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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모음/라이브 후기

[라이브 후기] 환일의 요하네 -The Story of the Sound of Heart-

by 양털책갈피 2024. 1. 17.

0 . Intro

환일도 도쿄돔 가겠죠 뭐.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습니다.


Ⅰ. 공식은 이게 하고 싶었구나

연말에 라이브가 참 많았다. 하스노소라도 하반기에 있고, 코코마루가 처음 참가하는 넘버링 라이브 니지 6th도 있고. 그리고 도쿄돔 럽@ 페스도 있었다. 이래저래 개쩌는 일정이 몰아치는 와중에 스핀오프 격 라이브인 환일은 (상대적으로) Aqours라는 이름값을 두고 보더라도 솔직히 기대가 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캐스트야 도쿄돔에서 "우리 왔다~" 를 외치는 분들이니 논할 게 없지만, 환일만으로 라이브 세트리스트 조직이 가능한가, 아이컁이 중심이 될텐데 캐스트의 컨디션에 무리는 없는가, 결국 선샤인 Aqours 명의의 곡을 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말들이 자주 보였다.

 

무엇보다 무사시노노모리에서 하니까 더 아리송했다. 10,000석 규모가 작은 건 아니다. 당장 동원력 다섯 자리 찍는 가수가 몇이나 된다고. 센터 스테이지 있으니 대충 80%로 해서 8,000석이라 치자. 근데 여기를 다른 그룹도 아니고 Aqours가 간다? 환일이 스핀오프격이니 낮춰 잡은 걸테지만, 영 폼이 안 산다.

 

그리고 여차저차 1일차. 무대를 보자마자 느꼈다. 공식이 환일 프로젝트 자체를 실험실로 써보려는 의도가 있고, 라이브 조직도 기존의 라이브와 성격을 많이 바꿔보려 한 것 같았다. 환일 애니, 게임 때도 그렇고, 확실히 환일쪽 운영은 공식이 하고 싶은 거 일단 다 해보는 느낌이다.


Ⅱ. 환일의 테마

저 위에 유닛 라이브부터 이것저것 더 있다. 야로나 이전 BD 영상도 합치면 많기도 많다

보기는 1일차와 3일차만 봤다. 사실 1일차만 보려 했는데, 3일차에 요코상께서 기습등판 하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비중이 많지는 않으셨다만, 그게 뭐 중요한가. 카오루코도 그렇고, 이제 무대까지 올라오셨으니 우리 누나 맞겠지.

 

전체적인 감상부터 말하면, "럽라가 아쿠아로 신기한 걸 했구나." 중요한 건, 볼드체로 강조한 "또" 다. 가만히 따져보면 뮤즈부터 아쿠아 5th까지는 구성이나 연출이 별 차이가 없었다. 이건 니지 1st도 마찬가지고, 역사의 한 페이지 페스도 포함하는 얘기다. 그리고 5th 이후로는 (야로나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엄청 크긴 하다만) 라이브마다 『테마』를 정해두고 구성/연출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로월은 최초로 시도한 무관객 라이브, 흰섬은 무료공개 파트 제공, DC는 관객을 받은 코로나 시기 첫 라이브, 6th는 추공 도쿄돔, 발렌타인-화이트는 추억여행, 공식의 속뜻은 다를지 몰라도 저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봄ㅋㅋ?" 이라는 의도가 담긴 느낌이었다. 환일도 같은 맥락으로 『미라치케에서 했던 거 더 뮤지컬스럽게 해보자』 하는 발상에서 시작한 거 아닐까.

 

요약하면, 환일은 테마가 『럽라식 뮤지컬』이다.


Ⅲ. 뮤지컬 요소

"뮤지컬 같았다"는 감상이 많았는데, 공감하는 바이고, 공식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그루터기를 설치한다거나, 〈GIRLS!!〉에서 소품을 잔뜩 가져다두고 안무 대신 연기로 표현한다거나, 럽라 바깥에서 자주 먹던 익숙한 맛이었다. 하나하나 해체분석하면 뮤지컬은 아니라고 도장 쾅 찍겠지만, 그거 따지고 들면 피곤하니까 그냥 럽라식 뮤지컬이라 생각하려 한다.

 

무대 구성, 연출, 공식의 의도 말고 『뮤지컬』 같은 포인트를 더 꼽자면, 첫째로 노래 자체가 뮤지컬풍인 게 있을 것 같다. 환일 노래들이 아리아/넘버는 아닌데, 그렇다고 럽라식 아이돌 곡도 아니다. 환일 애니가 가수 지망생 요하네에게 포커싱이 되다 보니, "가요 ~ 애니송" 정도의 기묘한 위치에 있는 노래들로 꾸려진 듯하고, 이걸 라이브에서 보여주니 지금까지의 럽라 라이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둘째는 캐스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환일 서사에서 아이돌이 아니라는 것"이 있겠다. 요하네도 작중에서 지망생이지 가수는 아니었고, 다른 캐릭터들은 저마다 생업이 있었고. 가창과 아무 관련 없는 캐릭터들이 대뜸 노래하는 게 뮤지컬이지, 다른 게 뮤지컬인가. 환일라이브가 애니 기반이고, 캐스트도 환일 캐릭터를 연기하니,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이 부분이 뮤지컬느낌으로 가장 크게 와닿았다.

 

셋째는 사적인 이슈인데, 안쨩 오시라서 개인 활동을 좀 따라가다 보니 안쨩을 볼 때 배우 안쨩이 겹쳐보여서 그렇다. 이나민타운 연간 회원 보고 흑우라고 하던데, 이벤트 끝나고 기습방송 해줄 때 고봉밥으로 해주니까 뭐... 근데 컨텐츠가 좀 적긴 하다. 스마랑 같이 있을 때가 참 좋았는데.


Ⅳ. 캐스트

캐스트까지 파기 시작한 게 7, 8년 된 것 같은데, 와중에 라이브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건 온라인뷰잉 때부터라 (뷰잉장 가는 걸 매우 싫어했음) "완성형 아쿠아" 만 봐왔으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여기서 막 칭찬해봐야 뭐하나, 다 아는 얘긴데ㅋㅋ

 

뭔가 니지 5th처럼 "완전체 니지가사키" 라거나, 리에라와 하스처럼 태동기부터 라이브를 챙겨봐준 것도 아니고, 아쿠아를 굳이 한 명 한 명 조명하며, 안쨩은 어떻고, 슈카는 어떻고, 언니는 어떻고, 후리는 어떻고, 컁은 어떻고, 킹쨩은 어떻고, 스와는 어떻고, 샤는 어떻고, 냐쨩은 어떻고, 까놓고 아쿠아 라이브에서 "오늘 다들 잘 하길..." 비는 사람이 있겠나. 추공을 도쿄돔 가는 누나들인데.

 

그래서 나는 아쿠아 캐스트에 관해선 감상을 주절주절 쓰지 않으련다. 굳이 쓰면, 명불허전. 나중에 도쿄돔 이상 캐퍼를 가면, 그때 쓰겠다.

 

+ )

 

말 나온김에 하는 얘기인데, 뮤즈와 아쿠아는 팬과 아이돌을 떠나 인간으로서도 좀 어렵다. 뭔가, 뮤즈는 OB, 아쿠아는 선배, 니지는 동기, 리에라는 후배라는 느낌이 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저 구분이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한데, 뭐 그렇다. 뮤즈와 아쿠아에 대해 칭찬하는 것 자체가 "감히"라는 느낌이 있다.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라 내가 뭔 말을 해도, 그것이 칭찬이라 해도, 마음이 불편하다.

 

반대로 니지와 리에라는 다른 그룹들보다 편하고 익숙한 감이 있다. 개인 방송이나 라디오도 자주 챙겨 듣게 되고, 라이브 해체분석하며 이야깃거리 찾기도 쉽고. 니지쨩 체아땅마낫삐카슈밍이 슈카보다 언니거나 동갑이긴 한데, 슈카는 슈카니까. 슈카를 편하게 느끼면 사적으로 친구거나 겁대가리를 상실했거나 그런 거 아닌가. 슈카오시들 눈엔 슈퍼 댕댕이 슈카슈로 보이겠지만.

 

아마 이 이미지가 라이브를 본격적으로 챙겨보기 시작했을 때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궁극체 뮤아와 이제막 태어난 응애들을 보는데, 비교가 안 될래야. 지금이야 다같이 도쿄돔도 놀러가고 하지만, 퐁은 아직도 개화선언 부르다 우는 게 생각나고, 다테도 첫방 5분만에 우는 게 생각나는데. 난죠 파이널 MC, 오모히토 리언니도 다 봤지만, 니지쨩 리에라쨩이랑은 좀 다르지 않나.

 

그리고 하스는 응애다.


Ⅴ. 마무리

 

어찌되었건, 우리 아쿠아 정상영업 건재합니다를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준 라이브라 재밌게 봤다. 24년에는 넘버링도 새로 하나 하고, 환일도 잘되면 좋고, 잘 안 돼도 새로운 걸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환일 2기에 성설 나오고, 던전 RPG 내주는 거 맞지? 공식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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