함된다. 모든 무대 위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의 상태가 예전과 다름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는 건 자신이다. 그럴 때 마지막까지 지탱해주는 것은 대부분 그의 배역이었다. 사유링과 카논도 마찬가지다. 내가 있기에 존재하는 캐릭터가 역설적이게도 나를 지켜준다. 내가 그만두면, 그 캐릭터는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캐릭터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는 언제나 그의 연기자이기에, 다테 사유리는 앞으로도 시부야 카논을 위해 노래할 것이다.
2 . 5yncri5e!
카레스코, 캣츄랑 다르게 깊이 말할 부분이 적다. 싱크라 안티가 아니라(리에라 이치오시들이 치사토, 시키니까 절대 그럴 일 없다), 내가 댄스팝에 완전 문외한이라 그렇다. 다른 무대일은 좀 한다 치더라도, 춤은 진짜 젬병이라 "와 개쩐다!"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춤 좀 춘다는 사람들한테 싱크라 후기를 대신 받을까 했는데, 느닷없이 일본인 다섯 명이 춤추는 걸 보여주면서 분석해달라 하면 누가 해주겠나. 한 명 있을 것 같긴 한데, 별애니 후기 이후로 안 물어보기로 했으니 그없이다. 아무튼 간에,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끌어다가 쓸 바에는 그냥 아는 선에서 느낀 바 그대로 얇고 넓게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① A Little Love
모든 연출가들은 한 손에 이론서를, 다른 한 손에는 계산기를 든다
음원에서 짐작한대로, 역시 강렬한 미디 사운드의 댄스곡이었다. 댄스곡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내심 걱정이 있었는데, 보컬, 댄스, 연출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룰만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댄스부터 보면, 리에라의 원투펀치 나코쿠마는 다른 말이 필요할까 싶다. 싱크라의 리더 나코는 춤선이 다르고, 쿠마는 척추가 뼈 하나하나 다 다르게 움직이는 건지 웨이브가 정말 깔끔하다. 그리고 분명 혼자 긴 바지 입고 있는데 제일 섹시하다. 보통 곰탱이가 아니다. 그리고 논쨩, 에모링, 사쿠를 보고 놀란 건, 나코쿠마와 함께 있어도 밀리는 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 솔로곡에 이어 에모링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뛰어났던가 놀랐고, 논쨩은 3rd부터 이때까지 어디서 뭘 얼마나 연습했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 사쿠는 장담컨데, 럽라 댄서 계보에 이름을 올릴 춤꾼 출신이 확실하다. 4th 라이브를 위해 만들어온 움직임이 아니라, 원래부터 춤에 식견이 있는 동작이다. 그런데 사쿠피셜 춤 처음 배운 거라네? 사쿠쨩이 거짓말을 하진 않을테니, 이 모든 건 킥복싱 덕분이다.
보컬에서 가장 돋보인 건 당연히 에모링. 그동안 파트배분이 없던 것 뿐, 에모링의 가창력은 상한가를 뚫는다. 늘 그렇지만, 우리 캐스트들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잘한다. 이어지는 나코쿠마의 파트도 그렇고, 사쿠가 내지르는 고음도 그렇고, 춤도 잘 추는데 어떻게 노래도 이렇게 하지 싶다. 논쨩은 고음을 담당하진 않지만, Blooming Dance!Dance!에서 말한 허스키 보이스가 곡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괜히 논쨩의 눈빛에서 우주가 느껴지는게 아니다.
연출에서 감탄한 건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후렴의 あげるよ와 A Little Love에 메아리 잔향을 음원보다 더 강하게 넣어준 것이다. 심심할 수도 있던 사운드에 볼륨을 더해줘서 곡의 몰입도가 음원과 매우 달랐다. 으레 아이돌 댄스곡들이 그렇듯, 춤에 집중하느라 음향이 비어 균형이 깨질 수 있었는데 킬링벌스에 에코를 한가득 넣어서 시청각적 볼륨을 모두 채운 건 정말 신의 한수다. 이렇게 잘하는 놈들이 왜 마이크를 그렇게 찐빠를 냈나 모르겠다.
둘째는 멤버들의 대형과 동선이다. 다섯 명이 합쳐졌다 퍼지는 기조를 쭉 유지하는데, 그 방법이 백 스텝이다. 만약 다섯명이 모두 중앙을 보면서 모였다면 맛이 안 살았을 거다. 뒤로 걷는 안무의 난이도는 둘째 치고,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화려함이 얼마나 큰지는 마이클 잭슨 빌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무팀과 연출팀이 연구를 보통 많이 한 게 아니다.
덧붙여 정면 일렬 구도를 연출할 때, 바로 W 대형을 만들지 않고 센터 멤버가 조금 뒷편에 서서 오각형 꼭짓점을 찍었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나오며 만든다. 오각형 구도가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 모양을 연상케 하는데, 아마 뷰잉의 카메라 워킹을 의식해서 만든 연출로 보인다. 사선구도에서 이어지는 M 대형도 같은 맥락으로, 대형 이동마다 카메라가 무대 상수에서 아래로 빗겨 찍는 게, 이 대형을 보여주려고 한 연출이 아닐까 짐작한다.
세번째는 위 움짤에 나와 있는 슬로우모션 효과. 엄청 중요한 연출은 아니고, 그냥 뷰잉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난 마음에 들었다.
② Dancing Raspberry
단싱~ 단싱~
펑키코코넛에 이은 정체불명의 과일 시리즈. 대놓고 신나는 사운드는 아니고, 적당히 흥을 돋울만한 절제가 특징인 것 같다. 나이트 클럽이 사람 적고 위스키 잘 팔리는 얌전한 날이면 이런 노래 자주 틀어준다. 아니면 재즈바에서 분위기 살릴 때 틀어주거나. 어째 스쿨아이돌 노래인데, 왜 이렇게 술 한 잔이 떠오르는 걸까. 단싱단싱
장르로 보면 아쿠아의 KU-RU-KU-RU Cruller! 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하우스풍에 미디음악 기반 올드 팝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중독성, 정직한 구성, 어딘가 쌈마이한 안무. 나중에 도쿄돔에서 하게 되면 대빵큰 딸기 풍선 두둥실 띄워줬으면.
③ What a Wonderful Dream!!
본관이 싱크라
아마 뮤즈의 "그" 리믹스들 이후로 가장 난해한 어레인지가 이번 싱크라의 어레인지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내 취향의 편곡은 아니었다. 근데 뭐 그게 중요한가, 캐스트들이 재밌으면 됐다.
지난 후기들에서 카레스코는 쿼츠, 캣츄는 길키의 계보라 말했다. 싱크라는 딱히 그런 계보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비슷한 게 우주적 사운드가 겹치는 DD인데, DD가 질주감으로 무장한 반면 싱크라는 신비감으로 연출을 깎아오니 결이 좀 다르다. 굳이 따지면 DD와 싱크라는 6촌 정도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냥 싱크라는 럽라 최초의 댄스유닛으로 이름을 써도 될 것 같다. 굳이 선배들 중 누구랑 닮을 필요 있나. 백날천날 근본이 어떻고 떠드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싱크라가 근본이 되면 되는데 말이다.
3 . 사쿠쨩 이야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보긴 했다만, 우리 공식 인사팀은 정말 일을 잘한다. 보컬과 연기는 미완성이지만 춤은 완성된 인재를 데려왔다. 그리고 역대 일반부 트리오와 비교하면 굉장히 빠르게 긴장감을 털어내고 있다. 치바-아이치-도쿄의 6개 무대를 비교하면 갈수록 긴장이 줄어든다.
도쿄 무대에서 특히나 놀란 건, 싱크라에서 정말 잘했다는 것. 그리고 이전의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보컬 애드립이 생겼다는 것. 꽝꽝 얼어있던 표정도 서서히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웃기 시작하고, 다음 무대에서 또 전혀 다른 사쿠쨩이 되어 나타날 것 같다.
그래서 사쿠쨩 솔로곡은 언제 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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