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Intro
1 . 스리즈 부케
① 水彩世界
꽃피는 날에 체질개선.
- 후쿠오카 양일 / 도쿄 1일 / 아이치 1일
언제부턴가 수채세계를 상징하는 말이 체질개선이 된 것 같은데, 단순히 어감의 유사성에서 이 드립을 시작했던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유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채세계가 정말로 사람을 스리부의 팬으로 체질개선하는 힘이 있으니 널리 오래 쓰이는 게 아닐까 싶다.
수채세계는 순정만화풍의 악곡이라 다소 취향을 타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리리이베 때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취향을 탄다는 말이 호불호를 가르키는 말은 아니다. 수채세계가 "평범한" 곡일 수는 있어도 "별로인" 곡은 될 수 없다. 호감의 최소치가 0이지, 불호에 속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유닛의 정체성인 이 곡이 스리부의 매력 역시 대변한다 본다. 누군가가 스리부를 최애가 아닌, 그냥 같은 럽라의 유닛, 딱 이 정도까지로 여길 수는 있어도 이 유닛의 안티가 된다거나 억까할 일은 없다 본다.
② Reflection in the mirror
아이돌은 쓸수록 강해진다.
- 후쿠오카 양일 / 도쿄 2일 / 아이치 2일
보컬과 안무의 난이도만 보면, 거울반사가 스리부의 악곡 중 가장 어렵다고 본다. 후렴 전반이 고음 투성이에 안무도 움직임이 유독 큰 편이고, 박자도 빠르다. 듀엣임을 감안해도 쉬는 구간이 적어 라이브에서 여유를 갖고 연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후쿠오카 때는 스리부답지 않게 흔들리는 감이 있었다.
그러나 럽라가 어떤 곳이냐, 그리고 캐스트가 어떤 사람들이냐. 쭉 공연을 다 본 뒤에 후쿠오카 1일차와 아이치 2일차를 교차해서 확인했는데 역시는 역시. 그 사이에 역량이 늘었다. 괜히 우이사마가 실력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게 아니며, 그 옆에 머리띠가 잘 어울리는 동요가수도 "가수는 가수다" 라고 칭찬받은 게 아니다.
③ 謳歌爛漫
오리엔탈 발라드에서의 만개 기법.
- ALL
동양풍 미디 음악, DiverDiva의 〈祭花 -saika-〉와 같은 장르의 곡이다. saika가 여름축제라면, 구가난만은 벚꽃놀이의 마지막 날 쯤이 될 것 같다. 꽃이 피고 지는 섭리의 굴레에서, 시작과 끝을 아련한 씁쓸함으로 전달하는 스리부의 오리엔탈 발라드는 애절함으로 무장한 기존의 발라드 악곡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대체로 발라드들이 격정적인 슬픔과 이를 억누르며 솟아나는 애절함으로 감성을 전달한다. 그러나 구가난만은 카호의 캐릭터성을 내세워 문학소녀가 어리광을 부리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교과서적인) 드라마틱한 연주가 나오는 게 보통인 브릿지도 「かくれんぼ(숨바꼭질)」, 「もういくつ 眠れば(몇 밤 더 자면 되는지)」처럼 유소년기의 어휘를 담은 잔잔한 듀엣으로 흘려보낸다. 감정 폭발도, 고음 발사도 없다. 하던대로의 스리즈 부케가 마지막 후렴을 준비할 뿐이다.
곡 설계부터 구가난만은 마치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부드럽고 고요한 하강을 기획했다. 이것이 스리부만 할 수 있는 곡 해석은 아닐테지만, 오리엔탈 발라드 장르에서 스리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보여주는 선택지였다 생각한다.
④ Holiday∞Holiday | ★
러브라이브에서 가장 안무를 잘 만든 곡. 의상도 엄청 예뻐서 눈이 즐거웠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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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호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희망적인 가사와 밝고 쾌청한 미디사운드의 조합, 그리고 라이브에서 펼쳐지는 특색 있는 안무까지. 캐스트의 역량과 유닛의 지향점을 두고 보더라도 호리호리는 그 자체로 다른 곡들과 레벨이 다르다.
호리호리의 핵심이라면 당연히 후렴의 안무일 것이다. 후렴에서 ∞를 그리는 이 안무는 "잘 만든 안무"를 구분하는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한다. '후렴에 들어간', '노래를 상징하는', '따라하기 쉬운' 안무다. 스리부와 호리호리를 처음 본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였고, 어떤 무대였고, 어떤 사람들이었고,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4분 17초의 짧은 시간에 흔한 러브송으로 인상을 남기기란 쉽지 않음에도, 호리호리는 자신의 강점을 명확하게 설계했고 이를 캐스트들이 100%의 매력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⑤ 残陽
Cistus Bouquet : 불타는 꽃다발
- 후쿠오카 1일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음원 기준, 노래에 미묘하게 엔카 감성이 있던 곡...이었을텐데 라이브에 오니 장르가 바뀌었다. 앳되고 우아한 스리즈부케가 무대-객석-온라인 가릴 것 없이 다 태워버렸다. 진짜 활활 탔다. 싹 다 태웠다. 얼마나 태웠으면 아주 그냥 온동네가 난리가 났다. 캐스트 두 사람이 매 회차마다 더 깊게 연구하고 연습시간을 할애하는 곡이 있다 했더니, 역시 그 곡은 잔양이다.
후쿠오카 1일차에서도 깜짝 놀란 그 연출이, 도쿄, 아이치 갈수록 더 화끈해졌다. 이걸 이렇게까지 불태운다고 싶을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백허그나 턱꾹이나 허그나 과한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평범한 연극이나 뮤지컬이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러브라이브고, 하스클이고, 그러니 비명이 나오는 거다.
⑥ Dear my future | ★
회개하시오.
- 후쿠오카 2일
지금까지의 하스노소라 곡들 중 가장 철학적인 주제와 비교를 불허하는 우울함 때문에, 라이브에서 쉽게 선보일 라인업은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발라드 곡을 라이브에서 했던 사례가 차고 넘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류의 서정곡들을 연달아 구성했기에 혼자 뚝 떨어져 있는 디마퓨가 이번에는 나오지 못 하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2일차에 불렀다. 진짜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데, 퀄리티도 미쳤다. 논스케가 애절한 목소리도 잘 내는구나, 우이사마가 감정을 실어 격하게 부르는 때도 있구나. 감탄의 연속이었고, 두 사람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온전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amazarashi의 곡과 정말 닮았다고 느꼈고, 듣는데 뭔가 인생을 잘못 살아왔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아키타 히로무의 감성과 비슷하다. 앞으로 살아가다 삶이 힘들 때 찾아 보게 될 무대가 될 것이다.
정말 아쉬운 건, 앞서 말했듯 라이브에서 하기엔 이질적인 면이 있는 곡이라 투어 중 딱 한 번만 했다는 것. 그런데 그 무대가 내가 뽑은 스리부의 1st 라이브 최고의 무대였으니, 그건 그것대로 또 나쁘지 않다.
⑦ 眩耀夜行
아름다운 밤을 달려 알타이르와 베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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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반사에 가려져 그렇지, 현요야행도 보컬 난이도가 보통 높은 게 아니다. 어찌보면 질주감과 고양감을 표현해야 하는 현요야행이 종합적인 면에서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단적으로 후렴 이후에 몰아치는 기타리프가 과연 이 곡이 스리부의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격하다.
실제로 후반으로 갈수록 논스케는 살짝 버거워하는 모습이 있긴 했다. 안 그래도 카호의 연기톤을 내느라 생목에 가까운데 빠르고 높은 가창을 수행하니, 안 지치는 게 이상하다. 본인이 카호와의 싱크로를 위해 악을 쓰는 면이 있긴 하겠지만, 역시 무리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별개의 얘긴데, 진짜 발전기 좀 잡아라.
⑧ Kawaii no susume
미소참기 챌린지.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안 그런 곡이 어딨겠냐만은, 스리부 노래들은 미소를 짓지 않고 보기가 매우매우 어렵다. 쮸케든 우이사마든 화면에 보이면 비명부터 지르게 되는데, 그게 유독 심한 곡이 이 곡이다. 아니 진짜 시작하자마자 하스노소라 아자토사 대표 논쮸케와 새침한 얼굴로 발랄하게 춤사위를 펼치는 우이사마를 보고 어떻게 입술을 닫고 있을 수 있냐고.
곡 얘기를 하자면 약간 2010년대 한국 아이돌 노래같은 면이 있다.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런 느낌이 있다. 정규 타이틀은 아니고 대충 3번 4번 트랙에 있는 그런 노래. 존재감 자체는 옅은 포지션에 편곡도 특색 있다 말하기 어려운 그런 곡. 그런데 뭐 어떻냐, 비쥬얼로 압살하는데 ㅋㅋ
⑨ 素顔のピクセル
순수함으로 포착한 한 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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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강렬한 기타리프가 청량하면서도 상쾌한 스리부의 등장을 알리는 곡. 누가 봐도 카호의 표정으로 활기차게 무대를 이끌어가는 논스케는 무어라 평할 것도 없다. 얼굴에는 논스케, 뒤통수에는 카호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평소의 아가씨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해맑은 표정의 우이사마. 옆에 이토록 카호한 아이가 있으면 아무리 코즈에라도 우이사마와 같은 표정이 나올 거다.
우이사마의 표정 연기는 곡의 활기찬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며 매력을 더한다. 순수하고 기운찬 논스케의 보컬과 맑고도 애절한 우이사마의 보컬이 어우러지며 스리부의 청춘감을 연출한다. 돌케의 청춘윤곽과는 다른 스리즈 부케만의 "청춘감"이 나츠페인 의상과 정말 찰떡이다.
곡 설계에서도 돋보이는 지점은 마지막 후렴구를 준비하며 터지는 한 픽셀의 콜이다. 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 아님에도 이 지점에서 긴테가 터지며 환호성이 회장을 가득 채울 것만 같다.
⑩ 千変万華 | ★
두 사람의 정반합으로 피어나는 천변만화의 꽃 한송이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꽃과 스리부를 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특히 천변만화는 더 그렇다. 과거의 경험들이 모여서 한 송이의 꽃이, 작은 꿈이 피어나는 것을 노래하는 천변만화에는 정반합의 원리가 담겨있다. 카호와 코즈에, 논스케와 우이사마라는 정(正)과 반(反)이 만나 스리즈부케라는 합(合)을 꽃피운다.
그리고 그중 최고의 합은 논스케가 1절을 마무리할 때 우이사마가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이다. 캐릭터와 캐스트를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경험 끝에 무대 위에서 꽃피우는 만개의 순간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만개한 이 꽃은 천변만화라는 제목처럼 앞으로 또다시 다른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니 제발 러브라이버면 앞으로 천 번 만 번 들읍시다.
2 . DOLLCHESTRA
① Sparkly Spot
노나카 클래식 1악장.
- 후쿠오카 양일 / 도쿄 1일 / 아이치 1일
항상 느끼지만 돌케의 음악 정체성은 무엇일까, 쉽게 정의할 수 없다. 놀리듯이 말하면 중2병 유닛이라고 생각하고, 평범하게 얘기하면 2010년 전후로 유행했던 보카로-우타이테 노래들 느낌이다. 늙어서 그런가, 오시가 사야카인데도 이 돌케 특유의 감성을 따라가기가 좀 많이 벅차다. SEKAI NO OWARI, amazarashi, 신해철 노래를 좋아하는데도 돌케만 어렵다. 아저씨의 센티멘탈이랑 여고생의 센티멘탈이 달라서 그런가.
어쨌든 위드미츠나 스토리를 보면 돌케의 정체성은 사야카 취향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의 곡 대부분이 츠즈리보단 사야카가 메인에 배치되었고, 구성도 사야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볼륨이 사야카에게 편중되고, 후렴도 츠즈리는 저음으로 받쳐주며, 지르는 건 사야카다.
그렇기에 낫스에게 가는 부담감도 큰 편인데, 우리 낫스가 그런 거 신경 쓸 타입은 전혀 아니라 본다. 노래도 잘하고, 실제로 스파스포 킬링파트인 「決めるのは自分だ。」 이 나레이션도 제대로 질러준다. 확실히 낫스가 발성이 뚜렷하다. 성량도 크고 소리를 쓰는 공간도 넓다.
② AWOKE
서커스와 외줄타기.
- 후쿠오카 양일 / 도쿄 2일 / 아이치 2일
콧땅과 낫스 중에 눈에 띄는 캐스트를 고르라면 98%는 낫스를 고를 것 같다. 퍼포먼스의 크기도 크고, 좀 더 나서서 지르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 콧땅의 연기톤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나, 역시 안정은 경험에서 오는 것이라, 앞선 이벤트들에서 갈고 닦은 AWOKE는 다른 곡들과 안정감이 확연히 구분된다. 오히려 낫스가 하는 실수를 콧땅이 잡아주는 포인트도 있다.
이런 모습을 "돌케 서커스"에 비유한 원고가 있다. 낫스가 무대에서 공도 굴리고, 저글링도 하고, 외발 자전거도 타고, 입에서 불도 뿜고, 칼도 던지고, 덤블링도 하고, 접시도 돌리고 다 한다. 그리고 콧땅은 위에서 외줄타기 하나만 한다. 그러다 낫스가 넘어진다거나, 공을 놓친다거나, 접시를 깬다거나 하면 콧땅이 줄에 거꾸로 매달려서 그걸 고쳐주고 올라간다. 이 원고를 받았을 때, AWOKE에서 그런 모습이 잘 보인다고 생각했다.
③ スケイプゴート
존재에 관하여 : 중력에 짓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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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난해한 돌케 곡 중에서 편곡까지도 난해한, 부르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더 어려워할 노래라고 본다. 일단 가사부터 굉장히 염세적인 반항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음원으로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노래들이 Neru의 〈로스트 원의 호곡〉, amazarashi의 〈텅 빈 하늘에 짓눌리다〉 이 둘이었다. 라이브에서 들었을 때는 N.EX.T의 〈불멸에 관하여 : The Ocean〉 이었다. 아예 다른 장르의 곡들이 연상되는 걸 보면 돌케 곡이 어렵긴 어려운 것 같다.
일단 기우뚱하게 진행되는 메인스트림 구성에, 첫 소절부터 보컬 이펙터도 쓰고, 비장미와 중2병 감성이 섞여 글로 묘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춘기의 정체성 혼란을 편곡에서 드러낸 건가 의심도 든다. 단적으로 말해, 감상자에게 여러모로 불친절한 곡이다. 만약이지만 이 기분을 의도한 거라면, 작곡가가 진짜 천재다.
④ Tragic Drops
아쉬움이 남는 후렴, 클라스는 영원한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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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스포에서 자기 소개를 마친 낫스가 서서히 시동을 거는 곡. 후렴 사운드가 빈약해서 즐겨 듣는 곡은 아니지만, 브릿지에서 울부짖는 낫스는 언제나 레전드다. 이걸 보면 곡 구성의 설계도가 잘못 만들어진 건 아닌데, 후렴에서 쓸 자재를 어딘가로 긴빠이한 게 아닐까. 기타리프도 예리하고 낫스가 막 질러주는 덕에 록 스피릿이 가미된 곡인데 좀 많이 아쉽다.
정말 후렴 사운드가 빈약한 거 빼면 다 완벽하다. 인트로의 시계부터 베이스와 피아노의 차력쇼, 벌스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드럼과 기타까지. 진짜 후렴에서 쾅 하고 묵직하게 때리는 사운드가 있었다면... 진짜 웬만큼 무대가 이상해도 좋은 점만 얘기하고 마는데,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 같아서 자꾸 미련이 남는다.
그것과 별개로 낫스는 명불허전이다. 「どうすれば良かったのか」, 한 음절 한 음절 감정이 단계적으로 고조되는데 어떻게 이런 스킬을 저 어린 캐스트가 해내는지 신기할 뿐이다. 진짜 이전 활동 기록이 없는 신인이었다면 럽공식에서 만든 안드로이드라고 믿었을 거다.
⑤ 青春の輪郭 | ★
a.k.a. 돌돌돌세(DollDollDoll世).
- 후쿠오카 1일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잃어버린 청춘을 여기서 찾았다. 라이브에서 처음 보자마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역시 모든 곡은 라이브로 완성된다' 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느꼈다. 음이탈, 가사 실수 등 음원만큼 깔끔한 사운드를 내진 못했지만,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던 독특한 돌케만의 감성이 세련되게 잘 표현되었다.
보컬도 보컬대로 멋있었지만, 핵심은 반주에 있었다 본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표방한 밴드 사운드에서 굉장히 RADWIMPS 감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좋아할 법한 사운드다. 돌케가 불렀을 뿐, 랏도가 가져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DD의 곡들처럼 속도감 있는 편곡이 돋보이는데, DD가 『질주』의 이미지라면 돌케는 『활강』의 이미지다. 랏도로 치면 《날씨의 아이》 OST들과 비슷한 결이고, MV 연출에선 〈前前前世〉의 색감과 일치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도쿄 공연부터 낫스의 막 지르는 담대함이 조금 줄었다는 것. 낫스는 라이브에서 음이탈이 나는 게 더 멋있다고 느껴지는 캐스트라 후쿠오카 때보다 심심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목 아끼려고 그랬을테니 아무렴 어떤가 싶고, 낫스만의 곡 해석과 연기력은 여전하니.
언젠가 현장에서 꼭 들어보길 염원하고 있다. 진짜 직관하면 엉엉 울 자신 있다.
⑥ パラレルダンサー
초시공 신데렐라, KTK 쨩 입니다.
- 후쿠오카 2일
청춘윤곽과 함께 콧땅이 웃으면서 부르는 유이한 돌케 곡. 청춘윤곽이 살며시 웃는 정도라면, 패러렐댄서는 펫카셋츠처럼 활짝활짝이다. 누가 무대 위에서 안 웃는다고 지랄하더냐. 저기 가지쨩 옆에 활짝활짝 웃고 있는 소녀는 누구냐? 우리 츠즈리 담당 성우 초시공 신데렐라 KTK 쨩이다, 이 말입니다.
그렇잖아도 콧땅이 직접 인정했다. 이 노래는 네코카부리계 노래라고.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냐. 아래 지분다이어리에서 얘기하겠지만, 옆에 저렇게 언니 좋다고 방방 뛰는 잼민이 있으면 딥다크한 사람이라도 웃지 않겠나. 그런데 콧땅처럼 팬들한테 아낌 받은 적 없을 뿐, 무던무던 평범평범한 아가씨가 팬들한테 사랑 받으며 저런 친구랑 듀엣하니 얼마나 웃음꽃이 피겠냐고. 앞으로도 콧땅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그런만큼 낫스도 많이 까불었으면 좋겠다.
⑦ Mirage Voyage
Jazzy, Noir, 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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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탐정 요하네〉가 떠오르는 인트로와 간드러지는 보컬이 돋보이는 2집 타이틀 곡. 절도있는 돌케의 다른 곡들과 비교하면 재즈풍 브라스 사운드로 한껏 치장한 펑크팝 느낌이다. 의상도 그에 맞춰 옷소매와 치마 폭을 넓게 늘이고 안무도 유려하게 흘러간다.
미라보야의 보컬 특색이라면 역시 딱딱 끊어지는 박자감과 「どうしたいの / どうしようか」가 아닐까. 아무리 봐도 콧땅은 "츠즈리라면 저렇게 하겠다" 하는 만큼 츠즈리가 되어서 노래하는데, 낫스는 "사야카가 저렇게 할까?" 하는 느낌으로 한다. 낫스는 낫스처럼 한다. 물론 하스 운영 특성상, 페스 라이브 때문에 사야카가 낫스처럼 하는 게 팩트긴 한데, 그래도 뭔가 좀 다르다.
⑧ ジブンダイアリー | ★★
배역과 연기자 4명을 넘나드는 관계성이 빚어낸 따스하고 애잔한 위로의 서정시.
동생이 언니를 참 좋아한다고 느꼈다. 언니도 동생을 정말 아끼는 게 보인다.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낫스는 지분 다이어리가 셋리에 포함되자 갑자기 성량을 줄였다. 도쿄 1일차를 보면서 이상하다 싶었고, 지분 다이어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봉인이 풀렸다. 얼마나 이 곡을 낫스가 기대하고 설레했는지 무의식 중에 드러난 포인트였다. 그리고 아이치 1일차... 늘 그렇지만 캐스트 우는 모습 보는 게 참 어렵다. 신인 때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이니 희소성으론 좋은 장면이라지만, 역시 웃는 게 더 좋다.
낫스 특유의 집중력과 연기력이 가장 빛을 낸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악보 무시, 반주 무시, 그러나 연기자이기에 표현 할 수 있는 감정선에 매우 충실했다. 콧땅도 츠즈리가 가끔씩 보여주는 어른스러운 면모와 애상적인 면을 따뜻하게 잘 풀어냈다. 도도하고 강인한 돌케의 이미지와 상반된 감성인데도 돌케만의 서정성이 있다. 역시 럽라류 발라드는 뭔가뭔가다.
곡 구성도 정말 완벽했다고 말할 만한 게, 일본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이 곡이 어떤 가사이고 메세지를 보내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Liella!의 〈색이 물들어 투명〉과 견줄 위상이다.
⑨ Take It Over
돌케의 지향점이자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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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윤곽과 지분 다이어리가 라이브에서 반전매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KNOT와 함께 돌케 GOAT를 경합했을 아차상 무대. 구성과 퍼포먼스에서 완벽한 곡이었고, 특별히 편곡에서 사운드가 비는 아쉬운 부분도 없었다. 오히려 현악기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했고, 보컬에서도 낫스가 (지분 다이어리가 끝난 뒤라) 지르기도 막 지르고, 콧땅도 꽤 안정감을 찾은 상태라 어디 흠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 안무나 동선은 원래 돌케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이제까지 입도 벙긋 안 한 거고.
확실히 도발적인 이미지에 사운드가 풍부해지니 시청각적 만족감이 높다. 현악기+피아노 조합을 통한 드라마틱한 변주도 무대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굉장히 잘 쓰였다. (아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한 10년 쯤 전에 활동했던 걸밴드 바닐라루시가 비슷한 음악을 했었다. 바이올린이 밴드 세션에 포함되어 있었고, 보컬도 고음 발사가 주특기에, 전체적인 편곡도 몽환적이면서 난장판 밴드 사운드였다. 그 중에서도 〈루시드 드림〉이란 곡이 비슷하다.
⑩ KNOT
쟤 뭐지?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미친 것 같다. 아니 진짜 낫스는 뭐지? 쇼맨쉽도 그렇고 애드립도 그렇고, 진짜 낫스는 뭐하는 녀석인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통상적인 어휘로 묘사하기엔 모자르다. 광기보다 강한 단어가 필요하다. 어감만 놓고보면 똘끼 같은데 진짜 뭐 저런 애가 있냐. 콧땅이 목줄 잡고 진정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지, 저렇게 하면 목 안 나가나?
이럴 때 보면 낫스는 사야카도 노나카 코코나도 아닌 제3의 인격이 있는 게 분명하다. 무대에 미친 사람이다. 「未知を照らせ」를 저렇게 질러주면 미지가 알아서 발광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몇 번을 돌려봐도 날 것 그대로의 무데뽀 퍼포먼스로는 러브라이브에서 낫스가 최고다. 공식 입장에선 머리 아픈 일이겠지만. 근데 사람이 50명씩 되는데, 누구 하나는 저렇게 해줘도 된다.
3 . 미라쿠라파크!
① ド!ド!ド!
오-랴랴- 토-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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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도는 처음 봤을 때부터 저걸 어떻게 하지 싶었던 곡이다. 노래가 난장판인데다 안무는 아이 솔로곡만큼 격하다. 근데 어째저째 캉캉이랑 코나가 다 한다. 전례들을 보면 시켜보니 되더라 해서 축소나 수정 없이 하는 걸테지만, 정신 없이 즐기라고 만든 곡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근데 그건 보는 물붕이 잘못이지. 첫 무대야 둘 다 죽을 것처럼 지쳤더랬고, 이제는 캉캉이랑 코나가 알아서 잘할테니 아이치에선 그냥 즐겼다.
그리고 도쿄부터였나 아이치부터 였나, 코나가 갑자기 무차별윙크폭탄마로 대오각성해서 놀랐다. 후쿠오카 때만 해도 긴장을 엄청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여유도 생기고 덜 굳는구나 했다. 캉캉이 낫스 못지 않게 자기 멋대로 노래하는 타입이라 무대에서 캉캉이 눈에 띄는 편인데, 봉인 풀린 모습을 보여주면 코나도 만만찮을 느낌이다. 아아악 코나코나야-
② ハクチューアラモード | ★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한낮의 예측 불가 깜짝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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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모드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한" 무대였다. 얼어있던 코나가 공연이 진행될수록 긴장 풀고 녹아서 이렇게 무대를 표현할지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캉캉이야 뭐 늘 그렇듯 자유분방, 제멋대로 하고싶은 것들 다하면서 무대를 보여줬다. 그런 캉캉의 페이스에 코나가 말려드는 것 또한 예측 불가였다. 팬들조차 알지 못하는, 어쩌면 캐스트 본인조차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이야 말로 대체 불가능한 미라파만의 매력이다.
그리고 의상이 왜 도도도가 아니고 아라모드냐, 난 아라모드 의상이 더 좋아서 그렇다. 컨셉트라 할지 뭐라 할지 애매한 저 과한 의상이 미라파니까 소화된다. 지뢰계를 초월한 크레모아계 의상이 특히 코나와 참 잘 어울린다. 아악 코나코나야-
캉캉은 일단 트윈테일 풀고 얘기하자.
③ アイデンティティ | ★★
캉르릉-
『세 번째 페르소나(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신)』가 돋보인 무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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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미라파 노래 중에 가장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미묘하게 섞인 이박사풍 테크노 뽕짝 비트와 탄탄한 베이스 사운드, 댄스곡으로 취향 직격탄을 맞았다. 음원이 나오기 전에 라이브부터 시연한 곡이라 어떻게 뽑힐지 알 수 없었는데, 단 한 번의 무대만으로 미라파의 최애곡으로 삼는데 마음 속 이견이 없었다.
미라파티티의 킬링 포인트라면 역시 캉캉의 꾸깃꾸깃한 목소리다. 「そして逞しく」에서 하찮게 긁는 목소리가 매력이 넘친다. 지금 캉캉이 이 무대를 100% 즐기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냥 무대 자체가 너무 재밌다. 후렴 안무도 미라파의 겡키함이 드러나고, 가사도 너무 좋다. 내 장례식에 틀어주면, (사후세계의 존재 여부는 차치하고) 가는 길 재밌고 후회 없이 갈 것 같다. 갔을 때 뭐하는 놈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 동네 대장 앞에서 미라파티티 틀어두고 Just do it 콜 박으면 인생 잘 살았다고 인정해주지 않겠나.
덧붙여 캉캉의 각선미가 말이 안 된다. 후기글 최고 아웃풋 "말랑/빵빵" 얘기하신 분이 그랬다. "캉캉의 엉덩이와 다리 라인이 눈에 띄게 예뻐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라고.
④ ココン東西
지금부터 대답을 아주 잘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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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이미지를 공식과 캐스트가 망친 느낌이 없잖아 있는 고금동서. 아무리 들어도 「コココンコン コンコン 東西」 한 다음에 벨 울리고 뭔가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하필이면 슈슈가 얼마전에 라디오에 나온 터라 아카이브 돌려볼 때 더 그랬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가사 실수가 유독 많았다는 것. 그런데 애초에 놀자판인 노래라 문제될 게 없다. 이걸 문제 삼으면 놀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뭐가 아쉽냐, 그 논다는 게 현장에 있을 때의 얘기다. 온라인 뷰잉으로 보는 것엔 해당사항이 없다. 다들 나 빼고 논다. 어흐흑
사족으로 고금동서도 캉캉의 그 꾸깃꾸깃한 스크래치가 잘 나온다. 「やってやるさ」 이 부분이 아주 좋다.
⑤ ノンフィクションヒーローショー
익숙한 B급 감성은 실력이 좋아야 성립된다.
- 도쿄 양일 / 아이치 양일
전파곡은 아닌 것 같고, 〈샤제리아☆키스☆다당당〉이랑 비슷한 러브라이브식 전대물 노래같기도 하고, 까놓고 말해서 노라조 아니면 오렌지캬라멜 느낌이다. 흔히 "B급 감성"이라 부르는 그 장르 말이다. 그쪽 음악들을 좋아할 나이는 지나서 그런가 솔직히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완성도가 높다는 건 느껴진다.
원래 B급 감성이 통하려면 기본기 탄탄하고 퍼포먼스 고점도 높아야 한다. 못 하는 사람이 B급 감성을 하면 빈말이 아니고 진짜로 조진다. 그런 점에서 미라파는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 코나가 긴장하고 손 떨고 그래서 그렇지 음정박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고, 캉캉은 계속 말했듯이 무대를 즐기는 사람이다. 장르를 대중적이면서 폭발력 있는 쪽으로 딱 1곡만 내준다면, 하스클의 대외용 결전병기로 활약할 유닛이 미라파다.
4 . 여담
(지금은 삭제했지만) 하스클 후기 관련 공지에서 말씀드렸듯, 이 후기는 저를 포함한 세 사람의 원고가 한 곳에 뒤섞인 후기입니다. 쓰고 옮기는 편집 데스크를 제가 담당하니, 문체는 최대한 제 문체로 통일해서 적긴 했는데, 아마 어색한 곳이 몇 군데 있긴 할 겁니다.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단체곡은 얘기가 왜 없냐" 하실 것도 같은데요, 유닛 말고 6명 단체곡들도 나름 후기를 써보려 했는데 잘 안 써지더라고요. 괜히 있는 말 없는 말 하는 것보단 안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원고도 유닛이랑 멤버별 얘기뿐이어서 편집하고 할 것도 없었고요.
개인적으로 단체곡에선 On your mark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고 럽라 얘기까지는 아니고, 원고를 받는 과정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서 그걸 쓰려 합니다.
원래는 선배님한테 원고를 받을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별애니 후기 때 싫은 소리 들은 것도 있고, 리에라가 3기생이 들어오며 저 후기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것도 있고 해서, "좀 더 시간이 지나고, 하스클은 다음 기수 멤버들까지 다 들어오면 받아볼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충 한 달 쯤 전인가, 선배님한테 연락이 하나 왔습니다. 어떤 유튜브 영상 링크와 함께 "이거 봐봐" 하고 왔거든요. 그게 뭐였냐면,
이 영상입니다.
선배님이 D즈니 왕팬이신데요, 더빙판도 재밌게 보고 그러십니다. 그런데 이번에 《싱어게인 3》 라는 프로그램에 《겨울왕국》 안나(엘사 여동생)의 한국 더빙판 성우이신 박지윤 성우님께서 나오셔서 OST 《같이 눈사람 만들래?》 이 노래를 부르셨어요.
그러고선 이제 감동받았다고 쭉 말씀하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너는 이런 감동을 매번 느꼈던 거구나?"
저는 이 말이 꽤 신선하더라고요. 솔직히 "럽라 라이브랑 이거랑 같나?" 아리송 합니다. 나마안나라고 표현하기도 좀 이상하고, 제가 D즈니 팬이 아니라 신기하긴 해도 감동까지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고요. 여튼 (러브라이브의 팬이 아닌) 남들이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럽라 얘기가 잠깐 나온김에 하스 얘기 꺼냈다가 흘러흘러 원고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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