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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3화~

by 양털책갈피 2022. 7. 8.

‘알아는 볼게’, 그래도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아서 잠들기 직전 집에 연락을 했다. 시작부터 전화 좀 자주 하라는 잔소리였지만, 그 말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저기, 엄마. 방학 때 친구랑 같이 집에 가도 돼?”

“안 돼.”

 

단칼에 거절당했다. 집에 손님을 몇날며칠 두기엔 힘들다고 그런다. 그럼 일주일 정도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조금 있을 거면 돈 아깝게 집에 오지 말란다. 우리 집이 가까운 거리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꼭 이런다. 돈도 벌고 있어서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데 말이다. 전화는 자주하라더니, 내 얼굴은 안 보고 싶은가 보다.

 

“알았어, 그럼 나 이번 겨울에는 안 간다?”

 

삑- 전화를 끊었다.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쩌면, 처음 생각대로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우리 동네 재미없으니까.

 

“카린 쨩, 삐졌어?”


―「카린~ 일어나~」 아침이야


카린 「우웅… 엠마- 10분만…」


―「카린? …아! 아직 꿈속이구나? 정말- 빨리 안 일어나면 지각한다구?」 에헤헤


카린 「…?」 비몽사몽


카린 「(평소랑 좀 다른데…?)」 뒤척


카린 「엠마?」 부스럭, 비척비척


엠마 「웅?」 눈 깜빡깜빡


카린 「…뭐지.」 두리번


― 낯선 방, 낯선 침대에서 일어난 카린
― 침대맡의 엠마 「카아리인~ 다시 졸지 말고 얼른~」 손 흔들흔들


카린 「…엠마, 여기 어디야?」


엠마 「어디냐니? 집이잖아?」


카린 「집… 우리 집?」


엠마 「웅. 우리 집.」 끄덕


카린 「…….」 멍-


엠마 「또 그런다! 그만 일어나, 얍!」 박수 짝


카린 「꺅! 놀라라…」


엠마 「아침 차려 뒀으니까 그건 먹고 나가야지. 오늘 촬영장은 2시간이나 걸리잖아. 그러다 진짜 늦는다?」


카린 「오늘 촬영 없는데… 그리고 스튜디오는 학교에서 30분이면 가잖아.」 어리둥절


엠마 「정말- 평소보다 더 그러네. 밤에 못 잤… 아, 혹시 학교 때 꿈 꿨어?」


카린 「어?」 깜짝


엠마 「아, 맞나 보네? 카린, 아무리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꿈 얘기는 퇴근하고 들을 테니까. 자, 가서 세수부터 하고 와. 수건 준비해줄게.」 벌떡, 스윽-


카린 「자, 잠깐 엠마!!」 소매 덥석


엠마 「우왓! 왜, 왜 그래?」 깜짝


카린 「아니, 그러니까…」


엠마 「카린,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니지? 설마 감기야?」 이마 스윽


― 카린의 이마에 왼손을 가져가는 엠마


엠마 「음- 열은 없는데? 카린이 아침에 약하긴 해도, 이렇게 보채진 않았는데…」 힝구


카린 「이, 이상한 건 엠마잖아! 난 처음 보는 방에다, 갑자기 촬영이 있다 그러고, 또… 그냥 ‘카린’이라고 부르고…」


엠마 「이상한 건 카린이야!」 왁


카린 「에, 엠마…?」 히익


엠마 「하아… 학생 때 꿈꿨다고 아직도 꿈속에 있는 거야? 모르는 척하고, 계속 엠마라고 부르고…」 입술 삐쭉


카린 「아니, 엠마는 엠마잖아…」


엠마 「그렇긴 한데, 그래도…」


― 카린의 양손을 맞잡는 엠마


엠마 「결혼하고 나서는, ‘여보’라고 불렀잖아.」


카린 「…뭐?」 사고를 정지합니다


엠마 「똑바로 보라고! 이거!! 그리고- 등 뒤에!」 왼손에 낀 반지 그리고,


― 엠마카린 웨딩 사진


카린 「(ㅁ, 뭔데 저게?! 난 모른다고!! 게다가 왜 엠마랑 나랑…)」 화들짝


엠마 「자꾸 그렇게 모른 척하겠다, 이거지? 됐어! 오늘은 출근할 때 아침뽀뽀 없는 줄 알아!」 흥칫뿡


카린 「무슨 소리야!! 난 그런 거 모른다고!」 화악-


엠마 「다른 건 다 모르면서 어떻게 그거만… 카린은 변태!」 어흥


카린 「자, 잠깐 엠마! 모른다고 말한 건 진짜 모른다는 뜻이었ㄷ… 에?」 흠칫


― 카린의 양 뺨을 잡고 시선을 맞추는 엠마


엠마 「그럼 지금 뽀뽀해주면? 아침도 먹고, 출근도 하고, 모르는 척 못하겠네?」 지긋-


카린 「아…」


엠마 「뽀뽀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싶다고 하면 되지. 귀찮게 정말…」 스윽


카린 「아, 안 돼!!」 퍽!



카린 「안 돼!!!!!」 벌떡


카린 「…….」 멍-


― 기숙사, 카린의 방
― 침대 위에 가만히 앉은 카린


카린 「꿈… 꿈이었구나… 하아-」 추욱


카린 「(몸에 힘이 다 빠지네… 근데 몇 시지?)」


― 휴대폰 확인,
― 오전 4시 30분


카린 「…다시 자야지. 진짜 뭔 그런 꿈을 다 꿔.」 투덜투덜


카린 「(내가 미쳤지 진짜, 미쳤어)」 이불 속으로


카린 「…….」


― 엠마 「결혼하고 나서는, ‘여보’라고 불렀잖아.」
― 엠마 「뽀뽀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싶다고 하면 되지. 귀찮게 정말…」 스윽


카린 「…….」 멍-


― 3시간 후,
― 카린의 방 현관문 「(어서오세요)」 철컥, 끼익-


엠마 「카린 쨩~」 소곤, 살금살금


― 침대에 앉아 있는 카린


엠마 「아침 요정 엠마가 왔어요~? 얼래?」 멈칫


카린 「아- 엠마- 좋은 아침~」 허허실실


엠마 「…카린 쨩,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니지? 설마 감기야?」


카린 「그냥 눈이 일찍 떠진거야.」 그 뒤로 못 잤다


【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
: 3화 ~ 외로운 밤의 멜로디 ~


▶ 일주일 후, 목요일


― 오후, 평소의 동호회 활동 시간. 다들 딱히 연습을 하진 않음
― 동호회실. 아이, 리나, 카나타, 시오리코, 카린


카린 「하아암~」 하품


아이 「카린, 요즘 엄청 피곤해 보이네.」


카린 「어, 잠을 잘 못 자고 있어서. 일주일 정도 됐나.」 눈 비비적


아이 「에에- 그거 큰일이잖아!」


리나 「카린 씨, 잠을 못 자는 건 건강에 좋지 않아. 몇 시간 정도 자고 있어?」


카린 「음- 6시간 정도는 자는데, 좀 모자라긴 한 것 같아.」


아이 「엣. 6시간?」 어이x


리나 「6시간이면 적정 시간보다 적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차는 존재하니까.」


카나타 「카린 쨩, 그럼 카나타 쨩이랑 같이 스야삐- 낮잠 잘까?」


카린 「아니 됐어. 이따가 촬영가야 해서 머리 눌리면 안 돼.」


카나타 「이렇게 엎드려 자면 괜찮지 않아?」 책상 철퍼덕


카린 「그럼 이마에 자국 남잖아.」


리나 「카나타 씨, 그 자세 몸에 안 좋으니까.」


아이 「그래, 카나 쨩. 기왕 잘 거면 몸에 Bad 하지 않게 Bed-에서 자야 된다고? 아하하하!!」 Bad&Bed다케니


카나타 「아이 쨩, 방금 그거 not so bad 였다요?」


아이 「그렇지? 역시 아이 씨-」 우쭐


카나타 「스야삐-」 Zzz


아이 「그렇게 바로 자면 아이 씨도 뻘쭘하다고. 그리고 그렇게 자면 안 좋다고 리나리가 그랬잖아.」


리나 「아이 씨, 소파에 눕히자.」 벌떡, 살짝


― 아이리나 작업 중...


시오리코 「…저기, 카린 씨.」


카린 「어?」


시오리코 「혹시 무슨 일 있는 거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카린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후훗


시오리코 「학생회장의 역할이니까요.」 싱긋


카린 「아, 그보다 시오리코 쨩. 춤 연습은 잘 돼?」


시오리코 「아, 네. 큰 어려움은 없어요.」 끄덕


카린 「그래? 부회장이 잘 따라오나 봐?」


시오리코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지, 몸치는 아니세요.」


아이 「응? 아- 연극부 얘기였구나?」 의자 착석


리나 「시오리코 쨩은 항상 학생회실에서 연습해?」 아이 옆


시오리코 「네. 따로 만나긴 힘들어서, 학생회실에서 하루에 한 동작씩 보고 있어요.」


카린 「헤에- 성실하네.」


리나 「카린 씨는 어때?」 시간이라거나, 장소라거나


카린 「나랑 엠마는 뭐……」 멍-


리나 「카린 씨?」


아이 「카린?」 갸웃


시오리코 「카스미 양한테 듣기론, 수요일이랑 토요일에 연습하신다면서요?」


카린 「…어? 으, 응. 그렇지. 어제 둘이서, 엠마 방에서, 응.」 끄덕


아이 「카린, 많이 피곤해?」


카린 「아- 괜찮아. 오늘 일 끝나고 일찍 자면 되겠지, 뭐. 마침 오늘은 일찍 자야 하고. 내일 아유무 마중 가야 하잖아.」


아이 「그래도 카린, 혹-시 아침에 힘들다거나 그러면 그냥 학교에서 기다려도 되는 거 알지? 카나 쨩도 알바 때문에 오후에 보기로 했고.」


카린 「어머, 내가 후배 마중도 못 나갈까 봐?」


아이 「에이, 그래도 만약을 위해 하는 소리지-」


카린 「뭐- 솔직히 아유무는 유우만 마중 나가도 만족할 것 같지만.」


리나 「리나쨩 보드 [인정]」 끄덕


시오리코 「후훗, 그런가요? …그보다 참 2주가 빠르네요. 처음엔 엄청 길게만 느껴졌는데.」 중얼


아이 「응? 시오티?」


시오리코 「네? 아, 그냥 혼잣말이에요. 뭐랄까… 매년 이맘때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리나 「응, 알 것 같아. 졸업시즌이니까, 조금은 쓸쓸한 느낌.」


카린 「졸업… 그렇지- 졸업. 응…」 아련-


아이 「아이, 진짜! 우리 동호회 안에서는 그런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 투정투정


리나 「미안, 아이 씨.」


시오리코 「그래도 1학년인 저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진짜 둘 다 꼭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친다니까! 그럼 아이 씨가 무안하잖아!」 와락


리나 「[아와와와와]」 OwO;; 휘청


카린 「그래도 나는 도쿄에 남을 거니까. 일 없으면 자주 놀러올게.」


아이 「확실히. 카나 쨩도 도쿄에 있을 테니까.」


리나 「미아 쨩도 남고 싶어하는 것 같아. 일본에서의 활동도 재밌다고 하고.」


아이 「정말? 이야- 잘 됐네! 카린, 엠마치는 어떻게 할 거래?」


카린 「…물어본 적 없어.」


아이 「에에? 왜?」


카린 「…그러게.」

 


▶ 그날 밤,


―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카린
―「수고하셨습니다-」


카린 「…….」 또각또각


카린 「벌써 9시네… 빨리 가야겠다.」 지도앱 On



시오리코 「엠마 씨는 스쿨 아이돌 활동을 위해 유학 오신 거니까, 아마 스위스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긴 하겠죠.」 시무룩


아이 「역시 그런가- 엠마치랑은 1년밖에 지내지 못한다니까 뭔가 서운하네…」 아쉽


리나 「그래도 엠마 씨,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니까, 가수나 다른 일로 일본에 남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 해.」



카린 「(엠마가… 스위스로…)」 또각또각


카린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엠마랑은 겨우 1년… 아니, 1년도 채 알고 지내지 않았는데)」


― 꿈 속의 엠마 「결혼하고 나서는, ‘여보’라고 불렀잖아.」


카린 「!」 화악-


카린 「(뭐, 뭔 생각하는 거야 또! 그 꿈 때문에 일주일 내도록 자꾸 멍하니 있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머리 벅벅


카린 「(…결혼하면 엠마도 일본에 남을까?) …아, 진짜! 정신차려 아사카 카린!」 버럭


― 힐끗, 쳐다보는 사람들
―「(웅성웅성)」


카린 「아… /////」 총총총, 또각또각또각


― 사람 없는 골목쪽으로 돌아가는 카린


카린 「(이게 다 그때 웨딩드레스를 봐서 그래. 그거 때문에 자꾸 이상한 상상이나 하는 거라고!)」 또각또각


― 연극부 부장 「오늘은 의상만 입어서 그렇지, 앞으로는 메이크에 헤어까지 할 텐데, 그때 파트너한테 반해버리는 애들이 가끔 있거든.」


카린 「왜 갑자기 또 그 말이 생각나는 건데…」 한숨


카린 「(이러다 진짜 이상해지겠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이런 적 처음이란 말이… 꺄악!」 삐끗- 꽈당


카린 「아야야…」 비틀


― 부러진 하이힐 굽
― 바닥에 쓸려 까진 무릎과 종아리


카린 「에이씨… 이러면 어떻게 가라고… 이거 다시 끼울 수 있나?」


카린 「(그래, 될 리가 없지. 어쩔 수 없네. 택시를 부르든, 아니면 엠마한테 데리러… 아냐, 택시 부르자)」


카린 「휴대폰이- 어라?」 맨손


―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휴대폰


카린 「아, 여기 있다. 콜택시 번호가-? 어? 어? 왜 이래?」 툭툭


― 휴대폰 「……」 잠잠


카린 「설마 고장난 거야? 아니 내가 던진 것도 아니고 넘어져서 그런건데…」 당황


카린 「이러면 어떡하라고!」 울먹



―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 달칵,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엠마 「카린 쨩… 어디야… 왜 전화도 안 받고…」


― 엠마 방문, 똑똑


엠마 「카린 쨩!」 벌떡


― 덜컹, 끼익-
― 란쥬 「엠마!」 활짝-! + 옆에 미아


엠마 「아, 란쥬 쨩… 미아 쨩…」


란쥬 「샌드위치 담아줬던 도시락통 가져왔…? 엠마?」


미아 「엠마, 무슨 일 있어?」 What’s going on?


엠마 「란쥬 쨩, 미아 쨩! 카린 쨩이 기숙사에 아직 안 들어왔어! 연락도 안 되고!」


란쥬 / 미아 「라? / 하아?」


 


카린 「…….」 훌쩍


― 어딘지도 모를 벤치에 앉은 카린


카린 「여기 어디야… 모르겠어…」 그렁그렁


카린 「(몇 시나 됐지… 통금시간 지나면 못 들어가는데…)」


카린 「…보고 싶어.」 또르륵


―「ㅋ— 리—ㄴ--!」


카린 「!」 깜짝


카린 「엣. 엠마?」 두리번


― 가로등 너머, 누군가의 실루엣
―「카-린-!」


카린 「에, 콜록… 엠마-!」


―「!」 방향을 돌려 다가오는 실루엣
―「카린!」 타박타박


카린 「엠마--!!!」 와락


―「우, 우왓!! 카린! 정신 차려! 왜 이래!!」 바둥바둥


카린 「엠마… 나랑 살자… 아무데도 가지 말고… 나도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엉엉


?? 「What? 아 좀! 카린!! 목소리 좀 줄여!!!」 휙-


카린 「에, 엠마…」


미아 「가 아니라 미아 테일러거든? 다 큰 녀석이 Baby처럼 왜 이래?」 외투 툭툭


카린 「미아… 미아였구나.」 멍-


미아 「너무 갑자기 차분해지는 거 아니야? 엠마랑 란쥬도 너 찾고 있는데, 있어 봐. 찾았다고 연락 좀 하게.」


카린 「응…」 끄덕


미아 「정말이지, 몰골이 그게 뭐야? 아, 엠마. 응, 카린 찾았어. 여기 전에 란쥬가 살던 호텔 앞 놀이터. 어. 란쥬한테도 전할게. 알았어.」 삑-


카린 「…저기, 미아.」


미아 「왜.」


카린 「아까 보고 들은 거… 비밀로 해줄래?」


미아 「카린.」


카린 「어?」


미아 「…아니다. 지금 네 몰골 보니까 할 말 못 하겠어. 비밀이고 뭐고 간에,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카린 「응… 고마워. 미아.」 훌쩍


미아 「됐고, 일단 정리 좀 하자. 어디서 뭔 짓을 했길래 이래? 골목길에서 굴렀어? 누구랑 술 먹고 싸웠어?」 겉옷 툭툭


카린 「미아는…」


미아 「?」


카린 「좋아하는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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