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Intro
① 하스노소라
💐 스리즈 부케
사회현상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 중심에 『스리즈 부케』가 있을 것이다.
스리부에게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오프닝 이벤트 때 눈에 확 들어온 건 낫스였지만, 유닛으로서 심상치 않다 느낀 건 스리부였고, 이는 1st 라이브와 이차페까지 유효했다. 이번 고시엔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다 약간 긴장하긴 했지만, 스리부만의 출구 없는 매력은 모두 보여줬다. 선곡에 대해선 Holiday∞Holiday 하나로 정리된다. 대중과 전문가 모두가 극찬하는 역대 최고의 악곡이 호리호리다. 중요한 무대에서 안 할 이유가 없다.
스리부를 보면서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럽라가 다시 사회현상을 일으킨다면 그 중심에 스리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스리부에겐 남다른 잠재력과 매력이 있다. 판단의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그냥 내 경험이 그렇게 말한다. 스리즈 부케가 일본 전역을 지배할 날이 2년 안에 온다고.
🎼 DOLLCHESTRA
포스트 Guilty Kiss
돌케는 심장에 하스노소라라는 말뚝을 꽂아넣는 유닛이다. 프로젝트를 라이브로 처음 접하는 이들의 뇌리에 이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을 수 있는 멤버들이 있을까. 20년 경력 선배에게도 밀리지 않는 무대장악력을 갖춘 최연소 탤런트,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무대 위 자기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한 신데렐라, 두 사람이 자아내는 카리스마는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다.
이 둘의 역할은 괴물같은 퍼포먼스로 러브라이브와 하스노소라를 모르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오는 것, 원조 대외결전 유닛 길키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당장 이차페 때도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캐스트는 낫스이지 않았던가. 이미 돌케의 곡들도 KNOT, Take It Over는 대외용 원투펀치로 인정받았고, スケイプゴート, 希望的プリズム처럼 숨은 명곡으로 언급되는 무대들도 그 비장미와 무게감이 남다르다. 매니악한 심포닉 장르를 소화하면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기란 쉽지가 않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가 길키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단어, "실력"과 그 기원을 같이한다.
🐶 미라쿠라파크!
절대음감 완벽주의 보컬리스트 vs. 그냥 칸 칸나
스리부와 돌케가 주목받는 동안, 그다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유닛이 있다. 바로 미라파다. 독특한 콘셉트와 정신없는 편곡, 거기에 의상도 어딘가 평범하지 않다. 취향직격이 아니라면 진입장벽이 높은 둘이다. 허나, 그 장벽을 넘어가면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매력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이 둘의 음악적 역량에 놀랄 수밖에 없다. 완벽히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이 음악이론을 거스르는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딱 잘라 말해, 코나와 캉캉은 무대 해석이 상극이다. 코나는 음원을 출력하듯 노래하고, 페스 라이브처럼 철저하게 메구미를 연기한다. 반면, 캉캉은 소절마다 목소리를 꾸깃꾸깃 비틀고 앙칼진 스크래치를 섞는다. 하이텐션의 루리노도 기겁할 에너제틱한 사운드다.
코나가 하스노소라 초기에 유독 잔실수가 많았던 건, 음원과 다르게 합의되지 않은 소리를 내던 캉캉의 애드립에 휩쓸린 결과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섬세한 완벽주의 보컬리스트가 멋대로 노래하는 프리스타일 퍼포머에게 적응했다. 연기하는 배역이 되어 악보와 똑같은 소리를 출력한다. 미라파는 둘 중 누가 누구에게 맞춰주고 보조하는 관계가 아니다. 둘 다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생각하는 노래를 할 뿐이다. 그렇게 미라파의 무대는 혼란함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 둘은 정말 천재일지도 모른다.
② 유이가오카 & 고즈
🎹 KALEIDOSCORE
Well, we're all in the mood for a melody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공식이 정말 고시엔을 유닛 경연 대회로 구상하고 등수를 매기는 미친짓을 했다면, (멤버가 불참한 유닛들을 제외) 가장 큰 패널티를 안고 무대에 섰을 유닛은 카레스코였을 것이다. 우리 역체쿨뷰티 카레스코가 웬 패널티인가 싶을 텐데, 10년 전 예능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 편〉을 생각해보면 된다. 당시 아이유가 나와서 "발라드를 하고싶다" 말하니 멤버들이 전부 우려를 표하지 않았나. 축제 풍의 경연들은 "뛰어"와 "다같이"에 가산점을 주고, 절절한 서정시에는 박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한국인이면 환장한다는 록발라드면 또 모를 일이지만, 건반 중심에 클래식한 화음을 추구하는 카레스코에게 록발의 감상을 남겨줄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늘 그렇듯, 카레스코는 유일무이 발라드 유닛으로 "우리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른다. 유닛 고시엔은 별 것 아니라는듯, 우리들은 이미 도쿄돔 귀여운 노래 대항전에서 不可視なブルー를 불러봤다고 선언한다. 순번이 언제가 되었든지, 양일 모두 카레스코는 자신들의 순서에 사람들을 피아노 선율에 취하게 만든다. ALL 발라드는 자기들 뿐이니 조금은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그런 거 없었다. 생각해보면 리유, 나기, 유이나가 이런 일로 쫄 성격들도 아니었고. 결국 실력이 있고, 그걸 뽐낼 자신감이 있다면, 어떤 무대든 제 가치를 증명한다. 5th 후기 때도 말했지만, 카레스코는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빼어난 유닛이다.
🍓 5yncri5e!
"2024 시리즈 MVP"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5th를 보고 싱크라가 성장하고 진화하고 한계를 돌파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무슨 저그가 변태하는 것도 아니고,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라바 단계였던 유닛이 울트라를 지나쳐 토라스크까지 성장했다. 사쿠가 신인티를 벗어서도 아니다. 그냥 5명이 단체로 스텝업을 했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감도 안 잡힌다. 그나마 모링이와 나코가 5th보다 컨디션을 회복했다는 점이 캐스트 오피셜로 발표된 사항들인데, 둘의 리미트가 풀리니 이런 퍼포먼스가 나온다? 그럼 나머지 셋은 또 뭐지? 싱크라는 이름처럼 멤버 개인의 스탯이 동료들과 동기화되는 사이키델릭한 유닛인가? 막 다섯이 칼라로 연결되어 있고, 싱크라마인드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그런건가?
스텝업의 계기가 무엇이든, 확신하는 것은 다음 싱크라 무대를 보면 내가 또 이런 말을 할 것이란 사실이다. 지난 무대가 고점이 아니었다, 최고점을 또 뚫었다 등등 지루하고 상투적인 말이 또 나올 수밖에 없을 거다. 아니, 상식적으로 지킬 것들 따박따박 지키면서 각자가 한 군데씩 좌표 찍고 미친 애드리브를 보여주는데, 어떻게 감탄이 안 나올 수 있겠나. 음원대로 하는 것도 대단한 건 맞는데, 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날 것의 참맛을 보여주는 퍼포머로의 센스가 위대하다는 얘기다. 이번 고시엔으로 갈드컵 열리면, 나는 우승 유닛은 싱크라를 고른다. 기대치 대비? 이름값 대비? 그런 거 아니다. 그냥 싱크라가 터무니 없이 잘했다.
🐈⬛ CatChu!
Live at Yokohama '24
바로 앞에서 싱크라가 우승이라고 승리선언 했는데, 사심 한가득 채워서 고르라면 캣츄 고른다. 지금까지 내 후기들 봤으면 알 것 아닌가, 진성 락붕이 눈에 캣츄가 미워할래도 그럴 수 없는 유닛이라는 걸. 뭘해도 좋을 캣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모든 무대가 저마다 다른 색깔이란 것이다. 4th 아이치 1일차의 긴장한 신인 락커, 2일차부터 막나가기 시작하고, 이차페 큰 무대에는 다시 얼어붙어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5th 후쿠오카에는 악에 받쳐, 도쿄에서는 캐릭터에 빙의해 카논-스미레-메이가 락을 한다면 이럴 것이다를 보여줬고… 캣츄는 게시글 하나를 통째로 빌려 써야 할 말을 다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이번 고시엔의 캣츄는 5th 후쿠오카처럼 독기를 품은 느낌이었다. 그 독의 쓰임이 달랐는데, 5th 때는 이차페의 아쉬움이라면,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 라는 선언이었다. 특히 2일차는 셋 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손과 목과 가슴에 힘 빡 주고 노래한 게 너무 잘 보였다. 2일차에 이렇게 독기 품은 이유, 다른 거 아니고 바로 다음 순서가 길키니까 그랬을 거다. 완벽하게 음악 색체가 겹치는 두 유닛이 공연 최후반부에 붙어 있으니, 후배쪽인 캣츄는 얼마나 쫄았겠나. 그러면서도 우린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을 거란 (목숨을 건) 각오로 이렇게 레전드 무대를 또 갱신하니, 팬이고 락덕이고 후기를 남기는 입장에서 캣츄는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운 유닛이다.
한 소절 한 음절 한 호흡에 Rock의 정수를 담아 내뱉는 페이,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강림한 지구최강 02년생 프론트맨 다테사유, 그리고 무대에서 타오르는 불기둥보다 더 강렬한 눈빛으로 소리를 가지고 노는 야부. 난 사람의 미간이 이렇게 섹시할 줄은 몰랐다. 다음 라이브와 유닛 팬미에서 또 레전드를 갱신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캣츄 GOAT 무대는 2024 유닛 고시엔 2일차 8회초 무대다. 그래서 라이브 음원 언제 나오냐.
☀️ Sunny Passion
일단 즐겨 다들 한 잔 해
Ha Ha Happy Day~ 써니파에 대한 사전 기대치는 고시엔 전체 유닛 중 가장 높았다. 실력이나 선곡의 문제가 아니라, "써니파를 볼 수 있다" 이것 하나로 기대치가 제일 높았다. 리에라 2nd 이후로 써니파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을 많이 했고, 특히나 2기에서 써니파가 서사에서 홀대를 받으며 보고 싶어도 볼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시리즈 합동 라이브에 써니파가 참전하는 건 이미 그것만으로도 만점을 받을 무대였다.
그리고 충격(?)의 써니파 무대, 정말 깔끔하게 정리하면 "유관은 유관인 이유가 있다." 일단 당연히 유나나와 치하 모두 2nd보다 훨씬 늘었고, 이 둘이 써니파로 무대에 서길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잘 느껴졌다. 예전 써니파 무대들에서 본 유나나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 전부였는데, 고시엔은 100% 이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2일차 HOT PASSION!!이 끝나갈 때, 객석을 훑어보는 유나나의 눈빛이 그랬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구나"를 실감한 배우가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잠시 쉬었던 유나나였던만큼, 고시엔을 통해서 유나나도 많은 힘을 받았기를 바라고, 또 받은 것 같다고 예감한다. 표정은, 눈빛은, 언제나 진실만을 비춘다. 그리고 치하는 저렇게 계속 웃고 있음 광대 안 아픈가? 디폴트 표정이 활짝활짝이니 그려러니 하지만, 그리고 사람이 워낙 어린애 같은 인상이라 그렇지, 잘하긴 진짜 잘한다. 마법소녀 짬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③ 니지가사키
🎡 A·ZU·NA
이제 세상은 푸르를 거야
공지를 따로 쓸 타이밍이 없어서, 그리고 설마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어서, 미처 말하지 못 한 개인적인 규칙이 있다. 무슨 규칙이냐, 바로 "니지가사키 관련 후기를 쓸 때, 아즈나가 Blue!를 하고 나면, 그 무대를 끝으로 토모리 관련 멘트는 그만하겠다" 라고 정해뒀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겠다만, 굳이 이 이유들을 풀어서 설명할 필요도 없어보이고, 검색엔진도 못 찾는 변방 블로그까지 와서 후기를 읽는 그대들이라면, 내가 대략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Blue!는 토모리가 연기한 세츠나의 마지막 유닛 타이틀곡이다. 그리고 토모리의 고별 무대 테마도 Blue! 앨범이었다. 그래서 다들 대놓고 말은 못 해도, Blue!의 상징성이 다른 유닛곡들과 다르고, 나아가서 Blue!를 들을 때 토모리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본다. 1일차에서 퐁과 카오링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비장미가 가득하고 동작도 굳어 있어서 뭔가 컨디션 이슈가 있나 걱정했는데, 두 번째 곡 전주가 나오니까 바로 이해가 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팬이든 캐스트든 그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기도 했다.
2일차는 의상도 맞춰 입고, 첫 곡이 Blue!였다. 그리고 여전히 노래는 신성하고 경건했다. 세상 타락한 모든 것을 씻어내고 맑고 투명한 푸르른 세계로 정화하는 무대였다. 카오링은 언제나처럼 두 사람의 목소리를 잘 받쳐주고, 퐁은 깨끗한 음색으로 서정성을 더하고, 코코는 후렴에서 강한 성량으로 소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듣기 좋은 음악은 이런 것이다.
아즈나 파트를 쓰면서 느낀 건, 여기까지 와서 완성도나 퍼포먼스에 대해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신앙을 가진 이가 찬송가를 비평하는 일은 없지 않나. 진짜 딱 한 마디만 더 하면, 코코가 파란색을 참 잘 받는다.
🚀 DiverDiva
가자! 우주로!
"우주적 사운드" 표현의 원조격 유닛이자, 동시에 이 블로그 도메인의 유래가 된 유닛인 DD. 평소라면 무라카미 씨의 미유땅 팬미팅으로 부담 없이 봤겠지만, 하필 고시엔 직전에 미유땅이 입원 치료를 받았던 터라 혹여나 사고가 나진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봤다. 실력이나 매력을 떠나서, 캐스트의 몸이 아프면 뭘해도 불안하다. 물론 그런 우려와 달리 무대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미유땅도 그까짓 이슈 별 거 아니라는듯 개인방송에서 시원하게 너스레를 떨더라. 어쩌면 미유땅을 제일 걱정했을 사람은 파트너 겸 왕팬인 낫쨩이었을 것도 같고.
DD가 오시 유닛이니까 하는 말인데, 1일차는 평소보다 DD의 매력이 덜 나왔다. 1일차 Shadow Effect에서 둘 모두 가사를 조금씩 헤매는 감이 있었고, 유독 낫쨩이 조명에 눈이 부셔서 집중을 어려워하는 순간도 있었다. 2일차가 되자 우리가 아는 DD로 돌아왔는데, 이때 1일차와 선곡이 달랐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BD특전곡들을 좋아하다보니 이상하게 이치오시들에 한해서 힙스터가 되어버린다. 물론 선곡은 개인취향이란 게 있는데다, 니지쨩은 공식이 칼픽 박고 가버린 찐빠가 컸으니 뭐...
그래도 DD만의 우주를 가르는 상승의 질주감은 살아있었다. 이런 스피디한 템포는 럽라에서 DD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유닛 라이브에 이어 여전히 콜 소리 단단한 것도 텐션을 높이는 데에 한몫했고. 심장에 불을 지르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유닛과 멤버와 악곡은 많다지만, 이것을 로켓으로 만들어 관객을 탑승시키고 날려보내는 건 역시 DD의 시그니처다.
끝으로 의상은 2일차 의상이 이쁘다. DD는 제복계열이 어울려.
🎶 QU4RTZ
사시데×다나카 미라클 매직쇼 with.사가라
이게 참 결장인원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1일차 PASTEL은 역대 쿼츠 무대 중에 한 손에 꼽을 전설적인 무대였다. 도입부에서 진짜 고시엔 최고의 충격을 받았다. 이 노래 후렴이 원래 이렇게 청량했던가? 듣자마자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쫙 훑고 지나가는데, 이걸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내가 그래도 웬만큼 성악가들의 무대를 봐왔다 자부하는데, 이렇게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츙룽은 정체가 정말 뭐지? 저 소리가 사람 목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인가? 대천사 피요롱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츙룽 옆에 다나카는 또 뭐지? 이 누나는 왜 저 노래괴물이랑 듀엣하는데 하나도 안 밀리지? 리나 목소리로 저렇게 소리를 뚫고 나온다고? 특히 마지막 코러스로 넘어가는 브릿지에서 둘이 같이 부르는데도 리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이게 정말 말이 되는 일인가 싶었다. 살면서 노래 듣다가 무서움을 다 느꼈다. 단 두 사람만으로 쾌청한 낮과 어슴푸른 밤을 그려내고, 아카링과 마유치의 빈 자리를 채우다 못해 둘이 합쳐 8인분을 하고 있다. 사시데×다나카 판타스틱 듀엣 그 자체였다.
2일차, 행사 끝나고 온 사가라 참전. 그리고 카나타 쨩도 넣어서 언제나의 쿼츠처럼 구성했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Sing & Smile!!에서 아카링의 슈퍼솔로 파트를 다같이 불렀다는 것. 뭔가 맏언니(?)한테 보내는 헌사같기도 했고, 하이라이트를 이렇게 쿼츠의 화음으로 채워주니 색다른 감동이었다. 카나타 쨩도 무대 뒤에서 감탄하며 보고 있었을 거다. 역시, 사가라는 츙룽 없었으면 쿼츠가 망했을 거라 말했지만, 쿼츠는 누가 없었어도 망했고, 누가 없어도 그만큼 다른 멤버가 해줬을 거다.
이래저래 쿼츠는 비유하면 통나무 들기랑 같다. 공식이 통나무 보여주면서 "네 분이 이거 들면 돼요" 하는데, 각자가 하나씩 드는 건 줄 알고 냅따 4개를 들고 휘두른다. 그러다 이번에 두 명이 빠지니, 츙룽이랑 체미가 하나씩 더 들고 똑같이 4개를 휘둘렀다. 내일도 이렇게 하자고 하하호호 하면서 마유치를 맞이했는데, 마유치도 강림이 늦어 미안하다며 오는 길에 통나무 2개를 들고 왔다. 서로 잠깐 보더니 "그냥 6개 들자" 해서 6개를 휘두르고 뭐 그런 거다. 정작 공식은 1개면 되는데 하면서 구석에 박혀 있고. 관객들은 보면서 으아악 이게 뭐야 하며 공포에 질려 있는 상황이다.
👾 R3BIRTH
K-아레나 3인큐 너만 오면 Go (feat. 덴노사마의 여래신장)
(안 그런 캐스트와 유닛이 있겠냐만은) 돈 잔뜩 받으면서 고생하고 부대끼다 보면 첫인상이 별로여도 친해지기 마련인데, 리버스는 보다보면 그 친함의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 이 셋은 일 때문에 만난 사이라기 보다는, 동네 친구 느낌이다. 소꿉친구는 아니고, 고등학교 때 학원 친구나, 수행평가 조 편성에 묶였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쭉 붙어다니는 삼총사 이런 사이 말이다. 이래저래 삐슈밍 셋은 "찐친감"이 있다. 동갑이라 그런가.
그래서 퍼포먼스의 수준과 실력을 떠나서, 굉장히 학예회 무대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 사람 다 "무대에 서는 게 즐겁다", "노래하는 게 좋다", "러브라이브를 사랑한다" 등등, 이런 거창한 의식 아래에 "난 이 녀석들(?)과 함께 하는 일이 재밌다"가 깔려 있는 느낌이다. 아마 연습이랑 리허설 때도 재밌었을 거다. 여기에 더해 무대 퀄리티도 높으니, 대단한 친구들이 대단한 무대를 하고 있다는 정서적 만족감이 대단히 높다. 한 마디로, 리버스의 무대는 일단 보면 무조건 재밌고 즐겁다.
무대를 즐기면, 관객도 즐기기 마련이다. 셋이 저렇게 재밌게 노는데, 안 즐거우면 감정이 없는 놈이다. 몇몇 쿨찐들이 착각하는 게,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기준이 "이성(理性)"이라며, 감정을 초월한 자신이 "매우 인간적"이라 자부한다는 거다. 그런데 인간은 이성도 있는 것이지, 이성만 있는 게 아니다. 즉, 이성적인 건 이성적인 것이고, 즐거움을 비롯한 감정도 느껴야 인간이란 뜻이다. 감정이 없고 이성만 있는 존재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람새끼는 아니다.
이야기가 좀 딴길로 빠졌는데, 다시 리버스로 돌아와 정리하겠다. 리버스의 매력은 동갑내기 3인방의 독특한 유대감에서 나오는 원초적 즐거움이란 것이다. 셋이 함께 할 때 100%, 200%, 300%의 재미를 보장하고, 누군가 결원이 생기면 그만큼 시무룩한 게 보이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친구들이다. 그 재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굳이 강요는 안 할련다. 나도 사람이랑 대화하지, 사람은 아닌 무언가랑 얘기하고 싶진 않다.
④ 우라노호시 & 세이센
🐉 CYaRon!
유닛 고시엔 계엄령 선포
샤론과 관련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코로나로 세상이 개판나기 직전에, 당시 대구 칠성로 메가박스에서 샤론 유닛 라이브를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짜잔, 어떻게 그 타이밍에 코로나가 창궐하고, 하필이면 대구에 사이비 종교도 창궐해서 결국 샤론을 못 봤다. 그 뒤로 마주치는 포교쟁이들 대가리를 분노에 차 전부 아작내고 다니며, 동시에 샤론 세컨 라이브 아카이브를 오지게 돌려봤는데, 암만 봐도 이번 고시엔에서 ドラゴンライダーズ를 할 것 같다 예감이 팍 들었다.
그리고 2일차 입장하는데 의상 보자마자 방구석에서 혼자 박수 치고 생난리를 다 쳤다. 의상을 저렇게 뽑았는데 세컨 라이브에서 한 번 하고 버릴리가 있나. 그리고 선보인 2일차 1빠따 무대는 충격과 공포. 아쿠아에 대해 다들 보법이 다르다고 그러는데, 샤론도 아쿠아인지라 역시 보법이 다르다. 어떻게 무대 연출을 저렇게 할 생각을 다 하지? 이런 게 바로 이론서에는 없다는 실전-기출문제다.
그리고 슈카 저 빠따 들고 걷는 거, 야쿠자도 저렇게 불량하진 않을 텐데. 홀리피크는 뭐 하는 회사일까.
🌺 AZALEA
왕님을 위하여
완전체 아젤리아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무너지고, 공지가 있기 전까지 제발 단순 감기이길 바랐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말랑말랑하지 않았고, 또 다시 우리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멤버들은 이 사실을 먼저 알았을 테니, 스와와 샤 두 사람 모두 무대에 오를 때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이 익숙한 두 사람은 지난 아젤 라이브처럼 정돈되고 깔끔한 무대를 보여줬다. 차라리 실수도 많이 하고 못했으면 안타까움이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킹쨩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더 필사적으로 했을지도 모른다. 킹쨩이 자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안 될 테니까. 선곡도 킹쨩이 좋아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 위주이고, 모두가 기대하던 이야기의 결말이 이렇게 지어져 허망할 뿐이다.
지금은, 킹쨩이 무사히 무대 위로 돌아오길 기원할 뿐이다. 우리 킹쨩, 6th랑 환일이랑 다 잘 했잖아. 괜찮을 겁니다.
💋 Guilty Kiss
소개따위 없다. 보아라, 들어라, 그리고 숭배하라.
여러 오디션과 경연 무대들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대회에는 락커가 한 명 쯤 있어야 하고, 그의 합격/우승 여부와 무관하게 최종결선까지 올라가야 한다." 내가 락붕이라 편애하는 건 아니고, 보통 락커가 대중음악에서 가창력이 가장 뛰어나고 타장르도 잘해서 그렇다. 그런 끝판왕이 경연에 있어야, 다른 경쟁자들이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그들을 넘어보려 애쓰고, 그렇게 레전드 무대들이 탄생한다. 복면가왕 하현우, 국민가수 손진욱, 싱어게인 정홍일, 나가수 김경호 생각하면 된다. 최종보스의 포스를 뿜어내는 락커가 있을 때, 그 시리즈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덩달아 상승하니, 해당 프로그램들의 개꿀잼 회차들은 다 저들이 출연하던 시기이지 않나.
길티키스도 마찬가지다. 줄 세우지 말자 말은 했지만, 다들 암묵적으로 고시엔 최강 유닛은 길키임을 인정하고 들어가잖나. 그런 길키가 고시엔에 있으니, 어떻게든 길키 한 번 잡아보자고 악을 쓰는 유닛도 나오는 거고, 저만큼 해야겠다 다짐하고 자기가 가진 모든 걸 선보이는 유닛도 나오는 거고, 당장은 어리고 미숙해도 길키처럼 되겠다고 영혼을 불사르는 유닛도 나오고 하는 거다. 길키가 고시엔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 것도 고맙고 행복했지만, 더 나아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기준점을 선보인 게 정말 영광이고 자랑이었다.
우리 러브라이버들은 럽라와 아무 상관 없는 예능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길티키스 있다."
📻️ 와이와이와이
고도로 설계된 난장판
옛날옛날에, 자유분방한 무대매너와 재치 넘치는 사운드로 팝씬(pop scene)을 평정했던 Boney M.이란 아저씨 아줌마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와이와이와이 보니까 그 분들이 생각났다. 프리스타일 무대매너의 정점이 여기 있구나, 과연 이 셋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설계일까, 이런 궁금증이 절로 들었다. 1일차와 2일차 무대를 비교하며 보니, 정말 큰 그림만 같고, 세세한 건 전부 애드립이다. 바보같은 가창, 나사 빠진 표정, 흐름에 맡기는 동작. 초인의 경지에 올라 무대가 나요, 노래가 나요, 하는 단계가 확실하다.
무대와 무관하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군무를 짜고 보컬 스킬을 정해두는 게 프리스타일보다 쉽다. 막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계하면 연습으로 해결된다. 그런데 내키는대로 하라고 던져두면 조지기 딱 좋다.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발표문을 쓰고 다 외우면 결과와 무관하게 발표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발표문 없이, PPT 내용만 아는 상태로, 즉석에서 발표하라고 하면, 그걸 몇이나 해낼까? 와이와이와이는 그런 상황에서 A+ 받고 계약을 따낸 거다.
큰 흐름은 있으니 연습을 많이 하긴 했을 텐데, 어디까지가 연습이고 애드립인지 구분이 안 간다. 어떻게 하면 더 정신없게 어지럽힐 수 있을까를 연구했을지도 모른다. 프리스타일이어도 놀랍고, 저 난장판을 설계했다면 더 놀랍다. 이 누나들, 한계가 어딜까. 난장지존이 따로 없다.
❄️ Saint Snow
다음이 있다는 보증은 누구에게도 할 수 없습니다. 아티스트 자신에게조차도.
아뮤보 페스에서나 보던 나마성설 라이브가 고시엔에 강림했다. 써니파와 마찬가지로, 과연 우리가 다시 성설을 볼 수 있을까, 그걸 이렇게 만났다. 이미 여기서 만점 받고 시작하는 두 사람이다. 그리고 아쿠아의 대항마는 자신들이라는 듯이, 리아가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우승은 성설이란 말이 나왔던 곡 Believe again이 포효한다. 계속 말하지만, 나는 락붕이다. 이 사운드를 그냥 넘겨? 차라리 유우가 스쿨아이돌에 관심이 없다 말하지.
아사밍이야 전천후 벨팅보컬인 걸 모를리 없으니 그렇다쳐도, 히붕이는 진짜 그 사이에 얼마나 레벨을 올리고 온 걸까, 첫 소절 듣는데 깜짝 놀랐다. 볼살이 확 줄더니, 저런 보컬을 깎아왔다. 사실 옛날에도 잘하긴 했는데, 이만큼은 아니었다. 단 네 번의 무대를 위해, 본업이 성우인 친구가 그로울링을 저렇게 박아넣는다니, 정말 이 무대를 하고 싶었구나, 감탄을 넘어 경외가 피어오른다.
한편으로는, 이 두 사람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세이라와 리아를 연기하기 위해 이만큼 절박했던 것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후기에서 아사밍과 히붕이가 이 점을 언급하기도 했고. 유하게 봐주면, 아사밍 주니어 때문에 직전까지 활동이 쉽지는 않았을 테니, 좀 많이 길었지만 합리적인 휴식기와 대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공식아, 앞으로도 잘 하자.
⑤ 스페셜 유닛
💞 待ってて愛のうた (스와 / 츙룽 / 나코 / 나기)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 내려간 사랑 노래 보낸다
모가라 씨의 스포일러로 슦까무대가 있을 건 당연한 일이었고, 한다면 유닛끼리 곡을 바꾸거나 합치거나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차페에서 뭔가 깨달은 것이 있던 건지, 냅따 단체곡을 스페셜 유닛으로 편성해 선보였다. 그리고 그 첫 무대가 음색깡패 스와 츙룽 나코 나기 네 사람의 待ってて愛のうた. 글로 묘사할 수 없는 극한의 감동을 느꼈다. 아, 살아있길 잘했다.
가창력으로 자주 놀림받지만 음색만큼은 소문이 자자한 스와, 업계인 공인 탐나는 인재 대기번호 0번 나기, 그런 나기의 소울메이트이자 야사시이 허스키 보이스 나코, 그 나코가 최애로 삼는 니지쨩 결전병기 노래괴물 츙룽. 조합을 짜도 어떻게 이 넷을 짰고, 선곡을 해도 어떻게 맛떼아이를 골랐는가, 공식은 신이다.
발라드가 경연에서 약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완벽히 뒤집는 무대였고, 스페셜 유닛 무대를 굳이 1, 2, 3등 정하라면 2등으로 꼽는 무대가 맛떼아이다. 진짜 완벽했다. 완벽이란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보컬도, 안무도, 분위기도, 기타 리프도, 러브라이브 발라드 계보에 있어 최고 걸작이다.
그리고 쭉 보고 짐작하는 한 가지, 킹쨩이 참가했다면 아마 이곳에 편성되었을 것이란 예감. 홀로 멤버가 넷인 걸 보면, 그럴 것 같다. 더욱이 진지하고 따스하고 상냥하고 우아한 보컬리스트 사이에, 재간둥이 보컬이 있다면 킬링파트가 만들어져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었을 테니 말이다. 하나 더 욕심내보자면, 폭신폭신한 보컬도 첨가하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공식아, 2025년 믿는다.
💘 キラーキューン☆ (슈카 / 퐁 / 커커 / 야부 / 사쿠)
사이토 신드롬 (Saito Syndrome)
홀리피크의 인재상은 キラーキューン☆의 도입부를 낚아채서 자기 노래로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인 게 분명하다. 슈카가 조금 봐주면서 불러주지, 아주 그냥 후배들 노래를 강탈해갔다. 우라라지에서도 자기 노래라고 말하고, 슈카도 안다. 이제 이 노래 자기 꺼인 걸.
슈카가 눈앞에서 본인들 노래를 NTR 해가니 당황한 야부, 어떻게든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사쿠, 그리고 졸지에 새우등 터진 세츠뽀무의 퐁구리와 커커쨩. 슈카를 포함해 이 다섯 명의 조합은 참 신기하다. 캐릭터의 특성도, 캐스트의 특성도, 하다못해 보컬이나 댄스나 직관적으로 납득이 될 접점이 없다. 다른 7개 유닛을 만들고 남는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해도 납득이 될 인선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 다섯 명의 합창 파트에 "퓨어 유닛의 목소리"가 들린다. "큥! 큥!" 하면서 후렴에 딱 들어가는데 깜짝 놀랐다. 이 목소리합을 도대체 어떻게 찾은 거지? 슈카에게 키라큥 할 거니까 알아서 4명 차출하라고 공식이 주문했나? 우연이라면 이런 우연이 어디 있고, 누군가 발견하여 설계했다면 뭐 하는 사람인지 정말 궁금하다. 분명 여섯 번째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 목소리가 어떻게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약간 슈카슈 버프 효과 같기도 하고, 동생들이 저래 따르는 거 보면 슈카가 카리스마가 오방 강하긴 한갑다. 사람이 갸루에 불량해보여도, 역시 천성은 아쿠아 막내 물개흉내 내던 댕댕이 슈카다.
✉️ 明日の空の僕たちへ (샤 / 냐쨩 / 쿼카 / 삣삐 / 별삣삐 / 우이사마)
Now N New
본격 럽라 內 아가씨 총집합. 신성이니 경건이니, 발라드 장르에 대해 다소 옛스런 표현들을 썼는데, 엘레강트 유닛은 이름처럼 엘레강트하다. 엘레강트- 베리 엘레강트. 캐릭터와 캐스트 양쪽에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가장 고급스러운 비주얼에 기품이 넘치는 분들로 모셔왔다.
러브라이브에선 아가씨계인 사람이 유독 기행을 많이 펼치다보니 얼굴값에 비해 가벼운 이미지가 저마다 있었는데, 이렇게 각 잡고 발라드 합창을 시키니 이 분들이 보통분들이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무대였다. 그래, 카레스코 때도 말했지만 무대에서 오지게 잘하면 얼굴이 반전매력이 된다.
노래 자체는 폭발적인 발라드가 아니다 보니, 가창력 부분은 안정감 말고 크게 언급할 곳이 없다. 싼티나게 말하면, 다들 저점이 높다. 여기에 아쿠아 공인 최강자 냐쨩과 하스 최강자 우이사마가 있으니, 그냥 이름만으로 납득하고 갈만도 하고.
그리고 사실 화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게 온뷰에서 무슨 오류가 난 건지 음원에 낫스 목소리가 깔려 있다. 신경 쓰지 않고 들으려 해도, 소리가 너무 커서 정작 이 6명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공식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 全速ドリーマー (후리 / 슈슈 / 리쨩 / 모링 / 캉캉)
악! 자진입럽을 환영한다! 아이돌!
파워풀에서 뭔가 아차싶더라고. 개인적으로 멤버 차출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제일 궁금한 유닛이고, 노래 선곡도 왜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다. 리유의 말을 들어보면 유닛이 먼저 나오고 이후에 회의를 통해 선곡한 느낌인데, 쉽게쉽게 믿기본을 해도 될 것을 어쩌다 이 고생을...
멤버마다 기합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여주는 슈쨩, 코튼캔디도 했는데 이쯤이야 거뜬한 후리, 선배들이 열심히 하니 기합이 잔뜩 들어간 캉캉, 대놓고 가라치는 리유, 그리고 기합이 아니라 광기에 찬 모링이. 모링이 줄넘기 하는 걸 보니, 저 친구 아침에 지하철에서 총 쏘고 온 건가 싶었다. 조커야, 조커.
후리를 제외하면, 그룹마다 키 크고 다부진 사람들을 데려와서 그런가 정말 파워풀했다. 길쭉이만 셋에 근육탄탄 슈모예드 슈슈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들 사이에서 치비즈 후리가 빛나는 건, 역시 간결하고 정확한 동작들과 루비 목소리로 다 뚫고 나오는 미친 성량이다. 후리도 만능인이다. 작사 작곡 MC 예능, 여기에 노래랑 안무까지 다 잘한다.
🌈 Colorful Dreams! Colorful Smiles! (안쨩 / 낫쨩 / 띠드 / 다테 / 논쮸)
오렌지 전차의 대륙횡단
이차페에서 한 번 본듯한, 오렌지 4인방과 어째 뽀무를 대신해 대장조에 끼어든 종람주. 대충 오렌지 전차에 란쥬가 파일럿으로 탑승했다고 치죠.
뭉친 멤버들은 각 그룹 대장들에 니지 2학년 에너자이저들인데, 의외로 보컬 합을 최우선하는 스타일이었다. CDCS가 휘몰아치는 맛이 있고, 성량 하나는 기가 막히는 안쨩과 다테에, 향상심과 스토익의 대표 낫쨩띠드논쮸가 있으니 리에라 5th의 Stella! 처럼 보컬 전쟁이 펼쳐질 것 같았는데, 서로 끌고 당기고 위치를 잡아가며 정확한 지점에 탄착군을 형성하는 베테랑 사수들이었다. 원래 이런 캐릭터들 아니셨잖아요, 하는 아리송함이 처음 볼 때 머리에 가득했다.
여러번 돌려보다보니 보이는, 총대장 이나미의 작전설계. 안쨩의 성량과 가창력이면, 이차페 요란처럼 귤탱크에 시동 걸고 밀어버리는게 가능했을텐데, 철저하게 치카를 연기하며 딱 타카미 치카 수준에서 보컬을 이끌어 간다. 라스사비 직전에 이나미가 나올뻔 했는데, 바로 치카로 돌아와서 부드럽게 넘기는 걸 보면, 안쨩이 유닛의 방향성 자체를 조화로 유도한 느낌이다.
낫쨩과 띠드야 실력적인 면에서 니지래퍼 쌍두마차이고 (이에 더해 CDCS 원곡자고) 하니, 언제나처럼 필요한만큼 딱 잘 챙겨줬다. 다테사유 역시 천재는 천재인 이유가 있다며 무서운 언니들 사이에서 잘했고. 딱 한 명 슈퍼응애 논쮸가 곡 후반부에 버거워하는 모습이 있긴 했는데, 시작할 때 워낙 까호였어서 귀엽게 잘 봤다. 사람이 얼굴에 논쮸, 뒤통수에 까호라고 적어놨다. 앗 귀여워.
👑 ノンフィクション!! (언니 / 체미 / 페이 / 유나나 / 콧땅)
L5 Yokohama Summit 2024
본격 러브라이브 지역별 공주님들의 정상회담. 〈주먹왕 랄프 2〉 보면 (맛탱이 가기 전의) 디즈니 공주들이 모여서 한따까리 하는 장면이 있는데, 딱 그 느낌이다. 다들 ノンフィクション!!하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노래가 어렵긴 해도 재밌긴 재밌으니, 매우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원곡자 페이를 밀어내고 센터를 차지한 리언니, 살짝 긴장한 기색이지만 따박따박 할 거 다 해주는 유나나, 이차페 때부터 재밌는 노래는 다 하고 있어서 마냥 행복한 KTK, 숨겨왔던 랩 실력을 뽐내면서 최고의 신스틸러로 등극한 다나카. 한 명 한 명이 저마다 매력이 넘친다. 원곡자이자 본래 센터인 페이도 개성 넘치는 네 명의 공주님들을 이끌고 은하 끝까지 행차하신다. 리에라 5th 후기에서 말했듯, 논픽션은 공식이 페이튼 나오미를 극한까지 써보기 위해 만든 곡이다.
근데 진짜 어떻게 리나 목소리로 논픽션 랩을 다 들어본다. 고시엔 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말하면 몇 명이나 믿을까. 당장 나도 안 믿을 거다. 설마 논픽션을 하겠냐고, 게다가 다나카가 하겠냐고.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의상도 영원일순이라고 하면 개소리도 정도껏 하라고 그러겠지.
충격 그 자체였던 논픽션, 앞에서 맛떼아이가 2등이라 그랬는데, 1등이 논픽션이다. 이 충격을 어떻게 이기나. 첫 턴부터 엑조디아 완성해놓고선, "에이, 게임이 너무 뻔하네" 이러면 퍽이나 설득력 있겠다. 논픽션은 어쩔 수 없다. 존재가 자연재해다.
😈 Deep Resonance (컁 / 아사밍 / 루루땅 / 쿠마 / 낫스)
천마가 한둘이 아님
논픽션의 충격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무대에 투입된 것은 코바야시 "Deep Resonance" 아이카. 딥레조도 논픽션과 결이 같다. 우리 코바야시 아이카 있으니까, 아이컁을 극한으로 써보는 노래를 한 번 해보자. 그렇게 탄생한 곡이 딥레조이고, 그렇기에 컁이 있다면 함께하는 멤버가 누구든 딥레조를 꺼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컁 옆에 선 멤버들이 진짜 이 넷이 맞냐.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혈을 뚫는 보컬리스트 코바야시 잡으려고 라인업을 정상결전으로 꾸려왔다. 고시엔의 최초이자 최후의 보컬 대전쟁 개막이다. 아사밍이 첫 소절을 들어가는데 객석이 술렁이는 것도, 대선배들 앞에서도 위풍당당하게 멘트 치는 쿠마와 낫스도, 남들 다 비장한 표정으로 부르는데 해맑게 싱글벙글한 미유땅도, 정말 이 넷이 아니라면 누가 딥레조를 부를까.
컁도 신났을 법한 게, 아쿠아 아니면 딥레조를 같이 부를 그 레벨이 맞는 사람이 없었을 텐데, 고시엔에서 이렇게 레벨이 맞는 유닛이 나와주니 사릴 것 없이 전력을 다할 수 있었지 않았겠나. 후배들은 하나같이 똘끼 넘치는 강심장들이고, 옆에 선 선배는 역으로 나를 압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위인인데. 정말 가수 코바야시 아이카가 타천펀치를 진심으로 날릴 판이 깔린 거다.
체할만큼 가득했던 가창력, 여론은 확실히 딥레조가 스페셜 유닛 중 1등으로 치는 분위기다. 나 역시 고평가에 동의하고, 개인 취향에 따라 논픽션-맛떼아이에 이어 3등이다. 물론 8개 무대 다 개쩔었고, 전속처럼 순수재미 GOAT인 무대도 있으니 순위 줄 세우기가 뭐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언급해줄 건 언급해주는게 예의같다.
그리고 내 그룹별 (캐릭터) 이치오시 비율이 높아서 더 좋았던 것도 있다. 카린, 시키, 사야카가 같이 노래한다니. 이차페 때 튤립도 그렇고, 카린이랑 시키랑 잘 붙어다녔는데 사야카까지 있으니 아주 든든하다. 이 맛에 합동 공연 보고 덕질한다. 컁이랑 대사밍 안티 아니니까 오해하지는 마시고. 애초에 하코오시니까 게시글이 전부 칭찬이지.
💧 夏めきペイン (히붕이 / 사가라 / 훙훙이 / 치하 / 코나)
참가번호 22번, 가나자와 대표 그룹 사운드 『김코나와 볼빵빵들』
CDCS, 논픽션, 딥레조라는 폭풍이 몰아친 뒤에 등장한 코나치가 이끄는 夏めきペイン. 하필 긴장해서 가사 까먹고 손 떠는 걸로 정평이 난 코나가 메인이라 잔뜩 쫄아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손은 떨어도 실수는 없다. 장하다 김코나. 이차페 기점으로 대담해진 구석이 있다.
멤버 라인업은 보자마자 "이 유닛, 볼이 대단하다." 싶었다. 줄고 줄고 줄어든 볼살이 저 정도다. 볼체합 역대 최강 유닛이다. 그리고 마유치와 논쨩이라 하면 역시 아자토사. 마유치는 카스밍이니까 그렇다 쳐도, 논쨩은 이게 키나코야, 쿠로네야, 누구야. 버튜버 사촌이랑 같이 살더니 요즘 아주 기고만장해서 훙훙하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줬다.
여기에 98년생 최고참 히붕이도 한 뽈땍하고, 아폴로베이 바보왕 치하는 디폴트 표정이 펫카펫카다. 이 험한 세상 걱정근심 하나 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큐티 유닛을 보자면 절로 아빠미소가 나온다. 나츠페인이 본래 하스클의 청춘감을 표현하는 곡인데, 이 다섯은 청춘이다 못해 정말 학생같은 앳됨이 있어서 느낌이 다르다. 내 잃어버린 청춘을 찾고 싶지 않고, 정말 "좋을 때다~" 하는 내 나이듦을 즐기게 하는 풍류라 할까. 학생들만이 갖고 있는 이 신선함이라, 그렇다, 대학가요제가 딱 이 느낌이다. 아님 말고.
우리 볼볼이들 많이 먹고 쑥쑥 커라. 다음에는 닛산 가야지. 아뮤즈와 아폴로베이는 좋겠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다 한 소속사냐. (사가라는 혼자 디지털더블)
# . Outro
개인적으로, 이차페 보다 훨씬 재밌었다. 과연 24년에 이보다 더 재밌는 공연이 있겠나 할 정도로 재밌었다. 태생이 음악프로와 경연을 재밌게 보는 사람인데다, 러브라이브에서 단체곡 보다 솔로곡과 유닛곡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한 마디로 거를 타선이 없었다. 굳이 하나 꼽자면 라디오 체조일지도.
결원이 있었던만큼, 다음에 또 고시엔을 하게 된다면 러브라이브 패밀리 모두가 참가했음 하는 바람이 있다. 킹쨩, 아카링, 마유치와 삣삐뿐 아니라, 뮤즈도 오고. 혹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관계자석으로라도 A-RISE의 멤버분들도 오셨으면 하고.
그리고 요즘 너무 바빠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겨우 3월 안에 후기를 마무리하긴 했는데, 계속 이렇게 바쁘면 앞으로 후기는 쓰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러브라이브를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니, 이 작업 자체가 즐겁긴 하다. 다만, 언젠가 후기를 의무라는 마음에 부담을 안고 쓰기 시작한다면, 문장력도 떨어질 것이고, 표현이 곡해를 부를지도 모르고, 칭찬이 빈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그럴 징조가 보인다면, 그때는 과감히 타이핑을 멈추겠다.
그래도 덕질은 계속 할 거다. 블로그 쓰려고 덕질하나, 덕질하려고 블로그 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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