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들판은 과거의 참상을 기억하고 있다. 그곳은 어느 때에는 참혹한 전쟁터였고, 또 다른 어느 때에는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이었다. 달빛만이 길잡이가 되는 들판에는 등 뒤로 기괴한 삐그덕거림이 느껴진다. 귀에 방울을 단 그것은 조용히 통행자의 뒤를 밟는다. 하지만 거대한 몸짓에, 방울은 그 존재를 감추지 못한다. 그것의 방울 소리는 그들의 비명을 담고 있다.
- 사츠키히메 전설 中
▶ 10월 12일, 점심시간, 교내 정원
― 같이 점심 먹고 있는 아이리나시즈카스
시즈쿠 「아침부터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도시락 냠
아이 「…살벌하긴 하네.」 꿀꺽
카스미 「점심 먹는데 무섭게 왜 그런 얘길 꺼낸 거야! 시즈코!」 울상
시즈쿠 「카스미 양은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았어? 공포게임도 잘하면서.」
카스미 「공포게임 한다고 그런 걸 좋아하는 건 또 아니잖아…」
리나 「시즈쿠 쨩, 혹시 사진 찍어둔 건 있어?」
시즈쿠 「사진? 잠시만, 아마 부장님이 찍어둔 게-」 휴대폰 앨범 슉슉
아이 「리나리, 사진은 왜?」
리나 「현장에 범인의 흔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귀신이 그랬을 리도 없고.」
아이 「아- 하긴.」
시즈쿠 「찾았다! 리나 양, 여기.」 휴대폰 스윽
― 토리이에 밧줄로 목을 맨 피투성이의 허수아비
― 바닥에 마구잡이로 쓰인 알 수 없는 붉은색 한자들
리나 「…생각보다 무섭네.」
아이 「시즈쿠, 이거 피는 아니지?」
시즈쿠 「모르겠어요. 확인할 틈도 없이 지워버렸거든요. 그래도 아마 배경용 물감이지 않을까 한데…」
리나 「카스미 쨩도 볼래?」
카스미 「싫어! 절대 싫어!!」 도리도리
아이 「토리이랑 허수아비는 연극 소품?」
시즈쿠 「네. 오늘 리허설에만 쓰고, 본 공연용은 따로 있어서 당장 상관은 없는 것들이지만…」
리나 「음, 현실성 높은 건 연극부에 악감정으로 벌인 테러이지 않을까 싶어. 여기, 핸드폰.」 스윽
시즈쿠 「역시 그런 거려나… 연극부가 어디 원한 살 일은 안 했던 것 같은데…」
第一話 : 餓
▶ 오후 6시, 2학년 정보처리학과 교실
― 운동부 용병 끝내고 하교 준비 중인 아이
― 교실 밖에서 대기 중인 리나
아이 「으아아- 너무 늦었다! 이러다 해 떨어지겠네.」 허둥지둥
리나 「아이 씨, 천천히 해도 돼.」
아이 「리나리 오늘 부모님이랑 외식한다며. 시합도 기다렸는데, 이거라도 빨리 해야지!」 가방 정리 중
리나 「기다리기로 한 건 나니까 괜찮아.」 침착해
― 책상 뒤적뒤적
아이 「어디- 더 챙길 건 없지? …어라?」 스르륵, 툭
― 책상 서랍에서 떨어진 흰색 편지봉투
아이 「…아, 또 그건가.」 뒷통수 긁적
아이 「(리나리가 알면 삐질 텐데. …그래도 이번 건 봉투도 평범하고, 어쩌면 그냥 팬레터일지도?)」 덥석
리나 「?」 기웃
― 묵직-
아이 「(…? 안에 뭐가 들었나?)」
리나 「아이 씨?」 빼꼼
아이 「어? 아, 미안. 뭐가 떨어져서! 이제 집에 가자!」 편지, 가방 속으로
― 하교 중인 아이리나
리나 「시즈쿠 쨩은 괜찮겠지?」
아이 「에이, 별 일 없을 거야. 선생님들 귀에도 들어갔고, 리허설이라 사람도 많을 테니까.」
리나 「연습할 때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괜히 테러 같은 소리를 했나 봐.」 리나쨩 보드 -우으...-
아이 「그럼 전화라도 해볼까?」
리나 「으응, 아냐. 리허설이라 받지도 않을 테고.」 도리도리
아이 「역시 그렇겠지?」
리나 「아, 엠마 씨는 받을지도.」
아이 「엥? 엠마치가 왜?」
리나 「늦게까지 리허설 한다는 얘길 들어서 간식 챙겨줘야겠다고 아까 그랬거든. 물론 연극부에서 허락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화 거는 중
아이 「헤에- 역시 엠마치네.」
리나 「…응, 엠마 씨. 시즈쿠 쨩은 괜찮아? 〔통화 중〕」
아이 「(별일이야 있겠나- 싶긴 하지만, 괜히 불안하네)」
리나 「응,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통화 종료
아이 「엠마치가 뭐래?」
리나 「분위기 괜찮대. 선생님들도 있고, 부외자 출입도 가능하고. 그리고 아까 샌드위치 먹을 때 보니까 시즈쿠 쨩도 연기에 집중하느라 딴생각은 없어 보인대.」
아이 「역시 그렇지? 리나리는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리나 「미안. 시즈쿠 쨩이 그렇게 어두워 보이는 건 처음이어서.」
아이 「아니, 미안해할 일은 아닌데… 그냥 오늘 리나리한테 좋은 날이니까, 기죽어 있지 말라는 의미였지.」 쓰담쓰담
리나 「…응. 고마워, 아이 씨.」 끄덕
아이 「아무 걱정말고 부모님이랑 같이 외식 즐기면 된다구? 아이 씨가 같이 못 가는 건 아쉽지만-」
리나 「그럼 같이 갈래?」
아이 「농담이야, 농담.」 히힛
▶ 그날 밤,
― 리나와 통화 중
아이 「재밌었다니 좋았겠네. 응, 아- 정말? 그럼 리나리도 거실에 있어야지! 아, 아니, 통화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뭐야, 놀랐잖아.」 뿌우-
― 창문,
― 투, 투둑, 툭…
아이 「…? 어? 아, 잠깐 창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응, 그럼 리나리도 잘 자~」 통화 종료
― 툭, 투두둑…
아이 「(…뭐지?)」 갸웃, 커튼 살짝
― 창문, 방 안의 불빛이 반사되어 보이지 않는 밖,
― 하나 둘 창문에 떨어지는 물방울
아이 「아, 뭐야. 빗소리구나. 밤에 비온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 소등,
― 침대 이불 속
아이 「…….」 눈 깜빡깜빡, 뒤척
아이 「(근데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뭐였지?)」 곰곰
― 아이 「어? 아, 미안. 뭐가 떨어져서! 이제 집에 가자!」
― 편지, 가방 속으로
아이 「아, 맞다!」 벌떡
― 점등, 책상 옆 가방
아이 「읏차, 깜빡하고 있어네.」 뒤적뒤적
― 살짝 구겨진 편지봉투
― 봉투 안, 무게감 있는 무언가
아이 「(뭐가 들었나 싶었더니, 진짜네. 하긴. 편지만 들었으면 그렇게 툭 떨어지지도 않겠구나)」 후우, 사락
― 연노란 빛이 도는 작은 반지,
― 하얀색 편지지 한 장
아이 「아, 반지였네. …에?」 당황
아이 「(아니아니, 잠깐만! 지금까지 이것저것 선물 많이 받았어도 반지는 처음이고… 이러면 거절하기도 힘들잖아! 그런 생각이 아니더라도, 이거 비싼 물건이면…)」 우왕좌왕
아이 「이, 일단! 그래, 편지가 먼저지! 그냥 선물일 수도 있으니까.」 편지 팔랑팔랑
미야시타 아이 님께.
응원하겠습니다.
- 사츠키(五月)
아이 「…이게 끝이야? 보통은 선물이라고 말이라도 하는데-」 어이x
아이 「(…그래,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으니까. 리나리처럼 수줍은 많은 사람일수도 있고)」 편지 응시
아이 「그보다 글씨 엄청 예쁘네. 서예부 애인가? 사츠키… 분명 학생회 선배 중에 사츠키 선배가 있던 것 같은데, 그 선배는 사츠키(左月)였지 아마?」 흐음
아이 「(셋츠한테 물어볼까?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그렇겠지?)」
아이 「…….」 반지 만지작
아이 「(비싼 거면 못 받겠다 말하고 돌려줘야 하는데. 편지는 한 줄이고, 이름밖에 없고)」
아이 「근데 이거 뭐로 만든걸까? 큐빅도 없고 매끈한데, 혹시 옥인가?」 문질문질
아이 「(백옥…이라기엔 약간 노란빛인데. 옥 치고는 가벼운 느낌이고)」
아이 「…잠깐 껴보는 건 괜찮겠지? 새끼손가락은 좀 크고, 약지에 맞을 것 같긴 한데.」
― 오른손 약지, 딱 맞음
아이 「우왓, 소름돋게 맞네… 치수를 어떻게 알았대.」 흠칫
― 딸랑, 딸랑-
아이 「엣, 뭐야?」 두리번
―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울소리
― 딸랑, 딸랑-
아이 「…맞은편 가게인가?」
아이 「(지금 비오니까 바람 불고 그러면 울릴 수는 있는데…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창문 빼꼼
― 아까와 마찬가지로 반사되어 보이지 않는 밖,
―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 계속 울리는 방울소리
아이 「아무것도 안 보이… 윽!」 어질
― 딸랑, 딸랑
― 일렁이는 눈앞
아이 「(갑자기 왜 이러지? 빈혈인가?)」 휘청
― 침대 위, 털썩
아이 「(의, 의식이…)」 흐릿…
…
아이 「……?」 비척비척
― 풀 뿐인 어두운 들판,
―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
아이 「…뭐야, 여기 어디야?」 두리번
― 딸랑, 딸랑-
― 등 뒤에서 들리는 방울소리
아이 「!」 흠칫
― 덜그럭, 까드득,
― 딸랑…
아이 「(꿈… 인가? 그보다 뒤에 뭐가- 꺄아아악!!!」 철퍼덕
― 거대한 해골 「…….」 아이 지긋-
아이 「(꾸, 꿈 맞지 이거? 저게 뭐야? 웬 해골이…!)」
거대한 해골 「…너(そこもと), 미츠쿠니(大宅光國)의 피가 아니로구나.」 덜그럭, 덜그럭
아이 「에, 엣? 소코모토(そこもと)? 아, 아니, 그러니까… 미, 미츠쿠니라니… 저는 미야시타인데…」 덜덜
거대한 해골 「…….」 텅 빈 눈에서 느껴지는 시선
아이 「(공포게임, 영화 다 괜찮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무섭잖아!)」 눈 꼬옥
거대한 해골 「무서워 마라, 인간 소녀. 너를 해치진 않을 테니.」
아이 「…….」 울먹, 입 꾹-
거대한 해골 「그럼 타키야샤(滝夜叉)가 고른 여자인가.」
아이 「…저, 저기, 죄송하지만 아까부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요.」 꿀꺽
거대한 해골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이 땅을 만들고, 그의 아들 스사노오가 큰 뱀을 베었을 때, 그 피는 강을 따라 곳곳으로 흘렀다.」
아이 「(ㅇ, 어? 스사노오? 《고사기》 얘기인가?)」
거대한 해골 「뱀의 피로부터 수많은 요괴가 지상에 태어났고, 신들은 뱀 그림자가 자신들의 창조물을 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신들은 인간에게 요괴를 봉멸(封滅)할 힘을 나누어주었다.」
아이 「(…아까부터 자기 할 말만 하고, 이해 안 가는 건 똑같은데)」 쭈뼛
거대한 해골 「…….」 침묵
아이 「(근데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 방울소리와 함께 바뀌는 주변 풍경,
― 녹빛의 풀들이 말라죽고 그 위에 피어나는 붉은 꽃밭,
― 검붉은 색으로 물드는 하늘과 멀리 보이는 주황빛의 강물
아이 「앗, 풍경이…」
거대한 해골 「이승에서 신체(神体)가 멸(滅)한 요괴의 원념, 업(業)을 다한 인간의 혼백은 모두 아라카와(荒川)를 따라 이곳에 도달한다.」
― 팔을 뻗어 주변에 핀 붉은 꽃을 따는 해골
거대한 해골 「이 꽃은 요괴의 원념과 인간의 시체를 먹고 자라는 꽃. 그리고 이곳은 황천(黃泉), 인간들이 말하는 저승이다.」
아이 「…에, 잠깐만. 그럼 설마…」
거대한 해골 「…….」
아이 「ㄴ, 나, 죽은 거야…?」 멍-
거대한 해골 「죽지 않았으니 걱정 마라, 인간 소녀.」
아이 「그, 그럼! 전 왜 여기 있는 건데…요! 꿈도 아니라면서요!」
거대한 해골 「…108년에 한 번, 이곳 황천에 밤이 드리운다. 꽃이 시들고, 이 땅에 묶여 있던 악귀들의 백귀야행(百鬼夜行)이 시작될 때, 아라카와를 거스르는 귀도(鬼道)가 열린다. 인간들이 멸한 악귀는 108년만에 다시 이승에 닿는다.」
― 시들어 버리는 붉은 꽃들,
― 다시 끝 모를 어둠으로 차오르는 하늘,
아이 「(다시 주변이…)」 두리번
거대한 해골 「오늘이 바로 황천에 밤이 찾아오는 그날이다. 황천에 묶여 있던 요괴들은 다시 이승으로 향할 것이다.」
― 팔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아이의 오른팔을 잡는 해골
아이 「!」 움찔
거대한 해골 「타키야샤가 나를 활(活)하고, 미츠쿠니가 나를 봉(封)할 때 썼던 반지. 지난 백귀야행에선 미츠쿠니의 핏줄이 가지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인간 소녀 네가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이 「그, 그게, 저도 모르는 누가 선물로…」
아이 「(…근데 잠깐만. 이 해골이 방금 자기를 봉할 때라고 하지 않았… 나?)」 힐끔
거대한 해골 「…….」 지긋
아이 「…….」 긴장
거대한 해골 「해치지 않는다, 인간 소녀. 아니, 나는 너를 해칠 수 없다. 나를 탄생시킨 타키야샤의 힘이 너에게 있는 한, 나의 원념이 황천에서 풀려나도 그 힘을 거스를 수 없다.」
아이 「…잘 이해는 안 가지만, 그러니까 요괴는 맞는데, 해치진 못 한다, 그 말이죠?」
거대한 해골 「…108년 전, 이승에서의 봉인이 풀렸을 때, 한 음양사가 이승의 내 신체(神体)를 멸하였다 . 원래라면 다른 요괴들처럼 귀도를 따라 올라가 인간을 해하야 할 터. 허나, 나는 반지의 주인 타키야샤를 따르는 존재, 타키야샤가 너를 택한 순간, 나는 이승에 닿더라도 너의 뜻을 따라야 한다.」
아이 「(아까부터 모르는 말이 자꾸 나오고 말투도 이상해서 들을수록 뭐라는지 모르겠어…)」
거대한 해골 「타키야샤가 택한 인간 소녀여, 그 힘으로 이승에서 활개할 요괴들을 봉인하여라. 그들은 귀도의 출구, 이승의 아라카와 하류가 그곳이다.」
아이 「그렇게만 얘기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앗.」 반짝
― 밝은 빛을 뿜어내는 반지
― 서서히 연기가 되어 반지에 빨려 들어가는 해골
거대한 해골 「그 반지는 봉한 요괴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무구(巫具)이자 신체(神体)이니. 너의 소중한 이들, 물건, 장소에 잠식하여 이승을 멸할 요괴들을 모두 봉하길, 그 무운을 빌겠다.」
아이 「자, 잠시만! 그 요괴들이 몇 마리나 되는데?」
거대한 해골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허나 가장 강한 녀석을 봉하면 그 나머지는 자연히 소멸할 것이다.」 바스스-
아이 「그걸 지금 말이라고…」
거대한 해골 「…나의 이름은 『가샤도쿠로(餓者髑髏)』」
가샤도쿠로 「황천의 꽃, 히간바나(彼岸花)의 꽃밭을 지키는 황천의 원념이다……」 소멸
…
아이 「…!」 눈 번쩍
― 불 켜진 방,
―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과 희미하게 들리는 천둥 소리
아이 「꿈…이었구나. 하아…」 식은땀 슥슥
―「아이 쨩, 아침 먹으렴! 학교 늦겠다!」
― 시계 | AM 7:40
아이 「…?」 멈칫
― 손에 계속 끼고 있던 반지
아이 「…….」 물끄럼
▶등굣길, 니지가사키 정문
아이 「(어젯밤은 빗소리랑 천둥 때문에 꿈자리가 사나웠던 걸 거야. 세상에 요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우뚝
아이 「그때 느낀 어지러움은 뭐지…」
아이 「(게다가 이 반지… 이상하게 아무리 힘을 줘도 안 빠져…)」 반지 만지작
아이 「리나리한테 물어볼까?」 중얼
―「미야시타 양! 교복에 리본 제대로 착용하세요!」 뿌-뿌-
아이 「아, 미안 시오티… 에? 셋츠? 아니, 나나 쨩?」
세츠나(나나)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라 호칭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자, 이쪽으로 오세요. 리본 다시 매어드릴 테니까요.」 싱긋
아이 「저기 시오티는? 셋츠는 이제 학생회도 아니잖아?」
세츠나 「시오리코 양은 이사장님이 시킨 일 때문에 등교 지도를 못 할 것 같다고 제게 부탁하셨어요. 한숨도 쉬고 눈빛도 나빠 보였는데, 그 괴짜 이사장님이 정말 이상한 일을 요구한 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주섬주섬
아이 「그, 그래? 아, 저기 셋츠.」
세츠나 「네.」
아이 「혹시 사츠키라는 학생 알아? 3월, 4월, 5월 할 때 사츠키(五月)」
세츠나 「글쎄요? 사츠키라는 이름이 몇 있긴 하지만, 五月이라고 쓰는 분은 없던 것 같은데… 왜 그러세요?」
아이 「아, 아냐! 그냥 팬레터를 받았는데 이름이 그렇게 적혀 있어서. 들키기 싫어서 가명을 썼던 건가 봐!」 아하하
세츠나 「그런 거려나요? 하지만 외부인이라거나 하면 문제니…
아이 「아-! 맞다, 맞다! 어제 시노노메랑 미팅은 잘 끝났어?」 +유우뽀무
세츠나 「아, 네. 그렇긴 합니다만…」 한숨
아이 「셋츠?」
세츠나 「오늘 있을 시노노메 학원의 게릴라 라이브의 조언 차 갔던 거였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져서…」
아이 「아, 그렇구나…」
세츠나 「페스티벌 때처럼 비가 그친다면 좋겠지만, 예보에서는 종일 비가 온다더라고요. 모처럼의 이벤트였는데…」 시무룩
카나타 「정말 나쁜 비다, 그렇지?」 불쑥
아이 / 세츠나 「카나 쨩? / 카나타 씨?」
카나타 「자자, 세츠나 쨩, 우산 어깨로만 받치면 비 다 맞는다고?」 우산 씌워줌
세츠나 「아, 감사합니다. 아이 양, 리본 다 고쳐 맸으니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아이 「고마워, 셋츠. 나중에 봐.」
카나타 「고생해~」 손 흔들흔들
세츠나 「조심히 들어가세요.」 손 흔들흔들
카나타 「하암~ 비가 와서 더 졸리네. 어둡고, 축축하고. 카나타 쨩, 곱슬머리라 습한 날엔 더 큰일이라구?」 하품
아이 「습하면 머리가 난장판이 되긴 하지. 그보다 아르바이트 늦게까지 한 거야?」
카나타 「음, 뭐, 그렇지? 요즘 서점에서도 일하기 시작했거든. 참고서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좋더라~」
아이 「너무 무리하지는 마, 카나 쨩.」
카나타 「언니니까 이 정도는 거뜬하다요? 하지만 역시 하루카 쨩의 게릴라 라이브가 취소된 건 너무 슬프단 말이지…」 추욱
아이 「그래도 빗속에서 위험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예 취소하고 다음을 노리는 게 더 좋으니까.」
카나타 「응! 하루카 쨩이 다치기라도 하면 카나타 쨩도 죽을만큼 힘드니까! …그래도 말이야.」
아이 「?」
카나타 「하루라도 좋으니까 카나타 쨩 마음대로 세상이 굴러갔으면 좋겠어. 아르바이트도 시급 빵빵하게 받고, 일은 적게 하고, 잠도 맘껏 자고, 성적도 잘 나오고.」 삐쭉
아이 「아하하! 그건 너무 욕심 아냐?」
카나타 「요즘은 그런 소설이 잘 팔리더라고.」
아이 「(꿈 때문에 걱정했는데, 하나씩 안 좋은 일은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평소랑 다들 똑같네)」 안심
― 2학년 교실 복도
아이 「아, 이제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카나 쨩, 점심시간이든 방과 후든 다시 봐!」
카나타 「오케~」 손 흔들흔들
아이 「그래도 역시, 시오티는 살짝 걱정되네. 학생회실이라도 잠깐 들러볼까.」 중얼
― 복도 끝에 지나가는 리나 「…….」
아이 「아, 리나리!」 후다닥
리나 「아, 아이 씨. 좋은 아침.」
아이 「좋은 아침! 그, 통화 끝난 뒤에도 별 일 없이 재밌었지?」
리나 「응. 즐거웠어.」 리나쨩 보드 -닛코링-
아이 「역시 그렇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
리나 「왜 그래, 아이 씨? 역시 아침에 따로가자고 한 거랑 연관 있는 거야?」
아이 「어? 아- 그게, 꿈을 좀 이상한 걸 꿨거든. 그래서.」
리나 「그렇구나. 시즈쿠 쨩 일처럼 별 일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
아이 「에이, 걱정은 무슨! 그보다 리나리, 혹시 손가락에 ㅂ…」
리나 「아, 미안. 아이 씨. 나 1교시 이동수업이라.」
아이 「아- 아냐! 수업 재밌게 들어!」
▶ 교실
아이 「(꿈에 나온 그 녀석 이름이 『가샤도쿠로』라고 했지. 어디 보자)」 스마트폰 검색
가샤도쿠로(餓者髑髏, 아자촉루)전사자와 아사자의 유해(遺骸)가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해골 형상의 요괴. 주로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에 출몰했다고 전해진다. 대략적인 크기는 25m 전후로 추정되며, 인간의 15배 정도 크기로 알려져 있다. 전승에 따라, 한쪽 눈에 죽순이 박혀 있다고도 한다.
설화에서 귀녀 타키야샤히메가 불러낸 요괴이며, 무사 미츠쿠니에 의해 봉인되었다. 밤의 들판을 지나가는 인간의 머리를 뜯어 죽이며, 양쪽 귀에 달린 방울의 소리를 통해 미리 접근을 피할 수 있다. 원념의 근원인 유해를 수습해준 사람에겐 금의 위치를 알려주는 등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이하생략)
아이 「(꿈에서 들었던 이름들, 타키야샤히메랑 미츠쿠니… 일본 설화의 내용이었어)」
아이 「꿈에 내가 모르는 내용이 나올 수도 있는 건가? 만약 아니라면 어젯밤 그건…」 중얼
― 솨아아아아아
― 우르릉, 쾅!!
― 팟-! (정전)
아이 「뭐, 뭐야? 정전?」 벌떡
― 「정전된 거야? 불 켜봐 봐.」
― 「야, 너무 어두워, 휴대폰 어딨지?」
― 「에이씨, 학교 왜 이래?」
― 「엄청 어둡네. 아침인데다 비 와서 그런가?」
― 「…왜 이리 어지럽지?」
― 「나도 그래. 이상하네」
― 「(털썩, 우당탕)」
아이 「얘들아! 으윽!」 휘청
― 야! 정신 차려봐…
아이 「설마…….」 털썩
… 키킥
가샤도쿠로(餓者髑髏, 아자촉루)
타키야샤히메(사츠키히메)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해골 요괴. 유래를 알기 어려운 다른 요괴들과 달리, 쇼와 중기(1960년대)에 창작된 현대의 요괴이다. 민간 전승에서는 "가샤도쿠로"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한 이야기는 없으나, 거대한 해골 요괴 또는 비슷한 설정의 해골 요괴 전승이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의 민담과 고서에 남아있다.
쇼와 창작의 설정 : 1960년대에 출판된 『세계괴기스릴러 전집2 : 세계의 몬스터』에 처음 수록되었다. 전사자, 아사자 등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인간들의 원념이 모여 만들어졌다. 성인의 15배에 달하는 키에 귓뼈에 방울을 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며,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강한 악귀이다. 한밤에 들판을 지나가는 이의 머리를 붙잡아 뜯어 죽이며, 귀에 달린 방울 소리로 가샤도쿠로의 접근을 미리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시신을 수습해주는 인간에게는 금이 묻힌 장소를 알려주는 등 해치지 않고 오히려 보답을 하기도 한다.
타키야샤히메 전설 : 가샤도쿠로는 귀녀 타키야샤히메가 소환한 요괴로, 음양술을 익힌 무사 미츠쿠니에 의해 봉인되었다. 전설에서 "가샤도쿠로"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으나, 본 전설을 그림으로 그린 우키요에 『소마의 고내리(1845년 作, 위의 그림)』를 바탕으로 가샤도쿠로가 창작된 것이다. 정리하면, 전설에서 거대한 해골 요괴의 겉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타키야샤히메 전설이 최초이며, 전설을 소재로 한 그림이 1845년에 그려지고, 이 그림을 바탕으로 쇼와 시대에 창작된 요괴가 가샤도쿠로인 것이다.
민간 전승 ① : 헤이안 시대에 적힌 고서 『일본영이기』에서 현재의 히로시마 지역 전승에서 거대한 해골 요괴가 등장한다. 한쪽 눈에 죽순이 박힌 해골 요괴로 등장하며, 들판을 지나가던 남자에게 죽순을 제거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후, 자신이 살해당한 경위를 설명하고 도와준 남자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전해진다. 이 요괴는 가샤도쿠로와 실질적으로 연관이 있지는 않으나, 현대의 일부 매체에서 같은 요괴로 묘사하고는 한다.
민간 전승 ② : 가샤도쿠로가 헤이안 시대의 사무라이 또는 무장 중 하나라는 민담이 타이라노 마사카도와 관련된 야사(野史)로 남아있다. 퇴각 중 부하와 함께 강변에서 아사했다 전해지며, 그 강이 일본 신화에서의 저승(황천, 삼도천)의 유역이라 한다. 원념이 너무도 강해 그 일대에서 가장 강한 지박령이 되었다는 말도 있고, 신에게 제2의 삶을 받는 조건으로 황천을 지키는 요괴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민간 전승 ③ : 위의 ②번 전승과 연관된 이야기로, 사무라이가 아니라 승려 또는 승병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전승에서는 전쟁 중에 사망한 것은 같으나, 피안화(彼岸花, 히간바나) 전설과 엮여, 그의 사체에서부터 피안화가 피어나 그 일대를 덮었다는 이야기로 변형된다. 이후 그 승려가 사랑하던 여인은 죽은 뒤 황천에서 피는 꽃 피안화가 되어 전생의 기억을 지우는 여신(겸 요괴)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 요괴가사키 학원에서의 해석 : 타키야샤히메의 전설을 기초로, 삼도천의 파수꾼이자 전생에 승려였던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가 얻은 반지는 가샤도쿠로를 만들 때 타키야샤가 사용했던 반지로, 현세와 명계를 잇는 기물이다. 가샤도쿠로는 현세에서는 타키야샤의 수하이므로, 반지의 주인인 아이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삼도천의 영혼들을 통솔하기 때문에 보통의 요괴들보다 강하다. 하필 아이에게 가샤도쿠로의 힘이 깃든 것은, 반지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으로, 반지 / 타키야샤히메 / 사츠키 모두 이야기의 후반부에 내용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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