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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가사키 장편/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

카린「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9화(完)~

by 양털책갈피 2022. 7. 29.

― 카린 쨩에게

카린 쨩의 그 마음을 눈치챈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너무 티가 나서 모르는 척하기도 힘들었어. 나랑 얘기도 잘 안 하려하고, 눈도 잘 안 마주치고, 그러면서 다른 애들이랑은 평소처럼 지내고. 질투는 아니지만, 차라리 카린 쨩이 날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도 들었다는 거 알아?

그래도 카린 쨩이 나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힘내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행복했어. 지난 내 생일에 맞춰서 둘이서만 여행 가자고 했을 때,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고백하는 날이 그날이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씻고 나오니까 혼자 쿨쿨 자고 있더라? 나도 나름 용기내서 말했던 건데 그것도 몰라주고… 혹시 키스하려던 걸 피해서 토라진 걸까 싶었어. 하지만 카린 쨩, 나는 솔직히 고백이 먼저라고 생각해.

아무튼! 카린 쨩은 지는 걸 싫어하고 물러서는 것도 싫어하잖아. 그래서 내가 고백하면, 카린 쨩은 아마 카린 쨩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았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래서 카린 쨩이 먼저 고백하길 기다렸어. 아니,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카린 쨩이 고백해줬으면 해서 기다렸어.

카린 쨩, 카린 쨩은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어? 무대에 오르기 바로 전까지 이 말을 꼭 묻고 싶었어. 그런데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 왜냐하면……. 있지, 그날 발코니에서 했던 말 기억나? 내 삶에서 카린 쨩이 이 세상에 없던 시간은 없었다는 말.

카린 쨩,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카린 쨩이 나를 좋아한 시간 동안 내가 카린 쨩을 좋아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 2월 7일, 연극 당일

― 객석, 출연자들 제외, 모두 모여 앉은 동호회

유우 「하아-! 도키메키해서 못 참겠어!」 와쿠와쿠

아유무 「정말 유우 쨩. 시작 전이라도 큰 소리내면 안 돼.」

세츠나 「러브 스토리라 더 설레네요!!!」 활-짝!

아유무 「세츠나 쨩도! 쉿!」 떽

카스미 「리나코, 혹시 엠마 씨한테 분장 어떻게 했는지 사진 받은 거 있어?」

리나 「아니, 없어. 그것도 스포일러의 일부라나 봐.」 [엠바고]

아이 「그래도 친구들한테 들어보니까 완전 대박이라던데?」

란쥬 「미아, 왜 그래?」

미아 「Ah- No problem. 그냥 곡 만든다고 피곤한 거야.」 퀭-

카나타 「미아 쨩,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요?」 이유는 알지만

― 분장실,
― 대기 중인 출연진들

시즈쿠 「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저는 둘만 여행 가니까 당연히 진전이 있겠지~ 했다고요! 제 마음 돌려주세요!」

카린 「멋대로 줘놓고 돌려달라고 하지 말아줄래? 너 강도니?」

시즈쿠 「흥, 이래서 쫄보 선배들은…」 중얼

카린 「쫄보는 누가 쫄보야!」 볼 쭈욱-

시즈쿠 「으아아- 아파요…!」 바둥바둥

카린 「하여튼, 세츠나도 카스미 쨩도 그렇고. 이젠 시즈쿠 쨩까지 이런다니까. 일요일부터 만나는 애들마다 계속 그래.」

부회장 「저기-」 빼꼼

카린 「으앗… 깜짝이야. 부회장이었구나.」

부회장 「세츠나 쨩은 뭐라고 하던 가요?」 초롱초롱

카린 「추천했던 소설에서 나온 말들 써봤냐고 물어봤어.」

부회장 「역시! 최고의 스쿨 아이돌이자 동시에 성실한 학생회장인 세츠나 쨩 답네요! 연애를 독서라는 고상한 방법으로 배우다니…」 감격

시즈쿠 「부회장님, 그거 아마도 오타쿠 소설일걸요? 그리고 지금 회장은 시오리코 양이예요.」

카린 「내버려 둬. 저렇게 해서 긴장 풀리면 좋은 거니까.」

연극부 부장 「그런 것보다 오시의 연애관을 그렇게 캐물어도 되는 거야?」 피식

카린 「언제 왔어? 아니, 어디서부터 듣고 있었어?」

연극부 부장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시즈쿠 「부장님, 드레스 조도 준비 끝났나요?」

연극부 부장 「응. 10분 뒤에 시작하니까 순서 맞춰서 대기실, 무대 뒤까지 안내해줘. 그럼 난 기재 쪽에 가볼게.」 뚜벅뚜벅

시즈쿠 「네!」


▶ 10분 뒤, 연극 진행 중

― 무대 뒤, 좌측편 대기실
― 다른 게스트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엠마
― 대기실 입구 근처에서 홀로 연습 중인 카린

카린 「여기서 턴, 오른발 뒤로, 다시 하나 둘 셋.」 사뿐사뿐

엠마 「카린 쨩~」

카린 「응?」

엠마 「긴장돼?」

카린 「음- 약간?」

― 「카린 님! 저희는 대사도 없으니까 편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 「긴장푸세요!」

카린 「응, 고마워. 그보다 카린 님은 좀 부담스러운데…」 떨떠름

엠마 「카린 쨩, 카린 쨩도 같이 얘기하자. 긴장 풀릴 거야.」

카린 「아니야, 조금이지만 마지막까지 연습하고 싶어. 이렇게 해야 몸도 조금 풀릴 것 같고.」

― 「저기, 엠마 선배! 아니면 아사카 선배랑 커플댄스 보여주시면 안 돼요?」
― 「「「부탁드려요!」」」 꺄아꺄아

엠마 「에- 그러니까- 카린 쨩, 괜찮아?」

카린 「엠마가 괜찮다면야…」 끄덕

엠마 「그럼 딱 한 번만 할까?」 드르륵, 벌떡

― 「「「와아-!!」」」 짝짝짝

시즈쿠 「저기, 조금만 조용히 해주실래요? 어래? 엠마 씨, 카린 씨?」 빼꼼

엠마 「아, 미안. 시즈쿠 쨩. 시끄러웠지?」

시즈쿠 「무슨 일 있어요?」 두리번

카린 「별 건 아니고, 같이 무대 서는 애들이 우리 둘 춤추는 거 한 번만 보여달래서.」

시즈쿠 「헤에-」 터벅터벅, 대기실 안으로

엠마 「시즈쿠 쨩, 혹시 안 되는 거야?」

시즈쿠 「…….」 말없이 의자에 착석

엠마카린 「?」

시즈쿠 「뭐해요, 빨리 시작하세요.」 방긋

― 한편, 무대와 객석

“저기, 혹시 괜찮으면 이번 무도회에서 함께하지 않을래?”

“정말… 그래도 될까?”

란쥬 「꺄악! 뭐야? 벌써?」 들썩

미아 「야, 조용히 해.」

란쥬 「별로 크게 말 안 했어!」 소곤

리나 「[와쿠와쿠]」

아이 「리나리, 보드로 가리고 있는데 보여?」

리나 「응. 괜찮아. 잘 보여.」 끄덕

카스미 「세츠나 선배, 그럼 이다음에 카린 선배랑 나오는 거예요?」 귓속말

세츠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귓속말

아유무 「(정말-! 다들 자꾸 소곤대네. 우리 자리가 안쪽이라고는 해도 앞뒤로는 들릴지도 모른다고)」 뽀뭇

유우 「(음- 뭔가 초등학교 때 학예회 생각나네)」 배시시

아유무 「(아, 유우 쨩. 혹시 그때 기억나?)」 @cメ*˶˘ ᴗ ˘˵リ

유우 「(아유무, 텔레파시로 말 걸지 말아줄래?)」

카나타 「(뭐지)」 흠칫


【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
: 최종화 ~ 주근깨 소녀와 키다리 아가씨 ~

▶ 좌측편 대기실

엠마 「어때?」 짜잔

― 「「「오오오오…」」」 차분-
― 「역시… 스쿨 아이돌.」 꿀꺽

시즈쿠 「역시 두 분이네요! 기대했던 그림, 아니 그 이상이에요!」

엠마 「에헤헤~ 이 정도는 쉽다구?」 엣헴

카린 「처음에는 고생 좀 했지만.」

시즈쿠 「이 좋은 걸 더 많은 사람들이 못 본다는 게 아쉽네요.」 힝구

엠마 「인터넷으로 중계라도 하면 되지 않아?」

시즈쿠 「공연 자체가 그런 공연이 아니라 불가능해요. 애초에 영상기록이 금지된 기획이라 촬영 장비도 없다고요? 말 그대로 현장한정! 그런 거죠.」 끄덕끄덕

카린 「굉장히 엄격한 영화감독처럼 말하네?」

시즈쿠 「아무튼 다들 무대 위에서 이만큼, 아니 이 반만큼만 하셔도 대성공이에요. 다들 긴장 푸시고, 이따가 시간되면 다시 올게요!」 쫄래쫄래

― 시즈쿠 퇴실,
― 「음- 진짜는 다르다. 그렇지?」
― 「대놓고 커플을 데려오면 승부가 안 되지.」 키득

엠마 「헤헷, 그런 이야기 자주 들어. 우리 멤버들한테도 처음에 비슷한 얘기 들었었지. 그치 카린 쨩?」

카린 「아- 그랬지. 하여튼 다들 멋대로 생각한다니까.」 피식

엠마 「그래도 그만큼 호흡이 잘 맞다는 칭찬이잖아.」

카린 「그래도 진짜라니…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닌데…」 중얼

― 똑똑똑,
― 시즈쿠 「실례합니다.」 벌컥

시즈쿠 「조금 일찍 대기 시작할게요. 다들 무대 뒤로 따라와주세요.」 손짓

―「에? 벌써?」
―「방금 나가지 않았어?」

시즈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가있었어요. 자, 따라 나오세요.」

카린 「가자, 엠마.」

엠마 「…응! 카린 쨩!」

― 무대 뒤, 계단 앞
― 구석에서 환복 중인 주인공들, 무대 위의 조연들

엠마 「카린 쨩, 잠깐만.」 옷깃 더듬

카린 「앗, 깜짝이야… 왜 그래, 엠마?」

엠마 「넥타이. 살짝 삐뚤어졌어. 있어 봐.」 주섬주섬

카린 「아, 고마워.」

엠마 「나는 어때? 이상한 곳 없지?」

카린 「…….」 빤-히

― 연분홍색 드레스, 풀어헤쳐 웨이브를 넣은 머리, 작은 흰색 티아라

카린 「응, 없어. 지난번처럼… 평소처럼 예뻐.」

엠마 「정말, 카린 쨩-」 어깨 툭

카린 「긴장 풀라고 한 소리야. 드레스는 진짜 쿼츠 의상 같네?」

엠마 「그래서 나도 편하고 좋아.」 헤헤

카린 「평소에도 그렇게 머리 풀고 있어도 좋을 텐데.」

엠마 「이거 1시간이나 걸려서 만든거라구? 땋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어.」

카린 「보기 보다 꽤 오래 걸렸네?」

엠마 「응. 그보다 카린 쨩.」

카린 「응?」

엠마 「아까 시즈쿠 쨩 들어오기 직전에 뭐라고 말했어? 잘 못 들었거든.」

카린 「시즈쿠 쨩 들어오기 직전에?」

엠마 「응. 클래식메이드 동호회 애들이 말하고 나서.」

카린 「아- 그냥.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닌데 또 그런 얘기한다고.」

엠마 「…아직?」

카린 「어?」

엠마 「…….」 빤히-

카린 「엠마. 그게…」

― 삐이익- 잦아드는 무대 조명과 서서히 닫히는 커튼
― 연극부 부장 「자! 다들 위치로! 뭐해 카린! 엠마!」

카린 「…엠마. 나 고백할 게 있어.」 손 덥석

엠마 「카린 쨩?」 깜짝

카린 「다음에 제대로 할 테… 아니, 일단! 할 일부터 하자. 얼른!」 휙-

엠마 「…으, 응!」



▶ 다시 열리는 커튼

유우 「아! 카린 씨랑 엠마 씨다!」

아이 「근데 왜 저렇게 뒤에 있대?」 아쉽

세츠나 「아… 얘기를 듣긴 했는데, 진짜 카린 씨 쪽은 잘 안 보일 것 같네요.」

리나 「그래도 공연용 망원경 쓰면 잘 보여.」 지긋-

아유무 「아, 시오리코 쨩은 반대편 앞이다!」

카스미 「그래도 시오코 쪽은 앞이라 잘 보이네요.」

란쥬 「어디? 어디야?」 두리번

미아 「저기 제일 왼쪽 앞에. 하늘색 드레스.」

란쥬 「꺄아-! 진짜다! 시오리ㅋ…!」 누군가의 손, 흡-

카나타 「란쥬 쨩, 여긴 라이브가 아니니까 조용히 해야 된다요?」

란쥬 「응, 응.」 끄덕끄덕

카나타 「자, 이거 줄테니까 조용히. 알겠지?」 공연용 망원경

란쥬 「셰셰! 카나타!」 소곤, 스윽-

― ♬♩- ♪♬~♪♩
―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대 위의 사람들

카린 「…….」 1, 2, 3, 4

엠마 「…….」 사뿐, 빙글

카린 「…엠마.」 소곤

엠마 「…!?」 깜짝

카린 「…괜찮아. 이 정도는 안 들리니까.」

엠마 「…….」 말없이 끄덕

카린 「다음에 꼭 제대로… 제대로 고백할게.」

엠마 「카린 쨩…」

― 서서히 무대 맨앞의 주인공 둘을 향하는 조명

카린 「그러니까, 아까 그건… 지금 이거로 참아 줘.」 스윽, 뺨 살포시




“두 사람 춤사위가 아주 훌륭하던걸?”

“아, 펜들턴 씨!”

아이 「에이, 카린이랑 엠마치는 제대로 못 봤네.」 소곤

유우 「그러게. 조금만 앞으로 와도 됐을 것 같은데.」 소곤

아유무 「그래도 시오리코 쨩이랑 부회장은 거의 마지막까지 봤잖아.」 아하하…

세츠나 「솔직히 한쪽이 너무 어두워서 안 보이니까 학생회 쪽을 본 거지만요.」 소곤

카나타 「그래도 다들 카린이랑 엠마한테도 잘 봤다고 얘기해야 하는 거 알지?」 소곤

카스미 「아, 맞다. 리나코, 망원경으로는 잘 보였어?」 소곤

리나 「나도 시오리코 쨩 쪽으로 봐서 잘 모르겠어.」 [몰?루]

미아 「뭐야, 다들 시오리코만 본 거야? 란쥬, 너는?」

란쥬 「…….」 멍-

미아 「야.」 툭

란쥬 「어?」 코피 주륵

미아 「야, 너 괜찮아?」 깜짝

란쥬 「아…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벌떡, 쫄래쫄래

아유무 「란쥬 쨩, 괜찮아?」

세츠나 「같이 가드릴까요?」

란쥬 「아니야! 괜찮아!」 슈웅-

― 일동 「?」 갸웃




― 서둘러 내려오는 게스트들

카린 「//////」 터벅터벅

엠마 「//////」 쭈뼛쭈뼛

시즈쿠 「다들 고생했어요! 정말 감사해요!」 다른 게스트들과 하이파이브

연극부 부장 「어디- 그러면 다음 장면들 준비하고… 응? 뭐야? 둘이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카린 「시, 신경 꺼! 조명이 뜨거워서 그런 거니까!」

연극부 부장 「그 자리는 처음 말고는 조명이 가지도 않았는데.」

엠마 「카린 쨩, 화내지 말고. 아, 부장이랑 시즈쿠 쨩, 다들 고생했어! 고마웠어! 이따가 봐! 카린 쨩, 가자!」 허둥지둥

카린 「…수고해.」

― 카린의 오른팔을 껴안고 가는 엠마

연극부 부장 「…시즈쿠.」

시즈쿠 「네.」

연극부 부장 「아니겠지?」

시즈쿠 「에이, 설마요.」

― 분장실 앞, 복도

엠마 「…카린 쨩.」

카린 「…응. 엠마.」

엠마 「아까 말한 다음은, 언제야?」 슬며시-

카린 「…그, 그러게.」

엠마 「뭐야, 그게. 아까까지는 그렇게 분위기 잡았으면서? 뽀뽀한 걸로 퉁치려는 건 아니지?」 풉

카린 「…엠마.」

엠마 「웅?」

카린 「그럼 지금 당장도 괜찮아?」 어깨 덥석

엠마 「어?」 움찔

카린 「스읍- 후우-. 엠마. 잘 들어. 나는 엠마를… 엄청 좋아해…」 쭈뼛

엠마 「…카린 쨩, 파이팅!」 에이에이오!

카린 「분위기 깨지마!」

엠마 「에헤헤~ 자, 계속!」 방긋방긋

카린 「그, 그러니까… 엠마, 나랑… 제 연인이 되어주세요.」

엠마 「흠- 음-?」 갸웃

카린 「놀리지 말고! 대답… 해 줘.」

엠마 「응!! 카린 쨩!」 활-짝!

카린 「엠마…!」 울컥

엠마 「나도 카린 쨩이 엄-청 좋아!!」 와락-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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