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은 수학여행으로 없는 오늘, 저는 홀로 학생회실에 앉아 있습니다. 임기말이라 딱히 해야 할 일은 없습니다만, 선배로서 다음에 회장이 될 후배를 위해 인수인계 업무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회장 「…….」 끄적끄적
학생회 유일의 3학년, 1학년 2학기부터 2년 동안 학생회 부회장으로 일했습니다. 니지가사키는 학생회에게 이상하리만큼 권한이 많아, 부회장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해온 일은 꽤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후네 회장… 시오리코 양의 학생회에는 참여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저의 임기도 1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 그리고 전임 회장이었던 나카가와 양의 곁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부회장 「…이정도면 다음 학생회에게 전달할 건은 다 정리한 것 같네요.」 어깨 툭툭
그런 저를 다시 학생회에 앉힌 건 나카가와 양이었습니다. 1학년인 시오리코 양을 도와달라는 것이 그녀의 부탁이었습니다.
부회장 「아, 이건…」 서류 팔랑팔랑
― 학생회장 선거 후보 안내서
『기호1. 이치노세 미도리』
『기호2. 시로사키 츠무기』
『기호3. 호시노 유이네』
…
『기호10. 요코테 사사』
현 회장인 시오리코 양은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동호회 활동에 더 열중하고 싶다는 이유지만, 아마 그날의 일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녀도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니, 10월인 지금은 흉터가 크게 남았더라도, 상처는 아물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부회장 「저도 예전에는 여기에 이름이 있었는데…」 중얼
학생회장 후보 일람을 읽으니 문득 2년 전의 일이 생각납니다. 재작년에는 저도 학생회장 후보로 입후보 했는데…
…
― 2년 전,
부회장 「마, 말도 안 돼…」
― <제 OO회 학생회장 선거 결과>
― 당선 : 나카가와 나나
부회장 「(중등부에서도 학생회장이었던 제가 떨어지다니… 게다가 상대는 외부입학생이었는데!)」 주먹 꽉
― 「―――― 양.」
부회장 「!」 깜짝
나나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싱긋
…
부회장 「정말 저도 그때는 철이 없었네요.」
나카가와 양은 제게 학생회에서 함께 일하자고 권했습니다. 본인은 중등부 출신도 아니고, 역시 니지가사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고압적인 구석이 있어 깨나 쌀쌀맞게 굴었는데, 나카가와 양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부회장 「…….」 손거울 물끄럼
확실히 그때보다 인상이 유순해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나카가와 양이 조금 고지식해진 면이 있었던 것도 같고……. 뭐, 그것도 『세츠나 쨩』인 걸 알고 난 뒤로는 제 착각이었던 걸로 결론 났지만요.
저의 고교 생활은 나카가와 양의 권유에서 가지를 뻗었다,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동안의 학생회, 중등부에서 경험하지 못 했던 중간 관리자의 업무라든가, 어쩌면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 배우는 기회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지한 모습뿐인 그 두 사람에게서 소녀 이상의 마음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연애 경험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사랑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있던 그 시간이 제삼자인 제게도 나름대로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부회장 「그 끝이… 새드 엔딩이 아니길 바랄 뿐이지만요.」
부회장 「응답하라, 니지가사키.」
: 번외편 2화 ~그저 네게 맑아라(ただ君に晴れ)~
― 1년 전, 가을, 학생회실,
― 인수인계 준비 중인 나나&부회장
부회장 「그래서 다음 학생회에 우선적으로 전달할 사안은―」 브리핑 중
나나 「…….」 머엉-
부회장 「…?」 갸웃
나나 「…ㅎ.」 히죽
부회장 「회장님!」
나나 「네, 넷?!」 화들짝
부회장 「왜 그러세요?」
나나 「아,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이 들어서…」 에헤헤
부회장 「그렇게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건 알고 계시죠? 선거는 끝났어도, 아직까지 나카가와 회장이니까요.」 도끼눈
나나 「그, 그렇죠.」 시선회피
부회장 「회장님이 세츠나 쨩인 걸 알았다고 해도, 제가 회장님을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고요?」
나나 「죄송합니다…」 시무룩
부회장 「…그래도 뭐, 학생회에는 제가 남아 있을 테니, 굳이 이렇게 회장님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지만요.」 서류 툭
나나 「화… 나셨어요?」 쭈뼛
부회장 「제가 화내긴 뭔 화를 내요. 그냥…」
나나 「?」
부회장 「…어떤 일 때문에 그러세요? 지난 번에 신경 쓰인다던 분과는 잘 얘기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싱긋
나나 「그, 그게…」
기억이 맞다면 첫 상담은 여름방학 중이었을 것입니다. 나카가와 양이 아직 『세츠나 쨩』임을 밝히지 않았던 때에, 늦은 밤에 전화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자기를 불편해하는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약간은 초조한 말투였습니다.
저 역시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부회장직을 권유했던 나카가와 양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마음을 열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책임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카가와 양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기회가 오면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학기 첫날, 그때의 일을 슬며시 꺼내며 눈치를 살폈습니다. 덕분에 잘됐다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하는 나카가와 양, 조금은 쑥스러운지 평소와 달리 상기된 표정이 참 재밌었습니다. 후에 그것이 『세츠나 쨩』의 이야기임을 알았을 때, 친해지고 싶다던 분이 누구였는지 바로 눈치챈 건 영원히 비밀로 할 생각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카가와 양은 우에하라 양의 이름만 쏙 뺀 채로 몇 번 더 상담을 해왔습니다. 솔직히 초등학생 같은 일도 몇 번 있어서 귀찮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을 이야기할 때면 드러나는 해맑은 미소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부회장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솔직히 말한 게 인수인계 기간이었으니까, 딱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네요. 음- 그리고 또, 올해 3월에도…」 회상
…
― 3학년 졸업 직후, 3월 봄방학 기간
― ♬~♪ 하시리다시타!
부회장 「여보세요?」 삑-
나나 『아, 부회장님?』
올해 봄방학, 역시나 늦은 밤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이유는 우에하라 양과의 데이트 약속, 그리고 그에 대한 조언이었습니다. 물론 나카가와 양은 데이트 상대가 누구인지 꼭꼭 숨겨 말하긴 했습니다.
부회장 「제가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는 것 같은데요? 약속도 스스로 잡으셨고, 생일 선물 대신이란 명분도 있고, 데이트 코스도 구상하셨잖아요.」
나나 『아- 그러니까, 식사 중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몰라서요. 이런 데이트는 처음이라…』
부회장 「아하, 그런 문제였군요.」
나나 『부회장님이라면, 뭐랄까… 저보다 그런 연애 지식이 더 많으실… 아! 그러니까 제가 그 상대분이랑 사귄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횡설수설
부회장 「무슨 뜻인지 아니까 진정하세요.」 키득
연애 지식이 많을 것 같다, 그 말이 더 신경 쓰였지만, 아무튼 몇 안 되는 요령을 알려드렸습니다.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순정만화와 멜로 영화에서 봤던 연출 중 그럴 듯한 것들을 골라 이야기했습니다. 애초에 첫사랑도 없고, 글로 연애를 배운 게 전부인 제가 도움이 될까 싶긴 하지만, 뭐 어떤가 싶었습니다.
부회장 「그리고 식사 중에 맛이 어떻냐는 이야기는 먼저 하지 마세요.」
나나 『네? 왜요?』
부회장 「그 질문은 초대받은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말이거든요. 입맛에 맞지 않은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난처하잖아요.」
나나 『아, 그렇네요. 꼭 참고해야겠네요.』 메모 중
부회장 「그러니까 보통은 상대가 먼저 말하길 기다리는 게 좋고요. 굳이 이야기해야 한다면, 한 입 먹자마자 먼저 맛있다고 하세요.」
나나 『에, 그건 그래도 돼요?』
부회장 「몇 가지 멘트를 섞어서요. 예를 들면, “어머, 여기 파스타도 꽤 괜찮네요.” 이런 느낌으로요. 고급 레스토랑이라면, 평소에도 자주 찾아온다는 걸 간접적으로 어필하는 거죠.」
나나 『헤에- 그렇군요! 아, 그런데 저는 이미 카린 씨께 추천받은 곳이라고 말해버렸는데…』
부회장 「그럼 뭐… 상대분이 먼저 말하길 기다려야죠.」
그러고 보니, 그 뒷이야기를 듣지 못했네요. 별 큰일이 없었으니 하소연도 하지 않았으리라 짐작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마무리되었다 정도라도 얘기해주셨으면 하네요. 내친김에 지금 물어볼까도 싶지만 벌써 7개월이나 지났고…
부회장 「저를 그렇게 가깝게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나카가와 양과 저의 거리감, 저는 그 선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1년 동안 학생회에서 함께 했고, 부회장을 권유한 것도 나카가와 양이었습니다. 서로의 고민상담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자주 주고 받았습니다.
그것은 시오리코 양이 회장이 된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나카가와 양은 시오리코 양이 동호회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주 학생회 일을 잘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 같은 오만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순탄치만은 않았던 선거 과정에 나카가와 양 본인도 마음이 쓰였던 것이겠죠.
부회장 「나카가와 양…」 중얼
어쩌면 그녀가 『세츠나 쨩』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응원하는 아이돌이, 사실은 사적으로는 친구인, 그 상황을 제가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요?
부회장 「(저는 『나카가와 양』과 『세츠나 쨩』, 그 둘을 동일시하지 못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 나나 「부회장님!」
― 시오리코 「――― 씨.」
갑자기 천장과 바닥이 뒤바뀌는 느낌이 밀려옵니다. 너무 어지러워 잠시 안경을 벗어두고 눈을 감았습니다. 나카가와 양도 그렇고, 시오리코 양도 그렇고, 두 분 모두 사랑 문제에 제게 기대던 분들이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부회장 「(…역시 그 차이일까요? 제가 느끼는 그 거리감이, 이런 단순한 문제였던 걸까요?)」
생각이 여기까지 뻗자, 결국 오랫동안 품었던 궁금증이 다시 떠오릅니다. 언젠가 나카가와 양에게 꼭 묻고 싶은 말, 정확히는 부탁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 거리감을, 저도 잘 모르는 우리의 관계를, 정리해줄 그 부탁.
이런 사소한 일이 아니길 바라지만, 지금의 저는 그녀에게 닿지 않습니다.
― ♬~♪ 하시리다시타!
부회장 「!」 깜짝
조용한 장소에서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는 꽤 크네요. 딱히 전화가 올 곳도 없는데, 혹시 시오리코 양일까요? 수학여행 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부회장 「아, 미야시타 양.」 삑-
아이 『아, 여보세요?』
…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줄테니 지금부터 시간을 내어줄 수 있냐는 부탁, 미야시타 양 다운 전화였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오늘 하루를 괜히 우울하게 끝낼 것도 같아 이만 학생회실을 나왔습니다.
아이 「바쁜데 불러낸 거 아니지?」
세츠나 「부회장님?」 깜짝
부회장 「미야시타 양, 무슨 일인가요?」
아이 「그게 말이야…」
스쿨 아이돌 동호회의 3학년 분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순간 그녀의 모습을 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기우였습니다. 여러 액션을 취해가며 이유를 설명하는 미야시타 양 덕분에, 어느샌가 그 텐션을 따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부회장 「그런데 동호회 멤버끼리 노는 자리에 제가 껴도 될 지 모르겠네요.」
유우 「부회장이면 명예 멤버니까 괜찮아! 페스 때 우리가 얼마나 신세졌는데.」
부회장 「1년이나 더 된 일인 걸요. 아직까지 기억해주셔서 저야 말로. 우에하라 양도 잘 지내셨죠?」
아유무 「아, 네… 가 아니라, 응. 사석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아이 「아이 씨랑 셋츠 아니면 볼 일이 없으니까.」
부회장 「그리고…」
란쥬 「◕ ω ◕」 초롱초롱
부회장 「안녕하세요, 쇼우 양. 미후네 회장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자기한테 신세 지는 사람이 있다고.」 싱긋
란쥬 「에이- 신세는 뭘~」 헤실헤실
유우 「란쥬 쨩, 다시 잘 들어봐.」
아이 「반대야, 반대.」
…
조이폴리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함께 영화를 보고, 덕분에 학생회실에서 혼자 애태웠던 마음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교복 셔츠를 벗어 던지고, 안에 받쳐 입은 연회색 티셔츠는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습니다.
벗지 않은 양말이 조금은 갑갑했지만, 가을밤에 차갑게 식은 방바닥 때문인지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세를 고쳐 앉을 때마다 치마 주머니에서 우에하라 양이 준 동전의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야시타 양이 오늘 찍은 사진을 LINE으로 보내왔습니다. 적당히 답장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분들의 메일도 도착했습니다.
― 셋츠 『부회장님! 집에 도착하셨나요?!!』
― 셋츠 『(스티커 이모티콘)』
부회장 「기운차시네요, 정말.」 피식
제가 느끼는 이 거리감의 이유를 오늘 그녀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녀와 함께 놀고 웃으며, 그리고 단둘이 이야기하며, 내린 아주 작은 결론이었습니다.
부회장 「그래도 지금 말할 용기는 없네요.」
▶ 3월, 졸업식
― 「―――― 선배, 졸업 축하해요!」
같은 반 친구들이 동호회 후배들에게 축하받을 때, 저는 학생회 후배들에게 축하를 받았습니다. 학생회에 2년 동안 발을 담근 것이 졸업 축하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부회장 「응, 다들 고마워.」 쓰담쓰담
생각해보면 중등부 회장직까지 수행했으니, 저도 꽤 발이 넓은 편이었습니다. 선생님이라든가, 몇몇 동호회 부장 등,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사실을 졸업식이 되어서야 알았다니, 저도 제 일에는 꽤 둔한 편이었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교정 여기저기를 다녔습니다. 한동안은 못 볼 이 풍경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세츠나 「앗, 부회장님.」 당황
아유무 「아, 안녕? 아, 졸업 축하해!」 당황×2
그러던 중 우연히, 두 분과 마주쳤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이제는 제가 나카가와 양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부회장 「두 분도 졸업 축하드려요. 그리고…」
…
우에하라 양께 양해를 구하고 잠시 나카가와 양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백의 여파인지, 아직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꼭 예전에 짝사랑 연애담을 풀어놓던 그 모습과 닮았습니다.
부회장 「…저 솔직히 얘기하면요, 나카가와 양께 굉장히 서운해요.」
세츠나 「ㄴ, 네?」 깜짝
부회장 「저한테 상담받을 건 다 받아놓고, 그 뒤에 어떻게 됐다 얘기도 안 하시고, 그리고 결국 두 분이서만 해피엔딩 찍고 계시잖아요.」
세츠나 「아, 그게… 죄송해요! 일일이 보고하는 걸 귀찮아하실 것 같아서… 그런데 정작 감사 인사는 생각도 못 하고…」 아와와와
부회장 「사과받자고 이런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피식
세츠나 「그, 그럼 뭐 때문에…」
부회장 「그냥 그래서 서운하다는 얘기죠, 뭐. 화난 것도 아니고요. 주인공의 친구로 활약한 제가 감사인사 하나 못 받아서 조금 심드렁하다- 이런 느낌이죠.」
세츠나 「우으… 죄송합니다.」 꾸벅
부회장 「이럴 땐 고맙다고 해야죠. 결국… 이루셨잖아요.」
세츠나 「///////」 발그레
부회장 「그냥,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이 행복하면, 팬으로서는 그게 가장 기쁜 일이니까요.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세츠나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회장님!」
부회장 「…정작 제가 두 분의 시간을 방해했네요. 어서 가봐요. 연인은 혼자 두는 게 아니니까.」
세츠나 「아, 아뇨! 아유무 양도 이런 일로 화내실 분은 아니시고, 또 허락도 하셨고…」
부회장 「그럼, 나중에 시간되면 차라도 한 잔 해요.」
세츠나 「네!」 활-짝!
부회장 「그리고…」
세츠나 「?」
부회장 「저, 이미 10월에 학생회에서 나왔고, 이제는 졸업까지 해서… 부회장이 아니거든요.」
세츠나 「아, 그렇네요! 저도 모르게 입에 붙어버려서… 아까도 부회장님이라고 불렀네요.」 긁적
부회장 「제 이름 모르는 건 아니죠?」
세츠나 「에이, 설마요. 저 학생회장 때 전교생 이름 다 외웠다고요? 게다가 부회장님… 아니,」
― 나나 「―――― 양.」
세츠나 「이가라시 양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잖아요.」 에헤헤
“…그냥 이름으로 부르셔도 돼요.”
세츠나 「아, 그런가요? 그럼- 크흠, 정말 감사했습니다! 와카바 양! 졸업 축하해요!」
“…네. 저야말로!”
그녀의 입으로 듣는 제 이름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느끼고 있던 그 거리감의 이유는 이것이었을 겁니다. 시오리코 양과도 터놓은 우리의 이름이, 아직 그대에게는 꾹 입을 닫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겨우 그런 게 이유야?”라고 하실 것도 같지만, 제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쭉 동경의 대상이었던 나카가와 양이, 그리고 응원하는 아이돌 세츠나 쨩이 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제 이름을 듣기 위해 저도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부회장』으로 불리는 것에 또다른 특별함을 느끼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은 아니었으리라 확신합니다. 다만, 조금은 제가, 그대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고 싶었던 소망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대의 곁에는 그대가 사랑하는 이가 있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고, 저 역시 그것을 바랍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어울리는 그대니까, 쭉 행복하기를 한 명의 팬이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축하합니다, 나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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